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 럭셔리 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 신명품 시대를 열다


롱블랙 프렌즈 L

요즘 자꾸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어서 파헤쳐 봤어. 아미 AMI Paris. 아미는 몰라도 알파벳 A 위에 하트가 그려진 빨간색 로고는 다들 본 적 있을 거야.

성장세가 장난 아니야. 2020년 글로벌 매출이 5000만 유로(약 674억원), 연간 성장률이 166%야. 그런데 한국에선 더 잘 돼. 2021년 들어 5월까지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의 358%. 와우.

Chapter 1. 
명품 시장의 허를 찌른 포지셔닝

‘신명품’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말 그대로 명품 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란 뜻이야. 

디자인은 루이비통·발렌시아가 같은 명품 급인데, 가격은 띠어리 같은 컨템퍼러리 브랜드들과 큰 차이가 없는 브랜드를 말해. 요즘 잘 나가는 메종키츠네나 톰브라운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같은 카테고리로 묶이지.

아미는 신명품 시장과 함께 탄생해서 자란 브랜드야. 2011년 아미를 세운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마티우시Alexandre Mattiussi는 이렇게 생각했대.

“우리가 패션쇼에서 보는 옷은 평범한 남성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남성들은 패션에 싫증을 내고 있어요.”
_알렉산드로 마티우시, GQ 인터뷰 중에서

마티우시는 파리 명품 업계의 기대주였어. 패션 명문 에꼴 뒤페레를 졸업하고 디올 옴므, 지방시, 마크제이콥스를 거쳤지. 그런 그이지만 명품 패션에 염증이 난 거야. 가격과 디자인에 모두 허세가 심하다고 느꼈대. 마티우시는 “내 친구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해.

마티우시의 감은 적중했어. 시장도 이런 브랜드를 원했던 거야. 멋지지만 과하지 않고, 가격이 합리적인 브랜드.

아미는 등장부터 화려했어. 데뷔는 2011년 F/W 파리 패션위크였지. 이 자리에서 10꼬르소꼬모가 아미를 선택해. 세계 최초의 편집샵, 유럽 3대 편집샵, 명품 브랜드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10꼬르소꼬모 말이야.

그 덕에 글로벌 진출도 바로 이어졌지. 한국 유통 파트너 삼성물산은 런칭 첫 해인 2011년에 아미 수입을 결정해. 이 판단에도 아미의 브랜드 포지셔닝이 결정적이었어. 당시 아미 수입을 담당한 남호성 삼성물산 프로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아미는 명품 시장의 빈 곳을 정확히 찔렀어요. 기존 명품 브랜드의 옷은 가격도 비쌌지만 디자인이 너무 고루했어요. 띠어리나 산드로 같은 컨템퍼러리는 디자인이 단순한 게 아쉬웠죠. 런웨이를 할 정도로 디자인이 탁월한데 가격은 합리적인 브랜드가 필요했고, 아미가 딱 그런 브랜드였죠.”

아미의 창립자 알렉산드로 마티우시. 디올과 지방시를 거치고 서른  한 살에 아미를 세웠다. 2013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패션상 ‘안담 어워드’를 수상했다. ⓒ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