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2024년 한 해, 무엇이 제 삶을 크게 바꿨는지 돌아보다 놀랐습니다. 첫 번째가 AI였거든요. 지난 여름부터 AI가 보고서 자료를 찾고, 회의를 요약했어요. 해외로 보내는 이메일, 외국 자료도 모두 AI로 번역해 쓰고 읽었죠.
문득 두렵더군요. 10년 뒤엔 내 삶의 얼마만큼을 AI가 차지하고 있을까. 나는 준비가 되어있나. AI에 대해 기대감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는 건 아마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롱블랙팀이 카카오임팩트와 함께 ‘돕는 AI’란 제목으로 두 차례의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한 이유입니다. 카카오임팩트는 카카오 그룹의 공익 재단이에요. ‘돕는 사람, 돕는 기술’이란 미션을 품고 있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기술로 돕는 방법을 궁리해요.
*Round Table. 참석자들이 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원탁회의.
우리는 함께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AI 기술이 사회에 이롭게 쓰일 수 있을까.’
그리고 답을 냈어요. AI와 관련한 더 긍정적인 상상, 더 풍성한 대화가 필요하다고요. 세상을 바꾸는 일은 모두 멋진 상상에서 출발하니까요.
김승일 김주호 신종호 이수인
‘돕는 AI 라운드테이블’, 첫 번째 주제는 교육입니다. 우리의 질문은 이랬습니다. “과연 AI가 교육을 바꿀 수 있을까?”
교육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난제 중 하나예요. 입시 중심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고, 계층 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죠. 공교육은 힘을 잃어가고요.
원탁엔 네 명의 전문가가 둘러앉았습니다. 커뮤니티 기반의 기술 교육 스타트업 ‘모두의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승일 대표,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김주호 교수, 창의성 교육의 전문가인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그리고 누적 다운로드 1300만 회의 교육앱 ‘토도수학’으로 유명한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
이들은 “AI가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데 대체로 찬성했습니다. 다만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고 AI의 쓰임을 설계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컸습니다.
12월 4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세미나룸에서 진행된 세 시간 가량의 대화를 옮깁니다.
Chapter 1.
패러다임의 전환기, 지금 교육으론 안 된다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없을 직업, 필요 없을 지식을 위해 하루에 15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낭비합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무려 17년 전*에 한국을 방문해 한 말입니다. 지금의 교육은 나아졌을까요? 패널들은 모두 “그렇지 않다”며 현재 교육의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2008년 아시아태평양포럼 참석 당시의 발언
신종호 가장 큰 문제는 획일성입니다. 아이들을 시험 풀기로 줄 세우고, 중요한 시기를 다 놓치게 만들죠.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다시 공부하고요.
이수인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는 낙오했다’거나 ‘실패했다’는 감정 속에서 자랍니다. 이렇게 실패자를 만드는 문화가 저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미국에 살고 있는데요, ‘공부를 아주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어쩌면 교육 시스템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주호 교육의 목적이 너무 좁아서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한국에서’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달리죠. 지금은 더 먼 미래까지, 세계 시민으로 잘 살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데요.
저는 ‘한국형 인재’를 많이 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아이들보다 탁월한데, 삶의 목표가 다양하지 않습니다. 대개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나 ‘중산층의 삶을 유지할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삼아요.
김승일 동감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협력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요. 평생을 경쟁하고 평가 받으면서 자라니까요. 그러다 회사 들어가면 “협업 잘 해봐”라고 하는 거예요. 배운 적이 없으니 잘 안되죠.
미래엔 어떤 사람이 행복할까?
그렇다면 교육의 목적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패널들이 꼽은 핵심 키워드는 ‘사회적 영향력’과 ‘행복’이었습니다.
이수인 많은 엄마들은 ‘우리 아이를 어떻게 인재로 만들지’라고만 묻고,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지’라고 묻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미래에 행복해질까요?” 그 질문이 필요합니다.
신종호 교육학자 윌리엄 데이먼William Damon은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되, 그것이 사회적인 가치와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게 의미있는 삶을 만들어낸다는 거죠.
