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브랜드 리더들을 직접 만날 기회, IGDS 서울
롱블랙 특별가로 만나보세요
자세히 보기
세계 브랜드 리더들과의 만남, IGDS 서울

칼디커피팜 : 일본 찾는 한국인 여행객, 왜 돈키호테 대신 이곳에 갈까


롱블랙 프렌즈 K 

요즘 ‘보물찾기형 쇼핑’을 제안하는 식료품점이 뜨고 있다는 것, 아셨나요? 

이곳에선 미로 같은 길에서,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찬 물건을 헤집게 만들어요. 고객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다면? SNS에 ‘이건 처음 보지?’하며 공유하죠. 

이 식료품점의 정체는 칼디커피팜カルディコーヒーファーム(이하 칼디). 1986년 시작한 일본의 커피 원두·수입 식료품점이에요. 2025년 기준 일본에서 5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죠. 요새 일본 여행객 중에선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 대신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해요!
*1980년 시작한 일본의 할인 잡화점 체인. 

39년 된 브랜드를 지금 주목하는 이유는 세 가지예요. ① 연 2500억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 매출 기록* ② 한국 여행객 사이에서의 입소문 ③ 리테일 업계의 관심.
*2024년 12월기 누적 연결 매출액 265억2800만 엔(약 2493억원).

삼박자를 갖춰 지금 가장 주목받는 식료품점으로 불리죠. 어떻게 가능했는지, 한번 들어보실래요?


Chapter 1.
도쿄의 원두 도매상, ‘남다른 판매법’을 실험하다

칼디의 모회사는 카멜 커피キャメル珈琲. 전 세계의 커피 생두를 수입, 로스팅해 카페에 납품하는 도매 기업이었어요. 1977년 커피 애호가 오다 노부오尾田信夫가 도쿄에서 시작했죠. 

커피는 1970년대 일본에선 사치품으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오다에겐 확신이 있었어요.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자연스레 커피 수요가 늘 거라는 걸요. 예상은 1980년대에 적중했어요. 버블 시대와 함께 커피 붐이 일어난 거예요.

오다도 이 흐름을 타고 승승장구했어요. 도쿄의 카페들이 카멜 커피의 원두를 몽땅 사 갔죠. 그런데 1986년, 오다는 수익 모델을 한 번 더 바꿨어요. 일반 소비자에게 로스팅 원두를 직접 팔기로 한 거예요. 카페 유행 다음엔 홈 로스팅이 유행할 거라 내다봤거든요.

칼디의 모회사 ‘카멜 커피’는 1977년 원두 수입·유통 회사로 시작했다. 홈 로스팅 시대에 맞춰, 20~30가지의 원두를 소비자에게 직접 팔았다. Ⓒ칼디커피팜

커피를 즐긴다면? 해외 음식도 좋아할 것

그래서 세운 게 커피 원두 중심의 식료품점 ‘칼디커피팜*’이에요. 30가지 원두를 파는 동시에, 커피와 ‘함께 먹을 만한’ 음식을 진열한 거예요. 오다 생각에 커피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해외 식품에도 관심이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에티오피아 전설 속 염소지기 칼디Kaldi에서 따왔다. 칼디는 염소들이 커피 체리를 먹고 힘내는 모습을 보며, 커피의 각성 효과를 발견한 최초의 인물로 구전되고 있다.

처음엔 몇 가지 수입품을 원두 매장 한구석에 진열했어요. 이탈리아산 트러플 소금부터 인도산 커리, 프랑스산 치즈, 스페인산 올리브유 같은 거였죠. 그런데 오히려 이쪽에서 반응이 터졌어요. 손님들이 “아예 식료품 매장을 따로 내달라”고 제안한 거예요.

그렇게 칼디는 도쿄를 중심으로, 해마다 매장을 하나씩 열기 시작했어요. 한쪽에선 원두를, 다른 한쪽에선 해외 식료품을 파는 ‘복합적인 경험’을 주면서요. 칼디의 슬로건도 “해외여행 갈 것 없이, 여기서 모두 경험하자”였죠.

“식료품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서울에서 그로서리 스토어 ‘보마켓’을 운영하는 유보라 대표는 말해요. 칼디가 제안한 이국적인 경험이, 현지인에게 신선한 인상을 줬을 거라는 뜻이죠. 유 대표는 과거 일본에 살았을 때, 칼디를 자주 방문한 단골이기도 했죠. 

