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의사가 남긴, 살아감에 대한 이야기


롱블랙 프렌즈 K  

모처럼 만의 연휴입니다. 사두고 펼치지 않았던 책을 한 권 집어 들었어요. 첫 장부터 눈길을 끕니다.

“진단은 명확했다. 무수한 종양이 폐를 덮고 있었다. 암이 넓게 전이되어 있었다. 지난 6년 동안 이런 정밀검사 결과를 수없이 검토했다. 하지만 이번 검사 결과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지녔다. 그 사진은 내 것이었다.”_19p

CT 정밀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의사의 독백입니다. 젊고 유망한 의사 폴 칼라니티Paul kalanithi, 어느 날 그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찾아듭니다. 폐암 말기. 생을 마감하기까지 22개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소중한 모든 걸 두고 고민합니다. 그가 선택한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기록’이었죠.

죽음을 앞둔 삶의 기록. 삶을 위한 죽음의 기록. 어느 쪽이 더 알맞은 표현일까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화두는 반갑지만 막연합니다. 삶은 영원할 것 같거든요. 오늘의 노트는 우리도 언젠가 마주할 나날의 기록입니다.

Chapter 1.
인생의 정점에서 모든 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폴, 나는 자네가 어디에 지원하든 가장 유력한 채용 후보가 될 거라고 생각하네. 우리도 곧 교수를 채용할 계획인데, 자네 같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 서른여섯 살에 나는 정상에 올랐다. 드디어 약속의 땅이 눈앞에 보였다.”_23p

하루 열네 시간씩, 수년간 일해온 레지던트 생활. 칼라니티는 전문의가 되기 전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스탠퍼드 대학 교무국장이 넌지시 일자리를 귀띔해오죠. 그는 여러 일류 대학이 탐내는 인재였습니다. 젊고, 능력 있고, 인정받는 의사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