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해피 뉴이어! 2026년 다들 잘 시작했어? 난 정크 푸드부터 끊어보려 해. 새해 결심에 빠지지 않는 게 ‘건강 관리’잖아. 그래서 내 방식대로 준비해 봤어. 샐러드를 찾아 먹기 전, 브랜드부터 파보기로 했지.
3~4년 전 팬데믹 시절, 뜨겁게 타올랐던 샐러드 열풍 기억나? 누구나 뛰어들던 시장이지만, 지금은 수익성 악화로 꼬리를 내린 브랜드가 태반이잖아. 그 안에서 생존한 브랜드의 창업자들을 만나봤어.

안상원・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유행이 지난 것 같은 시장에서 13년간 살아남은 브랜드는 바로 샐러디SALADY. 2013년 서울 삼성동의 샐러드 가게로 시작해 꾸준히 성장해 왔어. 2018년 44억원이던 매출액은 2024년 371억원으로, 7년 만에 아홉 배나 뛰었지.
브랜드의 최근 기세도 좋아. 2025년 기준 전국에 400개 매장을 두고, 미국 콜로라도와 대만 가오슝에도 깃발을 꽂았어. GFFG의 햄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까지 인수해 F&B의 젊은 거물로도 불리고 있지.
이들은 어떻게 샐러드로 F&B 분야에서 존재감을 쌓은 걸까?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안상원, 이건호 공동창업자를 만났어. 이들이 쌓아온 ‘지속 가능한 성장’의 비밀을 파헤쳐봤지.
Chapter 1.
성공한 사업은 ‘한 장면’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2년, 연세대와 고려대 연합 창업 동아리 ‘인사이더스Insiders’의 워크숍 날 밤에 시작됐어. 술기운에 바람을 쐬러 나온 두 사람은,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지.
“너는 왜 창업을 하려 하니?”라는 안상원 대표의 질문에 답하는 이건호 대표는,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대. 안 대표는 IMF 시절 희망퇴직 후 사업을 시작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고, 이 대표도 사업가였던 아버지의 ‘주체적인 사고방식’을 보며 자랐거든. 안 대표는 당시의 갈증을 이렇게 회상해.
“뚜렷한 재능 하나 없는 평범함이 제 콤플렉스였어요. 그래서 나만의 사업으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죠. 직장에선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를 결과로 보여주기 어렵지만, 창업은 성패가 뚜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하는 만큼 보상받고, 못하면 리스크를 짊어지는 그 정직함에 끌렸어요.”
_안상원 샐러디 공동대표
그렇게 친구가 된 둘, “뭐라도 같이 해보자”며 창업 아이템 목록을 짰어. 유력 후보는 지금의 ‘블라인드’와 비슷한 익명 게시판 서비스였대. 하지만 최종 선택은 ‘샐러드 전문점’이었어. 왜냐고? ‘비주얼라이징Visualizing’이 더 잘 된다는 이유였대.
“아이템을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비주얼라이징이었어요. 익명 게시판 서비스가 성공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앱을 쓰고 어떻게 돈을 버는지가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샐러드 체인은 달랐어요. 골목마다 매장이 있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샐러드를 한 끼로 먹는 모습이 한눈에 그려졌죠. 시각화가 잘 된다는 건, 비즈니스 모델이 선명하다는 증거였어요.”
_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이건호 대표가 군 입대 전 미국 여행에서 경험한 ‘샐러드 전문점’도 확신을 더했어. 미국에선 샐러드가 이미 에피타이저를 넘어 ‘든든한 한 끼’로 통하거든. 두 사람은 ‘이게 왜 한국엔 없을까?’라는 의문을 곧장 확신으로 바꿨어. ‘우리가 먼저 만들면 된다’는 거였지.
물론 10년 전만 해도 샐러드는 ‘레스토랑의 조연’에 불과했어. 누구도 샐러드를 한 끼 식사로 팔 생각을 못했지. 두 사람은 이 빈틈을 두고 무모한 베팅을 한 셈이야.
“돌아보면 도박이었죠. 아예 수요가 없어서 시장이 형성될 수 없는 건지, 기회인데 아무도 실행을 안 한 건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저희는 후자에 베팅했어요. 햄버거나 도넛처럼 미국 외식 문화가 시간차를 두고 한국에 들어온 사례를 보며, 샐러드도 그런 기회가 올 거라 믿었습니다.”
