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마리아노벨라 : 향은 이야기다, 800년 기억을 향수병에 담은 브랜드

이 노트는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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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B 

어머니 선물을 찾다 매력적인 브랜드를 발견했습니다. 산타마리아노벨라Santa Maria Novella. 1221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수도원에서 출발했다고 하더군요.

800년이 넘은 브랜드, 뭔가 아련한 느낌이 듭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싶어서요.

신기한 건 이 오래된 브랜드가 지금도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에 오드퍼퓸Eau de Parfum 세 가지를 새로 출시했더군요. 오드코롱Eau de cologne* 중심이었던 향수 제품군을 확장하면서요.
*향의 진하기와 지속 시간에 따라 구분되는 향수의 종류. 보통은 오드코롱 < 오드뚜왈렛 < 오드퍼퓸 순으로 향이 진해진다. 

수백 년간 이 브랜드를 지탱해 준 힘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수백 년 이어온 전통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하는 걸까요. 지안 루카 페리스Gian Luca Perris 산타마리아노벨라 대표를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지안 루카 페리스 산타마리아노벨라 대표

하얀 셔츠에 남색 니트. 지안 루카 대표는 편안한 인상이었습니다. 가끔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죠. 등 뒤의 선반에 산타마리아노벨라 향수병이 가득 차 있더군요.

지안 루카 대표는 2020년 9월 산타마리아노벨라에 합류했습니다. 특이한 건 그가 30여 년 경력의 조향사란 거예요. 최고경영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로 합류했죠. 과거 자기 가문의 이름으로 향수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어요.

그는 “800년 된 브랜드가 헤리티지를 이어가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지금 산타마리아노벨라에 있어, 그 동력은 바로 ‘향수’라는 겁니다.

Chapter 1.
모든 것의 출발, 도미니크 수도회

산타마리아노벨라는 1221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수도원에서 시작됐습니다. 수도원을 세운 건 도미니크 수도회Dominican Order*의 수도사들입니다.
*1216년 성 도미니크가 설립한 로마 카톨릭의 탁발 수도회. 청빈한 삶을 살며 그리스도교를 전파했다. 

수도사들은 성 밖 가난한 이들을 돌봤습니다. 수도원 정원에서 이들을 위한 식물을 키우면서요. 아이리스, 레몬밤, 시트러스, 라벤더… 이 원료로 방향제와 향유도 만들었어요. 가난한 이웃에 나눠주기도 하고, 팔아서 수도원 살림에 보태기도 했대요.

이 중 가장 오래된 제품이 ‘아쿠아 디 로즈Acqua di Rose’라는 장미수입니다. 1381년에 기록된 조제법이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이 브랜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기 제품이니, 64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거예요.

산타마리아노벨라 피렌체 본점. 1612년부터 대중에게 문을 열고 제품을 판매·전시하고 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아쿠아 델라 레지나, 향수의 등장

산타마리아노벨라에 향수가 등장한 건 1533년입니다. 메디치 가문*의 후계자 카트리나Caterina의 혼수품으로 만들어졌죠.
*15~17세기에 이탈리아 피렌체를 지배했던 가문. 동시대의 예술가를 후원해 르네상스의 탄생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향수의 이름은 ‘아쿠아 디 산타마리아노벨라Acqua di Santa Maria Novella’. 베르가모트와 시칠리아 레몬, 텐저린, 라벤더가 어우러진 상쾌한 향이에요.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첫 향수입니다.

이 향수는 유럽 귀족 사회에서 크게 인기를 끕니다. ‘여왕의 물’이란 뜻의 ‘아쿠아 델라 레지나Acqua della Regina’란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죠. 지금도 같은 이름의 제품이 팔리고 있어요.

700년 된 장미수와 500년 전의 향수라니. 대체할 수 없는 강력한 이야기군요. 조향사였던 지안 루카가 산타마리아노벨라 대표직을 제안받았을 때, 망설임 없이 수락한 이유입니다.

