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왜 건강 앞에서 자책할까 : 의지보다 중요한 ‘설계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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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3

이 노트는 비만인식개선캠페인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위드롱블랙을 더 알아보세요.


롱블랙 프렌즈 K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는 날, 롱블랙 피플은 어떤 생각부터 하나요? 전 스스로를 자주 탓하는 것 같아요. ‘운동을 조금만 더 했더라면’, ‘건강한 음식을 먹었더라면’, ‘병원에 일찍 갔더라면’ 하면서요.

그런 제게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강연 프로그램 ‘세바시’의 15주년 특별 강연회에서였죠. 상담가부터 의사, 스포츠의학자, 올림픽 선수까지. 서로 다른 분야의 연사*들은 내내 같은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이호선 심리상담가, 정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홍정기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 김아랑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건강을 지키려면 ‘내 탓’에서 벗어나야 한다.”

쉽게 말해, 건강은 의지만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란 거예요. 인간은 원래 움직이지 않도록 진화했고, 습관은 환경이 만들며, 오래 건강한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잘 회복하는 사람’이라면서요. 

몸과 마음을 둘러싼 우리의 ‘오해’부터,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건강 관리법까지. 다섯 연사의 이야기를 정리했어요. 치열한 하루를 보내는 롱블랙 피플도 잠시 숨을 고르며, 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Chapter 1.
인간은 원래 게으르게 태어났다

운동을 안 하면 ‘의지가 약한 사람’, 배달 음식을 시켰다고 ‘게으른 사람’일까요? 

뇌 의학을 전공한 정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말합니다. “인간은 원래 그렇다”고요. 그 이유를 인간의 역사에서 찾았죠.

“불과 몇천 년 전만 해도, 인간은 수렵・채집을 하며 살았어요. 하루에 10~15km를 걷고 뛰고, 땅을 파고, 나무를 오르고, 물을 구하러 먼 길을 떠났죠. 지금 기준으론 매일 두 시간씩 고강도 운동을 한 셈이에요.”
_정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하지만 그들이 운동을 좋아해서 움직인 건 아니었어요. 살려면 어쩔 수 없었던 거죠. 식량을 구하는 시간 외엔 하루 10시간 가까이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쉬고 싶은 마음은 현대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예요. 

“인간은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이 있거나, 어떤 대가가 주어질 때만 몸을 움직이도록 설계됐습니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려는 건 에너지를 아끼려는 본능이에요. 그러니 운동이 싫은 건 너무 당연합니다.”
_정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문제는 현대 사회가 이 본능을 너무 쉽게 만족시킨다는 데 있어요. 예전엔 먹기 위해 걸어야 했지만, 지금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음식이 집 앞에 도착하니까요. 세상이 몸을 쓰지 않아도 되게끔 설계된 거예요.

정세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인간은 운동을 좋아해서 움직인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움직였다”고 말했다. 움직일 계기가 줄어든 현대 사회에서, 그는 운동은 “의지보다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롱블랙

뇌는 ‘삶에 대한 태도’를 기록한다

몸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정 교수는 객석을 향해 물었죠. “여러분의 뇌는 지금 몇 살일까요?” 나이는 얼굴이나 몸에만 새겨지는 게 아니래요. 그가 매일 보는 뇌 MRI* 사진에도,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보인단 거죠.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줄임말. 강한 자기장과 전파를 이용해 몸속 구조를 촬영하는 검사다.

그러면서 실제 환자의 MRI 사진 두 장을 보여줬어요. 한쪽은 건강한 뇌, 다른 한쪽은 당뇨와 고혈압을 겪은 환자의 뇌였어요. 환자의 뇌는 건강한 뇌보다 작았고, 혈관 곳곳도 막혀 있었죠. 

“MRI만 보고 인생사를 다 알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몸을 어떻게 돌보며 살아왔는지는 짐작할 수 있어요. 내가 살아온 방식은 나의 뇌에 고스란히 남으니까요.”
_정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그래서 운동은 단순히 살을 빼거나 몸매를 만드는 일이 아니에요. 뇌를 지키는 일, 나아가 ‘나라는 사람을 지키는 일’이죠. 성격부터 기분, 가치관, 관계 맺는 방식까지 뇌가 관여하니까요. 