“슈퍼마켓에서 장 보는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에게, 칼디커피팜은 비일상의 즐거움을 제안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평소엔 보지 못한 물건이 진열대에 펼쳐져 있으니까요.”
_유보라 보마켓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카멜 커피는 1986년부터 수입 식료품 사업을 전개, 1996년 식품 수입 전문사 ‘오버시즈’를 설립하며 일본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칼디커피팜

Chapter 2.
커피 시음으로 고객을 묶어, 객단가를 높이다

칼디가 더 많은 사람을 품은 건 1990년대부터예요. 초기 칼디는 소위 여유 있는 중산층에 어필했다면, 그 뒤엔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 해외 식료품이 낯선 사람에게도 다가가기 시작했죠.

고객 확보의 핵심 전략, 다름 아닌 커피 시음이에요. 아니, 평범한 마트도 시식이나 시음은 다 하지 않냐고요? 칼디는 달라요. 상품을 팔려는 게 아니라, 머물게 하기 위한 목적이죠.

시작은 1992년 여름이었어요. 평소처럼 매장을 운영해도, 손님이 좀처럼 오지 않았죠. 폭염이 절정이었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도 적었거든요.

부진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오다, 매장을 찾는 손님에게 아이스 커피를 나눠줬어요. 이게 입소문이 나, 일부러 매장에 찾는 사람이 생겨났죠. 간단한 해결책 덕분에, 매출은 두 달 만에 2배 넘게 뛰었대요.

여기서 힌트를 얻은 오다, 1992년 커피 시음을 칼디의 필수 서비스로 지정했어요. 두 가지 효과를 노렸죠. 

칼디는 행인들이 자주 오가는 거리에 매장을 열었지만, 일상적으로 찾을 만한 슈퍼마켓이 아니었기에 고객을 끌어들일 돌파구가 필요했다. Ⓒ칼디커피팜

고객을 ‘커피 애호가’로 키운다

원래 칼디는 커피를 잘 아는 애호가들이 자주 찾았어요. 입맛에 맞는 원두를 사 가기 편했으니까요. 하지만 애호가만 상대하는 브랜드는 규모를 키울 수 없죠. 

만약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이, 칼디에서 우연히 다양한 향의 커피를 접한다면? 잠재적인 커피 애호가를 키울 수 있어요. ‘커피에도 이렇게 많은 향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니까요. 

한국의 바리스타들도 칼디의 전략을 흡수해 고객을 끌어들였어요. 커피전문점 후드로스터스를 운영하는 강범수 바리스타가 이야길 보탰죠. 

“저희 카페에서도 물병 옆에 싱글 오리진 커피팟을 늘 배치하고 있어요. 그럼 손님께서 물을 마시러 오셨다가, 한 잔씩 시음하곤 하세요. 그러다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분들도 나오죠. ‘나는 산미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하셨던 분도, 다른 느낌을 얻어가시는 거죠.”
_강범수 후드로스터스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칼디는 1992년부터 매장 내 커피 시음을 시작했다. 한여름에 갈증을 느낄 행인에게 아이스 커피를 나눠준 것이 계기가 됐다.Ⓒ칼디커피팜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이 산다 

오다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어요. 커피 잔을 손에 든 고객은, 평소보다 천천히 매장을 둘러볼 거라는 것. 평소라면 원하는 상품을 집어 바로 계산대에 가겠지만요. 

오래 머물수록, 쇼핑 계획도 틀어지게 마련이에요. 물건을 하나만 사겠다고 한 고객도 막상 매장을 둘러보다 보면 한두 개를 더 집게 되죠. 또 무료 커피로 돈을 아끼고 기분이 좋아진 만큼, 상품 구매에 너그러워지는 거예요. 

물론 시음 전략이 매출 상승에 직접 기여했는지를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커피 시음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칼디의 대표 서비스로 살아남고 있죠. 지금도 직원이 매장 입구에서 늘 커피를 건네고 있거든요. 

