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C
롱블랙 컨퍼런스 갔다가 코엑스에서 팝업 스토어를 발견했어요! 통유리창 너머로 독서용 소파와 조명, 커튼 뒤로 높이가 조절되는 책상도 있어요. 모니터와 헤드셋, 키보드까지. 너무 아늑한 사무실을 꾸며놨어요!
퍼시스? 사무용 가구 브랜드래요. 역사가 무려 41년. 사무용 가구 분야에서 29년째 1위라는 거예요. 지난해 매출은 무려 3315억원!
난 처음 들어봐요. 아하, 일룸이랑 데스커가 퍼시스그룹의 자매 브랜드네요. 어, 그런데 난 왜 퍼시스만 몰랐지?
이유가 있더라고요. 사무용 가구잖아요. 3000억 넘는 매출 대부분이 기업 고객에서 나온대요!
아니, 그럼 이런 팝업은 왜 연 거죠? B2B*라면서요. 10월엔 성수동 건물 3개 층을 빌려서 25일이나 팝업을 했대요. 최근엔 유튜브 광고도 적잖이 올리구요!
*Business to Business의 약자로,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를 의미한다.
궁금해서 퍼시스 사람들을 만났어요. 윤혜정 퍼시스 부사장과 고아라 마케팅 팀장, 그리고 마케팅팀 김소연, 김하연, 김유희 팀원까지.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의 퍼시스 커뮤니티 오피스에서 진행됐어요. 와, 여기 전망이 정말...!
참, 이 노트 마지막에 이벤트를 숨겨뒀어요. 꼭 끝까지 읽어보세요!
Chapter 1.
위기감에 휩싸인 1등 가구 회사, 과감한 변화를 마음먹다
난 솔직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말했죠. “전 사실 퍼시스를 몰랐어요.”
윤혜정 부사장, 충격받지 않아요. “익숙하다”며 웃었죠.
“사실은 저희 어머니도 제가 이직하기 전까진 모르셨어요. 그게 퍼시스의 숙제죠.”
_윤혜정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
퍼시스, 1983년 설립됐어요. 지금의 ‘환한 사무실 가구’를 트렌드로 만든 회사래요. 설립 당시만 해도 한국의 사무실은 철제 책상과 캐비넷으로 가득했어요. 색깔은 대부분 진회색, 우중충했죠.
퍼시스는 철제 대신, 밝은 원목과 플라스틱 가구를 새롭게 선보였어요. 곡선형 디자인과 조립형 설계도 당시엔 신선했죠. 회사는 승승장구해요. 1996년 상장 이후 쭉 사무가구 시장 1위. 점유율은 한때 60%까지 치솟았어요.
지금은? 여전히 1위예요. 하지만 위기감이 크대요. 품질과 디자인 좋은 사무가구가 너무 많잖아요. 대리점 중심의 B2B 영업도 예전 같지 않고요. 지난해 매출(3315억원)은 전년(3732억원)보다 약 10% 줄었어요. 무엇보다, 인지도 조사가 충격이었어요. 20대 중 퍼시스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올 2월, 손태희 퍼시스그룹 사장은 특단의 조치를 내려요. 윤혜정 퍼시스홀딩스 인사담당 총괄을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으로 발령 낸 거예요. 사업전략부터 마케팅, 상품기획, 품질관리와 물류까지 총괄하는 자리. 인사 총괄에서 사업전략 총괄로! 파격적 인사였죠.
윤혜정 부사장도 그만큼 놀랐대요. 그는 20년 경력의 인사 전문가예요. 손태희 사장의 설명을 듣고 용기를 낼 수 있었대요.
“퍼시스는 이제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퍼시스의 고객은 기업 경영자와 직원들이에요. 혜정 님이 인사 업무를 하면서 만나던 바로 그분들이에요.’
그 얘기를 듣고 보니 퍼시스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 것 같았어요. 고객에 대한 이해, 고객과의 대화였어요. 그 고객은 제가 평생 고민해 왔던 대상이었고요.”