_안상원 샐러디 공동대표
결국 샐러디는 두 창업자의 ‘직관’으로 출발했어. 때론 머릿속에 그려지는 선명한 이미지 하나가 데이터 수백 개보다 강력한 추진력이 되잖아? 심지어 샐러디라는 이름도 직관적으로 지었지. 누구나 듣자마자 ‘샐러드 전문점’이란 걸 알 수 있도록 한 거야. 외국인까지 말야.

Chapter 2.
거인의 일을 배우며 기본기를 닦다
아이템은 정했지만, 두 사람은 외식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 무작정 매장을 차리기보다, 철저한 ‘현장 학습’을 택했지. 먼저 안상원 대표는 ‘프랜차이즈의 교과서’라 불리는 맥도날드로 향했어. 석 달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방 구조와 운영 방식을 관찰했대.
“맥도날드의 시스템은 차원이 달라요. 모든 조리 도구가 맞춤형인 데다, 소스도 방아쇠를 당겨 정량만 쏠 수 있죠. 분업화도 완벽해서 한 명은 빵만 올리고, 한 명은 재료를 조립하고, 마지막 사람이 포장해 내보내는 구조였습니다. 누가 들어와도 같은 퀄리티를 내는 시스템이 뭔지 뼈저리게 배웠어요.”
_안상원 샐러디 공동대표
안 대표가 시스템의 뼈대를 공부할 때, 이 대표는 요리학원 기초반에 등록해 칼질부터 배웠어.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만드는 원리를 익히며, 메뉴 개발을 시작할 기초 근육을 키운 거야.
“음식이 맛있으면 좋은 가게를 운영할 수 있어요. 여기에 ‘효율적인 시스템’을 더해야만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죠. 우린 맛과 시스템 두 개를 다 잡고 싶었어요. 누가 조리해도 똑같은 맛이 나야 했고, 정해진 양과 시간만 지키면 완성돼야 했죠.”
_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흉내만 내는 사업’은 망한다
맥도날드의 시스템과 요리학원의 기술을 익힌 두 사람. 어떻게 가게를 시작했을까? 두 사람은 할머니 집 담보대출 2억원까지 끌어다 사업을 시작했어. 하지만 얼마 안 가 쓴맛을 봤지.
둘은 2013년 서울 삼성동에 샐러디 1호점을 열었어. 하지만 하루 매출액은 6만원을 넘기지 못했지. 5000원짜리 샐러드를 20개만 판 셈이야.
원인 분석은 어렵지 않았어. 샐러디는 겉모습만 외국 패스트푸드 체인을 닮아 있었어. 미국 패스트푸드점 특유의 원색 인테리어, 수십 개의 메뉴로 다양한 조합을 알아서 고르게 하는 것까지. 한국인에겐 이 모든 게 귀찮고 어려운 일이었던 거야.
“브랜딩부터 간판 로고, 메뉴까지 미국스럽게 디자인했어요. 심지어 채소와 토핑, 드레싱까지 따로 고르게 해 고객마다 메뉴판 앞에서 혼란스러워했죠. 그때 깨달았어요. 손님이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매몰돼 있었단 걸요.”
_안상원 샐러디 공동대표
두 대표는 곧장 방향을 틀었어. 복잡한 커스텀 방식을 버리고, ‘추천 조합’ 위주로 메뉴 여덟 개만 남겼지. 닭가슴살에 시저 드레싱을 더한 시저치킨 샐러디부터, 나초칩과 매콤한 드레싱이 들어간 멕시칸 샐러디까지.
개선의 힌트는 고객들의 질문. 매장에 올 때마다 “추천 메뉴가 뭐예요?”라고 묻는 것에서 얻었어. 매장도 부담스러운 원색 대신, 샐러드의 싱그러움을 담은 녹색과 안정감 있는 흰색으로 통일했고.
결과는 어땠을까? 거짓말처럼 매출이 뛰기 시작했어. 하루 매출액 100만원을 넘기며, 점심때마다 매장 앞에 줄을 세웠어. 1년 뒤엔 역삼동에 2호점을 냈고, 샐러디는 어느새 직장인 사이에서 ‘간단한 점심 식사의 성지’로 입소문이 났지.

