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리브랜딩 : 브랜드 철학은 어떻게 기업 가치를 바꿨나

2026.01.19

성장하고 싶은 직장인을 위한 지식 구독 서비스. 감각의 시대, 가장 앞선 감각적 비즈니스 케이스를 전달하는 것이 미션이다. 하루 한번의 노트를 발행하고, 24시간 동안만 공개함으로써 지식 소비의 습관을 형성하고자 한다. 묵직한 인사이트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일상에서 발견한 감각적 사례를 콘텐츠로 전파하고 싶은 시니어 에디터.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과 음식, 대화를 좋아한다. 말수는 적지만 롱블랙 스터디 모임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많이 공유하는 멤버.

이 노트는 LG유플러스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위드롱블랙을 더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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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B 

가슴 뭉클한 광고를 봤습니다. “아빠가 바보가 된 것 같아”라는 카피였어요. AI 시대에 기술을 어려워하는 나이 든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돕고 싶어 하는 딸의 마음이 담겨있었죠. 광고 말미에 ‘Simply. U+’ 라고 뜨더군요. ‘어, 유플러스의 느낌이 좀 달라졌다’ 싶었어요. 

예전의 유플러스는 뭐랄까요, 늘 반짝이고 화려했거든요. 지드래곤과 싸이가 등장하는 강렬한 캠페인이 먼저 떠올랐죠. 그런데 이번 캠페인은 달랐습니다. 차분하고 세련되고, 뭔가 여유가 느껴졌어요.

호기심에 주가 창을 열어봤습니다. 놀랍더군요. 지난 1년 사이 주가가 67.3%나 뛰었습니다. 지난해 초 4조원대 초반이었던 시가 총액*이 지난 연말 6조원을 돌파할 정도입니다. 2024년만 해도 7배 수준이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금 17.6배에 달합니다.
*기업이 발행한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값.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궁금해졌습니다. 시장은 냉정하잖아요. 이 회사의 무엇이 바뀌었다고 본 걸까요. 그리고 이 회사 내부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요. 2025년 유플러스의 대대적 리브랜딩을 이끈 김희진 브랜드마케팅팀장, 이다희 P3 TF 책임, 그리고 외부에서 전략을 컨설팅한 엘레멘트컴퍼니(이하 엘레멘트) 최장순 대표를 만났습니다.


Chapter 1.
언더독의 한계 : 튀는 것만으로는 자산이 되지 않는다

기억하시나요? LTE의 새로운 시대 ‘역사는 바뀐다’, 싸이가 강남스타일 춤을 부르며 외쳤던 ‘LTE는 유플러스가 진리’. 콘서트장과 병원에 5G를 더한 ‘일상을 바꿉니다’, ‘Why Not’ 캠페인까지….

LG유플러스의 마케팅은 늘 경쟁사보다 튀었습니다. 그만큼 절실해서였죠. 가입자 규모가 작은 만큼 마케팅 비용도 적었거든요.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죠. 2005년 입사한 이후 쭉 마케팅·브랜드 부서에서 근무해 온 김희진 팀장의 말입니다.

“언제나 절박했고, 그래서 과감한 시도를 해왔어요. 3위 사업자였다 보니, 어떻게든 대중의 시선을 뺏어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매번 이슈를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 욕심이 나더라고요. 단기간 주목 받는 마케팅이 아니라 뭔가 쌓이는 걸 해보고 싶다는.”
_김희진 LG유플러스 브랜드마케팅팀장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김희진 LG유플러스 브랜드마케팅팀장. LG유플러스는 ‘튀는 마케팅’을 넘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쌓이는 브랜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롱블랙