“칼디의 모든 매장엔 ‘웰컴 포지션’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어요. 입구에서 커피를 나눠주는 역할인데, 이것만을 위해 입사한 사람도 있을 정도죠. 브랜드의 첫인상을 결정한다는 뿌듯함이 있으니까요.”
_유카리 다카즈키 칼디커피팜 나가사키하마마치점 점장, 2023년 hamacross411 인터뷰에서

칼디는 커피 시음을 통해 고객이 다양한 향의 원두를 맛보게 하고,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려 객단가를 높인다. 개방형 매장 특성상 커피 향이 주변에 퍼져, 고객의 주의를 끄는 것도 장점이다. Ⓒ칼디커피팜

Chapter 3.
골목길 닮은 식료품점이 재방문을 이끄는 이유

커피 시음을 통해 오다는 오래 머무는 경험의 힘을 확인했어요. 그래서 1996년부터 칼디 매장을 리뉴얼했죠. 좁고 복잡한 ‘골목길’ 같은 공간으로요.

칼디는 일부러 40~60평 사이의 공간을 임대했어요. 지하상가 아케이드나 전철 역사에도 들어가기 좋은 크기죠. 칼디는 이 공간에 1만여 개 식품을 가득 채웠어요. 

그래서일까요? 매장에 들어가면 단번에 “좁다”는 느낌을 받아요. 하지만 방문객은 그 빽빽함을 기꺼이 즐기죠. “다른 쇼핑몰엔 없는 발견의 기쁨이 있다”면서요. 여기엔 두 가지 경험 설계가 준비돼 있습니다.

칼디는 1996년 도쿄 키치죠지점을 시작으로 ‘보물찾기형 매장’ 디자인을 녹이기 시작했다. Ⓒ칼디커피팜

① 미로 구조로 ‘재방문’ 유도하다

칼디에서 보물찾기 쇼핑이 가능한 첫 번째 이유, 바로 ‘구불구불한 미로형 통로’예요. 어느 길 하나 직선으로 뻗지 않아, 방문객의 걸음을 왼쪽, 오른쪽으로 틀게 만들죠. 

그럼 뭐가 좋을까요? 방문객이 끊임없이 새로운 장면을 만나게 돼요.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더니 와인 선반이, 왼쪽으로 걸어갔더니 향신료 코너가 나오는 식인 거예요. 

“상품을 찾는 재미를 일부러 연출했어요. 매장에 구불구불한 동선을 만들어, 고객이 보물찾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요.”
_다카즈키 유카리 칼디커피팜 가사키하마마치점 점장, 2022년 hamacross411 인터뷰에서

인기 상품도 찾기 어렵게 설계했어요. 보통의 마트라면, 잘 팔리는 상품을 매장 입구나 눈에 띄는 곳에 놓기 마련이죠. 하지만 칼디는 시선이 안 닿는 선반 위, 매장 깊숙한 곳에 진열해요. 

이런 경험은 재방문을 유도해요. 한 번 다녀와선 파악이 안 되니, ‘다음엔 어떤 물건을 발견할까’ 기대하며 다시 찾을 테니까요. 

“물건이 매장 곳곳에 빽빽하게 진열돼 있어서, 한눈에 안 보이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방문할 때마다 ‘왜 이 물건을 저번엔 발견하지 못했지?’하는 새로움을 매번 느끼게 해주죠. 백화점이나 편의점이 주는 반듯함과는 다른 매력을 전한다고 생각해요.”
_유보라 보마켓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모든 칼디 매장은 바닥부터 천장을 가득 채우는 나무 선반에, 약 1만여 개의 제품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칼디커피팜

② 도서관식 연출로 ‘아늑함’ 살리다

아무리 그래도, 물건이 많으면 번잡스러워 보이지 않을까요? 

칼디는 이걸 도서관식 연출로 완화했어요. 먼저 제품을 진열하는 선반이 모두 ‘갈색 원목’이에요. 마트에서 볼 법한 흰색 철제 선반보다 따뜻한 느낌을 주죠. 

매장의 밝기도 마트보다 살짝 어두워요. 백열등 대신 오렌지빛 조명을 쓰거든요. 게다가 대부분 핀 조명으로 돼 있어, 선반의 제품만 비추고 있죠. 어두운 매장에서 상품에 시선을 집중시키려는 전략이에요. 

