번역가 황석희 : 어떻게 옮겨도 원문에 진다면, 최선의 패배를 하겠다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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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드물게 번역가가 궁금해지는 영화를 만납니다. 『데드풀』이 그랬어요. “난 흥정 안 해 씨호박 xx야." 예상을 뛰어넘는 번역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요염한 안티 히어로의 찰진 말발을 센스 있게 옮긴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에 ‘번역 황석희’가 뜨더군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주먹 이모지 자막(👊)을 만났을 때도 신선한 충격에 부러 번역가를 찾아봤어요. 역시나 그곳에 황석희가 있었더랬죠.

영화 기자 출신으로 숱한 외화 번역을 보아온 정시우 작가도 황석희 표 번역에 빠졌다고 해요. 정 작가가 직접 그를 만나고 왔습니다.


정시우 작가

외화를 즐겨보는 관객이라면, 엔딩크레딧에서 황석희라는 이름을 한 번쯤 만나 봤을 겁니다. 『캐롤』 『데드풀』 『보헤미안 랩소디』 『나이브스 아웃』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550여 편의 영화 속 대사가 황석희 번역가의 손을 거쳐 스크린에 당도했어요. 그러는 동안, 그의 이름 앞에는 ‘믿고 보는 번역가’라는 수식어도 붙었죠. 

물론 영화계가 그에게 보내는 신뢰는 번역 편수 때문은 아닙니다. 인물의 발성과 발음, 음절 단위까지 생생하게 포획해서 캐릭터의 입말을 살려내는 노력의 흔적 때문이죠.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과 『동조자』로 황석희와 두 번의 작업을 함께 한 박찬욱 감독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걸 한국어 뉘앙스에 맞춰 표현하긴 쉽지 않은데 놀랄 만한 재능”의 소유자라고 그를 설명합니다. 김이나 작사가는 황석희 번역가가 쓴 에세이 『번역: 황석희』 추천사에서 (맛은 좋지만, 독이 있어 잘못 다루면 위험한) 복어의 특색에 빗대 이렇게 말했죠. “황석희는 언어를 복어처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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