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안녕. 혹시, 이런 상상해 본 적 있어? 내가 먹고 싶은 메뉴만 AI가 알아서 추천하면 어떨 것 같아? 식재료와 레시피도 보내주고 말야. 있다면 난 써볼 것 같아. 매일 저녁 메뉴를 떠올리는 게 너무 힘들거든.
그런데 이 상상을 이미 실현한 곳이 있어. 2015년 뉴욕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헝그리루트Hungryroot야. 미국에서 식료품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AI를 활용한 ‘맞춤형 식단’을 제안하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
Chapter 1.
식사 챙겨먹기 귀찮은 당신을 위해
헝그리루트는 고객의 음식 취향을 파악한 다음, AI로 6000가지 넘는 식단을 추천해. 일주일 단위의 식료품과 20분 안팎으로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를 집으로 보내 주지. 아침부터 저녁 식사는 물론, 간식과 과자, 보충제까지 챙겨준대.
추천 기준이 뭐냐고? 고객이 남긴 데이터야. 먼저 고객이 헝그리루트에 접속하면, 질문을 20개 정도 받아. 채식을 하는지, 식사에 쓰는 돈은 얼마인지, 알레르기는 없는지, 매운 건 얼마나 잘 먹는지. 요리에 시간을 얼마나 쓰는지도 확인해. 전부 객관식으로 답할 수 있지.
AI는 고객의 데이터를 파악해 매주 최소 69달러(약 10만원)어치 식재료를 골라줘. 고객은 추천 목록을 보고 그대로 배송받거나, 다른 식재료를 넣거나 뺄 수 있어. 메뉴 고민은 물론, 장을 보러 다닐 필요가 없도록 한 거야.
비즈니스 기세도 좋아. 헝그리루트의 2023년 매출액은 3억3300만 달러(약 4500억원). 1년 전보다 40% 올랐대. 영업이익으로는 900만 달러(약 122억원)를 남겼지. 올해 매출액 목표는 무려 10억 달러(약 1조3600억원)래.
흥미로운 건, 헝그리루트의 급성장 배경에 ‘AI’가 있었단 거야. 2015년 창업할 때만 해도, 이 회사는 채식 밀키트mealkit를 만드는 곳이었어. 4년간 피벗*pivot을 거쳐, 2019년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잡았지.
*피벗은 ‘급격한 흐름의 전환’을 뜻한다. 초기 유지하던 사업 모델 또는 경영 전략의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때, 새롭게 사업 방향을 바꾸는 걸 말한다.
채식 제품을 만들던 주방은 어떻게 4500억원 매출을 낸 AI 기업이 된 걸까? 헝그리루트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나갔는지 하나씩 정리해 볼게.

Chapter 2.
20대 연쇄 창업가가 찾은, 오래가는 창업의 조건
헝그리루트를 만든 벤 맥킨Ben Mckean은 ‘늘 영향력을 고민하는 사람’이었어. 비즈니스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파급력 있는 일을 찾아다녔어. 창업이든, 피벗이든 그 수단은 상관없었어.
창업가의 길을 택한 건, 그의 할아버지 덕분이야. 할아버지가 보스턴에서 잘나가는 아이스크림 가게 사업가였거든. 지점을 12개 정도 운영하고 있었어. 이걸 보며 자란 벤, 8살 때 이런 생각을 했대. “나는 언젠간 사탕 가게를 차려야지!”
벤이 처음 회사를 만든 건 2004년이야. 18살 때였지. 아이템은 사탕이 아닌 ‘일손 품앗이’였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여름, 돈 벌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다 떠올린 아이디어였지.
이름은 ‘Cheap Summer Help저렴한 여름철 일손’. 싼값에 집안일을 도와주는 회사였어. 벤은 방학 때 할 수 있는 일(청소, 페인트칠, 이사)을 전단지에 적어, 이웃집 우편함에 넣고 다녔대.