2024년, 사내 강연에서 최장순 엘레멘트LMNT 대표를 만나 단서를 얻었어요. 최 대표는 강연에서 “좋은 브랜드는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거든요. “돈이 되는 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강연 전에 유플러스 주가가 너무 낮아서 놀랐어요. PER*이 7배, 경쟁 통신사들 보다 많이 낮은 수준이었어요. 브랜드가 주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연에서 강조한 건 하나였어요. 주가는 결국 브랜드 자산과 연동된다는 것. 주가는 기업의 이익EPS과 기대감PER의 곱이잖아요.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EPS는 실체에 가깝고, PER은 서사에 가깝죠. 이익을 내는 건 사업 부서의 몫이지만, 기대감을 높이는 건 브랜드의 몫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이 회사가 앞으로 더 잘된다’는 확신, 즉 브랜딩은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 가치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_최장순 엘레멘트 대표
*PER(Price Earning Ratio)은 주가를 1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주가 수준이 이익 대비 고평가·저평가되어 있는지를 판단할 때 사용되는 지표이다.

늘 ‘쌓이는 브랜드’를 고민했던 김희진 팀장에게 힌트가 됐다고 해요. 

“단기적인 마케팅은 효과가 오래가진 않잖아요.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쌓여서 브랜드 자산이 될 방법은 없을까? 마냥 돈 쓰는 조직을 넘어서고 싶었어요. 투자의 관점에서 자산 가치에 보탬이 되는 브랜딩으로 접근할 수 있겠다 싶었죠.”
_김희진 LG유플러스 브랜드마케팅팀장 

기업 가치에 보탬이 되는 브랜딩.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최장순 대표는 ‘저수지’의 비유를 들었습니다.

“큰 저수지를 떠올려보세요. 그 안에 회사와 관련된 이미지들이 찰랑이고 있고요. 그 저수지가 브랜드입니다. 마케팅이 매출을 위해 저수지에서 물을 길어다 쓰는 행위라면, 브랜딩은 언제든 꺼내쓸 수 있도록 저수지에 물을 채워두는 일이에요. 유플러스는 누구보다 열심히 물을 길어 날랐지만, 고객 머릿속에 남은 저수지는 말라 있던 셈이었죠.”
_최장순 엘레멘트 대표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엘레멘트 최장순 대표. 브랜딩을 ‘저수지’에 비유하며 “마케팅이 물을 쓰는 일이라면, 브랜딩은 고객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물을 채워두는 일”이라 말했다. ⓒ롱블랙

Chapter 2.
‘재미있는 친구’ 대신 ‘믿을만한 전문가’가 돼야 하는 이유 

“차별화Differentiation에 목맬 때가 아닙니다. 브랜딩은 ‘연관성Relevance’의 싸움이에요.”

최장순 대표의 진단은 냉정했습니다. 눈에 띄기보다 “고객의 삶과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깊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고 단언했죠.

그가 들여다본 유플러스는 ‘에너지가 넘치는 회사’였지만, 동시에 ‘정리되지 않은 카오스’였습니다. 1등을 잡으려고 너무 많은 그물을 던져놨던 겁니다.

“캐릭터 사업도 하고, 굿즈도 만들고, 20대 전용 브랜드도 따로 있고요. 각자 보면 다 이유가 있고 재미도 있는데, 뭉쳐놓고 보면 ‘그래서 유플러스가 뭐 하는 곳이지?’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웠어요.

브랜드가 너무 많은 말을 하면, 고객은 귀를 닫습니다. 유플러스는 ‘유쾌하고 친근한 친구’의 이미지는 얻었지만, 막상 내 통신 라이프나 AI 서비스를 맡길 ‘전문가’로서의 신뢰도는 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_최장순 엘레멘트 대표

실제로 그랬습니다. 자체 조사에서 LG유플러스는 “친근하다”, “젊다”라는 항목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전문적이다”, “신뢰가 간다”라는 항목에서는 3사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죠. 

안타까운 건, 오히려 기술적인 면에서 유플러스는 “3사 중 가장 앞서있다”고 자신할만한 상황이었다는 거예요. 특히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자체 개발 LLM(거대 언어모델) 기반의 AI 솔루션 익시젠ixi-GEN을 보유하고 있었죠. 익시젠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자연어처리(NLP) 학회인 ‘EMNLP 2025’에 채택되기도 했어요.

