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폭우가 내리던 1975년 1월 24일. 공연장을 박차고 나간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Keith Jarrett을, 콘서트 기획자가 울면서 붙잡았습니다.
그날 밤 키스 자렛*은 1400석 규모의 독일 쾰른 오페라하우스에서 연주를 할 예정이었어요. 문제는 피아노였습니다. 튜닝은 엉망이었고, 어떤 건반은 아예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페달도 먹통이었어요. 자렛은 화가 나 ‘이런 곳에선 연주할 수 없다’며 공연장을 떠나려 했죠.
*미국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코드를 한두 개 정해 자유롭게 악상을 떠올리며 연주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콘서트 기획자가 비를 맞으며 애원하자, 마음이 약해진 자렛은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는 고장 난 건반을 피해 가며, 혼신의 힘으로 연주를 해냈습니다.
그날 공연을 녹음한 앨범이 「쾰른 콘서트The Köln Concert」입니다. 350만 장 넘게 팔려 재즈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솔로 앨범이 됐어요. 엉망이었던 피아노가 최고의 연주를 만든 셈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이 질문을 붙잡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경제학자 팀 하포드Tim Harford입니다. 그는 이 답을 의외의 곳에서 찾고 있었어요. 영국 옥스퍼드에 있는 그를 화상으로 만나봤습니다.

팀 하포드 경제학자&경제 저널리스트
팀 하포드. ‘친절한 경제학자’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가 2005년에 쓴 책 『경제학 콘서트Undercover Economist』는 한국에서만 50만 부 넘게 팔렸고, 30개국에 번역됐어요. 경제 지식을 쉽게 풀어낸 공로로 2019년엔 대영 제국 훈장도 받았습니다.
숫자와 그래프로 세상을 설명해 온 경제학자이지만, 그는 “우리에겐 엉망인 상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미 2015년에 출간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에서 “인간은 더 무질서해질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죠.
*원서 제목은 『MESSY』로 ‘무질서’라는 뜻이다. 한국에선 2016년 동명의 제목으로 출간됐다가, 2026년 새 제목으로 재출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