반응은 어땠을까? 상상 이상으로 성공했어. 전단지에 부모님 전화번호를 써놨는데, 부모님이 종일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을 정도!
회사는 4년 만에 직원 55명을 둔 흑자 회사가 됐어. 그러다 2007년, 벤은 돌연 회사를 팔았어. 프랜차이즈 확장을 고민했지만, 복잡하고 실패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대.
‘떠날 때’와 ‘뛰어들 때’를 알아야 한다
헝그리루트를 만들기 전, 벤은 한 번 더 사업을 성공시켰어. 두 번째 회사는 ‘Savored세이버드’. 2009년에 세운 레스토랑 온라인 예약 서비스야. 손님이 적은 시간대로 예약하면 할인 쿠폰을 줬어. 12시에 가면 정가, 2시에 가면 20% 할인받는 방식이었지.
뉴욕에서 시작한 이 사업, 급속도로 성장했어. 10개 도시의 2000개 레스토랑과 계약할 정도였지. 온라인 예약 방식과 시간대에 따른 할인을 다들 신선하게 받아들인 거야.
이를 눈여겨 본 소셜 커머스 회사 그루폰Groupon이 2012년 세이버드를 인수했어. 이후 벤은 2년간 그루폰에서 일했지.
잠깐, 잘나가던 회사를 왜 팔았냐고? 벤은 이때 수익성을 고민하고 있었어. 고객들은 이 서비스에서 연 4000만 달러(약 545억원)를 썼지만, 회사에 남는 수익은 그 돈의 2~3% 수준이었어. 적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지.
회사는 ‘고객과 감정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철학을 먼저 세우자.” 10년간 두 번의 창업을 하면서 벤이 깨달은 거야. 그동안 고객과의 거래에만 집중하니, 오래가는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거지.
그는 이걸 ‘감정적인 관계Emotional Relationship’라고 표현했어.
“(이전 사업을 돌이켜 보니) 고객은 주로 식당에서 먹은 음식과 ‘감정적인 관계’를 맺더군요. 플랫폼과는 주로 ‘거래 관계Transactional Relationship’를 맺었습니다.
음식은 우리 마음에 영향을 줍니다. 어젯밤 먹은 야식을 떠올리며 후회하거나, 건강한 식단을 유지한다는 자부심 등이 그렇죠. 음식을 직접 만들어 고객과 감정적인 관계를 맺는 브랜드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_벤 맥킨 헝그리루트 창업자 겸 CEO, 2023년 벤처피즈 팟캐스트에서
벤은 세 번째 창업에 도전했어. 이번엔 브랜드 철학도 세웠지.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고객과 더 가까이 관계를 맺는 것’이었어.

Chapter 3.
두 번의 피벗 : 채식 주방이 AI 기업 되기까지
2015년 4월, 뉴욕 퀸스Queens의 한 주방에서 헝그리루트가 탄생했어. ‘배고픈hungry’ 사람들의 식욕을 채우는 ‘뿌리root’와 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어.
시작은 채식 밀키트를 ‘직접’ 만들어 배달하는 쇼핑몰이었어. 하지만 모든 걸 직접 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어. 규모를 빠르게 키울 수 없었던 거야. 벤 맥킨이 4년간 피벗을 한 이유가 됐지.
물론 처음부터 피벗을 한 건 아냐. 창업 초에는 사업이 꽤 잘 됐거든. 스리라차 땅콩 소스를 곁들인 당근 국수, 아몬드 병아리콩 쿠키 도우 같은 걸 만들었거든. 기존 초코 쿠키를 대체하는 건강식 쿠키 도우는 꽤 인기였어. 헝그리루트가 지금도 이걸 팔 정도지.
문제는 사업이 잘 된 다음부터야. 2년 정도 운영하면서 제품 수가 30가지로 늘었을 때였어. 더 이상 신제품을 늘리기 어려웠대. 이미 직원 70명이 라인 20개를 돌리고 있었거든. 새 공장을 지어야만 신제품을 낼 수 있었지.
