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저에겐 몇 년째 이어온 메모 습관이 있습니다. 인상적인 문장을 만나면 기록 앱에 옮겨 적고, 나중에 참고할 자료는 캡처한 다음 저만의 폴더에 넣어두죠. 그런데 요즘 이 습관에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자료 찾기도, 분류도 모두 해내는 AI 때문이죠.
저만 이런 감정을 느낀 게 아니더군요. 메모법을 가르치는 생산성 전문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죠. 주인공은 티아고 포르테Tiago Forte. 2016년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인물입니다.
그는 “디지털 저장소에 체계적으로 정리된 ‘또 다른 뇌’를 만들자”며 자신의 방법론을 가르쳤습니다. 6000여 명이 그의 강의를 들었고, 메모법을 담은 그의 책은 세계에서 40만 부 넘게 팔렸죠*.
*한국에선 2023년 『세컨드 브레인Building a Second Brain』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2023년 4월, 저 역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챗GPT가 급부상하던 시기, 우리는 “AI 시대가 와도 메모는 필요할 것”이라는 다소 막연한 전망을 나눴어요.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지금,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 대화의 주제는 단순한 메모법을 넘어, ‘생산성’으로 넓어져 있었죠.

티아고 포르테 포르테랩스 대표
화면 너머의 티아고 포르테는 여전히 또렷한 눈빛을 품고 있었습니다. 미소를 머금은 그는, 제게 지난 3년의 여정을 이렇게 설명했어요.
“AI가 발전하면서 저는 ‘존재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우리보다 빠르고 지치지 않는 존재가 나타났기 때문이죠. 심지어 전 이전과 같은 내용을 가르칠 수 없다는 생각에, 강의를 한동안 멈추기도 했어요.
이후 저는 읽고, 쓰고, 연구하는 법을 새로 배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2024년엔 가족과의 거처를 미국 도심이 아닌 멕시코의 한 마을로 옮길 정도였죠. 그러면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얻은 관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먼저 그는 “정보를 정리하는 일은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Chapter 1.
내가 정리한 것들은 곧 ‘큐레이션’이다
‘AI 시대의 정보 정리는 큐레이션이다.’ 티아고 포르테가 재정의한 정보 정리의 개념입니다. 과거에는 정보 정리를 ‘내가 다시 보기 위해’ 했다면, 이제는 ‘AI 도구에게 건네기 위해’ 한다는 거예요.
“여러분도 모두 알듯, AI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AI에게 우리의 모든 걸 던져줄 수 없다는 걸 뜻해요. 매번 ‘내 드라이브에 있는 것을 다 읽어줘’라고만 할 수 없는 거죠.
달리 말하면, 사람이 ‘엄선된 정보 묶음’을 만드는 건 여전히 의미 있다는 겁니다. 이걸 AI 도구에게 준다면, 망망대해에서 자료를 찾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AI와 ‘글쓰기 기술’을 함께 연구한다고 해보죠. 곧장 “글 잘 쓰는 법을 알려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평소 기사와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기록해 왔다면? 그 문장 묶음을 주면서 “공감을 얻는 문장 쓰는 법을 고민해 보자”고 하는 거죠.
정리하면, 내가 만든 정보 묶음은 AI에게 더 또렷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방향을 알리는 묶음의 크기는 어느 정도여야 할까요.
여기서 티아고는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개념과 함께 떠올린 정보 정리법, ‘PARA’를 소개합니다. 프로젝트Projects, 영역Areas, 자원Resources, 보관소Archives별로 정보를 정리하는 체계죠.
이름만 들어선 이해하기가 어렵죠. 조금 더 풀어보겠습니다. 프로젝트는 지금 진행되고 있거나, 마감이 있는 일이에요. 기획안과 회의록 등을 모으는 곳이죠. 영역은 오랜 시간 관리해야 하는 일입니다. 나의 건강이나 재무, 팀 운영처럼 꾸준히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죠.
자원은 앞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 주제나 관심사를 모으는 곳이에요. AI에 대한 정보나 글쓰기, 놀러 가고 싶은 공간처럼 흥미나 취미를 자극하는 부분들이죠. 마지막으로 보관소는 마무리한 프로젝트나 더 이상 쓰지 않는 자료를 옮겨두는 곳입니다.
“AI가 발달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프로젝트를 돌리고, 책임질 영역을 관리하며, 참고할 자원을 찾습니다. 즉, PARA의 핵심 골격은 계속 유지된 겁니다.
단, 이 정보 묶음을 활용하는 방식이 바뀌었어요. 정보를 혼자 다시 꺼내보는 것에서 AI에게 주면서 협업하는 쪽으로요.”