_윤혜정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
그렇게 윤혜정 부사장은 올라본 적 없는 무대에 나섰죠.
Chapter 2.
브랜드에 향기가 필요한 순간
“브랜딩이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_윤혜정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
윤혜정 부사장, 퍼시스에 처음 내린 진단이에요. 40년간 기업 구매 담당자만 상대해 온 퍼시스. MZ 대상 인지도가 바닥이거든요. 직장인들은 막상 책상과 의자를 쓰면서도 퍼시스란 브랜드를 몰랐죠.
10년 전엔 그래도 괜찮았대요. CEO나 구매 총괄만 설득하면 됐으니까요. 그럼 지금은? 사무용 가구도 경영진 마음대로 사는 시대가 아니에요.
“사무실 환경이 조직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지금은 모두 알고 있어요. 직원들이 어떤 사무실을 원하는지, 어떤 가구를 쓰고 싶어 하는지 경영진이 귀를 기울이죠. 가구를 바꿀 때 직원 품평회를 열고 투표를 하는 경우도 많고요.”
_윤혜정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
퍼시스는 불리해졌어요. “1위 브랜드”, “최고의 품질” 같은 설명이 잘 통하지 않았죠.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생성되지 않았으니까요.
“심지어 제게도 퍼시스는 향기로 치면 무향이고, 도형으로 치면 네모반듯한 사각형 같은 느낌이었어요. 브랜드를 떠올려도 어떤 감정이 들지 않았다고 할까요? 더 이상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_윤혜정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
사무실 가구에 무슨 브랜드까지 따지냐고요? 허먼밀러 부심, 모르시는구나! 2021년에 배달의민족이, 이듬해에 SK하이닉스가 전 직원에게 허먼밀러 의자를 제공했잖아요. 의자 한 개가 무려 200만원! 사무실 의자가 ‘좋은 회사의 기준’으로 떠오른 순간이었죠.
“허먼밀러가 주목을 받으면서 사무가구의 브랜드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어떤 브랜드 가구를 쓰느냐가 그 회사의 자금력과 복지 수준을 상징하는 일이니까요. 사무가구가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 거죠.”
_윤혜정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
그동안 B2B 공급망 뒤에 숨었던 퍼시스가 앞으로 나와야 할 시점이 된 거예요. 무색무취의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해야 했죠. 그럼 어떻게? 윤혜정 부사장과 마케팅팀의 고민이 시작됐어요.
Chapter 3.
MZ에서 Z를 E로 바꾸면, 진짜 ME가 보인다
브랜딩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요? 퍼시스 마케팅팀은 ‘고객에 대한 이해’가 맨 먼저라 생각했어요. 단 예전의 고객이 아니었어요. 기업 구매 담당자가 아니라 이 가구를 사용할 진짜 고객, 즉 직장인이었죠.
“우리끼리는 ‘고객의 고객’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우리 가구를 사는 구매 담당자도 궁극적으로는 직원을 만족시켜야 하니까요. 퍼시스의 숙제는 두 가지라 생각했어요. 고객을 이해할 것,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이해한다는 것을 전할 것.”
_고아라 퍼시스 마케팅 팀장
그거 아세요? 전체 직장인의 60% 이상이 MZ세대*래요. 퍼시스는 자연스럽게 MZ 직장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MZ세대는 인구학적으로 1980년~2012년생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에선 통념적으로 30대 중반이 안 된, ‘젊은 청년 세대’를 가리킨다.
“문득 MZ에 대해 얘기해 보자는 말 자체가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다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마치 MZ가 하나의 성향을 지닌 것처럼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_고아라 퍼시스 마케팅 팀장
와, 딱 내 마음이에요. 사실 MZ들은 이런 말 너무 지겹거든요. “MZ 의견은 어때?”라거나 “역시 MZ는 달라”라는 말. MZ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런 편견의 주축이 시트콤 ‘MZ오피스’라고 봤대요. 20대 직장인을 ‘무개념 젊은이’로 비추잖아요.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상사 말을 못 들은 척하거나, 입사 다음 날 휴가를 쓴다거나. 마케팅팀의 MZ들도 대부분 고개를 저었대요. ‘이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다’라고요.
