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쉐 사프디 : 싱가포르의 시티뷰를 만든 건축가, 회색도시의 대안을 찾다


롱블랙 프렌즈 K 

최근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어요.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 3명 중 2명은 도시에 살 거래요.* 기후 위기로 살 만한 곳은 점점 사라지고, 인프라는 도시로 몰릴 테니까요.
*2024년 유엔 ‘세계 인구 전망World Population Prospects’ 보고서.

그럼 우린 도시에서의 삶에 만족할까요? 빽빽하게 쌓아 올린 아파트부터 도로 위 꽉 막힌 자동차, 밤낮을 안 가리고 들려오는 에어컨 실외기 소음까지. 누군가는 도시가 “감옥 같다”고도 말합니다. 

오늘 모쉐 사프디Moshe Safdie와 함께 ‘살고 싶은 도시’를 상상해 보려는 이유예요. 이스라엘 출신의 건축가이자, 싱가포르를 ‘정원 도시’로 만든 주인공입니다.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의 옥상정원부터, 창이 공항의 대형 정원인 쥬얼 창이Jewel Changi까지. 그가 설계한 모든 건물은 도시인이 숨 쉬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죠.

올해 86세를 맞은 사프디는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정원이 필요하다”고.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Chapter 1.
지중해 소년, 도시에 실망한 이유

모쉐 사프디는 오랜 시간 건축계의 비주류였어요. 197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이 주목받을 때, 그는 반기를 들었거든요. “인간과 자연을 함께 존중하지 않는다”면서요.
*획일적이고 기능성을 중시한 모더니즘 건축에 대항한 건축 스타일. 독특하고 자유로운 외형과 기능성 없는 장식 등이 특징이다. 

사프디의 유년 시절에 그 이유가 있어요. 그는 지중해 동쪽의 이스라엘 항구도시 ‘하이파Haifa’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하이파는 히브리어로 ‘아름다운 해변’이란 뜻이에요. 탁 트인 바다와 정원, 층 낮은 베이지색 건물이 모여든 평화로운 곳이죠. 

그에게 집은 가족과 친척, 이웃이 어울려 사는 곳이었어요. 갈멜산 언덕의 3층짜리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옥상에선 가족들이 양봉을 했어요. 저녁엔 도시를 내려다보며 식사를 했죠. 산과 옥상을 잇는 다리가 놓여있어, 친척들이 과일이나 고기를 들고 찾아왔고요.

“열세 살 때부터 ‘이상적인 집’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습니다. 작더라도 자신만의 영역이 분명하고 사적이어야 해요. 집엔 항상 정원이나 안뜰 같은 야외 공간이 있어야 하죠. 실내의 보호된 세계와 실외의 자연 세계를 연결하는 ‘전환 지대’가 필요합니다.”
_모쉐 사프디 자서전 『If walls Could Speak』 5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