Chapter 3.
자취방에서 만든 수십 종의 드레싱
그렇다고 해서 메뉴 시스템과 인테리어만으로 샐러디가 살아남은 건 아냐. 이들의 성장 비결은 ‘맛’에서도 찾을 수 있지.
먼저 이들은 ‘매일 한 끼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을 찾아 헤맸어. 기존의 미국식 샐러드는 한국인 입맛에 너무 짜거나 시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어. 그래서 한국인 입맛을 맞추기 위한 실험을 반복했지.
두 사람은 첫 가게를 열기 전부터 6평짜리 원룸 자취방에 모여 매일 드레싱을 섞었어. 부엌에서 드레싱 배합을 끝내면, 침대에 걸터앉아 수십 개 그릇에 드레싱을 담아 하루 종일 찍어 먹었지.
“드레싱은 기본적으로 기름과 염분이 많잖아요. 그걸 하루에 100번씩 찍어 먹으니, 나중엔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 같더라고요. 침대에 걸터앉아 드레싱 맛을 보고, 속이 안 좋으면 잠시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또 먹었죠. 그렇게 10개월을 매달렸어요.”
_안상원 샐러디 공동대표
고통스러운 실험 덕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드레싱이 하나둘 나왔어. 대표적인 게 ‘크리미 칠리’야. 한국인도 좋아하는 스리라차의 매콤달콤한 감칠맛에 마요네즈의 묵직한 질감을 더해, 샐러드를 하나의 요리처럼 느끼게 만든 거야.
“적당한 타협은 없었어요. 물론 시저나 오리엔탈, 케이준 같은 흔한 드레싱을 뿌려드려도 잘 드셔주시는 분이 있겠죠. 하지만 저희는 늘 ‘한국인이 더 좋아할 맛’을 더해야 했어요. 그래야 매일 찾아오실 테니까요.”
_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메뉴 구성도 철저히 포만감에 집중했어. ‘샐러드만 먹으면 금방 배가 꺼진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2017년 메밀면이나 귀리와 보리 같은 곡물을 섞어 ‘웜볼Warm Bowl’을 만들었지. 당시로선 파격적인 시도였어.
샐러디의 베스트셀러인 ‘우삼겹 메밀면’을 볼까? 메밀면이 그릇을 가득 채우고, 기름기가 도는 우삼겹이 면 위를 뒤덮어. 부지런히 먹다 보면 어느새 양상추와 오이, 양파, 아몬드, 땅콩이 오독오독 씹히지.
“샐러드에 밥이나 면을 넣는 시도는 당시 한국엔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남성 고객이나 포만감을 느끼려는 직장인을 잡으려면 이런 도전이 필요했죠.
여기에 우삼겹이나 로스트 치킨처럼 든든한 토핑을 더하자, ‘샐러드는 배가 안 찬다’던 고객들이 돌아오셨습니다. 시장의 외연이 확 넓어진 순간이었어요.”
_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Chapter 4.
건강한 식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든든한 한 끼 샐러드라. 배는 부르겠지만, 건강식 치곤 칼로리가 높지 않을까?
두 대표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어. 자신들은 “샐러디를 건강식 브랜드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심지어 “자극적인 맛을 추구한다”고 했지. 건강을 앞세우는 게 오히려 대중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건강하고 맛없는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건 실패하는 전략이라 생각해요. 며칠 먹고 포기할 담백한 맛보다, 익숙하고 자극적인 맛이 결국 사람들의 식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 믿거든요.”
_안상원 샐러디 공동대표
그래서 샐러디는 ‘다이어트’나 ‘저칼로리’ 같은 단어를 전면에 쓰지 않아. 대신 군침 도는 음식과 건강한 재료를 조합해 메뉴를 만들어. 예를 들면 이런 거야.