이 맥락에서 나온 리브랜딩의 핵심 비전이 바로 “AX(AI Transformation) 컴퍼니” 였어요. LG유플러스의 기존 브랜드 비전 중 가장 ‘진지한’ 선언이었습니다.  

“기술 전문성을 어필하기로 하면서 2025년부터 MWC* 같은 기술 전시회에도 참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젊은 고객을 상대로 친근한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면, IT 업계를 상대로 전문성 있는 회사로 어필하는 데 주력하기 시작한 거죠.”
_김희진 LG유플러스 브랜드마케팅팀장
*Mobile World Congress·세계 이동통신 박람회. 매년 2월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친구의 옷을 벗고, 전문가의 수트를 입기 시작한 LG유플러스. 이게 주가를 움직인 첫 열쇠가 됩니다. 

하지만 ‘AX 컴퍼니’ 라는 건 어디까지나 회사의 비전이잖아요. 고객에게 다가갈 슬로건으로는 부족했어요. 여기서 2024년 말 취임한 홍범식 CEO가 뜻밖의 화두를 던집니다. 바로 “밝은 세상”입니다. 

LG유플러스의 리브랜딩은 ‘재미있는 친구’보다 ‘믿을 만한 전문가’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진은 자체 개발 LLM 기반 AI 솔루션이 탑재된 통화 앱 ‘ixi O’. ⓒLG유플러스

Chapter 3.
Less is Brighter : 기술을 덜어내야 고객이 밝아진다

“고민해 봤는데, 우리 유플러스가 만들어야 하는 세상은 ‘밝은 세상’인 것 같습니다.”

전략가의 입에서 철학적 화두가 나왔습니다. 2024년 11월 유플러스에 부임한 홍범식 대표.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를 지낸 그는 철저한 경영 전략가strategist로 알려져 있었죠. 그런 그가 리브랜딩 회의에서 추상적인 키워드를 던진 겁니다.

홍 대표의 의중은 명확했습니다. AI 시대, 기술은 발전하지만 고객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복잡한 요금제, 어려운 사용법, 해킹에 대한 불안…. 그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객의 삶이 밝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기술의 그림자에 짓눌려가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숙제는 브랜드마케팅팀에 넘어왔습니다. 이 난해한 화두를 어떻게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 언어로 바꿀 것인가. 별도로 ‘P3 TF’*를 구성해 답을 찾아내기 시작했어요.
*풀Pull, 프로모터Promoter, 파트너Partnership의 앞글자를 딴 이름. 할인 프로모션 등을 밀어내는 푸시push 마케팅 대신 프로모터와 파트너를 통해 고객을 끌어당긴다pull는 목적으로 구성된 TF다. 

창세기와 하이데거에서 답을 찾다 

최장순 대표와 김희진 팀장은 이 ‘밝음’을 정의하기 위해 인문학적 탐구를 시작합니다. ‘밝은 세상’이 단순히 “조명을 켜듯 환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최 대표는 먼저 ‘창세기’를 떠올렸대요.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먹고 눈이 ‘밝아졌다’고 하죠. 그런데 눈이 밝아진 그들은 행복해졌을까요? 아닙니다.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워하며 숨었습니다. 이게 지금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_최장순 엘레멘트 대표

정보는 넘쳐나고, 알아야 할 기술은 매일 쏟아집니다. 사람들은 ‘모르면 도태될 것 같다’는 불안감 속에 삽니다. ‘지식과 기술의 과잉’이 오히려 사람을 위축되게 만드는 역설이죠. 

실마리를 찾은 건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Heidegger의 개념에서입니다. 하이데거는 “진정한 ‘밝음Lichtung’이란 강한 빛으로 대상을 비추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대상을 가리고 있는 그림자를 걷어내어, 그 존재가 스스로 드러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죠. 

“그동안 통신사의 마케팅은 강한 빛이었잖아요. 우리 속도가 이렇게 빨라, 우리 기술이 대단해, 라고 말하면 고객은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고 기술 앞에서 초라해졌을 것 같아요. 

