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한때 ‘스토리텔링’은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였습니다. 작가나 연출자가 ‘대중을 끌어들이는 기술’로 다뤘죠. 기업에서 이야기는 광고 한 줄이나 경영진 인터뷰로 쓰였어요.
지금은 다릅니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려 합니다. 기업이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지,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일하는지 이야기하죠.
롱블랙은 지금을 ‘이야기 자본Story Capital의 시대’라 이름 짓고, 두 편의 특집을 기획했습니다. 1부에선 이야기가 왜 지금 중요한지 짚었습니다. 제품이 상향 평준화된 시대, 소비자를 착 달라붙게 하는 서사의 작동 방식을 짚었죠.
2부는 실전입니다. 이야기를 전략 자산으로 쓰는 기업의 실무자 4인을 만났습니다. 노션 악샤이 코타리Akshay Kothari 스토리텔링 팀 헤드, 토스 정경화 브랜드 헤드, 네이버 원지수 브랜드 내러티브 팀 리더, 민음사 조아란 마케팅부 부장까지요.
네 기업의 이야기는 제각각이었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원칙이 있었습니다.
1. 이야기는 제품과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제품이 풀려는 문제를 이야기가 함께 해결할 때, 사람들은 신뢰를 갖는다.
2. 이야기는 사람의 언어를 빌릴 때 힘이 더 세진다. 기업의 말은 권위를 갖지만, 사람의 말은 몰입을 낳는다.
3. 이야기는 총량의 게임이다. 이야기 자본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네 기업이 투자한 시간은 5년에서 많게는 10년이다.

노션 스토리텔링 팀 : 이야기꾼을 돕는 별동대를 만들다
전 세계 1억 명이 쓰는 생산성 도구 노션은 2025년 12월,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했습니다. 사내 소통과 SNS, 인플루언서와 커뮤니케이션 팀을 하나로 합친 ‘스토리텔링 팀’을 신설한 겁니다.
이 팀을 이끄는 리더는 악샤이 코타리. 노션의 공동창업자입니다. 창업자가 직접 스토리텔링 팀을 이끈다는 건, 이야기를 제품 개발만큼 중요한 ‘비즈니스 엔진’으로 보고 있음을 뜻하죠.
Chapter 1.
창업자가 스토리텔링 팀을 직접 이끄는 이유
코타리 헤드가 나선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업이 커질수록, 각 팀이 자신들의 고립된 목표에만 집중하는 ‘사일로Silo*’ 현상을 봤기 때문이죠.
*조직 내 부서나 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해, 부서 이기주의가 강화되는 상태.
“회사가 성장하면서 각 팀이 각자의 목표에만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따로 움직이는 사이, 메시지는 손실됐습니다. CEO나 제품 팀에서 뭔가 말할 때쯤이면, 메시지는 3~4단계의 보고 체계를 거치며 희석된 형태로 전달됐죠.”
_(이하) 악샤이 코타리 노션 스토리텔링 팀 헤드, 롱블랙 인터뷰에서
코타리 헤드가 택한 ‘통합의 원칙’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스토리텔링 팀을 창업자와 제품에 가장 가까운 위치로 배치한다. 둘째, 이야기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만드는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