“뇌는 단순한 장기가 아니에요. 뇌가 건강하면 우린 더 잘 배우고, 더 잘 일하고, 더 잘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 건강이 나빠지면 새로운 걸 알아차리고 따르는 일이 어려워지고, 주변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어요.”
_정세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정 교수의 조언은 “더 강한 의지를 가지라”는 게 아니에요. 몸을 덜 움직이려는 자신을 먼저 이해하고, 자책 대신 ‘설계’를 시작하라는 거였죠. 몸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정세희 교수는 운동의 정의부터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 살을 빼거나 몸을 만드는 일이 아닌, ‘나라는 사람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 운동은 뇌를 바꾸고, 나아가 성격과 가치관까지 바꾸기 때문이다. Ⓒ롱블랙

Chapter 2.
‘무조건 좋은 운동’은 없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건 알았어요. 중요한 건 ‘어떻게 시작하느냐’죠. 러닝이 유행한다고 무작정 운동화를 신고 나가면 될까요? 홍정기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은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의 몸은 지금 운동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홍 원장은 ‘요즘 운동 풍경’을 떠올려 보자고 했어요. SNS를 켜면 러닝 크루부터 헬스와 요가, 필라테스를 하는 사람이 끝없이 보입니다. 왜인지 나도 마음이 급해지죠. 저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운동을 시작해요. 러닝화와 운동복을 사고, 필라테스 수업에 등록하죠. 하지만 오래 갈 수 없대요. “몇 년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열에 두엇 정도”라는 겁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예요. 효과를 못 느끼거나, 다쳐버리기 때문입니다. 

“지금 유행하는 대부분의 운동을 오늘부터 시작하신다면, 오늘 관람석에 앉으신 분들 중 75%는 지치거나 다치실 겁니다. 운동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어떤 운동이든, ‘오늘의 내 몸이 그 운동을 감당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는 겁니다.”
_홍정기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

그는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를 예로 들었습니다. 월드컵이나 NBA, 메이저리그를 준비하는 선수들은 훈련 전 몸 상태를 측정해요. 특히 ‘심박 변이도HRV*’를 중요하게 보죠. 수치가 낮게 나오면 그날은 훈련을 빼고, 가벼운 호흡 운동이나 고정식 자전거로 회복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Heart Rate Variability. 심장이 한 번 뛰고 다음에 뛸 때까지의 시간 간격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는 지표다. 몸의 스트레스와 회복 상태를 가늠하는 데 쓰인다.

중요한 건, 이런 관리를 운동선수만 할 필요는 없단 거예요. 일반인도 ‘오늘 내 몸이 운동을 받아들일 상태인지’ 먼저 확인하자는 거죠. 억지로 운동을 강행하면, 몸은 이를 ‘비상사태’로 받아들입니다. 더 허기지고, 밤엔 잠이 안 오는 식으로요.

“어제 잠을 세 시간밖에 못 잤는데, 오늘 PT 세션이 잡혀 있다고 해보죠. 돈이 아까워서 그냥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운동이, 훗날 여러분을 살찌거나 아프게 만들 ‘위험한 세션’이 될 수도 있어요.”
_홍정기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

그래서 홍 원장은 제안합니다. 가벼운 루틴을 최소 하나씩 만들라고요. 아침에 일어나 심박수가 60~70 정도로 안정적인지 보기, 몸이 무겁진 않은지 확인하기, 피로감이 있다면 운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기. 쉽게 말해 ‘감당 가능한 기준’을 찾으라는 이야기죠. 

“세상엔 완벽하게 좋은 운동도, 완벽하게 나쁜 운동도 없습니다. 내 몸에 맞는 운동만 있을 뿐이죠. 운동 후 집에 와도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내 몸이 스트레스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운동 마니아가 아니라 ‘회복 마니아’가 되는 게 오래 건강하는 길이란 걸, 늘 명심하세요.”
_홍정기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

홍정기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은 ‘유행하는 운동’과 ‘내 몸에 맞는 운동’을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내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 포기하지 않고 오래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롱블랙

Chapter 3.
습관은 ‘의지가 필요 없는 행동’이다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기준을 찾고 나면, 물음표가 하나 남아요. ‘다 알겠는데, 어떻게 꾸준히 하지?’ 

