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C
일할 때 가장 힘든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과한 업무량? 낮은 연봉? 전 ‘사람’이라고 봐요. 일이 쉬워도 동료가 나를 힘들게 하면 괴롭잖아요. 사람 때문에 퇴사하는 이들도 있는 편이고요.
이런 존재를 ‘또라이asshole*’라 부르며 파고든 인물이 있어요. 스탠퍼드대 공과대학 경영과학 교수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디오IDEO, 아사나 등 글로벌 기업의 문화를 컨설팅했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하는 비속어. 서튼 교수가 2007년 출간한 책에서 의도한 내용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그대로 적었다. 본문에서는 필요한 경우에만 언급하려 한다.
그는 2004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조직에서 또라이를 몰아내야 한다’는 글*을 기고하면서 유명세를 탔어요. 여기엔 ‘또라이 제로 규칙No Asshole Rule’이라는 원칙도 담겨 있었죠. 이 글이 미국에서 파장을 일으켰어요. 그에게 ‘나도 고통받고 있다’는 메일이 100통 가까이 들어왔다고 해요.
*제목은 ‘그만한 가치가 없다More Trouble Than They’re Worth.’
어떤 내용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걸까요? 김다니엘 데이라이트디자인 대표가 20년이 흘렀어도 그의 원칙을 주목할 이유를 알아보자고 했습니다. 서튼 교수를 줌으로 만났어요.

김다니엘 데이라이트디자인 대표
저는 서튼 교수를 20년 만에 만났습니다. 처음 만난 건 1990년대 말, 아이디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예요. 저는 신입사원이었고,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조직심리학 권위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안식년을 보내던 서튼 교수는 아이디오로 출퇴근하며 조직문화를 연구하고 있었어요. 여러 회의에 들어와 조용히 우리를 관찰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의 연구가 학계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에요. 구글과 메타, 넷플릭스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조직문화에 대해 자문하죠. ‘또라이 없는 조직’을 넘어, ‘존중 기반의 조직’이 작동하는 법을요.
Chapter 1.
나도 조직의 문제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먼저 로버트 서튼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정의하는 ‘또라이’는 무엇인지를요.
“다른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에너지를 빼앗거나, 존중받지 못하게 하거나, 여러 방식으로 학대하는 사람들입니다. 말 그대로 조직에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이죠.”
다만 그는 또라이를 두 가지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시적temporary ’인 것과 ‘공인된certified’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죠.
일시적인 또라이는 “누구나 될 수 있다”고 서튼 교수는 말합니다. 평소엔 괜찮다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휘두를 권력이 생기면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이들이죠. 물론 여기서 자유롭지 않은 분들, 꽤 많을 겁니다. 서튼 교수도 고백해요. “나 역시 일시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이 된 적이 있다”고.
“한 번은 저를 짜증 나게 만드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수업 내용과 상관없는 말을 하고, 과제도 부실하게 냈죠. 한번은 내용이 형편없어 평가를 넘어 ‘모욕’에 가까운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게 문제가 됐어요. 학과장이 저를 불러 ‘이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학생에게 사과하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배운 게 있어요. 잘못된 환경 속에서는 누구나 다른 사람을 나쁘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사실 서튼 교수는 이전부터 ‘나쁜 동료를 만드는 조직’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동료를 영입할 교수회의를 할 때도 “조직을 망칠 수 있는 사람은 안 된다”는 말이 오간 게 힌트가 됐죠. 서튼 교수는 이 말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리고 ‘또라이를 금지하는 규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떠올렸죠.
서튼 교수는 한동안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킨 인물들의 사례를 모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사소하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직원만 파티에 초대하는 리더, 먹던 음식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동료 등이 있었죠.
심각한 사례도 많았다고 합니다. 사무실 냉장고에 물이 없다는 이유로 불같이 화를 내거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서류를 던지며 “네가 쓰레기를 만들었으니 주워라”고 한 이도 있었어요. 심지어 신체적 폭력을 저지른 이도 발견했죠.
