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 패션을 사랑하는 악마들, 다시 프라다를 입기 시작했다


롱블랙 프렌즈 L

그 영화를 다시 봤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나는 늘 미란다에게 공감이 가더라.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은발의 패션지 편집장 말이야. 일에 미쳐 사는 냉정한 일 중독자로 나오지만, 가끔씩 외로운 표정이 엿보이잖아.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는 다른 생각을 했어. 왜 프라다였을까. 영화에서 미란다는 샤넬과 발렌티노도 입었거든. 그런데 왜 제목에 프라다가 붙었을까. 

그러다 내가 가진 프라다를 떠올렸어. 나일론 호보백*. 가볍고 튼튼하고, 15년이 지났지만 모양이 변하지 않은 이 실용적인 가방. 프라다는 나같은 커리어우먼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브랜드잖아.
*Hobo Bag : 반달 모양의 숄더백

커리어우먼의 상징 같은 이 럭셔리 브랜드가 부활하고 있대. 나도 최근에 프라다 리에디션 호보백 샀다는 친구가 두 명이나 있어. 그리고 김도훈 기자는 프라다 셔츠까지 샀다고 하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래.


김도훈 전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장/기자

프라다 셔츠를 샀다. 프라다 특유의 검은 나일론으로 된 반팔 셔츠다. 왼쪽 가슴에는 특유의 역삼각형 로고가 달려 있다. 나는 셔츠 한 장에 백만원을 쓸 만큼 통이 큰 사람은 아니다. 겨울 코트라면 백만 원을 투자할 수 있다. 셔츠는 아니다. 기껏해야 정해진 패턴으로 툭툭 잘라낸 천을 이어 붙인 셔츠라는 물건은 그만한 돈을 투자할 가치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프라다 매장에 들어가서 그 셔츠를 본 순간 신념은 무너졌다. 두꺼운 나일론으로 된 반팔 셔츠라니. 그 딴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가을에는 무리다. 그래도 샀다. 그건 너무나도 프라다였다. 도리가 없었다. 코를 슬쩍 들고 옆을 지나가던 직원이 말했다. “마지막 한 피스 남았네요.” 그건 일종의 주문이다. 그런 말을 듣고도 구매를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정말이지 대단한 참을성의 소유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