상품 진열의 핵심은 ‘한눈에 잘 보이는 물건 이름과 가격’이에요. 칼디는 아예 폰트 디자이너를 채용해, 남녀노소 쉽게 읽히는 제품 이름의 모양과 크기까지 연구하고 있죠. 

그렇게 만든 결과물은 어떨까요? 사소하지만 눈에 띕니다. 일어 획의 중심 부분은 두껍게, 끝부분은 뾰족하게 디자인했거든요. 멀리서 봐도 글자가 뭉개지지 않도록 신경 쓴 거예요.

“매장이 어두운 만큼, 상품 이름이 한눈에 들어와야 해요. 이 제품이 무엇인지, 어떤 맛인지, 얼마인지를 크고 직관적으로 보여줘야 하죠. 해외 식료품은 익숙하지 않아, 잘 안 보이면 지나치기 쉬우니까요.”
_이나지 토모 카멜 커피 폰트 디자이너, 2021년 인터뷰에서

칼디에서 판매하는 PB상품 중 하나인 ‘돗토리 매실주’의 제품 시안. ‘가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칼디는, 1번(가장 왼쪽) 시안을 최종 선택했다. 일어의 중심 부분을 두껍게, 끝을 뾰족하게 디자인해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게 한 것. Ⓒ칼디커피팜

Chapter 4.
한정판 상온 제품, 외국인 여행객을 끌어들이다

약 1만 개의 식료품이 있는 칼디엔 의외의 사실이 하나 있어요. 바로 냉장·냉동 식품이 없다는 것. 생햄이나 치즈를 빼면 대부분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이 매대를 채워요.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과일이나 고기, 생선 같은 신선식품을 파는 게 우리가 상상하는 마트잖아요. 그런데 칼디는 ‘당장 먹지 않아도 되는’ 식품을 제안해요. 타코야키 믹스나 스프레드 잼, 오트밀처럼요. 

그런데도 장사가 되는 이유가 있어요. 칼디는 처음부터 슈퍼마켓 찾는 손님을 타깃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신선식품은 슈퍼마켓에서 찾으면 된다는 거예요. 대신 칼디는 ‘당장 먹지 않아도, 갖고 싶은 식품’을 제안하죠. 

이렇게 상품을 구성하면 먼저 구입 허들을 낮출 수 있어요. ‘일단은 부엌장에 보관했다가, 다음 주에 꺼내먹어야지’ 하고 생각하게 하거든요. 

또 매장 운영 측면에선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어요. 냉장고가 필요 없으니까요. 덕분에 재고 관리도 쉽죠. 경험이 적은 직원이 매장을 운영하기도 쉽고요.

“칼디는 (경영 능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식료품점이라고 해서 꼭 신선한 이미지를 연출할 필요는 없다는걸요. 독창성이 강한 상품만 고집스럽게 제안한다면, 고객 입장에선 갈 만한 매장으로 충분히 인지될 수 있습니다.”
_나가하마 준노스케 작가, 머니보이스 ‘칼디를 급성장시킨 무료 커피의 마력은?’ 칼럼에서

칼디에 진열된 물건이 많은 이유는, 대부분 상온 제품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제품을 박스째 쌓아놓고 진열하기도 한다. Ⓒ칼디커피팜

외국인 여행객의 ‘필수 쇼핑 목록’에 오른 이유

수입 식품만 팔았다면, 칼디의 인기는 일본 현지인에서 그쳤을 거예요. 하지만 칼디는 팬데믹 이후 외국인 여행객에도 입소문이 났어요. 한국인, 중국인이 일본 여행 필수 쇼핑 리스트에 칼디를 담기 시작한 거예요.

이유는 간단해요. 첫째, 상온 식품이라 캐리어에 담아가기 쉽다. 둘째, 트렌디한 한정판 PB상품으로 시의성과 희소성을 둘 다 갖췄다.

두 번째로 소개한 이유가 특히 중요해요. 칼디는 수입 식품 외에도 자체 개발한 식품을 내놓고 있거든요. 

가령 2019년 마라 전골이 유행할 땐, ‘팔각 계피향 마라 전골 재료’를 내놓았어요. 화이트 데이가 다가온다면? 분홍빛 포장박스에 담긴 구움과자가 칼디 매장 입구에 깔리고요.