우리는 고객 삶을 가리는 불안, 복잡함, 귀찮음이라는 그림자를 걷어내 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래야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으로 드러나니까요.”
_김희진 LG유플러스 브랜드 전략팀장

이렇게 유플러스 리브랜딩의 철학이 한 줄로 완성됩니다. 

“덜어낼수록 더 밝아진다Less is Brighter.

이 철학을 고객의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이 바로 “Simply. U+”입니다. 사람들의 혼란과 불안을 걷어내겠다는 약속을 담았죠. 그저 유플러스만 쳐다보면 된다고, 든든한 전문가로서 안심시키고 싶었던 겁니다.

LG유플러스는 ‘밝음’을 더 강한 빛이 아니라, ‘불안과 복잡함을 걷어내는 상태’로 재정의했다. ‘밝음’을 정의하기 위해 최장순 대표는 플라톤과 하이데거 철학의 개념을 가져왔다. ⓒLG유플러스

Chapter 4.
뺄셈의 용기 : 슬로건이 비즈니스의 칼날이 되다

공언公言한 다짐은 때로 자신에게 무거운 부담이 되죠. “Simply. U+” 라는 슬로건이 그랬습니다. 이 문장은 책상머리 카피가 아니었어요. 유플러스가 상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뜯어고치겠다는, ‘비즈니스 선언문’에 가까웠습니다.

“C레벨을 포함해서 임원분들이 직접 방향을 만드는 데 참여했어요.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죠. ‘요금제가 심플할 수 있어?’, ‘진짜 가능해?’ 그런데 내부에서 차츰 뜻을 모았어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다. 고객을 위해서라면.’

그때부터 이 슬로건은 우리 사업을 검열하는 무서운 기준이 됐습니다. ‘이 절차가 정말 심플한가?’, ‘이 상품 설명이 심플한가?’ 내부의 모든 조직이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상품을 내놓을 수 없게 된 거죠.”
_김희진 LG유플러스 브랜드마케팅팀장

유플러스는 하나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고객을 중심에 놓는다. 고객이 느끼는 복잡함, 불편함을 덜어내는 게 곧 ‘심플’이라고 정의한 거예요. 그러려면 고객을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누가, 언제, 뭘 불편해하는지.

그렇게 들여다보니 두 가지 방법이 보였대요. 흩어진 건 합치고, 뭉뚱그린 건 쪼갠다.

먼저 과감히 합쳤습니다. 앱이 기능별로 흩어져있었어요. 멤버십 앱, 고객센터 앱을 하나의 앱 ‘U+ One’으로 통합했어요. 복잡했던 앱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통합 계획도 세웠죠.

유플러스에서 만든 SNS 계정은 무려 150개가 넘었어요. 부서마다 “우리 서비스도 알려야 한다”며 만든 결과였죠. 이 계정들도 1년에 걸쳐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사내에서 쓰고 있던 폰트도 50개에서 과감히 정리했고요.

“보통 기업들은 불안해서 자꾸 뭘 더하려고 해요. 이 기능도 자랑하고 싶고, 저 혜택도 보여주고 싶고. 하나라도 빼면 경쟁사보다 못해 보일까 봐 두렵잖아요. 그런데 그게 모여서 고객에겐 소음noise이 됩니다.

이번 리브랜딩의 핵심은 ‘뺄셈의 용기’였어요. 고객이 관심 없는 자랑이나 불필요한 가입 절차, 중구난방이던 서브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가 전하려던 하나의 가치가 고객에게 닿으니까요.”
_김희진 LG유플러스 브랜드마케팅팀장 

다음은 쪼개기입니다. 무작정 요금제를 줄이는 대신, 고객군을 더 정교하게 나누기로 했어요. 사용패턴에 맞게 고객에게 꼭 필요한 핵심 요금제를 우선적으로 제안하는 아이디어도 있었죠.

