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카이 호텔 : 여행객을 ‘동네 단골’로 만드는 마을 호텔의 기획력

2026.05.14


롱블랙 프렌즈 C 

여행 후에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세요? 전 이런 게 떠올라요. 동네 공원에 앉아 있는 할머니가 저를 향해 웃어주시던 모습, 허름한 선술집에 갔을 때 단골손님이 “잘 왔다”며 반겨주는 모습까지. 마치 그곳에 사는 사람처럼 동네에 녹아들었던 기억이죠.

이런 추억을 일부러 설계하는 호텔이 있어요. 2017년 일본에서 시작한 ‘세카이 호텔SEKAI HOTEL’이죠. 

세카이 호텔은 ‘건물을 따로 세우지 않는’ 숙박 시설이에요. 대신 마을 전체를 호텔로 삼죠. 골목 빈집을 객실로, 동네 목욕탕을 욕실로, 노포 이자카야를 레스토랑으로 만들었거든요. 

이들이 터를 잡은 마을은 오사카시 외곽에 자리한 후세布施와 도야마현에 있는 다카오카高岡. 둘 다 여행객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던 소도시예요. 

하지만 세카이 호텔이 세워지면서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먼저 만들어진 후세점은 2018년 310명의 투숙객으로 시작해, 2023년 5400명 넘는 여행객을 받았어요. 2025년 두 지점의 연간 투숙객은 1만 명에 달하죠. 이들은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당겼을까요? 


Chapter 1.
사람이 그만두지 않는 부동산업을 꿈꾼 창업가 

‘제발 직원들이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카이 호텔을 시작하게 한 생각이에요. 앞서 부동산 중개회사를 운영하던 세카이 호텔 창업자 야노 코이치矢野浩一의 생각이었죠. 

잠깐 야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볼까요? 1983년생의 야노는 어렸을 때부터 ‘내 사업’을 꿈꿨어요. 독립을 꿈꾸며 열아홉 살 때부터 부동산 영업 일에 뛰어들 정도였죠. 당시 그의 목표는 “스물다섯이 되기 전에 독립에 성공한다”였어요. 

2007년, 스물넷이 된 그는 부동산 중개회사를 차리는 데 성공했어요. 회사의 이름은 ‘쿠지라クジラ’. 일본어로 ‘고래’라는 뜻이었죠. ‘물속에서 유영하는 거대한 고래’처럼, 어떤 위기에도 가라앉지 않는 회사를 만들겠단 다짐이었죠.

하지만 창업 이듬해인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맞닥뜨렸어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회사는 적자로 돌아섰죠. 직원들은 회사를 떠났고, 야노는 2012년까지 버티다 폐업 절차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블로그에 당시를 이렇게 기록할 정도였죠.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2008년 9월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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