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는 AI 라운드테이블 2 : AI가 마음을 보살필 수 있을까, 4인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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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K 

요즘 챗GPT를 친구 삼는 이들이 많다고 해요. “나 중요한 발표가 있어, 너무 떨려.”, “상사와 안 맞는데 어떡하지?” 하고 마음을 털어놓으면, 챗GPT가 위로나 조언을 해준다면서요.

얼마나 친구가 없으면 AI에 마음을 기대냐고요? 그렇지 않아요. 전문가들은 ‘AI 상담’ 유행을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이라 분석합니다. 가까운 사람에겐 말 못 할 고민을, 낯선 이에겐 편히 털어놓는 현상이죠.
*미국 심리학자 지크 루빈Zick Rubin이 1975년 자신의 논문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  

문득 궁금했어요. 먼 미래엔 AI가 우리의 마음 건강도 책임지게 될까요? 롱블랙팀과 카카오임팩트*가 ‘돕는AI 라운드테이블**’의 두 번째 주제로 ‘마음’을 꺼낸 이유죠. ‘돕는 사람, 돕는 기술’이란 미션을 품은 카카오임팩트와 롱블랙은 함께 물었어요.
*카카오 그룹의 공익 재단.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을 기술로 돕고자 비영리 활동을 벌인다.
**Round Table. 참석자들이 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회의.

“마음이 평온한 사회를 위해, AI가 할 역할이 있을까요?”



정혜신 류석영 김병훈 정경미

쌀쌀한 바람이 불던 연말의 아침, 강남의 한 세미나룸에 네 전문가가 모였어요. ‘거리의 치유자’로 불리는 정신건강 전문의 정혜신 박사, 인간을 돕는 AI를 교육하는 카이스트 전산학부장 류석영 교수, AI 심리 상담 챗봇 개발연구를 진행 중인 연세대 심리학과 정경미 교수, 그리고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의학과 전문의이자 뇌공학을 공부한 김병훈 교수. 

이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해왔다는 것. 그리고 최근 AI를 놓고, 깊은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것. 바로 ‘어떻게 마음 건강을 AI로 돌볼 수 있을까?’라는 궁리죠.

객석을 바라보고 반원 형태로 앉은 패널들, 문득 누군가 이런 제안을 했어요.

“우리 그냥 둥그렇게 앉아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얼굴을 마주 보고 싶어요.”

다 함께 일어나 테이블과 의자를 옮겼어요. 동그랗게 둘러앉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며 대화를 시작했죠.

‘돕는 AI 라운드테이블’ 마음 세션을 함께한 네 명의 패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류석영 교수, 정혜신 박사, 김병훈 교수, 정경미 교수. ⓒ롱블랙

Chapter 1.
우리의 마음은 전시 상황이다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들 합니다. 우리 삶은 과거보다 풍요롭고, 마음 건강에 대한 지식은 깊어지는데도요. 네 패널은 “보통 상황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어요. 

류석영 자살률만 봐도 문제가 심각하단 걸 알 수 있어요. 한국이 자살률 1위가 된 지도 오래인데, 그 수치는 더 나빠지고 있거든요. 우리의 마음 건강이 위험하다는 증거죠.

슬프게도 익숙한 지표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한국의 자살률은 2003년부터 20년 넘도록 1위예요. 10만 명당 27.3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죠. 

팬데믹 이후엔 더 심각합니다. 2023년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3978명. 전년 대비 8.3%(1072명)나 늘어났어요*. 패널들은 이를 ‘전시戰時 상황’에 비유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 통계’.

정혜신 거의 심리적 전시 상황이에요. 매년 1만 명 넘는 사람들이 죽고 있잖아요. 자살자 수만 보면 안 돼요. 한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 주변의 일곱 명이 심리적 붕괴를 경험하고, 수십 명이 깊은 우울에 빠져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몰려있는 거예요.

김병훈 병원에 있으면 더 잘 체감됩니다. 환자분들이 빠르게 늘고 있어요. 어찌 보면 인식이 개선된 덕도 있겠죠. ‘내가 마음이 아프다’는 걸 깨닫게 된 분들이 많아졌으니까요.


