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이제 곧 실내에서 마스크 안 써도 될 거란 얘기가 들리더라? 내가 누구야. 발 빠르게 찾아봤지. 실내 마스크 해제에 가장 탄력받을 브랜드가 뭘지 말야. 딱 떠오른 건 립스틱! 어디가 가장 잘나갈까? 이럴 땐 올리브영 판매 순위을 보면 대세감을 알 수 있어.
2022년 기준 립 제품 1위는 롬앤rom&nd의 ‘쥬시 래스팅 틴트 베어 그레이프’. 이름 한번 기네. 어라? 3위에도 롬앤이 랭크돼 있어. ‘블러 퍼지 틴트 쿨 로즈 업’. 롬앤, 솔직히 난 못 들어봤거든? 주변 20대들은 다 안대.
증권가는 롬앤의 2022년 연매출을 800억원대로 추정해. 이미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620억원을 달성한 상태야. 2021년엔 IPO(기업공개)에도 성공했지. 회계 장부를 펼치니 더 재밌어. 매출의 거의 절반이 립 제품에서 나와. 와우, 그럼 립스틱 하나를 일년에 400억원 가까이 판다는 거네?
궁금한 건 못 참지. 회계장부를 옆구리에 끼고, 윤현철 아이패밀리에스씨 부사장을 만나러 갔어. 회사 창업 멤버로 롬앤을 속속들이 알고 있더라고.
Chapter 1.
8년차 롬앤, 27년차 클리오를 립으로 누르다
롬앤은 2016년 출발한 색조 브랜드야. 2022년 매출액 추정치가 800억원이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오지? 당연히 화장품 대기업에 비하면 덩치 차이가 너무 나. 국내 1위 아모레퍼시픽의 2022년 매출액은 4조*를 훌쩍 넘길 전망이야. 대표 브랜드들만 따져도 2021년 이니스프리 연매출이 3072억원, 에뛰드가 1057억원이니까, 롬앤이 명함 내밀기 좀 그렇지?
*산하 32개 화장품 브랜드 매출의 총합
그런데 색조 시장만 보면 이야기가 달라. 국내 색조 화장품 시장은 전체 화장품 시장의 30% 정도야. 아시아 국가는 스킨케어 시장이 색조보다 크거든.
업계는 색조 시장 투 톱을 롬앤과 클리오로 꼽아. 1997년 설립된 클리오는 색조 강자야. 2022년 3분기(누적) 기준, 클리오 전체 매출(약 1961억원)의 약 79%, 그러니까 약 1549억원이 색조(립·아이·베이스메이크업) 에서 나올 정도야.
잠깐, 투 톱이라기엔… 클리오 덩치가 롬앤의 세 배 수준이잖아? 그런데 따져볼 게 있어. 클리오란 회사의 산하엔 대표 브랜드가 5개 있어. 그 중 색조 전문 브랜드는 클리오CLIO와 페리페라Peripera 두 개거든.
립 제품 매출만 떼놓고 보면 클리오보다 롬앤이 더 큰 걸로 보여. 클리오의 2022년 3분기(누적) 기준 립 매출은 374억원. 산하에 색조 브랜드가 두 개라고 했지? 거칠게 계산해서 이등분하면 한 브랜드당 립 매출은 187억원이야.
반면 롬앤의 립 매출은 약 310억원. 2022년 3분기(누적) 기준 전체 매출(620억원) 중 약 50%가 립 매출이거든. 누가 더 입술 화장품을 많이 팔았나, 따져보면 롬앤이 클리오를 앞서는 거야.
‘가성비 컬러 맛집’, 코로나에도 통했다
립 의존도가 50%라니. 코로나 시기에 타격이 크지 않았을까? 꽤 잘 버텼어. 2019년 281억원이던 연매출이 코로나가 막 터진 2020년엔 722억원으로 오히려 무섭게 늘었어. 2021년에 663억원*으로 살짝 흔들렸지만 2022년 매출 추정치가 다시 800억원. 이 정도면 선방 맞네.
*롬앤 측은 2021년 매출 감소는 코로나보다 중국 봉쇄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국내 화장품 시장은 크게 쪼그라들었어. 국내 화장품 소매 규모는 2019년 34조7000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2020년 28조5000억원으로 18%나 하락했어. 2021년엔 전년대비 8% 성장(30조8000억원) 했지만 코로나 이전을 회복하지 못했고 말이야.
야무지게 성장하고 있는 이 브랜드, 비결이 궁금하네.

Chapter 2.