김주호 동감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쟁 구도 속에선 무언가를 얻으려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아야 하잖아요. ‘넷 플러스net plus’, 그러니까 존재하지 않던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늘어야 해요. 그럴 수 있는 역량을 교육해야 합니다.
김승일 그러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AI의 시대엔 상상만 자유롭게 해도, AI의 도움을 받아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이수인 모두에게 좋은 것을 만드는 사람, 사회의 망가진 것을 고치는 사람이 필요하죠. 그걸 추구하는 선한 마음을 이젠 가르쳐야 해요.
Chapter 2.
AI 시대에 필요한 건 설계자architect다
“우리는 20년 후에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컴퓨터, 코딩만 공부하다 보면 이뤄놓은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AI의 발전 속도를 봤을 때 앞으로는 인간이 코딩을 안 할 수도 있어요.”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최근 방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AI 시대엔 배워야 할 것이 달라진다는 거죠.
패널들도 동의했습니다. 특히 AI 시대에 가장 중요해질 역량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꼽았습니다.
김주호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이미 AI가 웬만한 주니어 엔지니어 수준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허탈함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이제는 어린 나이부터 아키텍트architect·설계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8살짜리 아이가 45분 만에 AI와 대화를 해가면서 챗봇을 만드는 영상을 봤어요. 그런 설계자의 마인드를 배워나가야 하는 거죠.
김승일 저도 가장 중요한 역량은 기획력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하게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기획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제주도에 가서 맛있는 차茶를 발견했다고 칠게요. ‘이걸 서울에서 한번 팔아볼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 뒤에 마케팅 문구를 만들고, 광고 디자인을 하는 건 AI와 함께 할 수 있고요.
신종호 사실 이제는 지식을 배운다는 게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어요. 지식은 일종의 소재이고, 그 소재를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죠. 스스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고민하고, 지치지 않고 도전하게 도와주는 경험을 전해야 해요.
이수인 그런 점에선 AI에게 교육의 목표를 심어주는 것도 필요해요.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 AI가 목표에 맞게 맞춤형 도움을 줄 수 있겠죠.
Chapter 3.
새로운 교육 : 첫 단추는 ‘재미’다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 출발은 무엇일까요? 패널들은 “출발은 재미여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일단 재미가 있어야 호기심이 생기고, 그래야 고민으로 이어진다는 거죠.
김승일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해선 안 돼요. 내가 재미있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진짜 공부가 됩니다.
모두의연구소는 막 코딩을 배우러 온 사람에게도 이론 수업을 하지 않아요. 게임부터 만들어보게 하죠. 가위바위보 게임 같은 건 아주 간단한 코드만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일단 재미를 느끼면 더 복잡한 게임에 도전하게 되고, 저절로 코딩을 배우는 거죠.
김주호 맞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아이들 수영 교육을 본 적이 있어요. 우리는 발차기부터 배우잖아요. 거기는 일단 아이들을 물속에 빠뜨리더라고요. 생존 수영을 가르치는 거죠. 왜 배우는지 알아야 재미를 느끼고, 다음 단계에 도전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이수인 탄자니아에서 학교에 다녀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태블릿을 준 적이 있는데요, 아이들이 다 같이 모여서 떠들면서 문제를 풀어요. 혼자 공부하고 시험을 치는 개념이 없으니까요. 그때 보니 교실이 시끄러울수록 아이들이 더 빨리 배우더라고요.
‘흥미 중심의 교육’은 스탠포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이하 HAI)도 중시하는 부분입니다. 2023년 ‘학생 친화그룹student affinity group’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전공과 상관없이, 같은 주제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이 모여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예요.
라운드테이블의 패널들은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의 호기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승일 선생님의 호기심을 죽이지 않는 게 중요해요. 지금의 학교와 학원에선 창의적인 활동을 하면 부모님들이 항의하죠. ‘왜 답을 알려주는 교육을 하지 않느냐’면서요. 결국 선생님들은 호기심을 내려놓고 빨간펜을 들게 되는 거예요.
미래의 교육 현장에선 AI가 선생님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채점하거나 단순한 답을 전달하는 교육은 AI가 잘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 싱가포르 교육부는 2023년 6월부터 전국 학교에 AI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요. AI가 선생님 대신 학생의 과제를 봐주는 겁니다. 그럼 선생님은요?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돼요.