의문이 들었어요. 고객을 잘게 쪼개면 요금제는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거 아닌가요? 김 팀장은 고개를 저었어요. 핵심은 ‘정교한 단순함’이라면서요.

“예를 들어볼게요. 과거엔 ‘해외 나가는 고객’을 뭉뚱그려서 ‘로밍 고객’이라 불렀어요. 수십 가지 로밍 상품을 나열해 놓고 ‘고르세요’ 했죠. 고객이 공부를 해야 했어요. 그런데 같은 로밍 고객이라도 비즈니스 출장인지, 여행인지 유학인지 목적이 다 다르잖아요. 유학생에겐 유학생 전용 상품 딱 하나만 보여줘야 해요. 그래야 고객 선택이 심플해지니까요.”
_김희진 LG유플러스 브랜드마케팅팀장

거대한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날카로운 작살로 정확한 타깃을 겨냥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타깃을 좁힐수록, 메시지와 서비스는 더 심플하고 강력해집니다.

“예전엔 ‘온 국민이 좋아하는 유플러스’를 외쳤어요. 그러니 메시지가 뭉뚱그려질 수밖에 없었죠. 20대 대학생과 70대 노인의 고민이 다른데, 똑같은 상품과 광고를 보여주면 누구도 감동하지 않거든요. ‘디지털이 어려운 60대 부모님’, ‘아이 키우느라 바쁜 30대 워킹맘’. 이렇게 구체적인 대상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심플하게 던지는 겁니다.”
_최장순 엘레멘트 대표

효과는 숫자로 검증됐습니다. 고객이 주변 사람에게 브랜드를 추천하는 순추천지수NPS. 2025년 하반기 조사에서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중 상승폭이 가장 컸으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Simply. U+”는 유플러스의 상품과 서비스의 기준이 됐다. 사진은 유플러스 캠페인 영상 ‘오늘을 심플하게. Simply. U+’ 캡처. ⓒ롱블랙

Chapter 5.
내재화Internalization : 로고는 장식이 아니라 쐐기다

진짜 리브랜딩의 성패는 어디서 결정될까요. 직원의 믿음입니다. 아무리 좋은 철학도 직원이 믿지 않으면 고객 접점에서 드러날 수 없으니까요.

유플러스는 좀 달랐습니다. 리브랜딩 선포 3개월 만에, 임직원의 새 슬로건 인지도가 94%를 기록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Simply다”라는 걸 전 직원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겁니다. 

C레벨 워크샵이 94%의 시작이었다

브랜드마케팅팀은 새로운 슬로건을 내놓기 전, C레벨을 불러 모아 인터뷰를 하고,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이른바 ‘생각의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이었죠.

“직원들이 헷갈리는 이유는 리더들이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열하게 질문하고 인터뷰했어요. ‘밝은 세상을 어떻게 정의하세요?’, ‘유플러스가 뭘 해주면 고객이 일상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물으며 의견을 모아갔죠. 처음엔 ‘슬로건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비판하던 분들도, ‘방향성을 확실히 알겠다’고 하시고 나선 ‘사업 전체를 뜯어고치겠다’고 가장 열성적으로 나서주셨어요.”
_이다희 LG유플러스 P3 TF 책임

이 내재화 작업 뒤엔 홍범식 대표의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는 “가입자 1위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유플러스가 어떻게 고객 일상을 밝게 만들었는지를 남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해요. 유플러스 브랜드를 제대로 세우는 게 단기적인 사업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얘기였어요.

“CEO가 브랜드를 챙기면 브랜드 관리자가 힘들 것 같은데, 반대입니다. 훨씬 더 편해져요. 브랜드가 ‘OO다움’을 얘기할 때는 탑다운top down 방식의 매니지먼트가 꼭 필요합니다. 때로는 독단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유지 체계가 있어야 하는 거죠. 스티브 잡스가 기준을 잡아줬기 때문에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유지된 것처럼요.