늦둥이 롬앤, 매출 95%를 책임지다
롬앤을 운영하는 건 아이패밀리에스씨란 회사야. 회장이 누군지 알아? 가수 출신의 김태욱 대표야. 김 회장은 2000년 가수 생활을 접고 아이패밀리에스씨에 합류했어.
현재 회사 매출의 95%가 롬앤에서 나와. 재무제표에도 ‘화장품 부문 사업’으로 분류돼 있어. 하지만 시작은 화장품 회사가 아니었어.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웨딩컨설팅 서비스로 출발했어. 아이웨딩네트웍스라는 이름으로 예식장이나 신혼여행 예약, 혼수 장만을 도와주는 웨딩 플랫폼 서비스였지. 일명 ‘스드메’로 불린 스튜디오 사진,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도 제공하고 말이야.
10년 넘게 버텼지만, 사업이 크게 성장하지는 않더래. 경영진은 2015년 신사업을 찾아 나서. 처음엔 메이크업 숍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생각했대. 웨딩 사업으로 청담동 메이크업 숍 네트워크가 짱짱했잖아.
그러다가 화장품에 눈을 뜨게 된 거야. 숍마다 원장표 화장품을 만들더라는 거야. 그거 알지? 한국의 화장품 OEM, ODM 업체가 세계 최고 수준인 거? 예를 들어 코스맥스는 입생로랑, 랑콤, 로레알그룹, 나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화장품 생산을 맡고 있어. 한마디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란 거야.
결과적으로 보면 그때 판단이 옳았어. 지금은 회사 전체를 롬앤이 먹여 살리고 있으니 말이야. 롬앤 덕에 상장도 했지. 크, 역시.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바꾸네.
파워 블로거 개코, 롬앤과 손잡다
‘우리도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고 마음 먹은 경영진. 문제가 있었어. 김태욱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 전체가 화장품을 너무 몰랐단 거야. 전문가가 필요했지. 이때 영입한 사람이 바로 뷰티 블로거인 개코, 민새롬 현 롬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였어.
아니, 청담동 메이크업 원장님들 잘 알았다며? 왜 민새롬 CD였을까?
“소셜미디어를 보니 화장품 브랜드가 잘 되려면 코스메틱 덕후, 즉 코덕을 잡아야겠더군요. 대중들은 코덕이 올리는 정보와 분석에 귀를 기울이거든요. 코덕을 잡으려면 그들이 동경하는 인플루언서가 필요했어요.”
_윤현철 롬앤 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당시 졸업을 앞둔 미대생이었던 민새롬 CD는 파워블로거였어. 네이버 뷰티블로거 순위 1위에 전체 블로거 순위 4위였지. 블로그 누적 방문자수가 2000만명에 달했어. “함께 화장품을 출시하자”는 제안도 수십건 받았다고 해. LG생활건강, CJ, 미미박스… 타이틀도 화려한 곳들이었지.
하지만 민 CD는 롬앤의 손을 잡았어. 대기업들과 달리 “전권을 주겠다”는 제안에 맘이 열렸대. 아예 브랜드 이름부터 민새롬의 ‘롬’을 따 롬앤이라고 지었지.

Chapter 3.
리브랜딩 : 고객을 상상하지 말고, 직접 들어라
2016년 9월 론칭한 롬앤. 처음부터 잘된 건 아니었어. 첫 1년은 신통치 않았지. 리퀴드 파운데이션과 메이크업 베이스를 내놨지만 처음 며칠만 반짝 팔리고선 주문이 뚝 끊기곤 했대. 민새롬 팬덤 외엔 소비자 관심을 받지 못했지.
문제가 뭐였을까? 어중간한 포지셔닝과 잘못된 아이템 선택이었어. 첫 제품이었던 리퀴드 파운데이션은 3만6000원대였거든. 막연한 상상에 기대서 프라이싱pricing을 했대. ‘전문가와 손잡고 만든 질 좋은 화장품을 백화점보다 조금 싸게 팔면 먹히겠다’고 생각한 거야. 초기 아이템을 리퀴드 파운데이션과 메이크업 베이스로 잡은 건 민 CD가 두 제품을 많이 쓰기 때문이었고 말이야.
거의 1년 간 개점 휴업 상태가 이어졌어.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설문조사를 벌였대. 1000명의 응답을 읽다가 경영진은 깜짝 놀랐어. 롬앤의 진짜 고객은 상상과 너무 달랐던 거야.
우선 고객들은 “롬앤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어. “파운데이션은 2만5000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답했지. 또 “파운데이션보다 쿠션이나 틴트를 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래.