서튼 교수는 이런 행동을 한두 번 했던 사람은 ‘일시적 또라이’로, 반복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은 ‘공인된 또라이’로 구별했습니다. 특히 문제 행동을 여러 번 하는 사람의 문제가 크다고 꼬집었죠.
“또라이들이 한두 번의 돌발적인 행위로 사람들의 힘을 꺾고 품위를 짓밟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사소한 행위들이 모이고 쌓여서 그렇게 만들기 때문에 정말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_로버트 서튼, 『또라이 제로 조직』 47p

Chapter 2.
공인된 또라이는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
그럼 궁금해집니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인물들이 조직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 우린 답도 알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조직 안에 신뢰가 깨지죠.
그중에서도 서튼 교수는 리더가 ‘공인된 또라이’일 때 나타나는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리더는 최고의 인재를 모으고 유지하면서 성과를 냅니다. 하지만 공인된 또라이가 리더인 조직을 보면, 팀원들이 신체·정신적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요. 복수심으로 문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회사 물건을 훔치고, 근무 시간을 거짓으로 보고하는 팀원이 늘어나죠.”
서튼 교수는 사회과학자 제럴드 그린버그Jerald Greenberg의 연구*를 예로 들었어요. 미국 중서부에서 비슷한 규모의 두 공장이 임금 삭감에 들어갔죠.
*1990년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진행한 연구.
A공장의 리더는 임금 삭감을 발표할 때 “한두 가지 질문은 받겠지만 곧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경고하듯 말했습니다. 반면 B공장 리더는 사과와 함께 직원들의 질문에 한 시간 내내 답했다고 해요.
이 일이 있었던 뒤에 벌어진 변화, 놀라웠다고 합니다. 임금 삭감이 없을 때 평균 4%였던 공장 도난율은 A공장에선 10%까지 치솟았어요. 반면 상황을 친절히 설명한 B공장에선 6%에 그쳤죠.
“함께 일하는 사람을 모욕적으로 대할 경우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게 관리 감독한 회사의 직원들은 빠르게 직장을 떠났고, 남은 사람들도 금방 무기력해졌죠. 또라이들은 직접적인 피해자에게만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상황을 보거나 들은 동료들은 물론, 자신의 경력과 명성마저 오염시켜요.”

Chapter 3.
그래도 성과를 내는 또라이가 있지 않을까?
이쯤에서 로버트 서튼 교수 주장에 반론을 내는 분도 있을 겁니다. ‘성격은 별로지만 일은 끝내주게 잘하는’ 직원도 있잖아요? 그런 직원도 조직에서 없어져야 하는 걸까요?
서튼 교수는 “물론 조직 안에서 성과를 내고 승진하는 또라이도 있다”고 했어요. 단, 전제를 달았습니다. 그 조직에서 비열한 경쟁이 판을 치고 있다면 가능하다는 거였죠.
즉, “또라이가 승승장구하는 조직은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언젠가는 휘청일 수 있다는 거예요.
“농구나 축구처럼 경쟁팀을 짓밟고 승자가 모든 걸 차지하는 게임에선, 상대를 모욕하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성과를 만드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래서는 안 됩니다. 조직의 생산성은 사람들이 신뢰를 쌓아가며 협조할 때 달려 있거든요.”
서튼 교수가 또라이를 두는 조직의 문제를 단언한 이유가 있습니다. ‘전염성과 확장성’ 때문이에요. 그 근거로 그는 문제 인물이 더 높은 지위에 오르면, 그와 비슷한 사람이 회사에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어요.
*1977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 로자베스 모스 칸터 교수의 연구. 관리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복장, 소통 방식을 공유하는 인물을 뽑는 경향을 ‘동질 사회의 재생산’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라이들이 재생산되기 시작하면) 회사에는 또라이들이 좌지우지하는 몇 개의 집단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 집단들은 다른 집단과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아니 더 나빠지면, 그들이 세력을 얻어 자신들의 독성을 회사 전체에 퍼트릴 것이다.”
_로버트 서튼, 『또라이 제로 조직』 98p
그의 말을 들으면서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잠시 떠올렸습니다. ‘성공한 또라이’의 대표 사례로 알고 있었거든요. 서튼 교수에게 잡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제 예상과 다른 답을 들려줬어요.
