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최근 ‘창조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있을 롱블랙 디자이너스 위크를 위해 세계적 디자이너를 만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들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다 보니, 디자이너의 일이 제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님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결국 모든 창조는 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하시더군요. 천재가 아니면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위대한 작품조차, 그 창조 과정을 좇아가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고민과 해결책이 드러난다는 거죠.
그러면서 성 베드로 대성당 얘기를 해주셨어요. 천재 예술가였던 미켈란젤로*가 마지막 업적으로 남긴 건축물입니다. 그는 일흔 한 살에 이 대성당의 최고 전결 건축가가 되었어요. 그리고 작업 방식을 완전히 바꿔, 노쇠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 디로도비코 부오나로티 시모니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년)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죽을 때까지 생산성과 창조성을 잃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리는 천재의 몰락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들은 나이 들면서 재능을 하나씩 잃어버리거나, 과거의 영광을 먹고사는 ‘꼰대’가 되기도 합니다. 요절한 천재는 많아도, 평생의 천재는 드물죠.
사르트르*는 “경험을 내세워 타인을 제압하려 하는 인간”을 “경험의 직업인”이라고 불렀어요. 그들은 왼쪽을 건드리면 지나간 일화를 반복하고, 오른쪽을 만지면 낡아빠진 충고를 쏟아내는 자들이죠. 경멸당할 만한 한심한 인간 군상이에요.
*장 폴 사르트르 Jean Paul Sartre(1905~1980년) :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겸 문학 작가. 소설 『구토』, 철학 논문 『존재와 무』 등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