“브랜드를 살리려면 다 바꿔야 했어요. 고객들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롬앤을 돌아보니, 그동안 우리가 백화점 브랜드 흉내만 내고 있었더군요. 고객들이 좋아하고 자주 쓰는 제품과 가성비 좋은 제품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어요. 이때 틴트 제품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롬앤은 론칭 약 7개월 만에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했어. 19~24세를 위한 중저가의 색조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 거야.

Chapter 4.
차별화 : 비어있던 쿨톤 립 시장을 공략하다
틴트를 개발하며 롬앤이 발견한 신대륙이 있어. 바로 ‘쿨 톤Cool tone’을 위한 립 시장. 쿨 톤이 뭔지 모르는 사람 있어?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란 게 있어. 사람마다 피부·눈동자·머리카락 색에 따라 어울리는 색이 다르거든. 피부가 노란빛을 띤 웜 톤Warm tone은 오렌지 계열의 립스틱이 어울리고, 피부가 푸르스름하고 하얀 쿨 톤은 핑크 계열 립스틱이 어울리거든.
민새롬 CD는 퍼스널 컬러 전문가였어. 입사 전에 『퍼스널 컬러북』을 출간할 정도였지. 그런 민 CD가 보기엔 한국 화장품에 유독 웜 톤 컬러가 많더래. 알고보면 쿨 톤인 한국 여성들이 ‘나는 동양인이니까 웜톤이겠지’ 생각하며 어울리지 않는 색깔을 바르고 다닌 거래. 롬앤은 여기서 힌트를 얻었어.
2017년 4월 내놓은 첫 틴트 제품 ‘쥬시 래스팅 틴트’는 이런 배움이 모두 담긴 회심의 한방이었어. 가격은 1만원대 초반. 총 6가지 컬러 중 쿨 톤 컬러가 둘이었어. 보랏빛이 도는 핑크 컬러인 ‘드래곤 핑크’, 말린 장미꽃 색깔의 ‘피그 피그’. 둘 다 쿨 톤들 사이에서 “인생 틴트”라 불리며 입소문이 났어.
이 ‘쥬시 래스팅 틴트’는 롬앤을 일으켰어. 지난 5년 간 꾸준히 신상품을 출시하며 스테디 셀러가 됐지. 2021년엔 ‘쥬시 래스팅 틴트’와 ‘롬앤 제로 벨벳 틴트’ 두 제품군이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했을 정도야.
2022년 한 해동안 롬앤(글로벌 기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도, 바로 이 쥬시 래스팅 틴트 피그 피그야. 총 150만개가 팔렸다고 해.

Chapter 5.
퀄리티 관리 : 틴트의 진짜 경쟁력은 색상보다 제형
코덕 사이에서 ‘틴트 장인’으로 알려진 롬앤. 대체 히트하는 립 컬러는 어떻게 뽑는 걸까? 의외의 답이 돌아왔어. 엑셀을 잘해야 한다는 거야.
“간혹 대학생 분들이 견학을 오면 실망하기도 해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일할 거라고 상상하는데, 실은 엑셀 잘하고 검색을 잘해야 하거든요. 지금 시중에 많이 팔리는 컬러는 무엇인지, 우리 제품의 판매 데이터는 어떤지 숫자를 보고 인사이트를 뽑아내야 적중하는 컬러가 나옵니다.”
의외의 비결은 하나 더 있어. 바로 ‘제형’이래. 발림성에 따라 같은 컬러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거야. 예를 들어 2018년 4월 출시된 롬앤의 ‘제로 매트 립스틱’은 이른바 ‘여름 쿨 라이트*’ 코덕 사이에서 유명한 아이템이야. 푸른빛이 도는 차분한 핑크 컬러지.
*웜톤과 쿨톤으로 나뉜 퍼스널 컬러를 명도·채도 기준으로 더 세분화한 카테고리 중 하나.
매트한 텍스처인데도 부드럽게 발리는 게 특징이야. 보통 수분이 적은 매트 립스틱은 입술 각질이 도드라져 보이거나, 발림성이 뻑뻑하거든. 2021년 공시에 따르면, 제로 매트 립스틱 하나가 전체 롬앤 매출의 5%를 맡을 정도로 베스트셀러야.
그럼 이런 제형은 어떻게 뽑아내는 거지? 롬앤은 코스맥스 같은 OEM 업체에 생산을 맡기잖아. 제조사 기술력이 좋으면 제품은 저절로 좋아지나? 아니래. OEM 생산의 꽃은 정확한 디렉션과 QC, 즉 퀄리티 컨트롤에 달려 있대.