“저는 일을 좋아해요.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제 친구들도 대부분 일에 진심이죠. MZ들은 직장을 싫어하고 일을 기피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_김유희 퍼시스 마케팅 사원
그렇게 탄생한 캠페인이 바로 ‘리얼미 앳 오피스Real ME @ Office’ 예요. “일터에서의 진짜 내 모습을 찾자”는 내용이죠.
캠페인 컨셉을 잡고, 마케팅팀은 사람을 찾아 나섰어요. 늘 편견 어린 시선을 받지만, 누구보다 일과 사람에 진심인 MZ세대를요.
Chapter 4.
‘맑눈광’은 사실 ‘일잘러’였다
그렇게 찾은 6명의 MZ 프로페셔널. 캠페인 영상은 이들이 일하는 진짜 모습을 담아요.
첫 번째 모델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배우 김아영 씨! 맞아요, MZ 오피스의 ‘맑눈광’ 캐릭터. 늘 이어폰을 끼고선 상사 말을 못 알아들은 척 딴청을 피죠.
영상 속 그의 일상은 180도 달랐어요. 볼펜을 물고 발음 연습을 하고, 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며 표정을 연구하는 치열한 배우였죠. 늘 꽂혀있는 이어폰에선 사실 명상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요. 김아영 씨, 캠페인 영상에서 이렇게 말해요.
“와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매일 생각하거든요. 근데 정말 간절히 원하고 정말 열심히 하면, 결국 하게 되는 것 같아요.”
_퍼시스 유튜브 캠페인 영상 중
그뿐 아니에요.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긴 싫다. 일을 잘하는 게 멋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는 스타트업의 브랜드 매니저, “재택근무보다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좋다”고 말하는 콘텐츠 PD가 영상에 등장하죠.
영상은 모두 이렇게 끝나요. “당신의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퍼시스가 들을게요.” 이 영상들,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얻었어요. 몇몇 콘텐츠는 200만 건 안팎의 조회수를 기록했죠.
김아영 님 영상에 이런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또 일하고 있었는데, 보다가 울컥했네.’ 저도 이 댓글 보고 울컥했어요.
“제가 본 20대 직원들은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거든요. 진지하고, 배려심도 많고요. 그런 모습을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저희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았어요.”
_고아라 퍼시스 마케팅 팀장
Chapter 5.
MZ다움을 묻자 다가오는 MZ들
캠페인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퍼시스, 야심 차게 팝업을 열었어요. 그런데 보여주기 위한 팝업이 아니었대요. 듣기 위한 팝업이었죠.
지난 10월 성수동에서 열린 이 팝업, 질문으로 가득했어요. 예를 들면 1층의 ‘리얼미Real ME 테스트’. 일터에서의 내 모습이 어떤지 꼬치꼬치 물어요. 답을 하면 제 성향을 담아 사원증을 출력해 주죠.
제 사원증 앞면은 ‘관종’, 뒷면엔 ‘비타민’이라고 적혀있어요! “세상은 당신을 ‘관종’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은 ‘비타민’ 같은 존재”란 뜻이래요.
다른 성향은요? ‘월급루팡 직원이 아닌 성인군자 직원’, ‘젊은 꼰대 직원이 아닌 워커홀릭 직원’. 고정관념에 맞서, MZ들의 진짜 모습을 묘사해 준 거예요.
다른 코너 ‘디깅 페이퍼 존Digging Paper Zone’을 볼까요? 60개의 작은 서랍이 빼곡했죠. 서랍 바깥엔 MZ에 대한 고정관념이 적혔고, 서랍 속엔 진짜 나에게 던지는 질문 종이가 들어있어요.
“MZ는 어디 숨어서 일하고 싶어 해”라고 적힌 서랍을 열어볼까요? 서랍 속 쪽지는 제게 물어요. “개인적 공간과 함께 일하며 언제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 어떤 공간을 선호하나요?”
