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그 기괴한 광고 봤어? 마네킹 나오는 매트리스 광고.
그래,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쓰레기 더미 속에 나무 마네킹이 누워있어. 섬뜩한 기계음이 흐르고 이런 자막이 뜨지.
“나는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매트리스를 반대합니다.”
어우, 깜짝이야. TV 보다가 놀라서 광고 찾아본 건 처음이네. N32? 비건 매트리스 브랜드래. 동물성 소재 없는 폼foam 매트리스.
무슨 매트리스 광고가 이렇게 강렬해? 나만 놀란 게 아니야. “애가 놀라서 운다, 책임져라” “소름 돋는다”는 항의가 적잖이 달렸어. 띄엄띄엄 “강렬하다” “천재적이다”란 찬사도 있고.
용기는 인정이야. 이런 도발, 보통 심장으론 못 하지. 대체 어느 회사야? 뭐, 시몬스?
시몬스는 한국 최대 매트리스 브랜드잖아? 2023년에 이어 지난해도 업계 1위 매출을 찍었어. 그런 회사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도발을 하는 거지?
흠, 재무제표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까? 장부 한번 꼼꼼히 분석해 봤어. 시몬스 김성준 부사장과 대화도 해봤고 말야.
Chapter 1.
1위가 된 동생 매트리스
시몬스 장부 분석, 사실 처음은 아냐.
이 노트 기억하면 롱블랙 장기 팬 인정. 2022년 4월에 발행한 노트야. 「시몬스 : 침대 없는 광고, 힙함이 매출까지 올렸을까」. 못 본 사람은 지금 한번 읽고 오자.
이때만 해도 시몬스는 만년 2위 브랜드였어. “침대는 과학”이라는 1위 에이스에 적수는 없어 보였지.
다만 추격세는 무서웠어. 2018년만 해도 500억원에 달하던 양사 매출 차이가 2020년 100억원대로 줄었거든. 비록 영업이익은 에이스가 월등했지만 말야.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때?
완전히 역전됐어. 시몬스 매출은 2023년 3137억원, 2024년 3295억원으로 2년 연속 성장했어. 반면 에이스는 2023년 매출(3064억원)이 전년 대비 11.5% 꺾이면서 1위 자리를 처음으로 내줬지. 2024년 매출(3260억원)도 시몬스에 35억원 뒤졌고.
공교로운 건 두 회사의 대표가 정말로 친형제*라는 거. “동생 매트리스가 형을 제쳤다”고 한동안 시끄러웠지. 정말… 드라마 같은 제목이네.
*형제의 아버지는 1963년 에이스침대를 설립한 고 안유수 회장이다. 2001년 시몬스를 차남 안정호 대표에게, 2002년 에이스를 장남 안성호 대표에게 물려줬다.
그렇지만 사업이 덩치만 중요한 건 아니잖아. 영업이익은 어때? 2020년만 해도 시몬스 영업이익률은 5.4%대(영업이익 147억원)에 불과했어. 17%대 이익(503억원)을 내는 에이스에 비하면 실속이 없었지.
2024년 지금은? 에이스의 수익성은 여전히 탄탄해. 지난해 664억원, 매출 대비 20.3%의 이익을 냈지. 시몬스는? 많이 올라왔어. 527억원(15.9%)으로 역대 최대치야.
신기하네. 2022년에 인터뷰할 때 김성준 부사장(당시 브랜드전략부문장)이 호언장담했거든. “곧 이익률도 개선될 거”라고 말야.
2022년 그 말을 들을 땐 솔직히 반신반의했어. ‘전략은 좋지만 과연?’ 싶었지. 그 전략이 대부분 맞아들어간 모양새긴 해. 어떤 전략이 어떻게 먹혀든 건지 따져볼게.


Chapter 2.
브랜드가 탄탄하면 TV 광고가 필요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된다.”
지난 노트에서 강조한 시몬스의 핵심 전략, 한 줄로 요약하면 이거지.