“의도와 목적을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이 제품을 왜 만드는지, 우리 고객은 어떨 때 이 제품을 쓰실지를 연구원들께 설명하는 거죠. 시제품이 나오는 날엔 하루 종일 연구원들과 제품을 확인하면서 수십번씩 제품 사양을 변경해요. 가루 날림이 없는지, 발림성이 괜찮은지 반복해서 체크하죠. 색깔표를 비교하며 색깔을 미세 조정하고요. 이런 절차가 있고 없고 간의 차이가 큽니다.”
문득 매출의 원가 비중이 궁금하네. 2022년 3분기(누적) 아이패밀리에스씨 기준* 원가액은 약 401억원이야. 매출 대비 원가 비중이 61%. 와우, 원가 비중이 너무 높은 거 아닌가? 100원을 팔면 61원은 공장에 갖다준단 얘기잖아?
*2022년 3분기(누적) 아이패밀리에스씨 매출에서 롬앤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클리오의 원가액은 987억원으로, 매출 대비 원가 비중은 50%야. 자체 생산을 많이 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같은 기간 원가 비중은 37.3%에 불과하고 말이야.
잠깐, 원가 비중이 이 정도로 높은데 과연 사업성이 나올 수 있나?

Chapter 6.
낮은 판관비, 영업이익률을 높이다
장부를 다시 봤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사업성이 나쁘지 않아. 2022년 들어 3분기까지 이 회사가 남긴 영업이익은 75억원. 같은 기간 매출액이 651억원이었으니 영업이익률은 11.5%야. 2021년에도 716억원어치 팔아 55억원(영업이익률 7.7%) 남겼더라.
이 정도면 괜찮은 거냐고? 아까 색조 시장에선 클리오가 경쟁자라고 했지? 클리오는 지난 3개년 간 7.6%(2019년), 3.3%(2020년), 5.9%(2021년)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어. 이 노련한 색조 강자보다 롬앤이 더 쏠쏠한 장사를 한 셈이야.
비결이 뭐지? 원가가 높은데 영업이익률이 괜찮으면 답은 하나지? 판매·관리 비용을 적게 쓴 거야.
그 중에서도 특히 화장품 회사 치고 광고선전비 비중이 낮아. 롬앤이 2022년 들어 3분기까지 쓴 광고선전비는 22억원, 매출액 대비 3.5%야. 화장품 업계가 광고 경쟁이 치열한 거 알지? 같은 기간 클리오가 쓴 광고 선전비는 202억원에 달해. 매출액(1961억원)의 10.3%지. 2021년 광고선전비 비중도 롬앤이 3.5%(663억원 중 23억원)로 클리오의 7.9%(2267억원 중 178억원)보다 낮았어.
비결은? 일단 연예인 모델을 안 써. 국내 화장품 브랜드 대부분이 배우나 아이돌을 기용하잖아? 롬앤은 콘텐츠로만 브랜드를 알리고 있어. 민새롬 CD의 유튜브 채널이 가장 큰 홍보 창구지.
“초창기 자본이 부족했을 때 ‘판관비는 전체 매출의 10% 아래로만 쓴다’고 정했어요. 이제 매출은 10배 이상 늘었는데 판관비는 그때의 두 배 수준에 불과해요. 경쟁 브랜드가 유명 모델로 주목받을 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죠. 하지만 처음 먹은 마음을 기억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광고를 적게 하면서도 인지도를 높이는 비결도 따로 있대. 바로 올리브영. 롬앤이 올리브영 립 제품 순위 1·3위를 꿰찰 정도로 올리브영에서 인기라고 했지? 2018년까지만 해도 한 해 51억원이던 롬앤의 매출이 2019년 281억원으로 퀀텀 점프한 비결이 바로 올리브영 입점이야.
롬앤은 올리브영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유통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핵심 전략이라고 말해.
“고객은 다 각자의 생활 패턴이 있잖아요. 그 일상 구석구석에서 롬앤을 발견할 수 있도록 유통채널을 다각화합니다. 그럼 따로 알리지 않아도 저절로 알려지거든요. 올리브영에 간 김에 롬앤 쿠션 하나 사고, 컬리에서 반찬 거리 사다가 틴트 하나 사는 거죠. 유통채널을 각각의 랜딩 페이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물건을 깔아두려고 합니다.”

Chapter 7.