스마트폰에 고립되고, 스마트폰에 위로받다

우리 사회 마음의 병, 근본적인 문제를 짚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정혜신 경쟁이 너무 심한 사회예요. 집 밖에서만 그런 게 아니에요. 가족 간에, 형제간에도 경쟁을 하고 비교를 당해요. 그 과정에서 늘 분노와 억울함이 쌓여있어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니까, 무언가를 성찰할 시간도 없죠. 그래서 심리적으로 성숙해지지 못하는 거예요. 

대여섯 살에 미적분을 푸는 천재는 있지만, 그 나이에 삶을 성찰하고 심리적 성숙을 이루는 존재는 없어요. 시간이 필요한 일인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경쟁하는 사회에선 어른도 그게 어려워요. 

류석영 경쟁에서 잘 해내는 사람도 언제까지나 경쟁을 계속할 순 없어요. 우리 학생들도 학창 시절 내내 치열하게 경쟁했기 때문에, 대학에 오면 지쳐버려요. ‘너무 열심히 했다’, ‘더는 못 하겠다’는 거죠. 마음이 견디질 못하는 거예요. 

기술의 발전이 마음을 병들게 하기도 합니다. 마음 병의 큰 원인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라는 겁니다.

정경미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체면 문화’예요. 남의 시선으로 자신을 평가하죠. SNS 때문에 이 문제가 더 심해졌어요. 서로 어떻게 사는지 너무 잘 보이니까요. 남들은 잘 사는 것 같고, 나는 늘 초라해 보이죠.

김병훈 동의합니다. SNS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을 알게 됐어요. 예전엔 같은 반, 같은 동네 친구가 내 세계의 전부였거든요. 비교와 경쟁도 그 안에서만 했어요. 지금은 만인 대 만인의 경쟁 사회예요.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 거죠.

정경미 더 큰 문제는, 스트레스에 대한 코핑 스킬(coping skill·대처기술)이 없단 거예요. 대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뭘 하느냐”고 물으면 답변이 다 같아요. 스마트폰 보기.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든지, 다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질 않죠. 

패널들은 이제 “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쓸 때가 됐다”고 말합니다. 기술이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다면서요.

정혜신 디지털에서도 ‘정서적인 터치’를 느낄 수 있어요. 정말 마음이 힘들 때, SNS 댓글 하나에 위로를 받기도 하거든요. 친구나 가족에게 못 받는 위로를, 스마트폰 속에서 받으며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도 있어요. 기술이 마음 건강을 도울 수도 있는 거죠.

사회 곳곳의 트라우마 현장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거리의 치유자’ 정혜신 박사. 한국 사회의 마음 건강을 ‘전시 상황’에 비유한 그는, 기술이 해결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롱블랙

Chapter 2.
심리 상담사가 된 AI  

세계적 인공지능 전문가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인터뷰집 『초예측』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미래의 인공지능을 설계할 때 그 기질이 우리의 것과 딱 맞아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초지능의 사고를 인간의 가치나 의지에 부합하게 형성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AI를 ‘마음 건강’에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네 명의 패널은 입을 모아 말했어요. “AI가 마음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요. 

AI가 심리 상담에 나선 건, 이미 7~8년 전입니다. 대표 서비스로 미국의 ‘워봇Woebot’이 있어요. 2017년 론칭한 심리 상담 챗봇이죠. 지금은 135개국 사용자가 워봇과 매주 약 200만 건의 상담을 해요. 

이런 식이에요. “여행을 준비하는데, 비행기를 놓칠까 봐 계속 불안했어”라고 말하면, 워봇이 물어요. “혹시 불안과 걱정의 차이를 아세요?” 머릿속만 시끄러웠는지, 몸이 불편할 정도였는지를 파악하죠. 그리고 상황에 맞는 조언을 건네는 거예요.


질문 : 정말 AI에게 위로받을 수 있는가?

워봇의 활약, 질문이 바로 떠오릅니다. 

“AI가 정말 공감할 수 있나요? 공감하는 척하는 것 아닌가요?”

공감은 심리 상담의 ‘기본’이에요. AI는 사람처럼 공감하지 못할 텐데, 그런 심리 상담은 빈 껍데기가 아닐까요? 패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정경미 상담에서 중요한 건, ‘내담자*가 공감받았다고 느끼는가’예요. 상담자가 진짜 공감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죠. 상담자가 매뉴얼대로 공감을 표현하더라도, 내담자가 위로를 받았다면 그건 효과적인 상담이에요.
*상담을 받는 사람. 

