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C
“귀여워 보이기 시작하면 끝난 것.”
이런 말 들어보셨어요? 화려한 덕질 이력을 가진 저는 이 문장에 2000% 동의해요! 아무리 부정해도 ‘귀엽다’는 단어가 떠오른 순간 입덕을 인정하죠. 그리고 지갑을 열기 시작하고요.
귀여움을 느끼는 대상은 다양해요. 아이돌과 배우 같은 사람은 물론, 푸바오 같은 동물에도 빠져들죠. 거기에 최고심·양파쿵야 같은 캐릭터까지. 심지어 식물이나 로봇을 보고도 귀엽다고 할 때가 있어요.
확실한 건, 이 경험을 저만 하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대체 ‘귀여움’에 어떤 힘이 생긴 걸까요? 강승혜 대홍기획 AP이자 데이터인사이트 팀장이 그 치트키를 해부했다고 해서 만나봤어요!

강승혜 대홍기획 AP·데이터인사이트 팀장
강승혜 팀장은 20년 차 APAccount Planner*예요. 2005년 마케팅 리서처로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은 대홍기획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죠.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수립을 하는 마케팅 직무.
2020년부터는 해마다 데이터에서 키워드를 뽑아, 트렌드 리포트를 내고 있어요. 최근 3년 동안엔 귀여움에 주목해 『귀여워서 삽니다』라는 책도 썼죠.
강 팀장은 귀엽다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뜯어볼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다고 했어요. 제게 이런 내용을 들려줬죠.
-외모가 예쁘다고 무조건 귀여운 건 아니다. 관계성도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대단함과 허술함의 갭Gap에서도 귀여움을 느낀다.
-귀여워서 뭔가를 사는 소비자들은 사실 기분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는 말해요. “이런 점들이 모여 귀여움이 요즘의 소비 감성이 됐다”고. 자, 그럼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봐야겠죠?
Chapter 1.
‘괜찮다’는 표현 뚫고 올라온 ‘귀엽다’
강승혜 팀장이 ‘귀여움’을 처음 주목한 건 2022년 가을이었어요. 늘 하던 대로 다음 해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SNS 속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이었죠. 그때 한 팀원이 강 팀장을 불렀어요. “특이한 단어를 발견했다”면서요.
그때 팀원이 보여준 단어가 ‘귀엽다’ 였어요. ‘구매하다’와 ‘사다’ 같은 소비와 연결된 감정 표현 순위에서 4위*에 올라와 있었죠. 2년 전까지만 해도 10위권 밖이었던 게 급상승한 거였어요. 4~5위권에 있던 ‘괜찮다’를 뒤로 밀어내면서요.
*당시 1~3위 단어는 ‘좋다’와 ‘맛있다’, ‘예쁘다’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산 물건을 묘사할 때 ‘예쁘다’, ‘괜찮다’고 해요. 심지어 ‘괜찮다’는 표현은 정말 좋을 때도 쓰이죠. 무심하게 툭, ‘괜찮네’ 이렇게요. 그 틈을 뚫고 ‘귀엽다’는 단어가 치고 올라온 게 눈에 띄었어요. 뭔가 다른 배경이 있겠다 싶었죠.”
강 팀장은 2022년 유행한 아이템을 되짚었어요. 그해 히트 친 아이템 중 유독 ‘귀여워서 귀해진’ 게 많이 보였죠. 포켓몬 빵, 노티드 도넛, 그리고 크록스 지비츠*. 특히 포켓몬 빵 같은 경우 안에 든 스티커(띠부띠부씰)를 모으기 위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편의점을 돌아다녔고요.
*크록스 신발 구멍에 꽂아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
사실 이전에도 귀여운 제품은 많았어요. 이런 게 열풍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강 팀장은 이런 인사이트를 얻었대요. ‘귀여운 감성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2023년엔 ‘귀여움’의 정점을 찍는 존재가 나타났어요. 바로 판다, 푸바오! ‘귀여운 것=푸바오’ 공식이 생길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죠.
2024년 4월 푸바오는 떠났지만 귀여움이라는 감성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어요.