일본에서도 1위 틴트, 7할에 달하는 해외 매출
사실 롬앤이 국내에서만 잘 되는 게 아니더라. 오히려 해외 매출이 더 높아. 2022년 3분기(누적) 기준, 전체 매출의 70%가 해외 시장*에서 나온대. 해외 매출 비중은 다른 화장품 업체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야.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 비중은 36%. LG 생활건강이 48%, 클리오가 44%, 토니모리가 23%거든.
*일본·중국·베트남·대만 등
롬앤이 특히 잘 되는 건 일본 시장이야. 2022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국내는 225억원, 일본은 239억원이야. 2021년에도 국내 연매출(201억원)보다 일본 연매출(293억원)이 높았어.
일본에서의 성공도 비결이 같더라. 일단 틴트로 인지도를 알리기 시작했고, 다양한 컬러와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웠어. 스타 모델 대신 현지 인플루언서를 기용한 홍보 전략도 한국과 같았지.
“일본 브랜드들은 신제품을 좀 느리게 내는 편이에요. 롬앤은 국내 소비자들 기준에 맞게 매년 80개씩 신제품을 내왔거든요. 이 점이 일본 소비자에겐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아요.”
롬앤은 일본 최대 화장품 플랫폼인 엣코스메 결산 어워드에서 2년 연속 틴트 분야 1위를 수상했대. 지금은 로프트, 프라자, 도쿄핸즈, 돈키호테 등 버라이어티샵 약 8300여개에 입점해 있어. 2020년 말만 해도 유통 매장이 3700개였다는데, 크게 늘었지?
Chapter 8.
양날의 검이 된 ‘카테고리 킬러’ 전략
흠, 업력 7년차에 이 정도면 꽤 한다 싶어. 그런데 계속 이 정도에 머물면 곤란할 것 같은데? 윤현철 부사장도 그렇게 생각하더라. ‘틴트 맛집’이라는 칭찬이 이제는 부담스럽단 거야.
“승자의 저주라고 할까요. 틴트가 너무 인기니까 다른 제품은 좀 떨어져 보이는 부작용이 생기더군요. 제품군을 넓히는 게 최대 숙제고, 실제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색조화장품 시장만 따지면 2022년 한 해 틴트보다 아이브로우 제품이 더 많이 팔렸대. 1·2위 제품이 모두 아이브로우라는 거야.
이런 변화는 재무제표에서도 읽혀. 립 제품의 매출 비중은 2020년 67%에서 2021년 53%, 2022년 3분기(누적) 기준 50%로 내려가고 있거든.
회사 전체의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할 계획이래. 아이패밀리에스씨 전체를 롬앤 하나가 떠받치는 형국이잖아. 2023년엔 롬앤 외에 새로운 색조 브랜드를 론칭한다고 해.
“아이패밀리에스씨가 브랜드 컴퍼니로 발전해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모든 브랜드가 2000억, 3000억 매출을 낼 순 없을 거예요. ‘타이니 벗 마이티tiny but mighty’ 브랜드를 만들려면, 구성원이 즐겁고 힘이 나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무적인 지표보다 그 문화를 만드는 것이 지금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롱블랙 프렌즈 L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 비즈니스의 세계에도 유효하다는 걸 롬앤을 보면서 한 번 더 느꼈어. 신사업을 어떻게 키워야 성공하는 지도 알 수 있었고 말이야.
오늘 노트를 정리해 볼게.
1. 롬앤은 2016년 론칭된 중저가 색조 브랜드야. 웨딩 사업으로 시작한 아이패밀리에스씨가 신사업으로 색조 화장품을 택하면서 시작됐지.
2. 롬앤은 이른바 ‘틴트 맛집’으로 불려. 매출의 절반이 립 제품에서 나와.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 전략으로 색조 화장품 시장에 이름을 알렸어. 특히 ‘쿨톤 립’ 시장을 개척했어.
3. 롬앤은 유명 광고 모델 대신 자체 콘텐츠로 제품과 브랜드를 홍보 해. 덕분에 판관비가 낮고 영업이익률이 높지. 또 올리브영 등에 입점해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어.
4. 롬앤은 국내 매출 보다 해외 매출이 더 높아. 신제품 론칭 속도가 느린 일본의 경우 한 해 80개씩 신제품이 나오는 롬앤의 전략이 잘 통하고 있어.
5. ‘카테고리 킬러’ 전략으로 성장한 롬앤은 이제 제품군을 다각화하며 종합 색조 화장품 업체로 성장할 계획이야.
한 분야의 강자로 자리잡은 브랜드의 성장 비결 어땠어? 재미 있었다면, 더 알고 싶은 ‘카테고리 킬러’ 브랜드들을 슬랙에서 알려줘! 또 열심히 분석하고 취재해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