Chapter 4.
AI 튜터 : 레벨 맞춤에서 흥미 맞춤으로
교육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흥미’. 그렇다면 AI가 이 흥미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패널들은 모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AI로 인해 가능해질 ‘초개인화 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김승일 AI 교육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콘텐츠 맞춤’이에요. ‘난이도 맞춤’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죠.
가령 공부를 싫어하고 오토바이 타는 것만 좋아하는 학생이 있다고 쳐볼까요. 미술 시간에 이 학생에게 “오토바이를 예쁘게 꾸며 보라”는 과제를 주면 어떨까요? 영어 시간엔 오토바이에 대한 글을 영어로 읽게 하고요. 학생들이 각자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른데, 우리는 지금까지 똑같은 교재로 가르쳐왔잖아요.
이수인 동의합니다. 앞으로는 AI가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목표를 제시하고 커리큘럼을 짜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음악가가 되고 싶은 아이, 웹툰 작가가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 “이번 달엔 무엇을 배우고, 그 다음 달엔 무엇을 배워보자”는 제안을 할 수 있는 거죠. 지금까지는 교사가 이런 역할을 해주지 못했어요. 25명의 아이 한명 한명의 미래를 따로이 설계해 줄 수 없으니까요.
이런 미래,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의 적성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진로 상담을 해주는 AI 서비스는 이미 나와 있어요. 호주의 진로 상담 서비스 ‘마이커리어매치MyCareerMatch’는 2024년 AI 튜터 ‘MCM AI’를 내놨어요.
이 서비스를 만든 네이선 채인즈먼Nathan Chanesman 대표는 “진로 상담이 개인화될수록 아이들의 고민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서 ‘나는 누가 되고 싶은가’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신종호 기존에 AI 교육 서비스는 CBT, 컴퓨터 기반 테스트Computer-Based Testing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문제를 풀게 하고 틀린 유형을 다시 풀게 하고. 이런 식의 지식 학습으로는 AI를 제대로 활용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배우게끔 해야 해요. AI가 이 과정을 지원해야 하고요.
김주호 AI 튜터만 놓고 보면, 학습자는 수동적인 역할이 됩니다. 의미 있는 교육은 아니죠. 대신 관점을 바꿔 ‘AI가 학습자가 될 수 있을까?’ 질문해 볼 수 있어요.
가장 능동적인 교육은 ‘러닝 바이 티칭Learning by teaching*’이에요. 아이들이 선생님이 되어 가르쳐가며 배우는 거죠. 문제는 ‘들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에요. 듣고 질문하고 맞장구쳐줘야 가르치는 의미가 있거든요. 이 역할을 AI가 대신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학생이 수업 전체나 일부를 준비하고 가르치도록 하는 방법을 말한다.
Chapter 5.
새로운 역량 : 개인전이 아니라 2인3각으로
“AI 시대에도 사람은 일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패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오히려 사람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커질 거라고 했죠. 중요한 건 AI와 함께 뛸 수 있는 능력입니다.
우리는 아직 AI 활용법을 1%도 배우지 못한 상태입니다. AI에게 “수학 문제를 내줘”라거나 “이 영단어 뜻이 뭐야”라고 묻는 건 너무 일차원적인 활용법이라는 거예요.
이수인 지금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주는 법조차 모릅니다. 아이들의 역량에 한계를 두기 때문이에요. AI를 활용한다면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교향곡을 작곡해 보라”고 하거나, “너만을 위한 사전을 만들어 보라”고 숙제를 내줄 수도 있어요. ‘일주일에 A4 한 페이지 분량 리포트’ 같은 숙제 대신, 더 커다란 공부를 돕는 게 가능해질 거예요.
자연히 선생님을 돕는 에듀테크 서비스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교육 콘텐츠를 자체 생성하는 ‘큐리팟’이 대표적입니다. AI 생성기로 투표나 단어 클라우드 같은 대화형 수업 교재를 만들어줘요.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 어쩌면 AI를 만드는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건 ‘마인드셋’이라고 패널들은 강조했습니다.
