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 : 미니벨로를 감성재로 포지셔닝해, 자전거계의 애플이 되다


롱블랙 프렌즈 C 

K가 요즘 자전거로 출퇴근하더라고요? 하루 종일 개운하대요. 저도 자전거를 갖고 싶어졌어요. 모든 일의 시작은 도구부터 장만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브롬톤Brompton이란 브랜드를 발견했죠. 브롬톤, 자전거계의 애플이라고 불린대요. 자전거가 작아서 귀엽고 또 예쁘게 접혀요. 제 감성을 완전 자극했어요. 좋았어! 이걸로 사야겠네요.

헉,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제일 싼 모델이 290만원이에요! 왜 가격이 이렇게 비싼지, 그 이유를 알아야겠어요! 미래의 소비자 입장에서 열심히 브롬톤을 분석해봤어요. 


Chapter 1.
브롬톤 : 제일 작고 예쁘게 접히는 자전거

브롬톤은 영국에서 접이식 미니벨로minivelo*를 제조하는 회사예요. 1975년, 엔지니어인 앤드류 리치Andrew Ritchie가 만들었죠.
*미니벨로는 ‘작은 자전거’라는 뜻으로, 보통 20인치 미만의 휠을 사용하는 자전거를 말한다. 브롬톤은 16인치의 휠을 쓰고 있다.

브롬톤, 잘 나가는 브랜드예요. 2021년 연매출이 7600만파운드(약 1214억원)예요. 2019년 4200만 파운드(약 671억원), 2020년 5700만 파운드(약 910억원)에서 꾸준히 성장해 왔어요. 런던에서 한 해 판매되는 15만 대 자전거 중, 3만 대가 브롬톤 자전거예요. 생산하는 자전거의 80%가 한국을 포함해 48개국에 수출되고 있죠.

브롬톤은 20초 만에 접히는 걸로 유명해요. 쉽고, 또 예쁘게 접히죠. 단 세 단계를 거치면 돼요. 먼저 레버를 당겨 뒷바퀴를 앞으로 접고요. 앞바퀴는 레버를 풀어서 프레임 아래로 옮기죠. 그다음에 안장과 핸들을 옮겨주면 끝!

다 접고 나면 16인치 바퀴 하나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가 돼요. 핸들과 안장, 바퀴 등 모든 부품이 가운데로 모이죠. 버디BIRDY, 스트라이다Strida, 몰튼Moulton, 다혼DAHON… 시중에 접이식 미니벨로 브랜드는 많지만, 브롬톤만큼 콤팩트하게 접히진 않아요.

그래서 휴대하기 편한 자전거로 알려져 있어요. 무게는 9.5kg에서 13kg 사이라, 잠깐 들고 다니기에 괜찮아요. 자전거를 타다가 비가 오면 접어서 버스에 들고 탈 수도 있고요. 먼 공원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브롬톤을 펼쳐 탈 수도 있죠. 브롬톤을 접어서 넣고 다니는 가방도 있대요!

“브롬톤은 스위스 군용 칼 같아요. 숨겨져 있다가 원할 때 갑자기 나타나는 거죠. 한번 사용해보면, 브롬톤은 당신 삶의 일부가 될 거예요. 곧 브롬톤 없이는 살 수 없을 겁니다.”
_윌 버틀러 아담스 브롬톤 CEO, 2022년 파이퍼 팟캐스트에서



앤드류 리치 : ‘내가 쟤보단 잘 만들겠다’로 시작하다

브롬톤을 만든 앤드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했고, 컴퓨터 프로그래머 일을 하고 있었어요. 취미는 집에 틀어박혀 발명하는 거였죠.

그의 아버지는 집에만 있던 아들이 못마땅했어요. 몸도 좀 움직이라며, 비커톤Bickerton*이라는 접이식 자전거를 선물했죠. 앤드류는 자전거 타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접히는 자전거라는 아이디어가 좋았어요. 구석구석 살펴보며 “내가 더 휴대하기 편한 접이식 자전거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죠.
*전 롤스로이스의 엔지니어 해리 비커톤이 만든 자전거

자전거 설계도를 그린 다음, 대학 동기들과 1000파운드(약 158만원)를 모아 시제품을 만들었어요. 작업은 그의 아파트에서 이뤄졌어요. 근처 ‘브롬톤’ 성당의 새벽종이 울릴 때까지, 시제품을 제작했죠. 

보통의 접이식 자전거는 프레임 가운데에 경첩이 있어, 반으로 한번 크게 접혔어요. 접힌다고 해도 휴대하기엔 크기가 여전히 컸죠. 앤드류의 시제품은 달랐어요. 경첩을 핸들 앞에, 그리고 뒤쪽에 두었어요. 이렇게 하면 앞쪽 뒤쪽 프레임과 안장 쪽 프레임까지 모두 한 가운데로 모아 접을 수 있었죠. 이 폴딩 방식은 지금도 브롬톤 제품에 적용되고 있어요.

꼬박 1년이 걸려, 앤드류만의 폴딩 방식을 적용한 첫 시제품이 나왔어요. 두 번 정도의 수정을 거치고, 마침내 1975년 10월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하죠. 브랜드 이름은 브롬톤 성당에서 따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