가령 한국인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PB상품은 2022년 출시한 ‘메론빵 스프레드*’예요. 포털 사이트에 칼디를 검색하면, ‘메론빵 스프레드 대리 구매’나 ‘구매 방법’ 같은 글이 자주 보이는 이유죠.
*팬데믹 당시 홈베이킹이 유행하면서, 칼디는 식빵에 발라 구우면 메론빵 맛을 내는 크림을 개발했다.

트렌드를 읽는 매장은, 그 자체로 볼거리가 돼요. 일본 리테일 상황에 밝은 한국의 백화점 관계자는 말해요. 기대감을 부르는 공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향하게 되어있다고.

“우리가 모든 매장에 꼭 목적을 달성하러 가진 않는다는 걸, 칼디가 잘 아는 것 같아요. 돈키호테가 인기 있는 것도, ‘이 물건을 꼭 사야지’가 아니라 ‘여긴 어떤 이벤트가 있을까’ 하고 기대하게 만들잖아요. 칼디 역시 기존의 마켓보다 더 재밌으니까, 더 기대하게 만드니까 찾아가는 거죠.”
_익명의 백화점 업계 관계자, 롱블랙 인터뷰에서

칼디의 인기 PB상품 중 하나인 메론빵 스프레드. 식빵에 스프레드를 바르고 구우면, 메론빵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칼디커피팜

Chapter 5.
‘주관이 확실한 점원’을 키우는 이유

볼거리가 많은 식료품점, 누군가에겐 구경거리여도, 다른 누군가에겐 피곤한 경험일 수 있죠. 칼디는 여기에 완충제를 넣었어요. ‘칼디의 상품을 가장 먼저 경험한 점원’을 투입시켜서요.

칼디의 점원은 신상품을 가장 먼저 맛보는 사람들이에요. ‘직접 맛봐야, 고객에게도 맛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기업 철학이거든요. 그래서 본사는 매일 아침 신상품 소개 정보와 점원용 샘플을 보내와요. 

“(칼디를) 오픈한 날부터 지금까지 상품 입고 상황이나 신상품 소개, 그날의 날씨에 따른 고객 응대 요령을 매일 아침 A4 용지 1~2장 분량으로 모든 매장에 공유합니다.”
_요시다 레이시 주식회사 카멜 커피 정보 시스템부 부장, 2015년 NEXWAY 인터뷰에서

이런 과정을 거친 점원은, 상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됩니다. 물론 경험마다 개인차가 있을 거예요. 점원이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칼디는 그럴수록 점원의 주관을 키우라고 강조해요. 한 입사지원자가 기업 설명회에서 “향이 좋은 커피 원두를 제안할 때, 정해진 매뉴얼이 있나요?”라고 묻자, 칼디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어요. 

“매뉴얼은 없습니다. 스스로 많이 맛보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만이 중요하죠.”

쉽게 말해 식품을 평가하는 데에는 옳고 그른 기준이 없다는 거예요. 점원이 맛있다고 생각하면, 이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대화를 통해, 고객이 새로운 입맛이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브랜드. 이번에 칼디를 파고들면서 느낀 점이에요. 칼디를 성공하게 한 건 신선한 컨셉이 아니라, 단 1초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정교한 노력이 아닐까요? 

칼디는 ‘주관이 있는 직원’을 채용, 교육하는 데에 공들인다. 식품의 맛과 기호에 정답이란 없으니, 직원이 자신의 경험을 고객과 나눠, 고객이 스스로 취향을 찾게끔 도와야 한다는 것. Ⓒ칼디커피팜


롱블랙 프렌즈 K 

‘탐험하는 식료품점’을 제안하는 칼디의 이야기, 어떻게 읽으셨나요? 오늘은 제가 배운 칼디의 전략을 정리하며 노트를 마무리할게요. 

1. 무료 커피 시음을 ‘필수 서비스’로 만들어, 고객을 오래 머물게 해 객단가를 높였다.
2. 미로형 통로를 만들어, 고객이 ‘끊임없이 새로운 장면’을 만나게 했다.
3. 매장을 어둡게 만들고, 상품에 스포트라이트를 쏴 시선을 집중시켰다.
4. 주로 상온 제품을 취급해 관리 비용을 낮추고 해외여행객에 매장의 매력을 어필했다.

다른 콘텐츠를 보러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