“제품을 늘리는 만큼만 매출이 늘어나는 생산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의 비전은 3만 개 제품을 고객에게 전하는 건데,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죠.”
_벤 맥킨 헝그리루트 CEO, 2017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피벗 1단계 : ‘직접 생산’ 대신 파트너 찾기
직접 만들지 말고, 제대로 만들어 줄 사람을 찾자. 창업 2년 만인 2017년, 제품 종류를 늘리기 위한 벤의 아이디어였어.
먼저 생산 시설을 과감하게 닫았어. 동시에 6개월간 매출 0원을 감내했지. 70명 직원도 15명으로 줄였어. 남은 인력은 제조 파트너 확보와 제품 마케팅에 집중했고.
이들이 파트너를 영입하는 기준, 3가지였어. ①높은 영양 기준 ②제품 매력 ③지속가능성. 100개 넘는 파트너를 조사해 12개를 추렸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헝그리루트가 파는 제품 종류는 50가지였지. 2년 동안 늘린 제품 수보다 6개월 만에 끌어온 제품이 더 많았던 거야.
피벗 2단계 : ‘직접 판매’ 대신 AI 큐레이션 커머스로
1년간 ‘건강식 스토어’를 운영하던 벤, 다시 고민에 빠졌어. 이번엔 ‘수익성’이 문제였지. 제품 수도 60가지로 늘고, 연 매출 2500만 달러(약 340억원)를 기록한 때야. 하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어.
2019년, 벤은 아예 ‘직접 판매’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어. 식료품 커머스가 되겠다고 결심했지. 힌트는 고객 후기에서 얻었대. 고객들이 “헝그리루트 제품이 정말 맛있다. 그런데 언제쯤 마트에서 살 수 있나”라는 피드백을 해왔거든.
“고객들이 신선한 채소는 헝그리루트에서 샀지만, 다른 품목은 여전히 동네 마트에서 샀어요. 60개 제품으로는 고객에게 편리함을 주기에 부족했죠. 계속 제품 연구에 매달리기보다, 건강한 식단을 생각하는 더 많은 식품 브랜드와 손을 잡는 게 낫다고 봤습니다.”
_벤 맥킨 헝그리루트 CEO, 2019년 미디엄에서
하나 더, 벤은 이때 AI를 활용하기로 했어.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걸 분석하다가 얻은 아이디어였지. 제품이 60가지일 때도 고객들은 뭘 살지 고민하고 있었던 거야. 무턱대고 제품 수만 늘리면 고객은 오히려 힘들어할 수 있다고 봤어.
“고객의 시간과 메뉴 걱정을 줄이고 싶었어요. 헝그리루트는 장바구니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원스톱One-stop’ 상점이 돼야 한다고 봤죠.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빈 카트를 주지 말고, 내게 맞는 식료품과 레시피로 가득 찬 카트로 시작하면 어떨까? 라고요.”
_벤 맥킨 헝그리루트 CEO, 2024년 펄스 2.0 인터뷰에서
이들이 떠올린 AI의 핵심, ‘고객 취향을 파악해 식재료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었어.
한편으로는 궁금해져. 이걸 도입하면 뭐가 좋은 걸까? 헝그리루트가 발견한 AI의 쓸모, 다음 챕터에서 이야기할게.

Chapter 4.
AI로 ‘마트 쇼핑’의 경험을 뒤집다
헝그리루트는 AI로 기존 ‘마트 쇼핑’의 경험을 뒤집었어. 빈 카트가 아닌, ‘가득 찬 카트’를 제안했지.
이들이 쓴 기술, 사실 단순해. 헝그리루트가 만든 ‘식단 퀴즈’에 고객이 답하면, 그 기록을 AI가 파악하는 거야.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기계가 이해하는, 일종의 머신러닝machine-learning이지.
중요한 건 헝그리루트가 데이터를 확보하고, 풀어낸 방식이야. 이들은 AI를 어디에 활용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어. 이들이 AI를 도입한 2019년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뜨기도 전이었지. 헝그리루트가 찾은 AI의 쓸모, 크게 2가지였어.