“향수는 결국 메시지를 전하는 거예요. 그 메시지 뒤에 풍성한 이야기가 숨어있을수록 더 매력적이죠. 그런 점에서 산타마리아노벨라는 조향사에겐 꿈dream 같은 곳입니다. 어떤 브랜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으니까요.”

아쿠아 델라 레지나. 1533년에 만들어진, 산타마리아노벨라의 가장 오래된 향수다. ⓒ산타마리아노벨라

Chapter 2.
전통을 되살려 위기를 극복하다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첫 매장이 문을 연 건 1612년입니다. 그 뒤로 400여 년의 시간이 흘렀죠.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1800년대엔 성당이 국유화될 뻔했어요. 1966년엔 피렌체 대홍수로 매장이 완전히 잠겼었죠. 이때 흙탕물이 남긴 수평선이 지금도 벽면에 남아있다고 해요.

하지만 전염병이나 재난보다 무서운 건 글로벌 대기업과의 경쟁이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엔 다른 화장품 브랜드에 밀려 경영난을 맞았어요. 1990년엔 남은 매장이 본점 한 곳뿐. 직원은 겨우 5명이었어요.

위기의 브랜드를 되살린 건 에우제니오 알판데리Eugenio Alphandery. 1990년부터 2020년 초까지 회사를 이끌었어요. 그는 산타마리아노벨라의 경쟁력은 전통과 품질이라고 봤습니다.

“400년 전 만들어진 장미수는 지금도 인기 있는 제품이에요. 만약 제품의 품질이 형편없었다면 400년이나 남아 있을까요? 한 번이라도 써 본 사람들은 단골 고객이 됐습니다.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우리는 옛 레시피를 고수하기로 했습니다.”
_에우제니오 알판데리 산타마리아노벨라 전 CEO, 『레드의 법칙』

알판데리 전 대표는 수도사들의 제조법을 재현했어요. 피렌체에서 난 원료로 제품을 만들었어요. 중세의 레시피로 비누와 방향제를 개발했죠.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알판데리 전 대표가 이끈 30여 년 동안, 산타마리아노벨라는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했습니다. 5명이던 직원은 500명 이상으로 늘어났어요.

산 니콜로 교회 '물의 방'. 제사 도구나 의상을 보관하는 성구실이었지만 1612년부터 허브 증류수를 보관하기 시작했고 '물의 방'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Chapter 3.
향은 이야기다, 좋은 조향사의 조건

2020년 9월, 산타마리아노벨라는 새로운 챕터를 넘깁니다. 지안 루카 대표가 취임한 겁니다. 그는 30여 년을 조향사로 일하며 100여 종 가까운 향수를 만들어 낸 베테랑입니다.

그러니 그의 취임은 굉장히 선명한 메시지였어요. 맞아요, 산타마리아노벨라는 향수 카테고리를 강화하기로 한 겁니다. 

시장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니치Niche 향수* 시장은 지난 5년간 전체 럭셔리 화장품 시장보다 6배 빠르게 성장했거든요.
*‘니치’는 ‘틈새’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소수의 사람을 위해 전문 조향사가 만든 고품질의 향수를 뜻한다.

왜 이렇게 향수 시장이 성장하고 있을까요? 지안 루카 대표는 “많은 이들의 후각이 깨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많은 감각과 같이, 후각도 한번 깨기 시작하면 점점 더 예민해집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조향사perfumer예요. 향수를 만드는 건 기억memory이거든요. 우리는 태어난 날부터 쉬지 않고 냄새를 맡고, 그 기억을 저장하죠. 어떤 향이 기분 좋은지, 어떤 향이 싫은지를 쌓아가는 거예요. 향수를 통해 기분 좋은 감정을 찾는 훈련이 된 사람은 향수를 쓰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그럼, 그가 정의하는 조향사라는 직업은 무엇일까요? 

“향을 통해 이야기story를 전달하는 사람이에요. 누군가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책을 쓰기도 하고, 영화를 만들기도 하죠. 제게는 그것이 향입니다.”

향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그래서 좋은 조향사가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해요.