이 질문에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답합니다. 습관은 의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고요. “의지가 필요 없을 만큼 ‘자연스레 시작하게 되는 상황’을 설계하라”고 말하죠.

“인지심리학자들이 믿는 말이 있어요. ‘성격보다 상황이다, 기질보다 상황이다.’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을 바꾸긴 어렵지만,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창의적인 사람도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창의적으로 바뀌는 상황을 아는 사람이 있을 뿐이죠.”
_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해야지’, ‘영양제 먹어야지’, ‘일찍 자야지’ 같은 결심만으론 부족해요. 뇌가 곧장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건’을 붙여야 해요.

김 교수는 이를 ‘if/when-then’ 전략으로 설명해요. 어떤 상황이 오면if, 언제when, 무엇을 할지then 미리 정해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전 : 영양제를 잘 챙겨 먹자
후 :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와서 + 8시 알람이 울리면 + 영양제를 먹는다

어떤가요. 단순히 목표를 정해두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죠. 상황과 시간이 정해지면, 굳이 결심할 것도 없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거예요.

김 교수 자신도 이 방법을 활용한다고 해요. 그는 고백했죠. “집에선 논문이 잘 써지지 않고, 낮 두 시가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요. 

그래서 논문은 연구실에서, 오전에만 쓴다고 해요. 반대로 칼럼은 연구실에서 쓰지 않죠. 일요일 오후, 아내와 저녁을 먹고 한 시간쯤 대화를 나눈 뒤에야 잘 써지거든요.

더 중요한 건 실패했을 때의 ‘자책 방식’을 바꾸는 겁니다. 우린 보통 이렇게 자책해요. ‘난 왜 이렇게 의지력이 없을까.’ 김 교수는 이 자책이 근본부터 틀렸다고 해요. 차라리 이렇게 물어야 한단 겁니다.

“지혜롭게 자책하셔야 합니다. ‘경일아, 넌 왜 이런 것도 못 하니’가 아니라, ‘경일아, 넌 왜 네게 맞는 상황적 단서를 아직도 기록해 놓지 않았니’라고 물어야 해요. 내가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어떤 상황에서 실패했는지 그 조건을 돌아보자는 말입니다.”
_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결국 습관은 나를 몰아붙여 만드는 게 아니에요. 내가 언제 잘 움직이는지, 언제 쉽게 무너지는지, 어떤 장소와 시간에서 행동이 쉬워지는지를 관찰하는 일에서 시작되죠. 지금 이 노트를 쓰는 저도, 일부러 카페에 나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거든요. 집에서는 의지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걸 여러 번 확인했으니까요.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if/when-then 전략을 통해 목표한 일의 성공률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습관은 의지가 아니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롱블랙

Chapter 4.
무너져도 돌아올 길을 만들어라

건강한 습관을 만들면, 건강한 삶이 저절로 이어질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좋은 습관도 무너지는 날은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 중요한 건 무너진 뒤에도 ‘다시 돌아오는 길’을 아는 거겠죠.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김아랑 선수는, 자신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제 별명은 오랫동안 ‘미소천사’, ‘스마일 스케이터’였어요. 처음엔 그 별명이 맘에 들지 않았어요. 국가대표라면 더 강하고 멋진 별명을 갖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별명이 제 정체성이더라고요. 흔들리는 순간에도 웃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요.”
_김아랑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사실 김아랑 선수는 몇 번이나 쇼트트랙을 관두려 했어요. 여덟 살에 오빠를 따라 스케이트를 시작해, 새벽 훈련과 학교, 다시 저녁 훈련을 반복했죠. 열네 살엔 고향 전주를 떠나 서울에서 하숙 생활을 했고요. 가족에게도 힘들다고 쉽게 말하지 못했어요. 집에서 자신을 위해 버틴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 끈기가 김아랑 선수를 국가대표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죠. 2018 평창 올림픽 선발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거든요. 경기 중 스케이트 날에 얼굴이 찢어져 수술을 받아야 했죠.

몸은 회복됐지만,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못한 상황. 추월하려 하면 다시 다칠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들었어요. 그래서 그는 방법을 바꿉니다. ‘그냥 처음부터 맨 앞에서 달리자.’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고 체력 소모도 컸지만, 그에겐 이 방법이 유일했던 거예요.