① 2시간 쇼핑을 2분짜리 선택으로 만들다
헝그리루트의 AI가 어떻게 ‘가득 찬 카트’를 만드는지 실험했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퀴즈 풀기’를 먼저 시작했지. 첫 질문은 “헝그리루트를 왜 이용하나요?”였어. 식비를 아끼거나, 살을 빼고 싶다거나 하는 선택지가 8가지 있었지.
질문이 이어졌어. 평균 식비, 식사 방식, 식이요법, 주방용품, 싫어하는 음식, 매 끼니와 간식, 과자로 좋아하는 식품까지 물었지. 질문은 총 20가지, 선택지로는 100가지 정도 나왔지. 모두 답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정도였어.
질문이 끝나자 AI가 바로 내 취향을 분석하더라? 그다음 AI의 추천대로 살 경우, 내야 할 예상 가격을 알려줬어. 결제까지 하면, 각 끼니에 맞춘 추천 식재료를 볼 수 있어. 물론 결제 후에도 원하지 않는 품목은 뺄 수 있지.
“서비스에 처음 가입할 때만 정보를 넣으면, 머신러닝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추론합니다. 그 데이터만 보는 게 아녜요. 비슷한 답변을 한 사용자들과 서비스를 쓴 지 1~3년 지난 사용자를 추려 첫 번째 카트를 채우죠.
평균적으로 미국 소비자는 일주일에 2~3시간씩 식료품 쇼핑에 시간을 씁니다. 하지만 헝그리루트에서는 일주일에 2~3분만 쓰면 되죠.”
_벤 맥킨 헝그리루트 CEO, 2023년 그로서리숍 컨퍼런스에서
② 고객 식비와 쓰레기를 줄여, 회사를 흑자로 이끌다
헝그리루트는 AI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었어. 고객의 지출을 줄였고, 음식물 낭비도 막았지. 이 변화가 회사의 지출 구조까지 개선했어.
먼저 고객의 식비. 좋아하는 식재료가 가득 든 카트를 보면 어떨까? 필요 없는 음식을 굳이 더 찾진 않겠지. 마트를 다니다 우연히 본 1+1 상품을 집는 일은 없는 거야.
실제로 고객들은 일주일 식비를 평균 22달러(약 3만원) 정도 줄였어*. 한 달이면 12만원, 1년이면 144만원 수준이야!
*헝그리루트가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
다음은 환경. 헝그리루트는 AI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였어. 고객에게 꼭 맞는 음식을 골라 배달하니, 못 먹고 버리는 음식이 줄어든 거야.
“보통 마트에서 산 식품의 20~30%가 소비자 집에서 버려집니다. 너무 많이 샀거나, 상할 때까지 재료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죠. AI의 제안이, 이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동시에 헝그리루트가 하는 추천은 ‘가정에서의 식사’도 되돌리고 있어요. ‘장 보러 가기 힘드니 외식하자’는 문제를 푼 거죠. 모두 지친 식탁에 계속 새로운 요리를 제안하는 겁니다.”
_벤 맥킨 헝그리루트 CEO, 2022년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또 하나. AI는 헝그리루트의 재고 관리에도 도움을 줬어. 예를 들면 이런 거야. 고객이 브로콜리와 양배추 둘 다 싫어하지 않는다면? 재고가 더 넉넉한 품목을 이주의 장바구니로 제안하는 거야.
이 방법, 식품이 상하는 비율을 줄였어. 벤은 “헝그리루트의 식품 부패율이 일반 식료품점보다 80% 낮다”고 주장했지.
실제로 회사는 AI를 도입하자마자 영업이익을 냈어. 2020년, 헝그리루트는 창업 후 처음 흑자로 전환했지. 물론 팬데믹 때 식료품 배달 업체가 주목받아 매출이 오른 것도 있어*. 그와 함께 제조업에서 기술 중심 커머스로 전환한 게 성공적인 선택이 됐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미국 내 식료품 배달업체의 매출 규모는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약 1.5배 늘었다.