2024년 하반기엔 닌텐도사에서 2021년 내놓았던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 ‘피크민블룸’이 별안간 역주행을 했죠. 작고 하찮은 피크민 캐릭터와 함께 걸어 다니며 꽃을 심고 아이템을 모을 수 있는 이 게임은, Z세대 사이에서 각종 밈meme을 만들며 인기를 끌었어요.
흠, 솔직히 마케터로서 이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정말 궁금한 건 ‘이게 왜 잘됐냐’는 거죠! 이어서 강 팀장이 자신이 분석한 이유를 하나씩 들려줬어요.

Chapter 2.
‘마음의 장벽’을 낮추는 귀여움이 필요하다
“귀여움은 우리가 브랜드에 접근할 동기를 만들어요. 낯선 브랜드라 하더라도, 일단 귀여우면 눈길을 주죠. 쉽게 말해 소통할 장벽을 낮춰주는 거예요.”
음, 고객과의 벽을 낮추는 건 브랜드가 당연히 할 일 아닌가요? 왜 귀여움이 필요하다는 걸까요?
“이런 적 있지 않으세요? 길을 걷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눈 적. 전 있어요. 귀여운 푸들을 보고 눈길이 갔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죠. 마음이 풀어지니, 낯선 사람과의 대화도 어렵지 않았어요.
일단 외적인 귀여움을 갖고 있으면 브랜드도 고객 마음의 빗장을 1차로 열 수는 있어요. 그렇게 접점을 만든 다음에 ‘더 깊은 귀여움’을 제안해야 하죠.”
이 분석은 브랜드가 귀여운 캐릭터와 콜라보하는 이유를 알려줘요. ‘일단 우리에게 눈길을 달라’는 거죠.
예를 들어 볼까요? 카드사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캐릭터 카드를 내고 있어요. 귀여운 캐릭터가 ‘발급의 이유’가 되거든요.
KB국민카드는 펭수, 짱구, 잔망루피, 망그러진 곰 등 인기 캐릭터와 콜라보를 이어가고 있어요. 캐릭터 카드의 시초격인 카카오뱅크는 올해 2월 자체 캐릭터인 춘식이로 K-패스 카드를 2개월 만에 30만 장 넘게 발급했죠.
종교나 자선단체도 캐릭터를 내놨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2000년 역사를 품은 바티칸 교황청은 2025년 마스코트 ‘루체Luce’를 선보였어요. 파란 머리에, 우의를 입고 초록 부츠를 신은 순례자 캐릭터죠. 언뜻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모습이에요.
“진지하고 딱딱하다고 생각됐던 브랜드나 단체에서, 귀여움을 활용해 사람들과의 친근감을 형성하고 있는 거예요. 이젠 동경이나 선망을 자극하는 것으론 선택받기 어려워졌거든요. 그보단 권위를 내려놓은 귀여운 모습으로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거예요.”

단, 예쁜 겉모습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럼 궁금해져요. 일단 ‘귀엽다’는 단어의 뜻처럼, 예쁘거나 고우면* 다 되는 걸까요? 강 팀장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해요. 거기서 한 발짝 더 가야 한다고 했죠.
*국어사전에서는 귀엽다를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서 사랑스럽다’고 설명한다.
“귀엽다고 하면 대부분 테디베어나 강아지, 그리고 아기를 떠올립니다. 일차적으로는 맞아요. 기본적으로 작고 동글동글한 외형을 갖고 있죠. 말랑한 촉감도 상상되고요.
다만 제가 더 주목하는 건, Z세대가 ‘특별히 귀엽다’고 느낀 대상이에요. 이런 특징이 있죠. 하찮은 겉모습을 갖고 있다, 그리고 무해한 행동을 한다.”
하찮은 겉모습에 무해한 행동. ‘먼작귀*’가 대표적인 사례예요. 20대 사이에서 인기인 일본 만화죠. ‘먼가(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들’이라는 제목 뜻처럼, 캐릭터는 생김새가 하찮아요. 공들이지 않고 대충 슥슥 그린 것 같죠. 햄스터 캐릭터 치이카와ちいかわ는 하얀 몸통에 줄무늬나 수염도 없어요.