Chapter 2.
AI는 모르는, ‘알파’를 모으는 일이 중요해졌다
티아고 포르테는 “정리 체계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것을 모을지’를 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게 그의 말이었죠.
“이제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AI가 이미 알고 있는가’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모아야 하는 콘텐츠의 성격 자체가 변한 거예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AI가 이미 아는 지식의 가치는 급락한 반면, LLMLarge Language Model* 학습 데이터에 들어있지 않은 정보의 가치는 폭등했기 때문이죠.”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AI 모델. 챗GPT, 클로드 등이 대표적이다.
티아고는 AI의 활약을 투자 분야의 개념인 ‘인덱스 펀드Index Fund*’에 비유했습니다.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따라가는 펀드처럼, AI도 세상에 퍼진 지식을 종합해 평균에 가까운 내용을 내놓는다는 거예요.
*S&P 500이나 코스피 200 같은 특정 주가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만들어진 펀드.
“LLM에게 평범한 질문을 던지면, 가장 타당하고 평균적인 답변을 내놓습니다. 인덱스 펀드가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죠. 물론 재무 측면에선 이 선택이 안정적일 수 있지만 지식 측면에선 꼭 그렇지 않을 겁니다.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죠.”
그럼 평균을 넘어선 성과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티아고는 “알파Alpha를 찾으라”고 했습니다. 알파는 투자업계에서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수익’을 뜻해요. 티아고는 “이 개념이 AI 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죠.
“알파는 ‘모든 성공적인 투자는 독점적인 정보에서 나온다’는 걸 아우르는 말입니다. 이건 지식·정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죠. 다른 사람이나 AI가 갖지 못한 독보적인 것을 모으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그 정보들이 독창적인 통찰을 만들어내고요.”
티아고의 비유에 공감하면서도 궁금해졌습니다. 그에게 “알파를 찾는 법을 알려달라”고 물었어요. 그는 망설임없이 “메인스트림Mainstream 밖으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이 말에 숨은 디테일을, 다음 챕터에서 이어가겠습니다.

Chapter 3.
지루함 속에서 ‘놀라움’ 찾기, 왜 필요할까
‘메인스트림 밖으로 향하는 방법’으로 티아고 포르테는 크게 세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첫째, 인기 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해 볼 것. 가령 책을 고른다면, 베스트셀러 매대만 보지 않고 도서관이나 헌책방에 큐레이션 된 것도 살펴보는 겁니다.
둘째, 알고리즘의 추천을 의심하는 마음으로 볼 것. SNS에서 쏟아지는 게시물들을 볼 때 ‘내가 좋아할 만한 걸 더 보여준다’는 걸 알고 보자는 거죠.
셋째, 접하기 어려운 존재나, 사람들이 지나치는 영역을 일부러 찾아볼 것. 예를 들어 티아고는 “생산성에 관한 생각을 얻기 위해 ‘과거 제조업 회사들의 일하는 방식’을 분석한 책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남들은 지루해하는 분야에서 배움을 얻기 위해서였죠.
“핵심은 ‘나의 사고방식을 남들과 다르고, 희귀하고, 더 혁신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사실 그 출발점은 ‘호기심’에 있어요. 특히 ‘실용적인 이유 없이 그냥 끌리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큰돈을 버는 게 아니더라도 순수하게 흥미로운 것들 말이죠.”
그는 이 태도를 자기 삶에 극단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사는 곳을 옮기는 실험을 했거든요. 원래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았던 그는, 2024년 가족들과 멕시코의 한 마을 발레 데 브라보Valle de Bravo로 이주했습니다. 생소한 지역에서도 ‘좋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멕시코로 이사하기 전, 저는 우리 가족이 ‘메인스트림 한복판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먹고 마시고 경험하는 모든 게 ‘미국식 울타리Bubble’ 안에 있다고 느꼈죠. 제 아이들이 더 넓은 경험을 하길 바라며 2년간 떠나 있기로 결심했습니다.
멕시코 마을에서 우리는, ‘시간과 수고가 들더라도 사람과 함께 할 때 더 많은 게 남는다’는 걸 배웠습니다. 미국에서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아도 먹고, 쇼핑하고, 일할 수 있거든요. 효율적이지만 외롭죠. 멕시코에서는 정반대로 지냈습니다.”