“잡스의 최측근인, 픽사의 사장 에드윈 캣멀Edwin Catmull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애플에서 쫓겨나기 전 스티브 잡스는 ‘완전한 또라이’였지만, 그 이후의 잡스는 나쁜 버릇을 고친 사람이 됐다고요.
그는 스스로 성찰하고, 멘토를 만나며 더 나은 쪽으로 변화했습니다. 그 뒤로 잡스는 직원들을 동기부여할 때면 두려움 대신 자부심을 사용했어요. ‘우리는 함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면서요.”

Chapter 4.
또라이 제로 조직은 만들 수 있는 걸까?
그럼 로버트 서튼 교수의 주장대로 ‘또라이 제로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사람을 뽑을 때 노하우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물론 서튼 교수는 “채용은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어요.
“당연히 같이 일하기 전까지는 누가 또라이인지 알아내기 힘듭니다. 그래서 아이디오는 인턴십을 활용해 직무를 테스트했습니다. 1년간 함께 일하며 누구에게 역량이 있는지, 압박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냈죠.”
물론 이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더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법은 없을까요? 그 질문에 서튼 교수는 힌트 삼을 방법이 하나 더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보다 지위가 낮다고 느끼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라”고 했죠.
그는 한 컨설팅 회사가 고위직 임원을 채용할 때 쓰는 방법을 소개했어요. 이 회사는 고위직 면접을 할 때 일부러 기사가 있는 의전 차량을 제공해 타게 했습니다. 운전하는 기사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보기 위해서였죠. 이때 무례한 행동을 한 후보자는 뽑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튼 교수는 채용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대한 좋은 사람을 뽑되, 그 사람들과 일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죠.
즉, 원칙을 올바로 세우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예로 들었어요.
“한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려웠을 때가 있습니다. 당시 조직 분위기는 ‘친또라이pro-asshole’에 가까웠어요. ‘나는 이기고, 너는 져야 하는’ 게임 같았죠. 일을 잘하는 것뿐 아니라, 동료를 무시하고 배신하며 올라가야 조직이 인정하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어요.
결국 CEO였던 리더(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는 물러났습니다. 지금의 리더(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오면서 시스템이 바뀌었어요. 일을 잘하는 것뿐 아니라 주변 사람을 격려하고, 협력하는 사람을 인정해 줬죠.
이들은 단순히 말만 바꾼 게 아니라 보상 시스템, 채용과 해고 기준마저도 또라이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바꿨어요. 이게 2014년의 일입니다. 그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발전하고 있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을 대입해도 괜찮을지 궁금해졌어요.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는 고용과 해고가 유연한 미국이라 가능한 게 아닐까 싶었죠.
그에게 한국 상황에 맞는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대학도 정년 보장 제도가 있어, 해고가 어렵습니다. 이 상황에서 효과가 있는 또라이 제거 방법은 ‘지위 격하’입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의 권한을 줄이는 거예요. 아이디오의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도 이런 방법을 사용했어요. 또라이라는 평을 듣는 직원은 프로젝트에서 제외시켰죠.
또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제가 아는 한 대학은, 문제 인물로 평가된 교수에게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화려한 사무실을 제공했습니다. 그는 은퇴할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어요. 결과는 어땠냐고요? 또라이 교수를 비롯한 모두가 행복해졌죠.”

Chapter 5.
또라이를 피할 수 없다면 어떡할까?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또라이와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조직 차원에서 시스템을 바꾸거나, 분리되기 어려울 수도 있죠.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서튼 교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조직을 떠나는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이런 선택을 하기 어렵다는 걸 그도 잘 안다고 했습니다. 그는 떠나지 않고도 우리가 택할 수 있는 행동을 두 가지 소개했죠.
① 문제 상황을 피할 ‘틈’을 어떻게든 만들어라
먼저 할 수 있는 노력은 문제 상황을 최대한 피하면서 버티는 거예요.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인물과 멀리 앉거나, 회사 안의 화장실 같은 곳을 활용해 ‘숨 쉴 공간’을 만드는 거죠.