이 프리미엄 전략은 2016년 설립된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전개됐어. 디자인 업계 전문가와 시몬스 내부 인력이 유닛으로 구성한 크리에이티브 그룹이지. 지금은 별도 회사로 독립했고.
이후에 전개된 브랜딩 작업, 워낙 유명해.
‘침대 없는 침대’ TV 광고 시리즈부터 굿즈 맛집으로 알려진 팝업 스토어들. 시몬스의 새 프로젝트가 나올 때마다 업계가 떠들썩했어. “감각은 인정”이란 평가를 받았지.
그런데 궁금해. 2016년부터 본격화한 이 브랜딩 작업, 과연 뭘 바꿨을까?
“인식을 바꿨죠. 시몬스는 원래 ‘흔들리지 않는 매트리스’라는 기능적 장점을 인정받고 있었거든요. 여기에 ‘가장 감각적인 침대 브랜드’라는 인식이 더해진 것 같아요.
침대는 자주 사지 않잖아요. 그만큼 한번 살 땐 신중하게 고르죠. 그래서 오래 쌓인 이미지가 중요해요.
전 최근 1~2년의 매출이 최근의 광고에서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8년 이천 시몬스 테라스, 2020년 성수동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같은 캠페인이 지금의 매출을 낸다고 생각해요.”
_김성준 시몬스 부사장, (이하)롱블랙 인터뷰에서
실제로 그래. 사상 최대 매출액을 갱신한 2023년과 2024년, 시몬스의 광고선전비는 전혀 늘지 않았어. 2023년 광고선전비는 195억원, 10년 사이 최저 수준이야. 2024년 광고선전비(247억원)도 2021년(301억원) 대비 82%에 불과하지. 그마저도 대부분 N32 같은 신생 브랜드에 쓴 광고비래.
“최근엔 시몬스 TV 광고를 보신 기억이 없을 거예요. 브랜드가 탄탄하게 자리 잡으면, 사실 광고에 큰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초기의 브랜딩 투자가 눈덩이처럼 혼자 구르면서 브랜드를 키우는 셈이죠. 반대로 브랜드에 강한 이미지가 없으면 계속해서 돈을 쏟아야 매출이 유지되고요.”

Chapter 3.
꼭짓점을 올려 프리미엄 피라미드를 만들다
기억하자. 브랜딩은 장기 투자야. 동시에 중요한 게 있어. 브랜딩만으로 브랜드 포지션이 바뀌진 않아.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려면? 주력 제품군이 실제로 변해야 해.
시몬스는 ‘꼭짓점 이동’으로 브랜드 포지션을 끌어올렸어. 무슨 꼭짓점이냐고? 제품 피라미드의 꼭짓점이야.
제품 라인 피라미드Product Line Pyramid란 말, 들어봤어? 브랜드마다 타겟 고객과 가격대가 다른, 제품의 수직 구조를 갖고 있어. 피라미드 가장 아래(entry tier)엔 누구나 편하게 사는 대중형 모델이, 그리고 가장 위(top tier)엔 멋있지만 가격 부담이 큰 럭셔리 모델이 위치해.
그럼 이 브랜드의 핵심 제품군은 뭘까? 바로 한중간(middle tier). 대부분의 고객이 가장 매력적으로 바라보고, 가장 많은 매출이 일어나는 구간이지.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시몬스는 이 미들티어의 위치가 너무 낮았어. 200만원대 중저가 매트리스의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했거든.
“처음 입사하고 놀랐어요. 시몬스, 에이스, 템퍼가 중저가 매트리스 시장에서 너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더라고요. 훨씬 더 프리미엄한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 걸로 보이는데도요.”
피라미드를 끌어올리기로 한 시몬스, 꼭짓점을 훨씬 더 위에 찍었어. 1000~3000만원대 초럭셔리 매트리스*를 내놓은 거야. 바나듐** 포켓 스프링과 엄선한 프리미엄 내장재로 지지력을 크게 높였다고 해.
*뷰티레스트 블랙이 대표적이다.