훈제 삼겹살 + 곡물 = 로스트삼겹 포케볼
야끼소바빵 + 치아바타 = 야끼소바빵st 치아바타
팔도비빔면 소스 + 메밀면 = 팔도비빔 메밀면
얼핏 보면 ‘이게 건강식이야?’라는 의문이 들 법하지. 하지만 두 대표는 이를 ‘균형 잡힌 설계’라고 말해. 대중이 좋아하는 ‘아는 맛’을 살리되, 속성만 살짝 바꾼 거야. 밀가루 면 대신 소화가 잘되는 메밀면을, 맵고 짠 양념을 넣는 대신 신선한 채소를 산더미처럼 쌓아 균형을 맞췄지.
“건강식을 찾는 분에게 ‘살을 빼야 하니 참아야지’가 아니라, ‘맛있는데 심지어 건강하기까지 하네’라는 경험을 주고 싶은 거예요. 햄버거나 분식을 먹었을 때보다 훨씬 나은 선택을 했다는 효용감을 느끼실 테니까요.”
_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2025년 1월 샐러디가 외식업 운영사 GFFG의 햄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를 인수한 것도 같은 이유야. 샐러드와 햄버거의 닮은 구석을 찾았거든. ‘맛있는데 건강한 한 끼’라는 본질 말이야.
“다운타우너의 시그니처는 ‘아보카도 버거’예요. 소고기 패티의 짠맛을 크리미한 아보카도가 중화해 주죠. ‘맛있는데 건강한 햄버거를 먹었다’는 기분을 주는 겁니다. 이런 정체성이 샐러디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고, 함께 하면 시너지가 날 거라 생각했어요.”
_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Chapter 5.
유행은 짧고 시스템은 길다
다시 한번 삐딱한 질문. 샐러디는 정말 ‘자극적인 드레싱과 메뉴’만으로 성공한 걸까? 이들 아니어도 맛있는 샐러드 가게는 많았잖아. 왜 팬데믹 이후 샐러디만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을까.
두 대표는 말해. 진짜 비결은 ‘매장 뒤편’에 있다고. 외식업, 특히 신선 식품을 다루는 브랜드의 가장 큰 적은 ‘요동치는 식재료 가격’이야. 폭염이나 장마가 닥쳐 채소값이 비싸지면, 수익성은 단번에 무너지거든. 최근 적잖은 샐러드 전문점이 문 닫은 결정적 이유도 ‘비용의 습격’을 못 견뎌서였지.
샐러디는 이를 해결하려고 2021년 자체 농장과 가공 공장을 세워 물류를 내재화했어. 샐러디가 400개 매장의 주방을 표준화하려면, 개별 점주의 의지 대신 ‘본사의 안정적인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믿은 거야.
“채소 원물을 매장에서 직접 씻고 써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에요. 노동 강도가 높으니 직원들은 금방 지치고, 지점마다 맛과 품질은 들쭉날쭉해지죠.
저희는 모든 채소를 농장에서 키운 뒤, 공장에서 완벽히 전처리해 가맹점에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본사가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리스크를 줄이고, 점주는 오직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 거예요.”
_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누가 해도 똑같은 퀄리티’라는 원칙도 철저히 지켰어. 샐러디 주방에는 프라이팬이나 가스레인지가 없어. 불 조절이나 타이밍에 따라 맛이 변할 여지를 차단한 거야.
대신 정해진 매뉴얼대로 오븐을 사용해, 조리 과정을 단순화했지. 이 강력한 표준화 덕에 샐러디는 전국 400개 매장에서 똑같은 경험을 주게 됐어.
기초 체력이 탄탄하면 또 뭐가 좋을까? 트렌드에 휩쓸리는 대신, 트렌드를 브랜드 안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 시스템이 안정화된 2022년 이후, 샐러디는 거침없이 협업을 쏟아내고 있거든.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동원참치와 손잡고 ‘동원참치마요 웜볼’을 내놓는가 하면, 팔도비빔면의 비빔장을 샐러드에 과감히 섞은 ‘팔도비빔 메밀면’을 내놓기도 했어.
2025년에는 1020세대의 인기 캐릭터 ‘김햄찌’와 함께 치아바타 샌드위치인 ‘김햄찌아바타’를 선보였지.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오자마자 “샐러디가 셀럽을 알아봤다”, “감 다 살았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샐러드 브랜드가 어디까지 힙해질 수 있는지를 증명했달까?