*일본의 만화 「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의 준말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통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햄스터 치이카와, 턱시도 고양이 하치와레, 토끼 우사기 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 지극히 평범해요. 풀밭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소소한 일상이 만화를 채우죠. 그런데 사람들은 여기서 위로를 얻어요. 이유가 뭘까요?
“먼작귀 캐릭터들은 같이 밥을 먹으며 서로 흘린 걸 닦아주거나, 친구의 입에 맛있는 음식을 넣어주기도 해요.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는 모습에서 ‘무해함’을 느낄 수 있죠.
이런 캐릭터들에는 악의가 없어요. 경계하지 않고 안심해도 되죠. 사람들은 치열한 하루를 사는 틈틈이, 이런 캐릭터를 귀여워하며 생각해요. ‘나도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이죠.”
정리하면 이런 거였어요. 요샌 대충 그린 듯한 모습의 캐릭터여도, 마음을 졸이지 않게 한다면? 그걸 귀엽다고 말한다는 거예요.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존재를 귀엽다고 표현한 거죠.
듣고 보니 그래요. 25만 X(구 트위터) 팔로워*를 둔 ‘가나디’ 캐릭터도 그렇거든요. ‘듀아아아아’ 하며 울고 있거나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팔 벌리고 ‘나 안아..’하는 모습은, 어딘가 바보 같아서 피식 웃음 짓게 하죠. 저절로 ‘귀여워…’라는 감탄을 내뱉게 되고요.
*2025년 4월 기준.

Chapter 3.
귀여움에도 ‘몰입 과정’이 있다
귀여움을 알아채는 과정은 이해했어요. 다음으론 귀여움에 더 깊이 빠져드는 방법을 알아야겠죠? 강승혜 팀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관계 형성’을 꼽았어요.
고개를 갸웃하는 제게, 그는 푸바오 이야기를 꺼냈어요. 푸바오의 귀여움은, 강바오* 할아버지가 부채질했다고 말이에요.
*에버랜드의 베테랑 사육사이자 판다월드 책임자인 강철원 사육사의 별명. 푸바오와의 사이가 각별해 사람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푸바오가 사육사 할아버지에게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 한 장. 이걸 본 사람들은 푸바오의 귀여움에 빠져들었어요. 물론 푸바오가 당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걸 보고 생각했죠. ‘저 판다가 사육사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하나 봐, 너무 귀여워!’라고. 이렇게 관계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여기에 몰입하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가 빠져든 한 배우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저는 그를 알아보기 전엔 그냥 ‘멋있다’고만 생각했어요. ‘귀엽다’는 표현을 떠올리지는 않았죠.
제 생각이 바뀐 건 한 영상 때문이었어요. 배우가 팬들과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이었죠. 오프라인 행사를 자주 찾아오는 팬들에게, 배우는 “일을 안 하는 거냐”며 장난 반 걱정 반으로 얘기했어요. 그러자 팬들은 ‘백수 해명하겠다’며 커피차를 보냈죠. 커피차엔 ‘근로소득으로 보낸 커피차’라고 현수막을 달았고요.
이들이 맺는 관계가 흥미로워 하나둘 영상을 넘기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 배우 귀엽다!’
제 말을 들은 강 팀장, 이렇게 해설해 줬어요.
“‘귀여우면 끝’이라는 말도 ‘덕질 문화’에서 나온 거예요. 아무리 멋져도 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으면 절대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만큼 귀여움은 주관적입니다. 그리고 애착에 기반하죠.
저는 이걸 ‘배신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도 표현해요. 귀여움의 상대가 비도덕적인 수준의 실망을 주지 않는 이상, 쉽게 질리지 않아요. 외려 조금 부족한 건 품어줄 정도죠. 그것마저 귀엽게 보이니까요.”
강 팀장은 브랜드가 귀여움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려 노력하는 것도 이 흐름에서 나온다고 분석했어요. 귀엽다고 부르는 건, ‘고객이 애착을 품고 지켜본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했죠.