하나는 어휘력입니다. 지안 루카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자신만의 어휘vocabulary를 쌓아 올리는 것”이라고 말해요. 그는 카메라를 움직여 자신의 사무실 뒤편 선반을 비췄습니다. 수백 개의 작은 유리병이 가득 차 있었어요. 각각의 병엔 향수 원료들이 담겨있습니다. 그는 이곳을 ‘향 도서관Scent Library’라고 부르더군요.

“이 원료들이 제가 이야기를 쓸 때 사용하는 단어들입니다. 이것들을 활용해서 제 컨셉을 발전시켜 나가죠.”

좋은 조향사의 또 다른 조건은 독창성입니다. 

“이야기를 전하는 다른 직업과 같아요. 자신만의 관점이 있어야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쌓아나가야 하죠. 향수 업계는 모두에게 개방돼 있어요. 많은 제품이 서로 비슷비슷합니다.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은 독창적인 이야기를 들려줘야 해요.”

같은 맥락에서, 향수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판별하는 기준은 하나라고 지안 루카 대표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향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느끼는가.

“향이 좋은지 안 좋은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건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니까요. 이 향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가 중요해요. 모든 이들에게 그 메시지가 선명하게 전달된다면 좋은 향수죠.”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첫 오드퍼퓸 '아이리스'. 피렌체의 상징 아이리스를 주 원료로 피렌체의 이야기를 담았다. ⓒ산타마리아노벨라

Chapter 4.
비밀의 정원을 향수에 담아낸 이유

그렇다면 이번에 산타마리아노벨라가 내놓은 세 가지 향수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 걸까요. 세 향수의 이름은 ‘비자리아Bizzarria’, ‘젤소미노Gelsomino’ 그리고 ‘매그놀리아Magnolia’예요.

이 제품들은 2022년 5월 출시된 ‘아이리스L'Iris’ 향수와 함께 ‘메디치 정원Giardini Medicei’이란 오드퍼퓸 컬렉션을 완성합니다. 메디치 가문의 두 빌라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죠. 피렌체의 북서쪽, 카스텔로 지역에 지금도 남아있는 두 고택, ‘빌라 디 카스텔로Villa di Castello’와 ‘빌라 라 페트라이아Villa Medicea la Petraia’입니다.

“메디치 가문의 정원들은 그야말로 비밀에 싸여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피렌체의 관광지와 도심을 둘러보지만, 이 빌라에 숨은 비밀은 알지 못해요. 메디치의 정원에선 정말 다양한 식물이 자랐어요. 우리는 이 정원을 돌아다니면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찾아냈어요.”

실제로 ‘비자리아’는 희귀한 과일 비자리아의 향을 담았습니다. 레몬과 유자, 쓴 오렌지가 섞인 품종이에요. 한동안 사라졌던 희귀종입니다. 책 속에만 남아있었죠. 1980년 ‘빌라 디 카스텔로’의 정원에서 발견됐어요.

궁금해서 향을 맡아봤습니다. 정말 맡아본 적 없는 향이더군요. 상큼한 시트러스향 사이로 쌉쌀한 향이 섞여들어옵니다.

“사라졌던 과일의 귀환. 자연의 신비함을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죠. 그래서 이 과일을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향은 제게 자연의 힘과 신선함을 일깨워줘요. 봄과 여름에 잘 어울리는 향이죠.”

‘젤소미노’는 재스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예요. 그런데 이 재스민, 메디치 가문의 비밀 온실에 숨겨져 있던 품종이랍니다. 재스민 삼박Jasmine sambac이라고도 불리는데, 별명은 따로 있어요. ‘대공의 재스민Gelsomino del Granduca’.

이 품종은 1688년 인도 고아Goa에서 피렌체로 들어왔대요. 재스민이지만 언뜻 보면 장미를 닮았습니다. 메디치가의 코시모 3세 대공이 그 향에 푹 빠졌죠. 다른 사람이 키우는 걸 금지하고 혼자 향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 재스민을 위한 비밀 정원을 만들어서요.

처음엔 달달한 향이 먼저 나서 재스민이 맞나? 헷갈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옆에 재스민차를 한 잔 따라둔 것처럼 진하고 묵직한 재스민향이 맴돌더군요.

