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되찾기 : 기록학자와 함께 읽는, AI 시대의 『도둑맞은 집중력』



롱블랙 프렌즈 B 

AI의 등장 이후, 저는 부쩍 집중력이 낮아진 걸 느낍니다. 프롬프트를 AI가 처리하는 사이, 저는 다른 일을 시작해요. 30초에서 1분 간격으로 노트북의 여러 화면을 들락날락거리죠.

처음엔 이런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믿었습니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끝낸 일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무언가에 속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죠.

실제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UC리버사이드 연구진은 AI를 업무에 사용하는 응답자의 14%가 AI로 인한 ‘뇌 과부하brain fry’를 겪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6년 3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게재. 미국 대기업에 근무하는 148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래서 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가디언 등에 글을 기고해 온 영국의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Johann Hari가 2022년 펴낸 책*입니다. 출간되자마자 글로벌 서점을 휩쓸고 지금은 스테디셀러가 됐죠.
*한국엔 2023년 출간됐다.

‘집중력 위기의 시대’. 요한은 책에서 이렇게 진단합니다. 그가 이 책을 펴낸 당시는, 생성형 AI가 대중화되기 전이었습니다. 책에도 AI보단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이야기가 쓰여 있죠. 하지만 ‘집중력 위기’에 대한 그의 경고는, 4년 후인 지금 더욱 생생하게 와닿는 듯합니다.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와 함께 이 책을 꼼꼼히 짚어 보았습니다. ‘기록과 집중력’에 대한 김 교수의 관점도 더했어요.

유행이 지난 뒤에도 꾸준히 읽히는 책을 톺아보는, <이제 읽으러 갑니다> 시리즈 첫 번째 순서입니다.


Chapter 1.
우리는 비둘기가 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집중력이 부족한 ‘나 자신’을 탓하곤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 250명을 인터뷰하며 집중력을 들여다본 요한 하리는 분명하게 말합니다. 집중력은 개인의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유행병’이라고.

“우리를 공격하는 세력은 매우 강하다. (…)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다. 진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이 매일 우리의 주의력에 산을 들이붓고 있다는 것, 전 세계의 집중력이 타들어 가는 와중에 우리는 자신을 탓하고 자기 습관을 바꾸라는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_23p

요한에 따르면, 그 세력은 다름 아닌 ‘소셜미디어’와 이를 만든 ‘빅테크 기업’입니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들여다볼수록 그들이 보는 광고도 많아지고, 그만큼 구글이 버는 돈도 늘어난다.”_174p

요한은 소셜미디어의 작동 방식을 ‘스키너의 비둘기 실험*’으로 설명합니다. 비둘기의 특정 행동에 따라 먹이를 주는 ‘강화 훈련’을 반복하면, 나중엔 비둘기를 정교하게 조종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 B.F. 스키너B.F. Skinner(1904~1990)가 1940년대부터 진행한 실험. 보상으로 행동을 학습시킨다는 아이디어는 현대 AI 강화 학습에도 영향을 줬다.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이렇게 물었다. 만약 우리가 사용자에게 ‘하트’와 ‘좋아요’를 줘서 셀카 찍는 행동을 강화한다면, 씨앗을 더 먹기 위해 강박적으로 왼쪽 날개를 펼친 비둘기처럼 사용자들도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할까?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스키너의 핵심 기술을 수십억 사용자에게 적용했다.”_82~83p

소셜미디어의 ‘좋아요’는 사용자의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보상이다. 요한은 이를 스키너의 비둘기 실험에 빗대어 표현했다. 사진은 행동심리학자 B. F. 스키너. ©Wikimedia Commons

AI는 지식을 ‘숏폼’으로 만든다

문제는 책이 출간됐을 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겁니다. AI라는 막강한 ‘집중력 방해자’가 등장했으니까요.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는 “우리는 3년 전과는 차원이 다른 집중력 고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해요.

“이제는 『도둑맞은 집중력』의 ‘AI 판’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AI로 지식은 ‘짧은 단위’로 오가게 됐어요. 질문은 짧아지고, 얻는 답도 단편적이죠. 즉, 지식의 ‘숏폼화’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_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하)롱블랙 인터뷰에서

지식을 빠르게 얻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김 교수가 짚는 건 ‘그다음의 행동’입니다. 우리는 흔히 AI의 빠른 답에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더 질문하는 걸 멈추거든요.

