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L
최근 구글이 투자한 회사들을 보다가, 흥미로운 이름을 발견했어.
이름은 몬조Monzo. 영국의 디지털 은행이야.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 같은 곳이지. 구글은 2024년 3월, 이곳에 무려 4억 달러(약 5250억원)를 투자했어!
궁금해졌어. 구글은 5000억원 넘는 돈을 왜 영국 은행에 투자한 거지? 찾아보니 이유는 단순해. 영국 고객을 꽉 잡은 몬조의 미국 진출을 구글이 돕겠다는 거야.
기세를 보니 그럴 만해. 2015년에 세워진 몬조, 지금까지 고객 970만 명을 모았어. 고객들의 신뢰도도 꽤 높아. 최근 영국 내 은행 만족도 조사에서 4년간 1위를 기록했지*.
*영국 경쟁시장청(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기관)의 조사. 몬조는 2021~2024년 조사에서 만족도 1위를 기록했다.
매출 상승세도 가파른 편이야. 2023년 몬조의 매출액은 8억8000만 파운드(약 1조5486억원). 3억5560만 파운드(약 6248억원)를 기록한 2022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어.
이 은행, 뭐가 남다른 걸까? 10년째 커지고 있는 영국의 디지털 은행, 좀 더 파헤쳐 봤어.
Chapter 1.
답답한 은행을 바꾸고 싶었던 법대생
몬조는 2015년 2월, 톰 블룸필드Tom Blomfield와 4명의 공동창업자가 세운 디지털 은행이야.
창업을 주도한 톰은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했어. 하지만 금융 문제에 관심이 많았지. 이 분야 창업을 꿈꿔 2007년 미국의 스타트업 육성기관 Y콤비네이터YCombinator에 합류할 정도였어.
4년 준비 끝에 그는 2011년 스타트업을 세웠어. 회사 이름은 고카드리스GoCardless. 이름처럼 ‘카드 업무를 줄인다’는 취지였지. 기업 간 송금을 간편·자동화하는 게 목표였대.
하지만 2년여 만에 회사를 떠났어. 사업은 잘 됐지만, 큰 기업 중심의 비즈니스가 톰의 열정을 더 부추기지 못했던 거야.
“고카드리스는 매달 고객을 늘리고 있었지만, 제 열정이 더 커지지 않았어요. 소규모 비즈니스가 아니다 보니, 제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문제와는 거리가 있었거든요.”
_톰 블룸필드 몬조 공동창업자 겸 초대 CEO, 2024년 Y콤비네이터 인터뷰에서
톰은 자신이 겪던 ‘답답한 영국의 은행 시스템’을 주목했어. 당시만 해도, 송금 한 번 하려면 은행 창구를 찾아가야 했거든.
“저는 고장 난 걸 고치는 일을 좋아합니다. 누군가는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내버려둬’라는 게 제겐 너무 답답했죠. 은행 업계가 딱 그랬습니다.”
_톰 블룸필드 몬조 공동창업자 겸 초대 CEO, 2024년 Y콤비네이터 인터뷰에서
2014년, 그는 약 1년간 먼저 세워진 영국의 디지털 은행 스탈링Starling에서 일을 배웠어. 거기서 창업을 준비했지. 그다음 회사를 떠나, 2015년 2월에 세운 게 바로 몬조였어.
Chapter 2.
빅테크 전략을 ‘디지털 은행’에 옮겨오다
톰은 몬조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제품’으로 구상했어. 디지털 은행에서, ‘디지털’에 강조점을 찍은 거지.
“은행 업무는 수년간 변함이 없었어요. 양식을 다운로드해 작성하고 서명한 뒤 우편으로 보내야 했죠. 온라인 은행도 마찬가지였고요.
저는 당시 스포티파이Spotify, 우버Uber 같은 앱을 보며 마법 같다고 느꼈어요. 기술 기업가들에겐 당연한 것들을 은행이 하지 못하고 있던 겁니다.”
_톰 블룸필드 몬조 공동창업자 겸 초대 CEO, 2017년 Chris Skinner와 인터뷰에서
톰은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의 성공 전략을 살펴봤어. 공통점이 보였지. ‘네트워크 효과*’를 잘 활용했다는 거야. 몬조를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최초의 은행’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지.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그 이용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
이를 위해 몬조는 ‘디지털 은행’ 인가를 받기 전부터 체크카드를 출시했어. 2015년 8월, 창업 6개월 만의 일이었지. 톰이 Y콤비네이터에서 배운 ‘제품을 빠르게 출시한 다음, 사용자 반응을 봐라’는 원칙을 적용한 거야.
이때 톰은 ‘네트워크 효과’를 중심에 뒀어. 사람이 사람을 불러들일 카드를 고민했지. 톰이 이를 위해 시도한 초기 전략, 두 가지였어.
① 체크카드 :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호기심을 부추기다
먼저 톰은 체크카드를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끔 디자인했어. “내가 고객이라면, 빈 종이 한 장이 있다면 어떤 디자인을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지.
그렇게 탄생한 게 산호색hot coral 체크카드야. 진한 분홍색 카드 위에 몬조 로고만 새겨져 있어. 고객들이 계산하려고 카드를 꺼낼 때, 주변에서 “무슨 카드인가요?”라고 물을 만한 색을 골랐대.