**Vanadium : 강도가 높고 부식에 강한 은회색 금속.
자신감이 있었대. 이미 해외 럭셔리 매트리스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안착하고 있었거든. 매트리스 하나에 3000만원이 넘는 덕시아나Duxiana나 해스텐스Hastens같은 브랜드들이었지.
1000만원대 매트리스, 당연히 최고 기술력이 적용돼. 이 기술력을 보고 솔깃해진 고객에게 기능이 크게 처지지 않는 300만원 이상의 제품을 소개하면? 지갑은 훨씬 더 쉽게 열리겠지?
지금 시몬스 연간 매출의 70%는 300만원이 넘는 제품군에서 나와. 프리미엄화에 제대로 성공한 셈이지.
브랜딩 작업과 제품 피라미드의 개선. 그런데 프리미엄 브랜드는 이 둘만으로도 완성되지 않아. 더 중요한 작업이 남아있어. 그건 바로 유통을 바로잡는 거야.
침대 업계는 말해. 시몬스가 지난 10년간 가장 큰돈과 에너지를 쏟은 일은 바로 유통 혁신이었다고.

Chapter 4.
왜 프리미엄 브랜드는 직영점이 필요할까
유통이 중요하단 거, 정확히 무슨 말이지? 프리미엄 제품은 아무 데서나 팔아선 안 된다는 뜻인가?
비슷한데 약간 달라. 정확하게는 “어디에서 어떻게 파느냐가 브랜드를 좌우한다”는 뜻이야. 유통을 바로잡지 못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아예 만들 수 없단 거지.
시몬스가 2017년 유통 개혁을 시작한 이유야. 대리점 중심의 유통을 대부분 직영화했지. 2017년만 해도 시몬스 전체 매장에서 직영점은 한 곳에 불과했어. 2024년엔 모든 매장을 직영화했지. 플래그십 스토어 ‘시몬스 갤러리’와 위탁판매점 ‘시몬스 맨션*’으로 바꾼 거야. 같은 기간 전국 매장 수는 250곳에서 150곳으로 줄었고.
*위탁판매점 시몬스 매션은 시몬스 본사가 임대료, 관리비, 진열 제품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100% 지원하는 매장이다. 판매자는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매장 운영과 판매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꼭 직영이어야 해? 세 가지 이유가 있어.
① 데이터를 읽을 수 있어
대리점 체제에선 고객의 실시간 수요를 읽을 길이 없어. 생각해 봐. 대리점은 일단 제품을 주문해서 채워놓잖아. 주문의 근거는? 대리점 사장의 감각이야.
손님이 오면 어떤 제품을 권할까? 대리점에 가장 재고가 많은 제품이야. 고객은 대리점이 보유한 모델을 중심으로 선택하지.
“직영 체제에선 수요의 흐름이 보여요. 실시간으로 전국의 매출 데이터가 집계되니까요.”
그렇게 확인한 최고 인기 모델, 바로 ‘뷰티레스트 윌리엄’이야. 킹사이즈 기준 500만원이 넘는 고가 모델인데, 시몬스 전체 상품군 중 판매 1위야. 직영점에선 어떤 고객이, 왜 이 모델을 사는지도 분석할 수 있었어.
“윌리엄을 사는 고객은 대부분 신혼부부예요. 불경기가 깊어질수록 이들은 결혼식보다 가구처럼 실속 있는 데 투자하더라고요. 그중 하나가 침대였고요.”
② 주력 제품에 집중할 수 있어
고객 수요를 읽고 인기 모델을 파악하면? 잘 나가는 모델에 생산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덕분에 효율도 올라가지.
너무 단순한 얘기라고? 그런데 대리점 체제에선 쉽지 않았어. 점주는 직원이 아니잖아. 각자의 판단에 따라 움직여. “윌리엄에 집중하자”고 해도 한계가 있었어.
직영 매장에선 집중 전략을 펼치기가 쉬워. 디스플레이로 힘을 주고, 직원 응대로 한 번 더 주력 제품을 강조할 수 있지.