“어떤 질문이든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으니, 우리는 함정에 빠지고 맙니다. ‘지적인 삶을 산다’고 착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짧은 지식에 만족하는 걸 반복하다 보면, 결국 우리는 ‘생각을 길게 하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_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AI가 내놓는 짧은 단위의 답에 익숙해질수록, 깊이 생각하는 힘은 약해진다.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는 “AI가 지식을 ‘숏폼’으로 만들고 있다”고 짚는다.  ©Unsplash

Chapter 2.
‘짧은 생각’이 사회를 위협한다

집중력을 상실한 개인은 어떻게 될까요. 저자 요한 하리는 강조합니다. ‘훼손된 삶’을 살게 된다고.

“집중하지 못하면 이루고 싶은 일들을 이룰 수 없다. 책을 읽고 싶지만 소셜미디어의 알람과 불안이 우리를 끌어당긴다. 방해받지 않고 아이와 함께 몇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상사가 메시지를 보냈는지 보려고 초조하게 계속 이메일을 확인한다. (…)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게 된다.”_24~25p

그는 집중력을 잃은 상황을 이렇게도 표현했어요. ‘누군가 양동이에 가득 담긴 진흙을, 운전하는 자동차 앞 유리창에 끼얹은 상황’.

“그 순간 사이드미러를 부수거나, 방향을 놓치거나,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는 등의 여러 문제를 겪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문제를 걱정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앞 유리창을 깨끗하게 닦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우리는 장기적인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집중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_25p

비극은 개인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짧은 생각’만 하는 개인이 모인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혼란스러울 겁니다.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요한 하리도 크게 걱정했습니다.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사람이 장기간에 걸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진짜 문제를 파악해 공상과 구분하고, 해결책을 떠올리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민의 능력을 요구한다. (…)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단순한 권위주의적 해결책에 쉽게 이끌리고, 그러한 해결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_26p

‘가짜 뉴스’에 선동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집중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우리를 가짜 뉴스로 인도한다고, 요한은 지적하죠. 그는 유튜브가 ‘악질 음모론자’의 영상을 무려 150억 회나 추천했다는 사실 또한 책에서 짚었습니다. 

“알고리즘은 그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영상을 더 오래 보게 만들 내용을 선택할 뿐이다.”_211p

저자 요한 하리. 그는 집중력을 잃으면 원하는 일을 이루기 어려워지고,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게 되는 ‘훼손된 삶’을 살게 된다고 말한다. ©요한 하리 홈페이지

Chapter 3.
몰입의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궁금해집니다. 그럼 ‘도둑맞은 집중력’은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요.

먼저는 집중력의 실체를 알아야겠죠. 흔히 하는 오해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집중을 ‘스포트라이트’의 형태로만 상상하곤 합니다. 무대에 선 오직 한 명의 스타에게만 숨죽여 집중하게 만드는 조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가장 깊은 단계’의 집중인 ‘몰입’은, 조금 다릅니다. 헝가리계 미국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이를 “흐름(flow)에 올라탔다”는 감각으로 정의하죠.
*1934년 태어나 2021년 타계했다. 긍정심리학 선구자로,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를 지냈다. 1990년 펴낸 『몰입Flow』으로 ‘몰입’ 개념을 대중에 알렸다.

“몰입은 하고 있는 일에 너무 푹 빠진 나머지 모든 자아 감각을 잃은 상태, 시간이 사라진 듯한 상태, 경험 그 자체의 흐름을 탄 상태를 뜻한다. 몰입은 우리가 아는 것 중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_85p

가령 암벽 등반을 하면서, 튀어나온 바위를 손으로 잡고 발로는 내 무게를 밀어내는 과정 자체에서 어떠한 ‘리듬감’을 느낄 때. 통기타 연주를 하며 선율과 내가 ‘하나 되는 경험’을 할 때. 우리는 ‘몰입의 상태’를 경험합니다.

“암벽을 등반하는 사람이 말했다. ‘암벽 등반의 신비는 암벽을 오르는 데 있어요. 정상에 도착하면 다 끝나서 기분이 좋지만 사실은 영원히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정복해야 할 존재는 자기 안에 있는 것뿐이에요. (…)

흐르는 것의 목표는 계속 흐르는 거예요. 정상이나 유토피아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 안에 머무는 거예요.’”_85p

몰입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요? 다음 세 가지를 따르면 됩니다. ①단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②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 일을 하며 ③능력의 한계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하죠.

“이 조건을 충족해서 몰입에 빠져들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데, 몰입은 특별한 정신 상태이기 때문이다. 몰입한 사람은 자신이 오로지 현재에 머무는 기분을 느낀다. 자의식이 사라지는 상태를 경험한다. 자아가 소멸해 목표와 내가 하나 되는 느낌과 비슷하다.”_88p

이러한 몰입은 “정신없이 바쁘거나 고통스러운 상태와는 거리가 있다”고, 김익한 교수는 말합니다.