물론 늘 다른 공간을 찾아다니며 사람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나의 반응을 늦추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모든 이야기에 즉각 반응하지 말라는 겁니다.
서튼 교수는 “자신의 행동에 상대방이 즉각 사과하는 걸 보며 쾌락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시도때도 없이 연락하는 교수와 그의 지도 아래 박사 과정을 통과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지도교수는 밤에도 전화해서 소리를 치는 사람이었습니다. 학생은 자다가도 일어나 곧장 응답했죠. 하지만 돌아오는 건 더 잦은 빈도로 오는 메일과 전화였습니다.
그는 대응을 바꿨어요. 모든 연락에 즉답하지 않고, 처음에는 몇 시간, 나중에는 하루로 답을 미루기도 했죠. 쏟아진 메일을 한꺼번에 읽고 몰아서 답하기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교수의 괴팍한 성격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를 향한 연락 횟수는 줄었어요. 이후 그는 무사히 박사 과정을 마쳤고 지금 교수로 일하고 있어요.”
② ‘생각의 재구성’으로 마음을 보호하라
서튼 교수는 회피하기도 어렵다면, ‘생각의 재구성’으로 상황을 견디는 방법도 있다고 했어요.
“생각의 틀을 바꾸는 거예요. ‘이건 내 인생의 한 단계일 뿐이야. 돌아보면 지금처럼 나쁘지 않을 거야’라고 스스로 말하는 겁니다.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을 찾는 거죠. 물론 이게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분명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정서적인 분리’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업무의 부정적인 감정을 집으로 가져가지 않는 거죠. 나를 힘들게 한 상황을 자꾸 되감는 대신, 조용한 공간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명상을 딱 5분만 하는 거예요. 내가 차를 운전한다면? 주차장에서 5분간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되죠.
문제를 웃으면서 털어내는 방법도 있어요. 쉽게 말해 나를 힘들게 하는 직원에게 별명을 붙이는 거죠. 나 혼자서라도 웃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면, 작은 해소가 될 수 있다는 게 서튼 교수의 말이에요.
“생각의 재구성은 일종의 방탄조끼를 입는 것과 같습니다. 내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는 법을 익히는 거죠. 그게 내 몸과 마음, 주변에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Chapter 6.
또라이 제로라고, 무조건 착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서튼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또라이가 되지 않는 것과, 무작정 착하게 일하는 것을 헷갈려서 안 된다”고요.
“제가 강조한 건 ‘또라이 제로 조직’입니다. ‘친절함의 힘’이 아니에요. 때로는 강경한 태도로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보여줘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23개 고등학교와 대학 농구 팀을 대상으로, 하프타임에 코치의 태도에 따라 경기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봤어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배리 스토, 캐서린 드셀즈, 피터 디고 교수의 연구.
A 코치는 늘 불같이 화를 내는 소위 ‘공인된 또라이’ 였습니다. 그는 하프타임 때 돌아온 선수들을 향해 부족한 걸 지적하며 폭언을 퍼부었어요. 후반전에도 경기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한 번도 화를 내지 않는 B 코치도 경기력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죠.
반면 가장 큰 변화를 만든 건, 평소에는 자상했지만 필요할 때는 화를 내는 C 코치였습니다. 선수들은 코치의 질책을 이렇게 받아들였어요. ‘와, 저 사람이 화낼 정도면 내가 이번엔 못했다’고.
“평소에는 온화하되, 필요할 때는 심술궂게nastiness 구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화내는 것, 무조건 양해해 주는 것 모두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필요할 때 동기 부여할 수 있는 태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죠.”

마치며 : 결국 우리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서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요즘에는 또라이보다 ‘조직 내 마찰friction’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요.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때로는 필요한 마찰을 만드는 거죠.
조직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또라이가 사라졌더라도 회의나 절차가 불필요하게 늘었던 거예요. 즉, 불필요한 마찰이 조직 운영의 장벽이 됐다는 뜻이었죠.
그래서 그는 2024년 “건강한 조직은 더하기 보다 빼기subtract를 잘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을 썼습니다. 스탠퍼드대 동료 교수인 허기 라오Huggy Rao와 함께 『The Friction Project(마찰 프로젝트)*』를 출간했죠.