③ 가볍게 옮겨 다닐 수 있어
직영점의 또 다른 장점. 몸집이 가벼워져. 왜?
과거 시몬스 대리점은 대부분 200평 정도였어. 제품을 쌓아둬야 하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대리점이 가구 골목에 있었지.
반면 본사 쇼룸은? 100평으로도 충분해. 공장에서 빠르게 재고를 채울 수 있잖아. 매장이 작아지면 이점이 있어. 땅값 비싼 핵심 상권에 들어갈 수 있지.
시몬스가 좋아하는 상권은 따로 있어. 삼성스토어·LG전자 베스트샵 옆, 수입차 전시장 옆. 신혼부부들의 쇼핑 성지야.
시몬스는 이들 매장을 처음엔 딱 2년만 계약해. 매출이 예상처럼 나오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상권 파워가 마음 같지 않으면? 또 옮기는 거지. 몸집이 가볍고, 인테리어 비용도 시몬스에서 부담하니 쉽게 옮길 수 있어.
“매장은 중장기 팝업스토어처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권은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새 아파트 단지 앞에서 생긴 수요가 2년을 넘길 수 있을까요? 인근에 또 다른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 거기로 가야죠.”
이런 유통 혁신, 사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이야. 장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2017년 21억원이던 임차료는 2024년 135억원(642%)으로 치솟았어. 같은 기간 인건비는 108억원에서 315억원(292%)으로 늘었고.
대신 성과도 장부에서 드러나고 있어. 시몬스 매장 한 곳이 벌어들인 월평균 매출은 2018년 6000만원에서 2024년엔 1억8000만원대로 늘었어. 점당 효율이 3배 이상으로 뛴 거야. 재고도 줄어들었지. 2019년만 해도 202억원에 달했던 시몬스의 재고 자산은, 매출이 1200억원 늘어난 2024년 기준 183억원으로 오히려 줄었어.

Chapter 5.
제품이 아닌 룩look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본사가 직영하는 매장, ‘브랜드의 얼굴’이 돼야 해. 브랜드 정체성이 느껴져야 하지. 이솝Aesop을 떠올려 봐. 세계 어느 매장이든 느낌이 비슷하잖아.
시몬스도 2016년부터 매장 인테리어팀을 사내에 꾸렸어. 그리고선? 패션 업계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어. 샤넬부터 구찌, 제냐, 버버리에서 일한 비주얼 머천다이징VMD* 전문가들이지.
*매장의 시각적 연출을 통해 브랜드를 표현하고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일.
패션 업계의 VMD 전략, 뭐가 다르냐고? 두 가지 특징이 있대.
첫 번째, 제품이 아니라 룩look을 강조해. 이 제품이 놓일 상황을 연출해서 고객 마음을 사로잡는 거지. 여름 모자를 팔려면 시원한 원피스와 샌들을 함께 디스플레이하는 거지.
매트리스도 똑같아. 매트리스가 올라간 침대 프레임, 매트리스 위에 놓인 침구, 배경의 커튼까지 전체 룩이 중요해. 이 연출이 뛰어나면? 프레임과 침구까지 크로스 셀링cross selling이 일어나지.
*고객이 구매하려는 상품과 관련 있는 다른 상품을 함께 추천해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판매 전략.
두 번째, 가장 화려한 룩으로 마음을 사로잡아. 일명 앵커링 전략Anchoring Strategy.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고급스럽고 감도 높은 제품이 눈에 띄게 하는 거야. 그 제품이 심리적 앵커Anchor가 되면 좀 더 무난하고 가성비 좋은 제품에 마음이 열리는 거지.
“남성복도 마찬가지예요. 매장엔 늘 네이비 수트와 그레이 수트가 나란히 진열됩니다. 그레이 수트는 늘 멋지고 마음이 가지만, 결국은 무난한 네이비를 구매하는 분들이 많죠.”