“성능만 강조해선 제품을 더 이상 팔기 어려운 시대예요. 머리로 따지는 순간 지갑은 닫히거든요. 어떤 성분이 있다고 따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분명 그 브랜드보다 나은 걸 찾아낼 겁니다.
중요한 건 ‘재고 따지지 않는 마음’을 얻어내는 거예요. 마케터들도 너무 잘 아는 주제죠. 그래서 지금의 싸움은 ‘무엇으로 마음을 얻느냐’예요. 그중 하나가 귀여움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Chapter 4.
‘약간의 틈’으로 기발한 귀여움을 만들어라
기발한 귀여움Whimsical Cuteness. 강승혜 팀장이 “마케터들이 귀여운 뭔가를 기획할 때 생각하면 좋을 단어”라며 꺼낸 말이에요. 예상 못 한 귀여움을 전할 때, 고객들이 더 재밌어한다는 뜻에서였죠.
대표적으로 ‘갭차이*’를 보여주는 방법이 있어요. 실제로 Z세대는 ‘평소 이미지와 다른 행동’을 볼 때, 귀여움을 느낀다는 게 강 팀장의 설명이에요.
*원래라면 ‘갭(Gap)으로’가 단어 의미의 중복 없이 맞지만, 여기에선 흔히 쓰는 신조어의 용례 그대로 사용했다.
가령 엄숙한 정장을 입은 사람이, 포켓몬을 너무 좋아해 띠부띠부씰을 모으고 있었다면? 과거에는 “왜 저래”라고 하던 걸 지금은 “귀엽네”라고 한다는 거죠.
“도덕적인 선을 넘지 않는 정도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면? 사람들은 귀여워하며 다가가고 싶어 하는 게 요즘 정서예요. 완벽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게 느끼죠.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니까요.”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평소 완벽하려고 애쓴 모습과 살짝 다른 ‘의외의 하찮음’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반응한다는 거죠.
딱 맞는 예시가 생각났어요. 민달팽이 캐릭터 ‘르르르’! 현대차에서 만든 부캐예요. 인스타그램에서 18만 팔로워*를 두고 있죠. ‘차알못(차를 잘 알지 못하는) 뚜벅이’가 설정이에요. 프로필 소개란엔 이렇게 적혀 있죠. ‘차? 안 사요. 아뇨 그냥 안 사요.’
*2025년 4월 기준.
자동차 브랜드의 부캐가 ‘뚜벅이’라는 갭차이에 사람들은 “귀엽다”고 평했어요. 팬들은 뚜벅이의 출근길 애환을 담은 ‘지하철의 노래’ 릴스엔 자기 경험을 나누는 댓글을 달았고요. ‘굿즈를 만들어달라’고도 요청했죠.
강 팀장은 최근 인벤타리오 문구 페어에 등장한 롱블랙 부스도 ‘기발한 귀여움’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했어요. 방문객을 대상으로 운영한 문장 보관소 행사가 “의외의 재미를 줬다”고 했거든요.
당시 롱블랙은 부스 방문객들이 자기 생일을 적어 보관함에 넣으면, 그에 맞는 문장을 전하는 이벤트를 열었어요. 단, 그 문장을 기계가 아닌 부스 안쪽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직접 선별했죠. 사람들에겐 “인공지능 말고 ‘인간지능’이 열심히 문장을 선별하고 있다”고 설명했고요.
“외모가 아닌 ‘상황이 만드는 재미’도 귀여움의 요소예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부스 뒤편에서 손수 문장을 뽑아준다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갭’을 느낀 거죠. 이렇게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기발한 귀여움’을 사람들은 원합니다.
이런 귀여움은 진중하거나 오래된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일수록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어요. ‘그 브랜드답지 않은’ 액션을 살짝만 보여줘도 되거든요.”
단, 주의할 게 있어요. 그 모습이 억지스러우면?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거예요.
“‘저 사람 의도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실패해요. 특히 귀여움을 이용해서 빨리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빤히 보이면, 더 그렇죠. 단기적으로는 인기를 얻어도 그 이상으로 갈 수 없어요.