*한국에선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인간은 뺄셈엔 취약하고 덧셈은 능숙한 존재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대신, 주변의 것을 수집해 복잡함을 더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렇게 운영되는 조직은 무거워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빼기’를 잘하는 조직이 더 성장할 수 있어요.
결국 제가 또라이 제로 조직은 물론, 모든 연구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안전하게 인간성을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게 일하는 우리의 목표가 됐으면 합니다.”


롱블랙 프렌즈 C
로버트 서튼 교수와 대화를 나누며 깨달았어요. 결국 우리는 존중받으며 일하는 조직을 만들길 바라는 사람들이란 걸요.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나도 때로는 또라이라고 불릴 만한 행동을 동료에게 하지 않았을까?’라고.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런 자각이 우리 조직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롱블랙 피플, 오늘 노트 재밌게 읽으셨나요? 혹시 ‘조직의 또라이’라는 단어에 공감할 것 같은 분들이 떠올랐다면, 이 노트를 한번 공유해 보면 어떨까요?

롱블랙 프렌즈 C
일할 때 가장 힘든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과한 업무량? 낮은 연봉? 전 ‘사람’이라고 봐요. 일이 쉬워도 동료가 나를 힘들게 하면 괴롭잖아요. 사람 때문에 퇴사하는 이들도 있는 편이고요.
이런 존재를 ‘또라이asshole*’라 부르며 파고든 인물이 있어요. 스탠퍼드대 공과대학 경영과학 교수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디오IDEO, 아사나 등 글로벌 기업의 문화를 컨설팅했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하는 비속어. 서튼 교수가 2007년 출간한 책에서 의도한 내용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그대로 적었다. 본문에서는 필요한 경우에만 언급하려 한다.
그는 2004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조직에서 또라이를 몰아내야 한다’는 글*을 기고하면서 유명세를 탔어요. 여기엔 ‘또라이 제로 규칙No Asshole Rule’이라는 원칙도 담겨 있었죠. 이 글이 미국에서 파장을 일으켰어요. 그에게 ‘나도 고통받고 있다’는 메일이 100통 가까이 들어왔다고 해요.
*제목은 ‘그만한 가치가 없다More Trouble Than They’re Worth.’
어떤 내용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걸까요? 김다니엘 데이라이트디자인 대표가 20년이 흘렀어도 그의 원칙을 주목할 이유를 알아보자고 했습니다. 서튼 교수를 줌으로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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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김다니엘 대표와 함께 인터뷰하는 로버트 서튼 교수의 모습. 그는 펜을 들어 보이며 “조직 안에 공인된 또라이는 사람을 물건처럼 대하는 이들”이라고 표현했다. ⓒ롱블랙
그는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또라이 제로 규칙’에 대한 글을 기고한 후 큰 관심을 얻었다. 이후 그는 2007년 『또라이 제로 조직』을 출간했다. ⓒBalance, 이실MBA
그는 또라이들의 사소한 행위들이 모이면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들의 행동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뿐 아니라, 지켜보거나 들은 사람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Unsplash
다른 이를 모욕하는 태도가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임금 삭감이 있을 때, 어떤 태도로 말하느냐에 따라 도난율은 4%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Unsplash
그는 또라이들은 빠른 속도로 재생산한다고 덧붙였다. 자신과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뭉치며, 회사 전체에 유해한 영향력을 퍼트린다는 것이다. ⓒUnsplash
‘또라이 제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실천이 필요하다. 서튼 교수의 말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CEO에 따라 확연히 다른 조직 문화를 보여 주었다. ⓒMicrosoft
2019년에는 또라이에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책 『참아주는 건 그만하겠습니다』를 출간했다. ⓒHarper Business, 한국경제신문
서튼 교수는 때로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줘야 하는 순간도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온화하되, 필요할 때는 거친 모습도 보여주는 것이다. ⓒUnsplash
최근 로버트 서튼 교수는 또라이보다 조직 내 마찰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동료인 허기 라오와 함께 쓴 『마찰 프로젝트』. ⓒSt. Martin's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