마지막 향인 ‘매그놀리아’는 목련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큼지막하고 흰 봄꽃이죠. 오랜 시간 메디치 가문의 정원을 지킨 꽃나무예요. 이 꽃에서는 특이하게 달콤하고 시원한 과일 향이 납니다.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는, 처음 나온 향수 ‘아이리스L'Iris·붓꽃’에도 숨어있습니다. 아이리스, 피렌체를 상징하는 꽃이에요. 주요 건축물에 아이리스가 새겨져있고, 국제 아이리스 재배 대회가 열릴 정도로요. 신기한 건 아이리스엔 원래 향이 없다는 겁니다. 어떻게 향이 없는 꽃으로 향수를 만들었을까요?

“우리는 피렌체의 이야기를 아이리스를 통해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리스의 뿌리에서 향을 채취했죠. 아이리스의 아름다운 모습과 어울리는 향을 전한 겁니다.”

산타마리아노벨라의 '메디치 가든 컬렉션'. 메디치 가문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향수에 피렌체의 이야기를 담았다. ⓒ산타마리아노벨라

Chapter 5.
지킬 것은 지키되, 변화를 거듭하는 이유

그런데 이 네 가지 향수, 역사적 이야기를 담았지만 전통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그동안 산타마리아노벨라가 주로 선보인 오드코롱이 아니라 오드퍼퓸으로 만들어졌어요. 향이 더 진하고, 지속 기간이 길죠. 

그동안 산타마리아노벨라가 오드코롱을 선보였던 건, 그게 수도사들의 제조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씨앗이나 꽃을 기름에 우리고, 꽃잎을 끓여 증류하는 식으로요. 지안 루카 대표는 여기에 현대의 향수 기술을 더해 오드퍼퓸을 만들었어요.

새로운 방식의 향수 제조. 브랜드에는 자칫 모험이 되지 않을까요? 지안 루카 대표는 단호히 “혁신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해요.

“도미니크 수도사들은 연구자들이었어요. 계속해서 작업 방식을 개선해나갔죠. 우리 역시 끝없이 바뀌어야 합니다. 과거의 작업을 되풀이하는 건 쉬워요. 하지만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잊히게 됩니다.”

18세기 산타마리아노벨라 제품 스케치. 18세기 산타마리아노벨라를 운영한 코시모 부첼리 수도사는 조향에 도전하는 등 실험가적 면모를 보였다. ⓒ산타마리아노벨라

1700년대 상자를 본뜬 패키지

역사를 되새기는 작업은 이어졌습니다. 이번 ‘메디치 정원’ 컬렉션의 네 가지 향수는 각각 책 모양의 종이 상자에 담겨있어요. 표지엔 목련, 재스민 같은 원료가 고풍스러운 세밀화로 그려져있죠. 

책을 펼치듯 상자 덮개를 열어봤어요. 오른편엔 향수가 담겨있고, 왼편엔 각 원료에 얽힌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이 패키지, 산타마리아노벨라가 1700년대 실제로 사용했던 귀중품 운반 상자를 본뜬 거예요. 지안 루카 대표는 원형이 된 책 모양의 나무 상자를 가지고 와 카메라 앞에 들어 보였어요.

상자를 덮는 종이 커버는 1800년 말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카탈로그 표지를 재현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기록보관소에서 찾아낸 유산이죠. 활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800년 치 쌓여있는 브랜드라니, 모든 마케터가 부러워하겠군요.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기록보관소를 먼저 뒤집니다. 역사적 기록이야말로 산타마리아노벨라가 전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거든요.”

18세기 산타마리아노벨라의 귀중품 운반 상자. 추출물과 에센셜 오일을 운반하는데 사용됐으며 이번 컬렉션 패키징에 영감을 주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Chapter 6.
향수엔 성별도 나이도 없다

800년 브랜드에도 타깃 고객이라는 게 있을까요? 지안 루카 대표는 “향수엔 타깃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성별과 연령을 초월한다는 거예요. 

