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C
“나, 요즘 인생이 영 무無맛이야.”
지난 주말에 만난 친구가 하소연했어요. 회사 일도 할 만하고, 인간관계에 트러블이 있는 것도 아니라더군요. 그런데 평소 좋아하던 여행을 가도 심드렁하고, 일상이 온통 공허하게 느껴진단 거였죠.
혹시 여러분도 그런가요? 번아웃처럼 하얗게 불탄 것도, 우울증처럼 일상이 무너진 것도 아닌 ‘어중간한 회색빛 상태’ 말이에요. 이 모호한 감정을 20년 넘게 추적한 학자 코리 키스Corey Keyes는, 여기에 진단명을 붙였어요.
바로 ‘랭귀싱Languishing.’ 우리말로 ‘시들함’입니다. ‘기력이 쇠하다’라는 영단어 languish에 현재진행형 -ing를 붙여, ‘멍하고 정체된 상태’를 뜻하죠. 이 상태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자, 코리 교수는 2024년 동명의 책*을 출간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어요.
*국내에서는 같은 해 9월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로 번역 출간됐다.
“우울하지 않다고 해서,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면, 오늘 노트에 주목해 주세요. 코리 교수가 제안하는 ‘랭귀싱에서 벗어나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법’을 짚어볼게요.
Chapter 1.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다
코리 교수는 자신의 책 머리말에서 노래 한 곡을 소개해요. 고등학생 시절 끼고 살았던 노래라면서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잭슨 브라운Jackson Browne의 「텅 빈 채 그저 달리네Running on Empty」죠. 가사를 한 번 찬찬히 읽어보세요.
어디로 가는지 몰라, 그냥 어디론가 달리네
그저 달리네, 텅 빈 채로
그저 달리네, 아무것도 못 본 채로
_잭슨 브라운, 「텅 빈 채 그저 달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