차라리 고민이나 의도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고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먼저 생각해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귀여움’을 만들어낼 수 있죠. 이게 귀여움으로 오래 가는 브랜드가 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Chapter 5.
여전히 사람들은 ‘귀여움’을 갈망한다
사실 강승혜 팀장은 귀여움을 파고들면서도 늘 궁금했다고 해요. 사람들은 대체 왜 귀여움을 찾는 걸까. 그중에서도 Z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가 왜 더 크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고 했죠.
“Z세대로 불리는 분들을 만나면 늘 물어봤어요. ‘왜 귀여운 걸 사느냐’고요. 그중 한 대답이 인상적이었죠. ‘제 기분에 투자하는 거예요. 귀여운 걸 보면 기분이 좋으니까요.’
저는 이제 사람들이 ‘기분에 투자한다’고 생각해요. 생존에 필수적인 건 갖췄지만, 막상 살아야 할 사회는 녹록지 않죠. 일자리를 구하거나 지키는 것도 어렵고, 내 뜻대로 되는 게 생각보다 많이 없을 때가 많은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우울하게만 지낸다면, 나한테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련한 돌파구가 ‘좋은 기분’인 거예요. 적어도 기분은 내 뜻대로 관리할 수 있으니까요. 또 기분이 좋아야 다른 일들도 잘 될 수 있고요.”
강 팀장은 2024년을 휩쓴 밈인 ‘원영적 사고*’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했어요. 좋은 기분을 불러일으켜, 세상을 귀엽게 인식하는 생각법이라고 했죠.
*걸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으로부터 유래한 유행어.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고방식을 뜻한다.
“사람들이 반긴 ‘원영적 사고’는 모든 것에 만족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의 상황이 조금 불만족스럽더라도, 나쁜 기분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발상을 전환하는 거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내 기분을 좋게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귀여운 물건을 곁에 두려는 심리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에서 느끼는 ‘무해함’으로, 자신을 위로할 수 있거든요.”
정리하면, 우리가 귀엽다고 보는 모든 것엔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담겨 있단 거예요. 그러니 꼭 외모가 예쁘지 않더라도, 또 어떤 스쳐 지나가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귀엽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결국 귀여움의 핵심에는 ‘좋은 기분’이 들어가 있어요. 그렇기에 이 유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는 거죠.
“왜 귀여워서 살까? 답은 단순하고도 명료하다. 바로 ‘기분이 좋아서’다. (…) 귀여움이라는 향신료가 뿌려지면 사람들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친밀하고 호의적이며 한층 가까워진 느낌, 순수한 기쁨과 즐거움의 맛을 느끼게 된다. (…)
결국 귀여움이라는 미학적 향신료는, 소비의 목적이 감성적 만족에 초점이 맞춰진 시대가 지속되는 한 그 맛을 잃지 않을 것이다.”
_『귀여워서 삽니다』에서


롱블랙 프렌즈 C
강승혜 팀장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느낀 귀여움에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올 수 있단 걸 깨달았어요. 커다란 흐름을 살피면 더 효과적으로 마케팅 계획을 세울 수 있겠다는 배움도 있었죠.
그래서 오늘은 강 팀장이 트렌드를 감각하는 법을 ‘별책부록’으로 준비했어요. 생각나는 동료가 있다면 공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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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보이기 시작하면 끝난 것.”
이런 말 들어보셨어요? 화려한 덕질 이력을 가진 저는 이 문장에 2000% 동의해요! 아무리 부정해도 ‘귀엽다’는 단어가 떠오른 순간 입덕을 인정하죠. 그리고 지갑을 열기 시작하고요.
귀여움을 느끼는 대상은 다양해요. 아이돌과 배우 같은 사람은 물론, 푸바오 같은 동물에도 빠져들죠. 거기에 최고심·양파쿵야 같은 캐릭터까지. 심지어 식물이나 로봇을 보고도 귀엽다고 할 때가 있어요.