이 팝업 스토어, 한 달간 무려 1만255명이 방문했대요. 약 3개월 동안 팝업에 공들인 마케팅팀, 어떤 반응이 가장 짜릿했을까요?
“MZ란 틀을 넘어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반응이 가장 기뻤어요. 우리의 의도를 제대로 읽어주셨다는 게 고마웠죠.”
_고아라 퍼시스 마케팅 팀장
“캠페인과 팝업 이후에 ‘퍼시스에서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처음으로 브랜드의 향기에 대해 소비자와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됐다 싶었습니다.”
_윤혜정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
Chapter 6.
좋은 사무실이란, 직원을 닮은 사무실이다
고객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퍼시스. 다음 단계는 뭘까요? 이렇게 이해한 고객들에게 ‘좋은 사무실’을 제안하는 거래요.
좋은 사무실. 생각보다 정의가 쉽지 않아요. 인테리어가 근사하고 가구가 편안하다고 좋은 사무실이 아니잖아요.
“지금의 MZ들은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월급이 다가 아니에요. 내가 회사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무엇을 보고 배우고 느끼는지가 ‘회사 다니는 이유’가 돼요.
좋은 회사는 직원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곳이에요. 직원의 기분을 배려하고, 성장을 지원하고, 뚜렷한 문화를 만들면서요. 이런 회사들은 영감을 끌어내는 회의실, 편안하고 아늑한 라운지 같은 공간이 ‘직원 경험’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죠.”
_윤혜정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
중요한 건 ‘우리 회사에 맞는 경험’이에요. 윤혜정 부사장은 2024년 3월 미국 투어 경험을 떠올렸어요. 디자인 컨설팅사 아이데오IDEO와 함께 미국 기업 10여 곳의 사무실을 둘러봤죠.
에어비앤비는 들어서자마자 ‘에어비앤비다!’ 싶더래요. 마치 유럽 리조트에 온 것처럼 이국적인 가구와 화초가 자유롭게 놓여있었죠. 반대로 메타의 사무실은 정말 메타다웠대요. 비슷한 회의실에 똑같은 책상과 의자. 팀이 계속 변하니 규격화가 중요한 거예요.
“결국 사무실을 잘 만들려면 각 회사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해요. 퍼시스가 MZ 직장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도 같은 이유고요.”
_윤혜정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
이런 바뀌는 문화를 가구에 반영하려고 퍼시스는 노력하고 있어요. 카페처럼 열린 공간을 만들어주는 넓은 테이블 위야드(2022년 출시)나 임원들이 임원실을 벗어나도록 제안한 모션데스크 아비에토(2023년) 같은 제품들이죠.
결국 퍼시스가 전하려는 이야기는 단 하나예요. “사무실은 조직문화에서 출발한다.”
“손태희 사장님이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어요. ‘회사는 무엇을 남기는 걸까요?’ 제품은 바뀌어요. 사람은 그만두면 끝이고요. 회사가 남기는 건 딱 하나, 조직문화예요. 그 회사의 철학. 퍼시스는 그 조직문화가 사무실에서 드러나도록 돕는 회사고요.”
_윤혜정 퍼시스 사업전략총괄 부사장
롱블랙 프렌즈 C
조직문화를 담는 그릇이 사무실이라면, 퍼시스가 할 일은 더 다양해져요. 인테리어와 가구가 다가 아니거든요. 탕비실에 놓인 커피와 차, 사무실에 흐르는 음악에도 조직문화를 반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퍼시스는 가구 회사를 넘어설 준비를 분주히 하고 있대요.
롱블랙 피플, 여러분은 어떤 사무실을 꿈꾸시나요? 이 노트에서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캡쳐하거나 문장 스크랩을 활용해 인스타그램에 공유해보세요! 10명을 추첨해 여의도 퍼시스 커뮤니티 오피스 ‘한 달 무제한 체험권’을 선물할게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눌러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