김승일 언론이 AI와 사람을 편 가르기 하는 면이 있어요. AI가 사람보다 똑똑하다고 표현하니 무력감을 느끼는 거죠.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자동차보다 빨라지려고 노력하거나, 계산기보다 더 정확해지려고 노력하지는 않거든요. 마찬가지로 AI와 경쟁하는 구도로는 AI와 팀플레이를 할 수가 없는 거죠.
김주호 자동차라는 기술이 도입됐을 때 모두가 자동차를 만들어 성공하는 게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도로를 깔고, 누군가는 자동차를 이용해 운송이나 물류 사업을 하죠.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모두가 AI를 만드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고, AI를 활용하는 법을 궁리하고 서로 가르쳐야 해요.
Chapter 6.
새로운 문제 : 과의존과 합의
교육을 함께 바꿀 AI,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아이들에게는 ‘실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신종호 교수는 특히 강조했어요.
신종호 아이들은 아날로그적 경험을 충분히 쌓아나가야 합니다. 디지털 콘텐츠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사고력과 판단력, 사회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유럽의 나라들은 그래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고요. 특히 AI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어려운 아이들은 AI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AI를 비판적으로 사용하는 능력, AI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이 AI 활용 교육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김승일 AI를 잘 활용하느냐, AI에 종속되느냐는 다른 문제예요. AI를 비판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하죠. AI는 앞으로 수많은 산업에 자연스레 스며들 거예요. 소위 돈이 되는 산업에서는 양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죠.
다만, AI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누군가가 가르쳐줘야만 합니다. 그게 AI 교육의 질적 성장을 가를 겁니다. 지금도 청소년들이 알고리즘 추천에 지나치게 의존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AI를 활용해선 안 되는 거죠.
김주호 저는 두 가지가 특히 걱정됩니다. 사람들이 AI에 너무 의존하는 과의존증, 또는 AI로 인해 스스로 생각하는 걸 멈추는 무기력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I가 학생들의 호기심을 키워주고, 학생들의 그릇을 키우려면 세심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스탠포드 대학교 인간중심AI 연구소HAI에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을 위한 크리틱 교육 과정 ‘크래프트CRAFT’가 있다고 해요. AI를 이해하는 데에서 나아가, AI에 의문을 던지도록 돕죠.
크래프트가 다루는 주제들을 볼까요? ‘ChatGPT는 표절인가?’, ‘AI는 전쟁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까?’, ‘알고리즘 편향은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자못 진지한 토론 거리들입니다. 이들은 이 질문들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의견을 써보게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교육의 목적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AI가 우리 교육을 다 바꿔줄 거라고 기대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AI 시대라는 흐름을 무시할 수도 없죠. 그래서 ‘건강한 AI 교육’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고 해요.
이수인 가장 시급한 건 AI 교육에 대한 합의입니다. AI로 교육의 어떤 점을 고칠 것인지, 또 AI로 고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합의를 해야 해요.
AI 교재로 몇 개의 영단어를 외우는지보다, AI가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를 도울 수 있을지, 아이들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줄지와 같은 더 큰 차원의 목표가 필요합니다. 목표가 없으면 AI는 교육을 변화시킬 수 없어요. 양육자가 변하지 않고, 교사가 변하지 않고, 정책이 변하지 않으면 AI 하나로 큰 변화가 절대 찾아올 수 없습니다.
신종호 혁신이란 건 단지 새로운 기술이나 제도를 도입하는 게 아니란 말이 있죠. 새로운 기술과 제도를 통해 그 본질의 일이 강화될 때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겁니다. 교육에 AI를 도입하는 게 목표가 돼선 안 됩니다. AI를 통해 교육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롱블랙 프렌즈 B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늘 오갔습니다.
네 연사가 라운드테이블에서 논의하는 모습을 보며, ‘이번엔 조금 다를까’ 하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어쩌면 AI가 이 해묵은 난제를 풀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하고요. 물론 우리의 생각과 목표부터 달라져야겠지만요.
롱블랙 피플, 저희가 준비한 ‘돕는 AI 라운드테이블 : 교육 세션’, 어떠셨나요. 라운드테이블을 주관한 카카오임팩트의 목표가 궁금한 분은, 이 링크를 눌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