“헝그리루트는 3~4년째 수익을 내고 있어요. 식품 커머스 사업에선 이례적인 일이죠. AI로 고객이 정말 원하는 음식을 제안하면서, 회사 지출 구조를 개선한 덕분입니다.”
_제러미 류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 파트너, 2024년 CNBC 인터뷰에서
*투자사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는 2006년 3월 시리즈A 펀딩에 참여했다. 당시 헝그리루트는 총 세 곳의 투자사로부터 총 578만 달러(약 78억원)를 유치했다.

Chapter 5.
비즈니스 피벗의 한계는 없다
이제 벤 맥킨은 헝그리루트를 ‘AI 회사’로 정의하고 있어. 키워드와 데이터를 모두 선점한 만큼, 더 뾰족한 맞춤 제안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
“회사는 AI 기반의 식료품·레시피 서비스로 피벗한 뒤, 4년간 10배 넘게 성장했어요. 그새 700만 개 넘는 장바구니 주문, 1억 개 이상의 식료품 판매 데이터도 쌓였죠.
고객 한 명이 각자 남긴 100개의 선택지 데이터, 장바구니에 물건을 더하거나 뺀 숨은 데이터도 다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쌓은 자료로 더 나은 ‘개인화’ 제안을 할 겁니다.”
_벤 맥킨 헝그리루트 CEO, 2024년 펄스 2.0 인터뷰에서
벤의 구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아. 헝그리루트의 목표는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개인 비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 취급하는 제품을, 식료품을 넘어 영양제까지 넓히겠단 거야.
현재 600개까지 늘어난 제품 가짓수를 100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래. 비타민과 영양제, 어린이를 위한 간식이 다음 타깃이지.
“우리는 지금도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마주한 문제가 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고객 중에는 일에 치인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건강하게 음식을 먹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 줍니다. 그래서 삶에 유연성을 더하죠. 이 걸음을 토대로 헝그리루트는 고객의 인생 파트너가 되려고 합니다.”
_벤 맥킨 헝그리루트 CEO, 2024년 미디엄에서
돌이켜 보면, 헝그리루트는 작은 채식 밀키트 주방에서 시작했어. 9년 뒤에는 AI를 다루는 헬스케어 기업이 됐지. 이들의 여정을 보면 ‘피벗의 한계는 없다’는 생각도 들어.
벤은 도전의 원동력으로 ‘문제 인식력’을 꼽았어. 그가 창업과 피벗을 반복한 끝에 얻은 깨달음이래. 이에 대해 그가 남긴 이야기가 있어. 이 말로 노트를 마무리할게.
“저는 어떤 일이 터졌을 때, 제 시간의 95%를 질문하는 데 써요. 남은 5%만 해결책을 떠올리는 데 쓰죠.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자동차 열쇠를 자꾸 잃어버린다’는 문제가 생겼다고 해보죠. 대부분은 분실을 막을 방법부터 찾을 겁니다. ‘더 반짝이는 열쇠’ 같은 걸 떠올리겠죠.
그보다 ‘열쇠가 왜 필요했는지’ 고민해야 해요. 차 문을 열고 시동을 켤 수만 있다면, 열쇠 자체를 없앨 수도 있겠죠.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문제를 보는 남다른 각도angle입니다.”
_벤 맥킨 헝그리루트 CEO, 2023년 Venture Fizz 팟캐스트에서


롱블랙 프렌즈 L
일손 돕기로 창업을 시작한 기업가의 피벗기, 어땠어? 벤의 여정을 통해 작게라도 도전할 실마리를 얻었길 바라.
용기를 주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노트를 공유해 줘. 떠오른 생각은 메모장에 남겨주고!