멕시코 마을에서 ‘숨은 알파’를 발견하다
재밌는 건, 티아고가 멕시코에서 지내는 동안 ‘알파’라는 가치를 확신하는 계기도 얻었다는 거예요. AI가 찾지 못 하는 자료들을 발굴하는 경험을 했다는 게 그의 말이었어요.
“제가 살던 발레 데 브라보는 500년 가까운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어요. 사실 챗GPT에게 이 마을의 역사를 물었더니,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자료가 너무 오래되고 희귀했거나, 스페인어로만 돼 있었기 때문이죠.
저는 이곳에 살면서 책방에 있는 역사책을 읽었고, 그곳에 사는 사학자들을 만나 대화했습니다. 덕분에 1만7000자* 넘는 블로그 글을 쓸 수 있었죠. AI만으로는 절대 쓸 수 없는 글을 쓰면서 ‘알파를 소비하고 쌓는 삶’을 경험했어요.”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를 기준으로 적었다.
그가 발굴한 이야기,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그는 1938년 발레 데 브라보에 댐을 짓고 싶었지만 자금이 부족했던 이들이 정부의 투자를 받기 위해 꾸민 ‘쇼’를 블로그에 썼어요.
먼저 마을 관계자들은 노동자 50명을 25미터 간격으로 세운 뒤, 소음을 일으키며 일하게 했습니다. 그다음 정부 직원들이 마을에 닿았을 즈음, 공사가 이뤄질 현장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습니다. ‘우리는 공사 중’이라는 티를 낸 거예요. 덕분에 이들은 자금을 받았고, 댐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실용적이지 않은 것에 호기심을 느껴 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다음 거기서 멈추지 않을 용기가 필요해요. 주변에서 인정하지 않더라도 파고들어 봐야 하죠. 중요한 건 이걸 실제로 해내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겁니다. 그 극소수에 들어가서 정보를 모으는 것, 그게 바로 알파를 찾는 일입니다.”
티아고의 일화를 들으면서 한편으로 삐딱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티아고처럼 거주지를 옮길 만큼 큰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었죠.
그에게 “일상을 살면서 알파를 찾는 법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일상 속에서의 무질서disorder’를 찾아보라며 다음의 방법을 권했습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힘 있는 방법은 ‘사람과의 일대일 대화’입니다. 대화는 보통 어질러져 있습니다. 서로 묻고, 반론을 제기하니까요. 그 혼란 속에서 사람이 내뱉은 생생한 단어야말로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최신의 알파입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틀렸지만 흥미로운 문장’을 기록해 보는 겁니다. 예전에는 글을 읽다가 흥미로운 ‘사실fact’을 발견하면 메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단순한 사실관계는 AI가 꽤나 잘 찾아주죠.
그래서 저는 역으로 ‘사실에는 어긋나지만, 특이하게 표현된 것’에 주목해 봅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자극하고, 해 본 적 없는 사유로 나를 이끌 때가 있거든요. 이때의 핵심은 ‘뜻밖의 놀라움’이에요. 놀랍지 않다면 대중도, AI도 알고 있을 겁니다.”

