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박물관 : 심리학자가 ‘망한 제품’을 모으며 깨달은 ‘좋은 실패’의 기준



롱블랙 프렌즈 L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실패의 날Day for Failure’이래! 14년 전, 핀란드의 한 대학 동아리에서 처음 정한 기념일이야. 이날만큼은 학생과 교수, 창업가들이 모여 자신의 실패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한다고 해. 행사 규모가 핀란드의 대학 전역으로 커질 정도! 

함께 실패를 축하하고 도전을 독려한다, 독특하지? 근데 이걸 넘어 ‘실패만 모은 전시’도 있대.

바로 ‘실패박물관Museum of Failure’. 2017년부터 뉴욕과 파리, 상하이와 대만 등을 오가며 200가지의 실패한 제품을 전시하는 행사야. 2019년에는 한국에서도 전시를 열었어. 

전시품을 들여다봤어. 물처럼 투명해졌지만 맛이 없어진 ‘크리스탈 펩시Crystal Pepsi’, ‘수천 마리의 개미가 얼굴을 기어가는 느낌’이라는 평을 받은 피부 미용 기기. 쓰고 나가면 모두가 쳐다볼 것 같은 다이슨의 보라색 헤드셋까지. 상상도 못 한 실패가 눈길을 끌었어. 

이걸 만든 사람이 궁금해졌어. 괴짜 과학자였을까? 아니,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어. 

인지행동 치료를 전문으로 한 임상심리학자, 사무엘 웨스트Samuel West였지. 실패의 날을 앞두고 그에게 메일을 보냈어. 하루 만에 답이 왔지. “당장 내일도 만날 수 있다”면서 말야.



사무엘 웨스트 실패박물관 창립자 

사무엘은 원래 심리치료사였어. 이때부터 실패를 눈여겨보기 시작했지. 왜냐면 그가 만나는 환자들은 전부 ‘실패담’을 늘어놓는 사람들이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