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제노바 : 20년 기억 연구자, “우린 왜 기억력 높이기에 집착할까요?”


롱블랙 프렌즈 K 

요즘 할 일이 늘어서일까요? 깜빡하는 일이 늘었어요. 매일 열심히 사는 것 같아도, 기억에 남은 게 없을 때도 많고요. 

이 고민을 풀고 싶어 ‘기억 전문가’를 찾아봤어요. 이름 하나가 눈에 띄었죠.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Lisa Genova. 20년간 뇌가 기억하는 방법을 연구한 기록을 모아, 2021년 책 『기억의 뇌과학Remember』을 썼어요.  

그는 기억을 소설로 풀어낸 작가이기도 해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1인칭으로 그린 『스틸 앨리스Still Alice』*를 썼죠. 이 책, 2007년 출간 당시 59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어요.
*2014년에 발표된 동명의 영화 「스틸 앨리스」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으로 연기한 줄리앤 무어Julianne Moore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평생 기억을 연구한 신경과학자는 어떻게 기억을 바라볼까요? 미국 보스턴에 머무는 그와 화상으로 만났어요.


리사 제노바 작가

화면 너머의 리사는 편안하게 미소 짓고 있었어요. 인사를 건네자, “인터뷰에 늦지 않으려 스케줄을 메모해 뒀다”며 너스레를 떨었죠. “질문하세요, 들을 준비가 됐어요”라는 말로 이야기는 시작됐어요. 

먼저 그에게 ‘기억을 잘하는 법’을 알고 싶다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죠.  

“사람들은 기억이 완벽해야 한다고 기대해요. 하지만 뭔가를 깜빡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죠. 심지어 우리가 기억을 잊는 ‘망각’은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우리에게 무엇이 의미 있는지 알려주거든요.” 


Chapter 1.
신경과학자, 할머니를 보며 ‘기억’에 눈뜨다

리사가 처음부터 ‘망각의 가치’를 알아본 건 아니에요. 1970년생의 그는, 기억보단 뇌 자체가 궁금한 과학인이었어요. 

대학에서 생물심리학을 전공하다 뇌의 세상에 푹 빠졌어요. 기분과 욕구까지도 뇌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죠. 하버드대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까지 딸 정도였어요. 

그러다 리사가 ‘기억’을 파고든 계기가 있어요. 1998년, 그의 할머니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으면서였죠. 그때 리사는 깨달았어요. 자신이 신경과학자라고 불리지만, 정작 치매 환자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할머니는 독립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분이었어요. 수영을 다니며 오디오북 듣는 걸 좋아하셨죠. 그런데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 뒤, 일상을 점점 잃어가셨어요. 

저를 몰라보셨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저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게다가 할머니가 기억을 잃으며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건 더 힘들었죠.”

그는 할머니를 이해하고 싶어 온갖 자료를 찾았어요. 치매 연구 논문부터 간병 노하우 책까지 말이에요.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할머니가 ‘기억을 잃어가는 기분’을 다루지 않았다고 해요. 당사자가 아닌, 외부인의 시점에서 쓴 글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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