“트라우마를 없애는 대신, 그 두려움을 안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완벽하게 괜찮아져서 선수 생활을 다시 시작한 게 아니에요. 아직 불안한 대로, 무서운 대로 무대에 다시 나왔죠.”

이때부터 회복이 시작됩니다. 아픈 감정을 완전히 지우는 대신, 두렵더라도 내가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는 것.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지금의 내게 맞는 방식을 만드는 것. 김 선수가 선택한 방법이었죠. 끝내 출전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당당히 여자 3000미터 계주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김아랑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찾은 자신만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두려움을 없애기보다, 두려움을 안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자 회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롱블랙

Chapter 5.
내 기억을 다시 편집하는 법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아 있을 수 있어요.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회복할 공간을 마련해도 마음 깊은 곳에 남은 ‘안 좋은 기억’까지 쉽게 사라지진 않죠.

28년 차 상담가 이호선 교수는 그 이유를 ‘부정성 편향’에서 찾습니다. 인간은 행복보다 불행을 더 오래 붙잡는단 거예요. 인간의 ‘생존 본능’이 낳은 결과이기 때문이죠.

“인간은 긍정적인 기질만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어요. 원래 조금 더 부정적이죠. 힘들고, 서럽고, 아픈 일을 우선적으로 반복해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비슷한 일이 일어날 때 덜 아플 수 있으니까요. 불행을 오래 기억하는 건, 인간이 스스로를 보호해 온 방식인 셈이에요.”
_이호선 상담가・숭실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는 이 본능 때문에 삶 전체가 불행해 보일 수 있다는 거예요. 이 교수는 이를 ‘피크 엔드 룰Peak-end rule’로 설명합니다. 사람은 경험 중 가장 강렬한 순간peak과 마지막 순간end을 중심으로 기억한단 거예요. 여행 마지막 날 일행과 크게 다투면, 좋았던 며칠까지도 ‘최악의 여행’으로 남는 것처럼요.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인간의 부정적 기질에 대해 먼저 이해해 보자고 제안했다. 인간은 원래 ‘부정적인 생각’을 항상 짊어지고 다니고, 이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롱블랙

불행의 봉우리 사이에 숨은 것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억 속 하이라이트가 ‘불행한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면, 내 삶 전체가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죠. 실제론 기쁜 순간도, 다정한 사람도 있는데 뇌는 아픈 기억만 이어 붙여버리는 거예요.

“한 내담자와의 상담이었어요. 그분은 남편을 암으로 잃고, 두 아들까지 사고로 떠나보냈죠. 어린 시절의 가난과 결혼 생활의 상처까지 겹쳐,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제 인생은 저주받았습니다.’

전 그 말을 섣불리 부정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느낄 만도 하다’고 말했죠. 대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불행의 봉우리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 함께 되짚기 시작했습니다.”
_이호선 상담가・숭실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그러자 소중한 기억이 하나둘 새어 나왔어요. 부모에게 맞을 때마다 대신 막아주던 언니, 불행한 결혼 생활 속에서도 보물 같았던 아이들, 모든 것을 잃었다고 느낀 지금도 곁에 남은 딸까지 있었죠. 소중한 것들을 떠올린 뒤, 내담자는 말했습니다. “이젠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고요.

“우리는 하나의 불행의 봉우리에서 다음 불행의 봉우리로 곧장 옮겨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봉우리에서 내려와 시원한 물을 마시고,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깨끗한 공기를 맛본 뒤에야 다음 봉우리로 올라가죠. 우리가 잊고 있었던 기쁨과 사랑의 순간을 다시 발굴해야 하는 이유예요.”
_이호선 상담가・숭실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이호선 교수는 힘들었던 기억 전체를 부정하는 대신, 그 사이에서 느꼈던 긍정적인 순간을 떠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다행이다’ 라는 말을 자주 되뇌이면, 작고 소소한 행복이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 청중을 독려했다. Ⓒ롱블랙

작지만 분명한 기쁨을 기억하자

불행을 미화하자거나, 아픈 일을 없던 일로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내 삶을 오직 ‘고통의 장면’들로만 편집하지 말자”는 겁니다. 상처 사이에도 날 살게 한 장면, 날 붙잡아준 사람, 작지만 분명한 기쁨이 있었단 사실을 떠올려보자는 거죠.

