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전통 깊은 브랜드와 단지 오래된 브랜드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헤리티지Heritage입니다. 적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간 이어온 브랜드의 히스토리에서, 오래도록 빛바래지 않는 가치를 유산으로 남긴 것이 헤리티지예요.
롱블랙은 나아가 ‘뉴헤리티지New Heritage’를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헤리티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받던 시대는 지났어요. 헤리티지라는 자본으로 오늘을 브랜딩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관점 24 : 비즈니스의 내일을 말하다> 세 번째 세션의 키워드로, ‘뉴헤리티지’를 꼽은 이유예요.
먼저 브랜딩 전문가 홍성태 교수가, ‘브랜드에게 뉴헤리티지는 왜 중요한가’를 들려드립니다. 이어 세 명의 비즈니스 리더, 김재원 포인트오브뷰 대표와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 박영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생생한 실전 이야기를 더할게요.
Chapter 1.
홍성태 : 뉴헤리티지 마케팅으로 성공한 브랜드
레고LEGO. 올해로 91년 된 브랜드인데 건재해요. 한 해 팔리는 레고 상자의 개수는 무려 2억 개에 달합니다. 2022년 650억 크로네(약 8조원)에 이어, 2023년 상반기에만 247억 크로네(약 3조원)의 매출을 올렸어요.
승승장구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1993년 판매가 주춤했어요. 온라인 게임이 등장했거든요. 보통 이런 상황이 오면 기업은 조바심을 냅니다. “우리도 온라인 게임 만들자!”며 트렌드를 뒤쫓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곤 하죠.
레고는 달랐어요. 가장 큰 위기의 순간에, 가장 위험해 보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2004년 파산 직전에, 30대 중반의 젊은이를 대표 자리에 앉혔어요. 가족 경영을 하던 레고가 틀을 깬 거예요.
주인공은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의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Jørgen Vig Knudstorp. 예르겐은 취임식 날,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만약 이 땅에서 레고가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뭘 그리워할까요?”
예르겐은 다름 아닌 ‘쌓기 놀이’를 그리워할 거라고 봤어요. ‘블록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rick)’며 레고의 방향성을 재정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특수블록부터 모조리 없앴어요. 딱 정해진 모양만 완성할 수 있어, 마음껏 뗐다 붙였다 하는 레고만의 매력을 지워버렸거든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레고의 재미를 되살린 거예요. 이 재미를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공략한 키덜트 제품도 출시하기 시작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