류석영 동의합니다. 사실 사람도 공감이 힘들잖아요. 공감의 1단계가 ‘들은 말 그대로 반복해 주기’라는데, 그것조차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렇다면 뻔한 공감의 반응이라도 보이는 AI가 도움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정혜신 박사는 “AI가 상담의 100%를 책임질 순 없다”고 말합니다.

정혜신 심리 치료는 말로 하는 정교한 수술이에요. 환자와 손잡고 병소를 찾아들어가는 과정이죠. 그 과정이 곧 이해와 공감이에요. 단순히 “너무 힘드시겠어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부족해요. 그런 의미에서 AI는 ‘깊이 있는 상담’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다만 저도 제 상담 방식을 AI에게 가르치고 있어요. 마음 건강은 전시 상황이라고 했잖아요. 도울 사람이 부족해요. AI가 수술은 못 해도 응급 CPR은 할 수 있다고 봐요.

김병훈 같은 생각입니다. 병원에서 진료하다 보면 안타까워요. 예약이 많으니 환자 한 명에게 5분을 채 못 쓰거든요. WHO에 따르면 세계 인구 10만 명당 정신 건강 종사자 수는 겨우 13명입니다. 도움을 못 받는 이들에겐, AI가 대안일 겁니다. 


Chapter 3.
상상 ① : 표정과 눈빛을 가진 AI가 나온다면?

아무리 AI가 ‘위로의 달인’이 되어도,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 있습니다. ‘감정 교류’예요. 

심리 상담에는, 말뿐 아니라 눈빛과 표정·목소리도 중요합니다. 류석영 교수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어요.

류석영 마음이 힘든 학생을 겨우 설득해 병원에 보냈어요. 다녀왔는데 표정이 좋지 않더라고요. “어땠어?”라고 물으니 “의사 선생님이 바쁜지 모니터만 보시더라고요”라는 거예요. 그 학생 눈을 가만히 들여다봤어요. 그러니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고요. 

류 교수의 이야기는 이런 상상을 불러일으켰어요. “AI에 눈빛이나 표정이 있다면, 더 유능한 상담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정경미 심리 상담 치료자들은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한 모든 치료에서 눈도 마주치고 표정도 지으며 치료해요. AI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치료 효과가 더 커질 거라 예상해요.
*왜곡된 인지(생각)를 수정해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바꾸는 심리치료법. 우울증을 포함한 다수의 정신장애에 효과적이라고 밝혀진 근거 기반 치료다. 

김병훈 AI는 빠르게 멀티모달 모델Multimodal Model*로 확장 중이에요. 텍스트뿐 아니라, 소리나 이미지까지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 발달하는 거예요. 어느새 자연스러운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조만간 자연스러운 눈빛이나 표정을 보이게 될 겁니다.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함께 고려해 데이터 간의 관계성을 배우고 처리하는 인공지능. 

눈빛으로 나를 위로하는 AI, 이른바 ‘감정 AIEmotion AI’ 기술입니다. 사람의 표정, 목소리, 말 등을 분석해 감정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반응하죠. 

이미 오픈AI는 2024년 9월 챗GPT에 ‘어드밴스드 보이스Advanced Voice기능’을 도입했어요.  

사용자의 목소리 톤과 속도, 제스처를 읽고 감정을 파악하죠. 챗GPT의 목소리에도 점점 감정이 실리고 있고요.

AI 로봇에 감정 표현을 가르치는 연구도 한창입니다. 2024년 12월 오사카대 연구진은 ‘동적 표정 합성 기술’을 적용한 로봇을 공개했어요. 동적 표정 합성 기술은 눈 깜빡임, 호흡, 눈썹 움직임, 고개 기울임 등 표정을 세분화해 각각 개별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에요. 로봇이 ‘졸린’ 상태라면, 눈은 서서히 감기고 하품을 하느라 입이 벌어졌다가 닫히기도 하고 고개도 조금씩 움직이는 식이죠. 

기존 로봇들은 사전에 입력된 정적인 표정을 지었어요. 놀람을 표현할 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는 거죠. 동적 표정 합성 기술은 경직된 표정에서 오는 어색함을 없앤 거예요. 