이를 위해 이호선 교수는 ‘일기’를 권했습니다. 오늘의 기분, 통증, 식사의 질, 수면의 질을 1점부터 10점까지 적어보는 거죠. 또 오늘 있었던 일 중 ‘행복했던 순간’ 세 가지와 그 점수를 적어보는 겁니다. 내 몸과 마음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눈으로 보는 ‘연습’인 셈이에요.

“인생은 편집이 가능합니다. 우린 실제 사건을 그대로 기억하지 않아요. 반드시 해석으로 과거를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삶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편집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_이호선 상담가・숭실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건강을 챙긴다는 건, 단순히 ‘덜 아픈 몸’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내 몸의 신호를 읽고, 내 감정의 방향을 알아차리고, 내 기억을 다시 배열하는 일이죠.

불행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대신, 불행 사이에 숨은 ‘회복의 단서’를 꺼내놓기. 내 삶을 건강한 쪽으로 편집하는 일의 시작이 아닐까요? 

세바시 15주년 특집 강연회에 오른 다섯 명의 연사는, 모두 현대인의 고민거리이자 화두인 ‘건강을 지킨다는 것’에 보다 현명한 접근법을 제안했다. 스스로 자책하거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것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K

강연장을 나서며 생각했어요. 이제 더는 ‘나를 더 세게 몰아붙이는 일’은 멈춰야겠다고요. 운동을 안 했다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았다고 스스로를 탓하는 일은 ‘헛도는 바퀴’나 다름없으니까요.

대신 나를 지킬 방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워봐야겠어요. 강연에서 배운 실용적인 실천법을 정리해 볼게요. 롱블랙 피플도 함께 따라 해보는 건 어때요?

1. 오늘의 몸 점검하기 : 피곤하다면 운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라
2. 자연스러운 습관 만들기 : 구체적인 행동 조건을 만들어라
3. 나만의 회복 루틴 만들기 : 나만 아는 카페나 산책길, 음식을 만들어라
4. 기억 편집하기 : 잠들기 전, 오늘 하루에 숨은 작은 기쁨을 꺼내라

김경일 교수는 나쁜 습관은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 알아서 튀어나오는 오래된 패턴’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습관과 싸우는 대신, 좋은 습관이 나오기 쉬운 ‘상황’을 설계하라고 조언한다. Ⓒ롱블랙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초)는 다양한 분야의 연사가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15분 안팎의 강연으로 전하는 한국형 강연 콘텐츠 플랫폼이다. Ⓒ롱블랙
2026년 6월 5일, 서울 서초구에서 세바시 창립 15주년 특별 강연회가 열렸다. ‘당신의 WHY가 내일의 건강한 WAY가 됩니다’를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 5인이 건강에 대한 오해를 푸는 릴레이 강연을 진행했다. Ⓒ롱블랙
세바시 15주년 특집 강연회를 듣는 구범준 PD. 1997년 CBS에 PD로 입사한 뒤 2011년 세바시를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2017년 방송사에서 독립한 뒤 대표로서 세바시를 이끌고 있다. Ⓒ롱블랙
홍정기 원장은 운동 마니아가 아닌 ‘회복 마니아’가 될 것을 조언한다. 더 많이 움직이기 전에, 내 몸이 준비됐는지 더 많이 살피라는 것이다. Ⓒ롱블랙
김아랑 전 국가대표는 스스로를 ‘타고난 미소 천사’라 부르며, 덕분에 ‘수없이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두려움을 없애는 대신, 껴안고 빙판에 올랐다는 것이다. Ⓒ롱블랙
이호선 교수가 무대에 서서 강연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불행을 해석하고 편집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고통의 기억 사이 숨은 희망을 다시 발굴할 때, 삶의 서사도 새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롱블랙

김경일 교수는 나쁜 습관은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 알아서 튀어나오는 오래된 패턴’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습관과 싸우는 대신, 좋은 습관이 나오기 쉬운 ‘상황’을 설계하라고 조언한다. Ⓒ롱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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