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 가짜 다비드와 패션쇼, 172살 박물관의 권위를 깬 마케팅


롱블랙 프렌즈 C 

‘대영박물관이 영국의 다락방이면, V&A는 영국의 교실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V&A(Victoria and Albert Museum)는 1852년 빅토리아 여왕이 세운 박물관이에요. 그 이름부터 빅토리아 여왕과 그의 남편 알버트 경의 이름을 딴 유서 깊은 곳이죠. 디자인과 패션, 공예 전시로 유명해요. 

그런데 이 박물관이 최근 시끌벅적해요. 곧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를 주제로 하는 전시가 열리거든요. V&A의 SNS도 논란이에요. 조각상들의 엉덩이만 보여주는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죠. 해킹당한 게 아닌가 싶어요. 

놀라지 마세요! 모두 의도된 전략이니까요. 이 전략, 관람객에게 제대로 먹혔어요. 2023년 한 해 방문자는 397만 명. 2022년 273만 명에서 무려 45% 증가했어요. 172년 된 영국왕립박물관의 권위를 깨트린 마케팅,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Chapter 1.
언젠가부터 박물관은 안 멋져 

V&A는 그 유명세만큼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람객으로 붐볐어요.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꼽히곤 했죠.

문제는 젊은 세대가 더는 V&A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V&A 자체 조사 결과 특히 18세~34세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 V&A의 인지도가 낮았대요. 단 19%만이 “V&A를 잘 알고 있다”고 답했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인물이 있었으니 2017년부터 V&A의 관장을 맡아온 트리스트람 헌트Tristram Hunt예요. 그의 이력은 꽤 독특해요. 역사학자 겸 역사학부 교수로 일하다가, 2010년 노동당 소속으로 영국 하원의원에 당선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