이런 연구들이 계속된다면, 사람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람처럼 표정을 짓는 AI도 곧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정경미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생성형 AI 기반의 심리 상담 챗봇 개발을 연구 중인 그는 “AI가 실제 사람과의 상담처럼 비언어적 요소를 쓸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 말한다. ⓒ롱블랙

Chapter 4.
상상 ② : AI가 ‘예방 전문가’로 활약한다면?

AI의 역할을 살짝 비틀어보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이미 다친 마음을 놓고 상담할 게 아니라, 마음의 병을 미리 막게 하자는 거죠. 일종의 ‘예방 코치’인 셈이에요. 

정경미 마음건강은 예방이 치료만큼 중요해요. 이때 AI가 활약할 수 있어요. 마음이 아파 상담사나 의사를 찾기 전에, AI가 미리 조짐을 읽고 도움을 주는 거죠.

디지털 피노타이핑Digital-Phenotyping*이란 기술이 있어요. 디지털 기기로 사용자의 행동이나 생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거예요. 이 데이터를 AI가 분석하면, 우울이나 중독의 조짐을 미리 발견할 수도 있는 거죠.
*피노타입Phenotype이란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이 상호작용해 발현된 개인의 특성. 디지털 피노타이핑은 디지털 기기 사용 패턴에 드러난 개인의 상태나 특성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가령 AI가 내 걸음 수와 GPS를 확인하고선 말을 거는 거예요. “너 3일 동안 밖에 안 나간 거 같은데, 오늘은 나가서 영화 한 편 보지 않을래?”라고요.  


24시간 나를 챙기는 ‘루틴 비서’

이런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 마음 건강엔 ‘루틴’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류석영 교수는 “건강한 루틴은 마음 건강의 열쇠”라고 표현했어요.

류석영 학생들을 지켜보며 깨달았어요. 수업에 나가고 밥을 먹고, 이런 일상의 루틴이 하나씩 깨지면 결국 마음이 무너지더라고요.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다음 수업에 나가보는 것’이에요. 성적을 잘 받겠다는 생각보다, 일단 출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면에서 빅스비나 시리 같은 ‘AI 비서’도 도움이 될 겁니다. 24시간 사용자 곁에서, 매일의 루틴을 지켜보니까요.

김병훈 루틴이 중요한 건 불안을 줄여주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불안을 느껴요. 내 하루에 루틴이 있어 예측 가능하다면 불안할 일이 적어지는 거죠.

만약 AI의 도움으로도 루틴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AI가 “전문가를 찾아가라”고 안내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은 분이 ‘겨우 이 정도로 병원에 가도 될까’라고 망설이곤 하거든요. AI가 먼저 제안한다면 그 문턱이 낮아지겠죠.  

AI는 ‘수면 루틴’ 분야에서도 맹활약 중입니다. 과거엔 수면 패턴을 읽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치료사’ 수준이에요. 숨소리만으로 ‘수면 무호흡증’을 진단하거나, 코골이가 심하면 베개에 공기를 불어 넣어 고개를 돌리게 만들죠.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김병훈 교수는 “AI가 일상 루틴을 도와준다면,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틴이 일상의 불안을 잠재우고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롱블랙

Chapter 5.
상상 ③ : AI의 연결로 사람이 더 친해질까?

마음을 보살피는 AI, 꼭 사람과 직접 소통해야 할까요? 패널들은 “AI가 좋은 친구를 이어줄 수도 있다”고 제안했어요. 좋은 관계가 마음 건강에는 중요하다는 거죠. 

류석영 AI가 성격이나 관심사 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사람을 분류한 뒤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할 때, 위로받잖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AI가 사용자에게 그날의 기분이나 관심사를 묻고 분석하는 거예요. 그리고 교집합을 가진 사람을 묶어 대화방을 열어주는 거죠. ‘공부하다 지친 사람들’ 같은 식으로요.

상상해 봅니다. 트레바리가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성향을 AI로 분석하고, 넷플연가가 내 취향과 잘 맞는 사람과의 모임을 주선해 준다면? 

실제로 그런 AI 서비스가 있습니다. 2017년 이스라엘에서 시작한 소셜 건강 플랫폼 위즈도Wisdo가 대표적이에요. 100만 명 이상이 쓰고 있죠.  