몬조의 의도는 적중했어. 무채색 카드만 보던 사람들 눈에 확 띈 거야. 카드를 ‘예뻐서 발급받는’ 사람들이 늘어났어.
덕분에 첫 체크카드인 알파 버전은 빠르게 동났어. 3000장을 준비한 게 금방 떨어지고, 2만 명이 줄을 설 정도였지. 2016년 출시 1년 5개월 만에, 7만여 명이 몬조의 체크카드를 발급받았어.
② 앱 : ‘가시성’을 높여, ‘내 돈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주다
몬조의 초반 돌풍은 카드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었어. 디자인에 끌린 고객이 ‘유용성’을 느끼게 했지. 그래야 초기 고객이 계속 머물며, 입소문까지 낼 테니까 말이야.
방법은 간단했어. 앱에서 거래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지. 체크카드를 쓰거나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면, 애플 워치가 울리며 ‘오늘 쓴 돈이 얼마인지’ 알려주기도 했어.
또 사용자가 직접 ‘카드 정지’를 결정하게 했어. 그게 뭐가 대단하냐고? 영국에선 카드 고객이 해외여행을 가면 은행과 카드사에서 자동으로 카드 이용을 차단했거든. 몬조는 이걸 사용자의 선택권으로 돌려놓은 거야.
사소해 보이는 기능이었지만, 사람들은 ‘내 돈이 나의 통제권 아래 있다’고 느꼈어.
“일상적으로 유용하다는 의미는 뭘까요? 저는 그게 어느 하나의 ‘기능’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하나의 ‘느낌’입니다. 감정적인 거죠.
돈과 관련한다면, 그 감정은 ‘불안’입니다. 내 돈이 나의 선택과 통제 아래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그 불안은 가라앉아요. 몬조가 유용한 제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_톰 블룸필드 몬조 공동창업자 겸 초대 CEO, 2017년 Chris Skinner와 인터뷰에서
Chapter 3.
‘골든 티켓’으로 입소문을 퍼뜨리다
몬조는 2017년 정부로부터 디지털 은행 사업을 허가받았어. 이때부터 ‘네트워크 효과’를 더 공격적으로 만들어갔지.
먼저 ‘초대장 전략’을 썼어. 일부 고객만 예금 계좌를 만들 수 있게 했거든. 소수 인원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지.
*비즈니스 SNS 링크드인LinkedIn이 사업 초기에 쓴 ‘조건부 가입’ 전략 이후, 빅테크 회사가 자주 쓰는 모객 전략이다.
초대장 전략은 ‘대기 줄’을 만들었어. 이 소식 자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지. 여기서 몬조는 경쟁에 불을 지필 아이템을 하나 더 꺼냈어. ‘골든 티켓Golden Ticket’이란 걸 만들었지.
골든 티켓은 2주 이상 계좌를 사용한 고객에게만 줬어. 고객 한 명당 딱 1장씩 줬지. 이 티켓을 친구에게 선물하면, 그 친구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몬조에 예금 계좌를 만들 수 있었어.
초기 고객을 몬조에 2주 이상 묶어 두는 효과가 났어. 동시에 티켓을 받아 빨리 몬조에 입장한 고객도 ‘상대적인 만족감’도 얻었지. 큰 광고 비용 없이, 입소문으로 몬조를 더 널리 알린 거야.
2017년 몬조의 가입자 중 40%가 골든 티켓을 받아 들어왔어. 2016년 말 7만 명이던 고객 수가 1년 만에 60만 명까지 늘었지. 2018년에도 신규 고객의 80%가 입소문으로 들어올 정도였다고 해!
몬조는 네트워크 효과를 더 키울 기능도 준비했어. 아는 사람이 몬조에 더 모일수록, 편리해지는 기능을 만들었지. 연락처 기반의 P2PPerson to person 송금 기능이 대표적이야. 앱 결제 내역에서 ‘청구서 분할’을 선택하면, 친구끼리 빠르게 더치페이를 할 수 있었어.
“몬조에 더 많은 친구가 가입할수록 효용이 늘게 했어요. 마치 왓츠앱Whatsapp에 친구가 더 가입할수록, 더 많은 이와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요.”
_톰 블룸필드 몬조 공동창업자 겸 초대 CEO, 2022년 자신의 블로그에서
Chapter 4.
‘일상 언어’로 사용자 중심의 은행을 만들다
몬조는 은행 업무에도 실리콘밸리의 ‘사용자 중심’ 설계를 들여오려 했어. ‘금융 상품과 은행 업무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려고 노력했지.
대표적인 게 ‘글쓰기 원칙’이야. 홈페이지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이들은 전문 지식이 없는 고객을 중심에 두고 쓸 것을 강조해. 어려워서 이해 못 하는 글은 필요 없단 거야.
“복잡한 걸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그래서 설명되지 않는 금융 전문 용어는 쓰지 않습니다. 꼭 기술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 주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_몬조 홈페이지에서
비즈니스 언어도 일상어로 교체했어. 예를 들면, ‘보조하다Assistance’ 대신 ‘돕다Help’를, ‘문의하다Request’ 대신 ‘묻다Ask’를 쓰는 식이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딱딱하게 느끼면 거리감부터 생기거든. 그걸 경계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