“우리는 ‘집중’이라고 할 때, 고통스럽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떠올리곤 해요. 하지만 진정한 집중은 그런 게 아닙니다. 가장 깊은 단계의 집중인 몰입은 ‘Flow(흐름)’, 즉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상태인 거예요. 몰입은 고통이 아니라 행복한 시간입니다.”
_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Chapter 4.
‘활자 위에서 헤매는 경험’이 남기는 것

집중력을 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입니다.

“독서는 우리에게 특정 방식의 읽기를 훈련시키는데, 바로 오랜 시간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선형적 방식의 읽기다.”_126p

책을 읽을 땐 휴대폰이나 TV 화면을 보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읽기 방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쓱 훑어보는 게 아니라, 활자 위에서 ‘헤매는 경험’을 해야 하거든요. 그게 집중력을 키우는 열쇠가 되죠.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분명히 개별 단어와 문장에 집중하지만, 정신의 작은 일부는 언제나 배회하고 있다. 우리는 이 단어들이 자기 삶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생각한다.

이 문장들이 내가 앞 장에서 말한 내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생각한다. 내가 다음에 말할지 모를 내용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하는 말이 모순으로 가득한지, 또는 결국 한 점으로 모일지 궁금해한다.”_147p

마찬가지로 김익한 교수도 독서를 강조합니다. “독서와 집중력은 선순환을 이룬다”고 그는 말하죠.

“독서를 쭉 이어서 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집중력의 실체’입니다. 집중력이 낮으면 독서가 지겨워집니다. 앞부분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뒷부분에 관한 궁금증도 옅어지거든요.

반면 내가 읽은 내용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살아있으면, 독서가 흥미진진해져요. 이런 생각을 하며 읽게 되거든요. ‘50페이지에서 A라는 내용이 나왔는데, 지금 읽는 B와 연결되는 걸까? 그럼 다음 내용은 C가 되려나?’”
_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메모’는 독서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김 교수는 ‘요약 메모’를 제안했어요. 이때 필요한 건, “많이 기록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책을 덮고 딱 한두 줄만 기록해 보세요. 핵심 키워드 위주로 요약해 적는 거예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겁니다. 50페이지 챕터 6개로 이뤄진 책이라면, 끝엔 총 10줄 내외의 기록이 완성될 거예요. 마지막엔 이걸 읽으며, ‘내 말’로 쭉 정리해 보세요.”
_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 교수의 메모 노트. 그는 독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요약 메모’를 권한다. 각 챕터의 핵심을 자신의 말로 정리해 보는 것. ©롱블랙

서사적 지식은 AI를 파트너로 만든다

이렇게 집중력을 기르면, 파편적이던 생각은 ‘서사적’으로 변화합니다.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생각을 쭉 이어갈 수 있어요. 마치 경기를 마친 후 첫수부터 끝수까지 다시 놓으며 복기復棋하는 바둑 기사들처럼요. 전 이걸 ‘생각의 이음’이라고 표현합니다.”
_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단답형’이 아닌 서론·본론·결론을 갖춘 ‘장문형’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 김 교수는 이걸 두고 “AI마저도 방해꾼이 아닌 ‘지적 파트너’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가진 지식을 이어, 하나의 서사로 연결해 낼 수 있다면? AI에 질문하는 수준이 높아집니다. 그럼 단편적인 답변이 아니라, 내 생각을 확장하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돼요. 내가 가진 서사적 지식으로, AI를 ‘집중력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는 거죠.”
_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소설 『데미안』에 관해 AI와 대화를 나눈다고 해볼까요.

“소설 『데미안』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어?”라고 질문하는 건 ‘단편적 지식’을 얻는 방법입니다. 반면 내가 가진 서사적 지식을 활용한다면, ‘더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죠.



Chapter 5.
집중력을 되찾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저자 요한 하리가 무엇보다도 강조한 게 있습니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거예요.

저자에 따르면, 그간 집중력에 관해 개인의 의지력을 탓하는 문화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가령 사회구조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개인에게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는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경영학 교수 로널드 퍼서Ronald Purser의 말을 빌려, 이걸 ‘잔혹한 낙관주의’라고 꼬집어요.

“로널드는 이러한 관점이 과로 같은 ‘스트레스의 사회원인에서 주의를 돌리게’ 하고, 순식간에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이렇게 속삭인다. 문제는 시스템에 있는 게 아냐. 문제는 네 안에 있어.”_235p

요한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중 한 가지가 SNS를 규제하는 거예요.