이번 리브랜딩은 방향 설정부터 디테일까지 CEO의 세세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힘 있게 추진됐다고 생각합니다. 조직 전체에 ‘이거 정말 중요한 거구나’라는 신호가 전달된 거죠.”
_최장순 엘레멘트 대표

새 로고가 걸린 유플러스 매장 전면. ‘Simply. U+’를 내재화하기 위해 C레벨부터 워크샵을 진행했다. ⓒ롱블랙

시각적 쐐기 : 로고는 태도를 바꾸는 일이다 

마지막 퍼즐은 비주얼이었습니다. 유플러스는 로고를 다듬었어요. 알파벳 U에서 오른쪽 위에 붙어있던 플러스 기호를 내려서 U 옆에 나란히 뒀습니다. 기존의 로고엔 “당신에게 무한대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자신감을 담았어요. 새 로고는 “고객의 눈높이로 고객의 가치를 더 크게, 고객과 함께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선언이래요. 

이 작은 변화의 비용, 상당합니다. 전국 매장의 간판부터 포스터와 유니폼, 쇼핑백이 모두 바뀌어야 하죠. 이 작은 변화를 꼭 단행해야 했을까요? 

“로고는 사실 고객을 위해 바꾸는 게 아닙니다. 회사 구성원을 위해 바꾸는 거예요. 사람은 관성의 동물입니다. 조금만 긴장이 풀리면 익숙했던 예전으로 돌아가려 할 거예요. 복잡하게 설명하고, 화려하게 꾸미던 과거로요. 

로고를 바꾼 건 쐐기를 박는 일이에요. ‘보세요, 간판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과거의 그 복잡했던 유플러스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하고 직원의 태도를 바꿔주는 거예요.”
_최장순 엘레멘트 대표

유플러스의 기존 로고(왼쪽)와 새 로고(오른쪽). 위에 떠 있던 ‘+’를 내려 U 옆에 두었다. 최장순 대표는 “리브랜딩은 태도를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Chapter 6.
이제 브랜드는 존재의 이유를 정의해야 한다

리브랜딩 이야기를 듣고 ‘아빠 광고’를 다시 떠올려봤습니다. 왜 제 마음이 움직였는지 깨달았어요. 달라진 관점이 구석구석 스며 제게도 전달됐던 것 같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이 제게 뜻깊은 이유는, 전체 과정에서 계속 ‘우리 유플러스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있지?’라고 거듭 질문했기 때문이에요. 매 순간 고객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_김희진 LG유플러스 브랜드마케팅팀장

최장순 대표는 지금은 특히 ‘시대를 읽는 노력’이 브랜딩에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시대를 읽는다는 게, 지금 유행하는 디자인이나 광고 모델을 쓴다는 게 아니에요. 우리 고객이 시대적으로 직면한 문제를 읽어내고 적합한 해결책을 내놓는 거예요. 그게 정말 트렌디한 브랜딩 작업입니다.

리브랜딩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언어로 기업의 존재 이유를 다시 쓰는 작업입니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소비자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어야 하는가’. 디자인부터 제품까지 회사의 모든 일이 이 질문에서 출발할 수 있다면 리브랜딩은 생명력을 갖습니다.”
_최장순 엘레멘트 대표



롱블랙 프렌즈 B

존재 이유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 브랜드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저 역시 질문을 던지게 되더군요. 나는 왜 일을 하는가.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LG유플러스에서 얻은 세 가지 배움으로 노트를 마무리할게요.

1. 불안은 ‘더하기’가 아닌 ‘빼기’로 해결된다. 정보 과잉에 지친 고객에게 필요한 건, 복잡함을 걷어내고 확신을 주는 ‘명확한 단순함’이다.
2. 리브랜딩은 존재 이유를 정의해야 한다. 단순히 디자인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기업의 체질과 일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 그것이 진짜 리브랜딩이다.
3. 좋은 브랜드는 자산이 된다. 시장에 기대감을 심어주고 기업 가치를 올린다. 시장은 선명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에 기꺼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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