확실한 건, 이 경험을 저만 하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대체 ‘귀여움’에 어떤 힘이 생긴 걸까요? 강승혜 대홍기획 AP이자 데이터인사이트 팀장이 그 치트키를 해부했다고 해서 만나봤어요!

강승혜 대홍기획 AP·데이터인사이트 팀장
강승혜 팀장은 20년 차 APAccount Planner*예요. 2005년 마케팅 리서처로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은 대홍기획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죠.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수립을 하는 마케팅 직무.
2020년부터는 해마다 데이터에서 키워드를 뽑아, 트렌드 리포트를 내고 있어요. 최근 3년 동안엔 귀여움에 주목해 『귀여워서 삽니다』라는 책도 썼죠.
강 팀장은 귀엽다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뜯어볼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다고 했어요. 제게 이런 내용을 들려줬죠.
-외모가 예쁘다고 무조건 귀여운 건 아니다. 관계성도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대단함과 허술함의 갭Gap에서도 귀여움을 느낀다.
-귀여워서 뭔가를 사는 소비자들은 사실 기분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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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이 소비 트렌드가 된 건 2022년부터라고, 강승혜 팀장은 분석했다. 포켓몬빵이나 노티드 도넛, 그리고 크록스 지비츠는 모두 2022년을 강타한 ‘귀여워서 귀한’ 아이템이었다. 사진은 아기자기한 지비츠로 꾸민 크록스의 모습. ©크록스코리아 인스타그램
그는 최근 3년간의 귀여움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귀여워서 삽니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사진은 강승혜 팀장이 책 『귀여워서 삽니다』를 들고 설명하고 있는 모습. ©롱블랙
2022년 귀여움 소비 중심에 있던 포켓몬빵. 빵 속에 있는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SPC삼립
게임도 귀엽고 무해한 것들이 뜨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엔 닌텐도사의 피크민블룸이 역주행을 하며 인기를 얻었다. 작고 하찮은 캐릭터들과 함께 걸어 다니며 꽃을 심는 게임이다. ©피크민블룸 코리아 X
귀여움을 활용하면 고객과의 첫 접점을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은 토심이 캐릭터와 콜라보한 KB국민카드. 귀여운 캐릭터는 카드 발급의 이유가 된다. ©KB국민카드
먼작귀 캐릭터들의 모습.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무해한 귀여움’을 발견하고 있다. ©먼작귀 X
‘대충 그린 듯한’ 캐릭터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귀여움을 느낀다. 허술함에서 오는 귀여움은, ‘나도 이대로 괜찮다’는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사진은 요즘 인기를 몰고 있는 가나디 캐릭터의 모습. ©짤쓸사람 X
‘관계 형성’을 통해 귀여움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할 수 있다고, 강 팀장은 말한다. 푸바오의 귀여움은 사육사 할아버지와의 관계성으로 극대화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들의 관계를 토대로 스토리를 만들고 몰입했다. ©에버랜드 유튜브 영상 캡쳐
배우 차주영의 ‘팬튜브’는, 배우와 티키타카 말장난을 주고받는 영상으로 2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다. 사람들은 이들의 관계성에 ‘귀엽다’며 반응하고 있다. ©차주영붐은온다 유튜브 채널 캡쳐
마케터들이 시도해 볼 법한 귀여움으로, 강 팀장은 ‘기발한 귀여움’을 제안했다. 조금은 엉뚱한 시도로 의외의 하찮은 면모를 보여줄 때, 사람들은 이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고 그는 말한다. 사진은 현대차의 부캐 르르르 캐릭터의 모습. 자동차 브랜드에서 뚜벅이 캐릭터를 만드는, 의외의 모습으로 재미를 줬다. ©르르르 인스타그램
2024년 가장 인기를 끌었던 밈인 ‘원영적 사고’는, Z세대가 세상을 귀엽게 인식하는 방식이다. 사진은 최고심 캐릭터가 원영적 사고 밈을 활용한 이미지. ©최고심 X
Z세대가 귀여움을 소비하는 건 “좋은 기분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승혜 팀장은 분석한다. ©롱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