“저는 여성을 위한 향수, 남성을 위한 향수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향수를 성별로 가른다면, 그건 마케팅을 위한 거예요. 상업적 브랜드가 그렇게 하죠.

아티스틱 향수Artistic Perfume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로지 ‘이 향기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라고 말할 뿐이에요. 성별과 상관없이, 그 향이 당신에게 맞는지는 코로 결정하는 거고요.”

아티스틱 향수. 지안 루카는 화장품 업계 용어는 니치 향수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군요. ‘니치’라는 단어 자체가 마케팅 용어잖아요. 

“마케팅 캠페인보다 더 중요한 건 병 안의 내용물이에요. 원료의 품질과 조성의 순도가 얼마나 예술적이고 미학적인가, 거기에 집중하는 향수가 아티스틱 향수입니다. 

우리에겐 마케팅은 간단한 활동이에요.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만드는지 말하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에게 역사보다 더 중요한 건 진정성이에요.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야 하고, 진짜 이야기만 담아야 하죠. 그 일관된 노력이 산타마리아노벨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에요.”

지안 루카 대표는 자신만의 향수를 찾는 방법도 조언했어요.

“패션과 똑같아요. 일단은 많이 경험해야 하죠. 마케팅 카피에 신경 쓰지 마세요. 열린 마음으로 매장을 찾아가서 직접 향을 맡아보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묻는 거예요. 이 향수가 당신을 위한 건지, 아닌지 말이에요.”

지안 루카 대표는 "향수엔 성별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향수를 고를 때 자기에게 맞는지만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조향사로 일한다는 것

30여 년 경력의 조향사는 새로운 향수를 선보일 때 어떤 기분일까요? 지안 루카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할 수 있나요?” 그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젓더군요. 

“절대 알 수 없어요. 기사를 쓸 땐 어떤가요? 독자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나요?

사실 제게 가장 떨리는 순간은 향수를 내놓기 전이 아니에요. 향수를 배합할 때예요. 잠을 설치면서 고민하죠. 어떤 원료를 섞어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히 표현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상상해요. 그렇게 향수 배합이 끝나고 나면 아름다운 시간이죠. 모두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그는 사실 시장의 반응이 전부가 아니라고도 말하더군요.

“조향사는 성공하려고 향수를 내는 게 아니에요. 전하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향을 만드는 거죠.

사업적 성공을 결정하는 건 소비자예요. 하지만 전 좀 덜 팔리더라도, 매우 수준 높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적인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면 매출로만 성공을 평가해선 안 되죠.”

다시 물었습니다. “경영자와 조향사 중 하나의 직업만 고르라면 무엇을 고를 건가요?” 그는 또 소년처럼 활짝 웃었습니다.

“그건 너무 쉬운 질문이에요. 제품을 만들지 않더라도 저는 계속 조향사로 살 거예요. 원료를 연구하고, 향을 만들어내면서요.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할 수 있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지안 루카 패리스 대표. 2020년 산타마리아노벨라에 합류해 향수로 독창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롱블랙 프렌즈 B

800년 동안 쌓인 헤리티지가 있는 산타마리아노벨라. 이 풍부한 재료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지 기대가 됩니다.

오늘의 노트 중 인상 깊은 구절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향수는 결국 메시지를 전하는 거예요. 그 메시지 뒤에 풍성한 이야기가 숨어있을수록 더 매력적이죠.
2. 우리 모두는 조향사예요. 향수를 만드는 건 기억이거든요. 우리는 태어난 날부터 쉬지 않고 냄새를 맡고, 그 기억을 저장하죠.
3. 조향사는 향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에요.
4. 마케팅 캠페인보다 더 중요한 건 병 안의 내용물이에요. 원료의 품질과 조성의 순도가 얼마나 예술적이고 미학적인가, 거기에 집중하는 향수가 아티스틱 향수입니다.
5. 마케팅 카피에 신경 쓰지 말고, 매장에서 직접 향을 맡아보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묻는 거예요. 이 향수가 당신을 위한 건지, 아닌지 말이에요.
6. 조향사는 성공하려고 향수를 내는 게 아니에요. 전하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향을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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