“샐러디 매장을 100개 열기까지 6~7년이 걸렸어요. 다른 플레이어가 유행을 타고 1~2년 만에 수백 개씩 늘릴 때, 저희는 지루할 정도로 물류망을 다지고 매뉴얼을 고도화했죠. 반짝하는 트렌드는 금방 저물지만, 단단하게 다져놓은 시스템은 위기 속에서 진짜 힘을 발휘하거든요.”
_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오랜 내실 다지기는 숫자로도 증명됐어. 2018년 44억원이던 매출은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11억원으로 오르더니, 시스템을 정비한 2021년엔 314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지. 반짝이는 유행의 파도를 타는 대신, 파도에 무너지지 않을 방파제를 쌓는 데 집중한 결과야.

Chapter 6.
예외를 만들지 않는 ‘리얼리즘 경영’
두 대표와 대화하며 느낀 게 있어. 이들이 지독할 정도로 ‘원칙’에 집착한다는 것. 이들은 “창업 초기엔 물불 가리지 않는 도전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예외를 두지 않는 단단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
“사업은 의사결정의 무한 반복이거든요. 그럼 적어도 사업가는 ‘옳은 의사결정’의 기준을 똑바로 세워야 해요. 안 그러면 무수히 많은 예외를 만들어내는데, 그게 점주나 고객 입장에선 굉장히 불안해 보여요.
당장 성과를 낼 만한 유혹이 있어도, ‘이것이 10년 뒤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를 묻고 예외 대신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게 저희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원칙이라고 생각해요.”
_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이들은 생존에 필요하면 조직문화도 바꿔. 과거엔 직급 없는 수평적 문화를 추구했지만, 지금은 효율과 성과를 위해 ‘명확한 직급과 체계’를 세웠어.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절과, 지금처럼 생존이 중요한 시기의 원칙은 달라야 한다면서.
“예전엔 직원들과 일대일로 소통하며 으쌰으쌰 하는 게 가능했어요. 하지만 직원이 150명까지 늘어나니, 몇몇의 의지만으론 안 되더라고요. 단단한 시스템과 문화로 풀어야 하는 단계가 온 거죠. 경영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5년 뒤, 10년 뒤에도 살아남으려면 우리만의 원칙을 만들어야죠.”
_안상원 샐러디 공동대표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말해.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엔, 남의 말에 귀를 여는 것만큼 ‘귀를 닫는 법’도 익혀야 한다고.
“실제로 밖에서 제게 해주시는 조언 중 도움이 되는 건 10%뿐이에요. 남들의 이야기에 틀린 정보가 섞여있을 수도 있고, 결국 내 사업을 가장 잘 아는 건 본인이니까요. 본질과 맞지 않는 말에 귀를 잘 닫는 능력도 경영자에겐 꼭 필요합니다.”
_안상원 샐러디 공동대표


롱블랙 프렌즈 L
스물다섯에 시작한 첫 사업이 기대 이상으로 잘 된 탓일까? 두 대표는 냉철하게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있었어. 그 덕에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메모할 수 있었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게.
1. 비주얼라이징으로 사업의 선명도를 높여라. 내가 만들 서비스가 세상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소비될지 그릴 수 없다면, 사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2. 올바름 대신 욕망부터 제안하라. 고객은 의리로 제품을 사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맛부터 만족시킬 때 사업은 확장을 시작한다.
3. 창업자와 경영자의 페르소나는 달라야 한다. 회사가 커질수록 개인의 의지보다 ‘시스템과 문화’로 조직을 움직여라. 시장의 속도에 맞춰 조직의 체질까지 과감히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새해에 야심 찬 도전을 계획 중일 롱블랙 피플, 샐러디의 이야기가 ‘현실적인 감각’까지도 챙겨줄 좋은 힌트가 됐길 바랄게. 노트가 좋았다면, 주변에도 공유해줘!

롱블랙 프렌즈 L
해피 뉴이어! 2026년 다들 잘 시작했어? 난 정크 푸드부터 끊어보려 해. 새해 결심에 빠지지 않는 게 ‘건강 관리’잖아. 그래서 내 방식대로 준비해 봤어. 샐러드를 찾아 먹기 전, 브랜드부터 파보기로 했지.