Chapter 4.
내가 쌓은 알파는, 관점 전환력으로 이어진다
티아고 포르테가 재정의하는 생산성은, ‘알파를 모으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알파를 쌓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AI와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인 ‘관점 전환력’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했죠. 그가 떠올린 관점 전환력의 내용은 두 가지였습니다.
① 문제를 ‘새로운 프레임frame’으로 정의하는 힘
티아고는 우리가 AI와 답을 잘 내놓는 경쟁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보다 우리는 평소에 쌓은 알파를 바탕으로, 문제를 던지고 제안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이번 달에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목표에 매달리는 대신, ‘지금 내가 힌트를 얻고 싶은 분야는 뭘까’로 바꿔보는 겁니다. 전자는 양을 고민하는 문제고, 후자는 무엇을 향해 시간을 쓸지 정하는 문제죠.
티아고 역시 양 대신 프레임을 바꾸는 고민을 이어왔어요. ‘어떻게 더 많은 것을 쉽게 정리할까’가 아니라, ‘어떤 걸 모아야 AI도 못하는 걸 해낼 수 있을까’로 질문을 바꿨죠.
② 전제 조건에 ‘반론Challenge’을 제기하는 힘
프레임 전환이 문제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면, 반론은 달려가던 방향을 뒤집는 일이에요. 티아고는 이 ‘뒤집기’가 AI를 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태도라고 했어요. “이거 정말 괜찮나?”라고 계속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죠.
“대부분의 AI가 내놓는 답은 유저의 말에 ‘맞습니다, 똑똑하시네요’라고 아부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진짜 훌륭한 솔루션은 ‘잠깐만요, 그 전략은 이런 이유와 과거 사례로 볼 때 틀린 것 같습니다’라고 반기를 들 때 나오죠.”
이 기준으로 볼 때, 그는 ‘뛰어난 성과High Performance’의 정의도 바뀔 수 있다고 했어요. 과거에는 더 많이, 더 빠르게 해내는 사람이 뛰어나다고 했지만, 지금은 이 기준이 무의미해졌다는 겁니다. 그는 “지금의 뛰어난 성과는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어요.
“양적 생산성이라는 개념을 더 내려놓아야 합니다. 양으로 AI와 승부하는 건, 달리기 선수가 자동차와 시합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조건 패배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에 우리는 전제들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고, 대세를 거스르는 것에 주목해 보는 거죠. 이전에 우리가 생각한 생산성 차원을 바꿔보는 겁니다.”

Chapter 5.
AI는 우리에게 ‘숙고의 시간’을 선물했다
‘반론’을 강조하는 티아고 포르테의 주장을 들으며 저도 한 가지 반론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생산성이 AI가 못하는 일에서 나온다면, 결국 인간과 AI는 대립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물음이었죠.
티아고는 고개를 저으며 “대립이 아닌 보완 관계”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람들이 AI를 닮아가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했죠. 이런 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잘 쓰려면 스스로 AI처럼 체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오해합니다. AI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로 자신을 맞추려고 하죠. 이건 자신을 AI처럼 개조하는 것입니다.
저는 정확히 그 반대가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AI는 자기 역할을 잘 해내고 있기에 인간은 AI와 완벽히 반대되는 특성을 길러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돼야 합니다. 자꾸 경쟁하지 않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길러야 할 ‘AI와 반대되는 특성’은 뭘까요. 티아고는 핵심 개념으로 ‘슬로우 번Slow Burn’을 언급했습니다.
“슬로우 번은 어떤 대상을 은은하게 궁금해하는 걸 유지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마치 요리할 때 스튜를 약불로 오래 끓이는 것과 비슷하죠. 어느 나라 요리든 천천히 졸인 스튜가 깊은 맛을 내잖아요?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수년에 걸쳐 ‘창발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자료를 띄엄띄엄 모았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AI에게 모은 걸 주고 통합해 보라고 했죠. 흩어진 것들이 순식간에 모였고, 덕분에 저는 또 다른 관점을 얻었습니다.”
즉, 오래 관심을 품고 축적하는 건 사람의 일이고 그 쌓인 것에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빠르게 찾아내는 건 AI의 일이라는 거예요.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셈이죠.
이 역할 분담이 만들어내는 게 있습니다. 바로 ‘생각의 시간’이에요. 티아고는 말합니다. “우리가 계속 알파를 쌓고 AI에게 건넬수록 우리는 숙고할 여유를 얻을 수 있다”고.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질문하는 거죠. 무엇이 성과이고, 무엇이 의미 있는지를요.
티아고가 3년의 고민 끝에 얻은 답은 다음과 같았어요. 생산성은 더 이상 ‘얼마나 빨리, 많이 해내는가’가 아닌, ‘AI가 벌어준 이 시간에 무엇을 오래 돌보고, 무엇을 깊이 궁리하는가’라는 것.


롱블랙 프렌즈 B
티아고 포르테와 대화를 나눈 뒤, 제가 그동안 남겼던 메모들을 다시 살폈습니다. 한때 빠져 읽었던 소설 속 문장, 다녀와서 행복했던 공간들, 소중한 사람과 대화하며 얻은 단어들이 적혀 있었죠. 이건 AI가 찾아줄 수 없는 저만의 알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롱블랙 피플, 앞으로도 우리는 AI의 변화를 놓고 생산성을 계속 고민해 나갈 겁니다. 단 하나의 정답은 없겠지만 오늘 저는 또 하나의 힌트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오늘 하루, 여러분의 알파를 찾아나가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