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G : 차에 헤리티지를 입혀, 럭셔리 티 브랜드가 되다


롱블랙 프렌즈 L 

연휴에 싱가포르 다녀왔어. 싱가포르 가면 다들 꼭 사 오는 게 있더라. TWG 티백이나 바샤커피Bacha Coffee 원두 드립백 말이야. 아니, 직접 마셔는 봐야 살지 말지 고민할 거 아냐. TWG가 운영하는 티 부티크에 가봤어. 홍차에 애프터눈 티 세트를 곁들여 먹었지.

내 결론은 이래. “차의 맛보단, 차 마시는 분위기가 인상 깊다.” 검은 바지에 하얀 드레스셔츠를 갖춰 입은 차 전문가가 자리로 안내해. 의자도 뒤로 빼줘. 그날의 기분에 어울리는 차도 추천해주지. 황금 손잡이가 달린 찻주전자를 높이 들어올려 홍차를 따라주는데, 귀빈이 된 기분?

처음엔 역사 깊은 티 브랜드인 줄 알았어. 간판에 ‘1837’이란 연도가 쓰여있거든. 그런데 14년밖에 안 됐더라. 2008년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이래, 전 세계 22개국에서 매년 약 9000만 달러(1270억원)를 벌어들이는 고급 차 브랜드가 됐어.

궁금했어. 단기간에 성장한 비결이 대체 무엇인지 말이야. 저렴하고 대중적인 차 브랜드와, 오랜 역사의 고급 차 브랜드 사이에서 살아남은 덴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Chapter 1.
모로코 출신 사업가, 찻잎 한 장 안 나는 나라에 터 잡다

일단 창업자부터 ‘차 중독자’야. 타하 북딥Taha Bouqdib이란 모로코 출신 프랑스인이지. 모로코 왕의 경호실장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어. 어른이 되면 아버지를 이어 왕의 경호를 책임져야 했지.

하지만 북딥은 프랑스로 넘어가 차 회사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eres*’에 취업해. 열두 살 때의 기억 때문이야. 집 근처 중국 대사관에서 선물로 들어온 녹차를 맛봤거든. 탄성을 질렀어. 설탕을 듬뿍 넣은 모로코식 민트티와 너무 달랐던 거야. 그때부터 온갖 차를 맛보기 시작했지.
*프랑스의 유명 홍차 브랜드. 1854년 설립해 1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프랑스어로 coup de foudre쿠 드 푸드흐.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 표현하고 싶어요. 그때부터 차와 평생을 함께 할 거란 걸 직감했어요. 집에 온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때마다 향긋한 차 향을 맡으며 결심했죠. 성인이 되면, 모로코에서 벗어나 세계의 다양한 차를 맛보겠다고요.”
_타하 북딥 TWG CEO, 2013년 더피크매거진 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