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 100번째 전시와 101번째 전시, 그 차이를 디자인하다


롱블랙 프렌즈 K 

지난주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다녀왔어요. B가 만난 정영선 조경가의 발자취가 궁금해, 그의 개인전*을 보러 갔죠.
*<조경가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장에 들어서자, 사계절의 정원이 펼쳐졌어요. 오른쪽 벽에는 봄의 정원을, 왼쪽 벽에는 가을의 정원을 담은 영상이 한가득 담겼습니다. 바닥에는 거대한 격자무늬 유리판 아래로, 국립중앙박물관 조경계획 배치도, 용산공원 공모안 등이 전시돼 있었어요. 관람객들은 허리를 구부리거나 바닥에 털썩 앉아 살펴보고 있었죠. 조경가가 허리 굽혀 이 땅을 가꿔온 지 어느덧 50여 년. 그 시간을 함께 상상하고 공감하는 듯 보였어요. 

국내에서 조경가를 조망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전시 공간을 만든 이는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기획관이에요.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는 그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바꿔놓은 인물”이라고 했어요.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김 기획관을 만나고 왔습니다.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 

언젠가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가 세련되게 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신선한 전시 디자인과 연출 덕분이에요. 그 주역은 김용주 기획관.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공채 1호 전시 공간 디자이너가 됐어요. 

같은 그림, 같은 조각이라도 어떤 장소에서 선보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죠. 공간의 힘입니다. 김용주 기획관은 작품의 위치, 조명, 동선 등 관람자들이 작품을 만나는 과정을 디자인해요. 

화가 이중섭, 윤형근, 장욱진의 전시부터 건축가 정기용 컬렉션과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까지. 그가 14년간 공간을 기획한 전시만 150개가 넘습니다.

그의 감각은 해외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인정받았어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부터 iF 디자인 어워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등. 벌써 수상 내역만 14개에 달합니다. 

전시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김용주 기획관. 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