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K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아마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맛있게 내리는 사람이겠죠? 그런데 선발 기준에 눈에 띄는 게 있어요. ‘커피 시장에 어떤 롤모델이 될 것인가.’
그렇습니다. 역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은 커피 신scene에 변화를 일으켜 왔어요. 2007년 챔피언인 제임스 호프만James Hoffman. 그는 싱글 오리진* 유행을 일으켰어요. 우리가 잘 아는 이름 폴 바셋Paul Bassett도, 2003년 우승자예요.
*여러 지역 원두가 섞인 게 아닌, 단일 지역, 단일 품종의 원두.
2023년 월드 챔피언은 엄보람 바리스타. 그 역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전 세계 커피 신이 주목하는 그를 서울 북촌에서 만났습니다.
엄보람 2023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엄보람 바리스타는 브라질 한인 2세입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나고 자랐어요. 그의 아버지 엄하용 씨는 브라질에서 물류업을 하다가 커피 농장을 열었어요. 엄보람 바리스타가 커피 산업에 뛰어든 건 아버지의 농장 일을 도우면서부터입니다.
엄보람 바리스타에겐 ‘최초’라는 타이틀이 두 개 있어요. ‘최초의 브라질 챔피언’이자, ‘최초로 생산자를 겸하는 챔피언’이에요. 원두와 가장 가까운 바리스타의 커피, 특별할 수밖에 없겠죠.
Chapter 1.
오늘 커피를 드셨다면, 당신도 팀원입니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 스페셜티커피협회(SCA·Th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가 여는 세계 최대 바리스타 대회예요. SCA가 선정한 국가대표 바리스타들이 모여 경쟁하는 국제대회입니다. 세계 1등 바리스타를 뽑는 대회예요.
커피로 어떻게 경쟁을 하냐고요? 참가자는 총 세 가지의 음료를 선보여요. 에스프레소, 우유음료, 시그니쳐 음료죠. 심사위원은 4명. 15분 안에, 열두 잔의 음료를 실수 없이 만들어야 해요.
이때 쇼맨십이 중요합니다. 내가 내리는 커피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능력을 높이 사요. 원두는 왜 이 원두를 택했는지, 어떻게 로스팅했는지, 그리고 의도한 커피 맛은 무엇인지, 유려한 발표로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해요.
“팀워크가 꿈을 이룹니다Teamwork makes the Dream works.”
엄 바리스타는 프레젠테이션의 시작부터 팀을 강조했어요. 커피를 소개하기에도 빠듯한데 뒷단의 사람들 이야기를 꺼낸 거예요.
“먼저 농부 카이 젠슨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젠슨은 1700미터의 고산지대 파나마 볼칸Panama Volcan에서 게이샤Geisha 원두를 수확해요. 48시간 동안 산소를 차단한 채 원두를 발효시키죠. 이어 어둡고 건조한 컨테이너에서 13일간 말립니다. 습도 45%, 온도 18도를 철저히 유지해요. 검은 자두dark plum, 오렌지꽃orange blossom 향기를 품은, 진정한 게이샤 원두를 수확하는 비결이죠.”
_엄보람, 2023년 6월 WBC 프레젠테이션 중에서
미소 띤 얼굴, 경쾌하고 분명한 어조로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가는 한편, 부지런히 손을 놀려요. 포터 필터*에 커피 가루를 넣고, 그 위를 평평하게 눌러가며 다져요. 탬핑tamping 작업이에요.
*커피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릴 때 사용하는 손잡이가 달린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