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K
스티브 잡스의 시그니처, 검은색 터틀넥. 강남에서 3초에 한 번씩은 본다던 그 가방, 바오바오백. 중장년층 여성들의 교복, 플리츠 플리즈.
이 세 가지엔 한 명의 연결고리가 있어요.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일본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입니다. 그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지구 곳곳에 등장해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 리한나, 비욘세, 레이디 가가. 동서양과 연령, 성별과 취향. 그 모든 경계선이 미야케 앞에선 무의미했죠.
수십 년 동안 패션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사람. 그런 그가 지난 8월 5일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들이 부고 소식에 애도의 뜻을 표했어요.
미야케는 늘 본질에 집중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옷 그 자체에 가치를 두었죠. 그는 어떤 길을 걸어왔던 걸까요. 패션 전문가 박소현 교수가 들려 드릴게요.
박소현 경희대학교 의류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이세이 미야케는 소재를 건축하는 디자이너였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가장 먼저 땅을 다지죠. 옷에 있어서는 소재가 땅입니다.
우리 의류 매장에 쇼핑을 갔다고 가정해 볼까요. 가장 먼저 마네킹이 입은 옷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생각이 들죠. ‘저 옷이 나한테 어울릴까?’ ‘사이즈가 맞을까?’ 획일화된 사이즈로 대량생산한 디자인을 사람에게 입히는 것. 어쩌면 익숙해져 버린 우리의 관습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