파격적이죠. 이유가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주의력을 빼앗으며 돈을 벌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이를 통해 얻은 ‘개인의 데이터’를 사고팔아요. 가령 우리는 구글맵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대신 ‘매일 가는 곳’에 대한 데이터를 구글맵에 주는 거죠.

“페이스북이나 스냅챗, 트위터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상태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또는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할 때마다 사람들이 하는 모든 말이 스캔되고 분류되고 저장된다. 이 기업들은 우리의 프로필을 축적해서 우리를 겨냥하려는 광고주에게 판매한다.”_195p

이러한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체제를 바꾸자는 게, 요한의 주장입니다. 개인의 데이터 수집을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거나, 소셜미디어를 시민들의 소유인 ‘공영’의 형태로 만드는 식으로요.
*하버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가 이론화한 개념. 기업이 사용자의 일상 경험을 공짜 원재료로 삼아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의 행동을 예측·판매해 돈을 버는 경제 체제를 말한다.

물론 이 주장이 너무 ‘급진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요한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는 책에서 “무언가가 널리 퍼진 뒤에 사회에서 그것의 해로움을 발견하고 거래를 금지한 역사적 선례가 수없이 많다”는 걸 짚어요.

“처음에 이 주장은 너무 극적으로 들렸고, 솔직히 말하면 불가능해 보였다. (…) (그러나) 문명사회로서 우리가 사고팔 수 없다고 결정한 것들이 수없이 많다. 예를 들면 인간의 장기가 그렇다.”_246p

필요한 건 ‘진정성 있는 낙관주의’라고, 요한은 강조합니다.

“지나치게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해 사람들을 실패로 이끄는 잔혹한 낙관주의의 대안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비관주의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낙관주의다. 진정성 있는 낙관주의는 우리의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모두와 협력해 그 장애물을 하나씩 해체할 계획을 세운다.”_241p

요한이 말하는 ‘진정성 있는 낙관주의’란 현실의 문제를 인정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태도다. ©Wikimedia Commons


롱블랙 프렌즈 B

『도둑맞은 집중력』이 한국에 소개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와 함께 입체적으로 읽어보는 것이 제겐 뜻깊었습니다. ‘AI 시대의 집중력’에 관해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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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한국어로 번역된 『도둑맞은 집중력』(왼쪽)과 2022년 1월 출간된 원서 『Stolen Focus』. ©어크로스/Bloomsbury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는 “AI의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생각을 길게 하는 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2024년 롱블랙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 교수. ©롱블랙
정신 건강에 대해 다루는 팟캐스트 ‘The Imperfects’에서 이야기 중인 요한. 그는 집중력의 위기가 개인의 삶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한다. ©The Imperfects Podcast
요한 하리는 소셜미디어를 만든 빅테크 기업이 우리의 주의력을 끊임없이 빼앗고 있다고 짚었다. 개인의 습관을 탓하기 전에 시스템의 문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Unsplash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가장 깊은 집중을 ‘몰입’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자아와 시간마저 잊고 활동 자체에 빠져드는 상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페이스북
암벽 등반가는 정상에 도착하는 것보다 한 걸음씩 바위에 오르는 과정을 즐긴다. 손과 발을 움직이며 흐름에 빠져드는 순간,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Unsplash
바둑 기사들이 대국을 마친 뒤 첫수부터 끝수까지 복기하듯, 집중력이 높으면 생각을 끊김 없이 이어갈 수 있다. 김익한 교수는 이를 ‘생각의 이음’이라 말한다. ©Unsplash
읽은 내용을 기억하고 다음 내용과 연결하는 과정으로 집중력을 훈련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핵심 내용을 짧게 메모하며 독서하는 것을 권한다. 사진은 메모 중인 김 교수. ©롱블랙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김 교수는 단순히 줄거리를 묻는 대신, 헤세의 삶에 관한 서사적 지식을 기반으로 질문을 이어가면 AI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Fischer Verlag
요한 하리가 말하는 ‘집중력 위기’는 개인의 습관을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다. AI와 소셜미디어가 빼앗아 간 집중력을 되찾으려면, 개인의 사고를 회복하는 동시에 집중력을 지켜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진은 테드TED 강연 중인 요한. ©TED 블로그

2023년 4월 한국어로 번역된 『도둑맞은 집중력』(왼쪽)과 2022년 1월 출간된 원서 『Stolen Focus』. ©어크로스/Bloomsb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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