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개 : 10을 준비하고 9를 버려라, 천만 영화 촬영감독이 선 넘는 법


롱블랙 프렌즈 B 

‘제2의 영화감독’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촬영감독이에요. 연출자의 의도를 현장 최전선에서 카메라로 구현해 내니까요. 빛과 어둠의 밀도는 물론, 1센티미터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알아차리는 ‘섬세한 감각’을 지녔죠.

오래전부터 이모개 촬영감독이 궁금했던 이유입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부터 「악마를 보았다」, 「헌트」까지. 그가 촬영한 영화는 매번 ‘박진감 넘친다’는 평가를 받아왔죠. 최근엔 「서울의 봄」과 「파묘」를 찍으며 ‘쌍천만 영화’의 숨은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가 손대는 영화에 대중이 호응하는 이유는 뭘까요. 호기심을 품고 이모개 촬영감독을 만났습니다. 곱슬곱슬한 스포츠머리에 구릿빛 피부, 진한 눈썹, 어두운 가죽 자켓 차림이 강하고 단단한 인상을 풍겼죠.



이모개 촬영감독 

‘뜨겁게 일할 줄 아는 사람.’ 영화인들이 말하는 이모개 감독입니다. 적당함을 모른다면서요. 

「놈놈놈」에선 달려오는 기차에 카메라를 들이박고, 「아수라」에선 자동차 뚜껑을 없앤 뒤 카메라를 넣어 운전자를 클로즈업했어요. 「서울의 봄」에선 조명 대신 손전등을 고집하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이 감독은 제작진과 배우를 설득하는 게 일상이라고 합니다. “한 번 해보자”고요.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그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다르게 할 수 있는데 안 하면, 저 자신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싫거든요.” 


Chapter 1.
죽은 쥐 앞에 놓은 꽃, 삶을 바꾸다

물론 카메라를 잡은 건 훨씬 전의 일이에요. 학생운동이 절정이던 1990년*, 부산대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간 이 감독은 우연히 사진 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대학생들은 정치체제 변화와 인권 보호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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