*이 노트는 롱블랙이 운영했던 테크 미디어 ‘Ep9’에 발행되었던 글입니다. 꼭 알아야 할 기술 지식과 업계의 이면을 쉽고 재미있게 다루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롱블랙 검색창에 ‘Ep9’을 검색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롱블랙 프렌즈 L
안녕. 혹시, 이런 상상해 본 적 있어? 내가 먹고 싶은 메뉴만 AI가 알아서 추천하면 어떨 것 같아? 식재료와 레시피도 보내주고 말야. 있다면 난 써볼 것 같아. 매일 저녁 메뉴를 떠올리는 게 너무 힘들거든.
그런데 이 상상을 이미 실현한 곳이 있어. 2015년 뉴욕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헝그리루트Hungryroot야. 미국에서 식료품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AI를 활용한 ‘맞춤형 식단’을 제안하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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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챙겨먹기 귀찮은 당신을 위해
헝그리루트는 고객의 음식 취향을 파악한 다음, AI로 6000가지 넘는 식단을 추천해. 일주일 단위의 식료품과 20분 안팎으로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를 집으로 보내 주지. 아침부터 저녁 식사는 물론, 간식과 과자, 보충제까지 챙겨준대.
추천 기준이 뭐냐고? 고객이 남긴 데이터야. 먼저 고객이 헝그리루트에 접속하면, 질문을 20개 정도 받아. 채식을 하는지, 식사에 쓰는 돈은 얼마인지, 알레르기는 없는지, 매운 건 얼마나 잘 먹는지. 요리에 시간을 얼마나 쓰는지도 확인해. 전부 객관식으로 답할 수 있지.
AI는 고객의 데이터를 파악해 매주 최소 69달러(약 10만원)어치 식재료를 골라줘. 고객은 추천 목록을 보고 그대로 배송받거나, 다른 식재료를 넣거나 뺄 수 있어. 메뉴 고민은 물론, 장을 보러 다닐 필요가 없도록 한 거야.
비즈니스 기세도 좋아. 헝그리루트의 2023년 매출액은 3억3300만 달러(약 4500억원). 1년 전보다 40% 올랐대. 영업이익으로는 900만 달러(약 122억원)를 남겼지. 올해 매출액 목표는 무려 10억 달러(약 1조3600억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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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루트 라벨을 달고 나온 제품들. 2019년 피벗 전에 나온 제품들이다. ⓒ헝그리루트
헝그리루트에서 만든 쿠키 도우. 비건용으로 글루텐도 들어있지 않다. 굽지 않고 바로 떠먹을 수 있다. ⓒ헝그리루트
AI는 고객의 데이터를 파악해 매주 최소 69달러(약 10만원)어치 식재료를 골라준다. 고객은 추천 목록을 보고 그대로 배송받거나, 다른 식재료를 넣거나 뺄 수 있다. 메뉴 고민은 물론, 장을 보러 다닐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헝그리루트
기본적으로 AI가 식재료니 레시피를 고르지만, 필터를 통해 개인에게 맞는 목록을 추릴 수도 있다. 필터 항목은 칼로리, 조리 시간, 영양성분, 알러지 등으로 다양하다. ⓒ헝그리루트
회사 창업자이자 CEO인 벤 맥킨은 “2019년 AI를 도입한 다음에야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AI의 도입으로 추천의 질을 올리고, 회사의 지출 또한 줄였기 때문이다. ⓒ헝그리루트
AI 추천뿐만 아니라 자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도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레시피와 팁을 여럿 소개하고 있다. 편식하는 아이들을 위한 쉽고 간단한 요리, 밀프랩 레시피, 건강한 비건 식단 레시피, 운동 후 식단 관리, 케토식 및 유제품 -프리 레시피 등 다양하다. ⓒ헝그리루트
지속가능성은 헝그리루트에서 여전히 중요시하는 가치다. 헝그리루트는 포장 상자, 냉매, 완충재 모두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중 냉매는 내용물을 버리는 대신 식물의 비료로도 쓸 수 있다. ⓒ헝그리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