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입니다. 축구 보는 재미에 빠졌어요. 한국 경기는 물론, 지나간 골 장면을 찾아보며 현장의 에너지를 느낍니다.
경기를 보다가 관중석의 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백발의 백인 남성이 검은테 안경을 쓰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어요. 피파FIFA 로고가 새겨진 정장을 입고 팔짱까지 끼고 있죠. 뭔가 분석하는 듯합니다.
그는 축구 감독 ‘아르센 벵거Arsene Wenger’입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의 아스널 FCArsenal FC를 22년간 이끌었죠. 세심히 공을 다루면서도 빠른 패스를 하는 팀을 만들어 49경기 연속 무패無敗 기록도 세웠어요. 그래서 ‘아름다운 축구의 창시자’로 불립니다.
일흔셋인 벵거는 더 이상 감독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대신 “축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며 피파에서 일하죠. 지지 않는 팀을 만든 벵거가 하려는 일은 뭘까요. 남다른 업적은 어떻게 세울 수 있었을까요.
『아르센 벵거 자서전My Life in Red and White』을 읽으며 그의 경험을 따라가봤습니다. 책을 번역한 이성모 기자*가 본 벵거의 감각도 함께 담았어요.
*잉글랜드 축구기자협회에 초빙돼 가입한 유일한 한국인 기자. 축구 책 30여권의 저자이자 번역자기도 하다.
Chapter 1.
시작 : 선수로서 재능은 부족했던 감독
벵거는 1949년 프랑스 동북부의 마을 두틀렌하임Duttlenheim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자동차 부품 가게와 식당을 함께 운영했어요. 늘 분주하셨죠.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늦은 밤 돌아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다섯 살 무렵부터 벵거는 축구공과 함께 놀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