3~4년 전 팬데믹 시절, 뜨겁게 타올랐던 샐러드 열풍 기억나? 누구나 뛰어들던 시장이지만, 지금은 수익성 악화로 꼬리를 내린 브랜드가 태반이잖아. 그 안에서 생존한 브랜드의 창업자들을 만나봤어.

안상원・이건호 샐러디 공동대표
유행이 지난 것 같은 시장에서 13년간 살아남은 브랜드는 바로 샐러디SALADY. 2013년 서울 삼성동의 샐러드 가게로 시작해 꾸준히 성장해 왔어. 2018년 44억원이던 매출액은 2024년 371억원으로, 7년 만에 아홉 배나 뛰었지.
브랜드의 최근 기세도 좋아. 2025년 기준 전국에 400개 매장을 두고, 미국 콜로라도와 대만 가오슝에도 깃발을 꽂았어. GFFG의 햄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까지 인수해 F&B의 젊은 거물로도 불리고 있지.
이들은 어떻게 샐러드로 F&B 분야에서 존재감을 쌓은 걸까?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안상원, 이건호 공동창업자를 만났어. 이들이 쌓아온 ‘지속 가능한 성장’의 비밀을 파헤쳐봤지.
Chapter 1.
성공한 사업은 ‘한 장면’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2년, 연세대와 고려대 연합 창업 동아리 ‘인사이더스Insiders’의 워크숍 날 밤에 시작됐어. 술기운에 바람을 쐬러 나온 두 사람은,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지.
“너는 왜 창업을 하려 하니?”라는 안상원 대표의 질문에 답하는 이건호 대표는,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대. 안 대표는 IMF 시절 희망퇴직 후 사업을 시작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고, 이 대표도 사업가였던 아버지의 ‘주체적인 사고방식’을 보며 자랐거든. 안 대표는 당시의 갈증을 이렇게 회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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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원·이건호 대표는 샐러드를 한 끼로 먹는 이미지가 눈앞에 그려졌기에 샐러드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브랜드명도 곧바로 샐러드가 연상되도록 지었다. ©샐러디
안상원·이건호 대표는 ‘레스토랑의 조연’에 불과했던 샐러드에서 잠재력을 보고 사업에 착수했다. 한국에서 수요가 존재하지만, 아직 비어있는 시장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샐러디
안상원·이건호 대표는 무작정 매장을 차리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기본기를 닦았다. 안 대표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며 표준화 시스템을 공부하고, 이 대표는 요리학원에서 칼질부터 익히며 메뉴의 원리를 파고들었다. 맛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롱블랙
한국인의 입맛을 겨냥해 끝없이 실험한 끝에 탄생한 샐러디의 ‘크리미 칠리 드레싱’. 스리라차의 감칠맛과 마요네즈의 깊이를 결합해, 매콤달콤한 감칠맛과 묵직한 질감을 구현했다. ©샐러디
2025년 1월 샐러디는 외식업 운영사 GFFG의 햄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를 인수했다. 이건호 대표는 다운타우너로부터 ‘맛있는데 건강한 한 끼’라는, 샐러디와 맞닿은 철학을 읽어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운타우너
샐러디가 동원참치와 손잡고 출시한 ‘동원참치마요 웜볼’과 ‘동원참치마요 샌드’. 샐러디는 탄탄하게 구축한 시스템을 기반 삼아, 자신들의 방식으로 트렌드를 재해석할 수 있었다. ©샐러디
샐러디가 팔도비빔면과 협업해 선보인 ‘팔도비빔 메밀면’. 메뉴와 함께 팔도비빔장을 제공해, ‘익숙하고 자극적인 맛’을 샐러드에 더했다. ©샐러디
이건호 대표는 사업은 ‘의사결정의 무한 반복’이라며,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옳은 의사결정’의 기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관성 없는 판단은 점주와 고객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롱블랙
안상원 대표는 사업 초기엔 타인의 말에 ‘귀를 닫는 법’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 사업을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나”이기에, 본질과 어긋나는 조언을 걸러내는 능력이 경영자에게 반드시 요구된다는 것이다. ©롱블랙
2025년 6월 문을 연 샐러디 미국 콜로라도점. 샐러디는 미국 콜로라도와 대만 가오슝까지 진출하며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식 재료를 활용해 현지화를 거친 메뉴로 건강한 패스트푸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샐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