위즈도는 이용자의 경험과 감정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을 찾아 1대 1 채팅창을 열어주죠. 가족을 간병 중인 사람끼리 잇는다거나, 당뇨를 앓고 있는 이들을 이어주는 식이에요. 이들은 서로 고충을 털어놓고 조언을 나누죠. 연결된 사람들의 92%가 대화를 이어간다고 해요.    

하지만 이런 커뮤니티, 소통이 서툰 사람에겐 부담이잖아요. 정혜신 교수는 “대화에 서툰 사람도 AI가 도울 수 있다”고 제안해요.

정혜신 AI를 연구하며 이런 상상도 해봤어요. 엄마가 아이와 대화한 후에 녹음본을 올리면, AI가 그 대화를 분석해서 더 좋은 소통법을 조언해 주는 거예요. ‘‘이땐 화를 내지 말고 아이에게 이유를 듣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식이죠. 우리가 보다 더 성숙하게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AI가 도와줄 수 있어요. 

먼 미래가 아닙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코칭하는 AI 서비스는 이미 나왔어요. 2017년 미국에서 출발한 클로버리프Cloverleaf죠. 매달 100만 명이 쓸 정도로 인기죠. 2024년 730만 달러(약 106억원)의 투자도 유치했고요.

클로버리프는 팀원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분석한 뒤, 효과적인 소통을 제안해요. 예를 들어, 특정 팀원과의 미팅 전 AI가 조언을 해줍니다. “그 팀원과는 직설적으로 소통하는 게 효과적이야” “그 팀원은 친근하게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게 중요해” 같이요.

정경미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건강하게 연결되고 소통해야 해요. AI가 마음 건강을 돕는다면, 이 역할이 가장 중요하단 걸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행복이란 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데서 나오거든요.


Chapter 6.
‘빈자리를 채우는 AI’가 필요하다

AI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죠. 하지만 패널들은 “분명히 할 게 있다”고 말합니다. AI의 활동 무대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거예요. AI가 마음 치료 분야의 ‘조력자’라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거죠.

정경미 AI는 도구예요. 도구는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거죠. 사람을 대체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요. 도구는 필요한 만큼 발전시켜서 쓰면 돼요. AI가 어디까지 발전하느냐는 우리가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에 달렸어요. 

류석영 마음 건강이 안 좋을 때 사람이 보살펴주면 가장 좋겠죠. 그런데 그게 늘 되는 게 아니잖아요. 심리 상담을 받을 돈이 없을 수도 있고, 도시에 살지 않아 상담사를 만날 수 없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빈틈을 채우는 데 AI 기술이 꼭 필요할 거예요.

특히 AI가 ‘공감하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게 패널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AI가 우릴 대체할까?’라는 질문보다, ‘AI가 우리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어요.

김병훈 AI가 아무리 사람과 똑같아진다 해도 ‘이건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우리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사람에게 갖는 감정과 AI에게 갖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사람이 해서 효과적이었던 소통법을 AI가 했을 때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요.

정혜신 마음의 병을 앓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를 상담한 적이 있어요. 늘 전문가에게 충분한 설명을 못 들었다고 느끼셨더라고요. 3시간 가까이 그분의 모든 질문을 듣고 천천히 답해드렸어요. 지치지 않고 답해주는 AI처럼요.

그분이 “안개가 갠 느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선 마지막에 질문하셨죠. “이제 모든 걸 이해했어요.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 아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만이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절박함과 진심, 사랑을 바탕으로 내려야 할 결정은, 아직은 AI가 답할 수 없으니까요.

카이스트 전산학부장 류석영 교수는 AI의 개발 목적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다 채울 수 없는 빈틈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K 

“마음 건강을 돕는 AI는 이제 시작 단계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패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만큼, 조심스러운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AI에게 우리 마음을 터놓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테죠.

하지만 네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생각보다 머지않은 미래가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사회의 마음의 병은 너무 심각하고, 그만큼 절박하고 간절하게 AI의 도움을 청하는 이들도 늘고 있으니까요. 

롱블랙 피플, ‘돕는 AI 라운드테이블’의 두 번째 세션 어떠셨나요? 라운드테이블을 주관한 카카오임팩트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은, 이 링크를 눌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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