시몬스도 마찬가지야. 입구엔 강렬한 프레임의 침대를 전시해. 하운드 투스 체크 패턴이나 고급스러운 원목이 강조된 디자인 말야. ‘와, 침대 프레임이 이렇게까지 화려할 수 있구나’ 마음을 뺏긴 고객은 그 옆의 덜 화려한 프레임을 선뜻 결제하게 되는 거지.

Chapter 6.
불경기를 대비하는 시몬스의 전략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렇게 성장하는 침대 브랜드가 왜 N32*란 신생 브랜드를 띄운 거지? 그것도 도발적인 광고를 해가면서 말야.
*N32는 2015년 시몬스보다 비교적 저렴한 스프링 매트리스 브랜드로 출시된 적 있다. 2023년 폼 매트리스 브랜드로 리뉴얼해 출시했다.
업계 사람들은 입을 모으더라. 요즘 가구 업계에 느긋한 브랜드는 하나도 없다는 거야. 코로나 끝나고 이만저만 불경기가 심각한 게 아니래.
시몬스도 마찬가지야. 갖은 노력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찍었지만, 상승폭 오름세는 확연히 둔화됐어. 2019~2021년 사이 매출액은 1000억원 늘었거든? 그런데 2022~2024년 매출액은 400억원 느는 데 그쳤어.
시몬스가 N32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도 그래서겠지? 스프링 매트리스 시장에선 에이스를 제쳤잖아? 폼 매트리스 시장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은 거지.
재밌는 건, N32를 시몬스의 산하 브랜드가 아닌 ‘멀티 브랜드’로 내걸었단 거야. TV 광고부터 캠페인까지, 시몬스 이름은 싹 빼고 갓 데뷔한 브랜드처럼 연출했어.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우동까지 팔면 어떻게 될까요? 서로 다른 음식이 메뉴판에서 싸우겠죠. N32를 시작할 때 시몬스와 철저히 다른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재부터 가격대까지, 모두 시몬스와 겹치지 않게 분명한 선을 그었어요.”
N32의 강렬한 차별성은 소재야. 해조류와 식이섬유 소재를 활용했거든. 쓰레기로 버려져도 자연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단 거야.
그런데… 광고는 꼭 그렇게 강렬해야 했을까?
“아주 예술적인 비주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데, 시몬스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필요했죠. 그리고 호불호가 갈리며 사람들 입에 회자되길 원했어요. 그래야 인지가 되니까요. 상대적으로 적은 광고비에도 N32가 시장에 강하게 각인된 데는 광고가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감한 승부수가 먹혔을까? N32는 2025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0%나 뛰었대. 최근엔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대구점, 대전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동시 입점했지.


롱블랙 프렌즈 L
문득 궁금해져. 시몬스가 지난 10년간 보여준 성장 뒤에 숨은 진짜 경쟁력은 뭘까? 마케팅? 디자인?
김성준 부사장은 의외의 답을 내놨어. ‘360도의 힘’이라는 거야. 브랜딩도 소비자 경험과 품질의 뒷받침 없인 불가능하다면서.
“브랜딩에만 집중하는 거로는 부족해요.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모든 과정을 360도로 살펴야 하죠. 소재 선정부터 제조 생산, 판매, 배송까지 브랜드 핵심 가치를 전달할 줄 알아야 하죠.
돈으로 브랜드를 멋지게 만들 수 있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합니다.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의 모든 과정을 관찰하고 전략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가치를 버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하나, 길게 보는 힘이야. 지금 시몬스가 거두는 성과는 10년 전 뿌린 씨앗에서 시작된 거잖아.
“브랜드에 투자하는 기간엔 늘 많은 질문에 시달립니다. ‘이게 되겠느냐’는 의심부터 ‘언제 돈을 버느냐’는 조바심까지 다양하죠. 지금 N32가 직면한 질문들과 비슷한 거예요.
결국 오너가 이 질문을 견딜 배포가 있느냐가 브랜드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시몬스는 그 점에서 행운인 거죠. 이것이 곧 우리의 조직문화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