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이어폰 하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저는 귓속에 꽂히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이나, 귀를 감싸는 헤드폰이 생각나요. 어떤 모양이든 공통점이 있죠. ‘바깥의 소리를 막아준다’는 것. 더 잘 들으려면 귀를 가려야 한다는 게 이어폰의 오랜 상식이었으니까요.
그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뒤집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샥즈Shokz. 귀를 막는 대신 ‘여는’ 쪽을 택했어요. 광대뼈를 통해 소리를 전하는 골전도 기술로, 귀를 열어둔 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을 만들었죠.
이 역발상이 거둔 성과가 놀라워요. 2024년 기준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찍었고, 같은 해 누적 판매량은 2000만 개를 넘어섰어요. 2025년 이들이 출시한 이어폰은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25 올해 최고의 발명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시작은 중국 선전의 한 OEM* 공장이었어요. 남의 제품을 대신 만들던 곳이 어떻게 없던 시장을 열었을까요. 이들이 생소한 기술을 대중에게 알린 과정을 살펴봤어요.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
Chapter 1.
OEM 구조가 서러웠던 기계공학 동문들
샥즈의 이야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중국 시안교통대 기계공학과 동문이었던 세 사람(첸하오Chen Hao, 천첸Chen Qian, 치신Qi Xin)이 선전에 세운 공장이 시작점이죠.
당시 세 사람은 ‘무전기용 헤드셋’을 만드는 공장을 열었어요. 여기에 돈을 벌 기회가 있다고 봤거든요. 25만 위안(약 4700만원)을 모아 시작한 공장은 약 3년 만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제조업체로 커졌어요. 당시 연 매출로 3000만 위안(약 56억원)을 찍을 정도였죠.
사업은 충분히 커졌지만, 이들은 한계를 느꼈어요. 막상 자신들이 하는 일이 중요한 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