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상재 : 논현동의 타일 가게는 왜 라이프스타일 리더로 불리나


롱블랙 프렌즈 B 

지하철 학동역 인근의 인테리어 골목. 도기·조명·페인트를 파는 자재 가게가 즐비합니다. 대로에서 두 블록 들어가 골목을 꺾어들면 타일 유통회사 윤현상재荺呟商材의 매장이 나옵니다.

형이상학적이다. 거의 10년 전 집을 고치기 위해 처음 이 공간을 찾았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재라는 것은 가장 현실적이고 거친, 형이하학의 세계에 속하잖아요. 그런데 수입 타일을 파는 이곳에선 그런 날 것의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마치 타일이라는 자재가 이 회사의 디자인 지향을 보여주기 위해 동원된 느낌이랄까요. 7개 층의 매장 중 2개 층을 갤러리로 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제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윤현상재를 주의 깊게 지켜봤습니다. 자재 회사라는 정체성이 무색하게, 무섭게 팬덤이 붙더군요. 2016년에 연 플리마켓은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인파가 몰렸습니다. 2021년 서울리빙페어에서도 윤현상재 전시관의 줄이 가장 길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어는 21만명을 넘어섭니다.

타일이라는 자재로 팬덤을 구축해 낸, 이 독특한 회사가 궁금해졌습니다. 최주연 윤현상재 부사장을 롱블랙이 만났습니다. 최 부사장은 2006년 윤현에 합류해 브랜딩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최주연 윤현상재 부사장 

윤현상재는 1996년 논현동의 타일 가게로 출발했습니다. 핵심 사업은 수입 타일을 유통하는 것입니다. 지난 26년 동안 독특한 시도를 많이 하다 보니 ‘윤현상재는 다르다’고 인식해 주시는 분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윤현상재가 왜 다른 타일 유통회사와 다른지 물으시면, 한마디로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윤현의 제품은 윤현스러움을 가지고 있다고들 하십니다. 윤현상재에는 물론 여느 화장실에 다 있을 것 같은 타일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윤현만의 색을 가진 타일들이 존재합니다. 타일은 본래 차가운 소재잖아요. 윤현은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질감의 타일을 많이 소개해 왔습니다. 덜 구운 흙이 느껴지는 테라코타 소재가 대표적이에요.

또 하나 다른 점은 타일을 표현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타일을 통해 살고 싶은 공간, 집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궁극적 목적은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이 아니라 이 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Chapter 1.
휴먼 스케일을 지향할 때 감도는 유지된다

윤현상재는 수입 타일을 판매합니다. 이탈리아의 고급 타일들이 중심이고, 좋은 디자인에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타일도 많이 소개합니다.

초창기의 윤현상재는 돈이 부족했습니다. 여느 회사의 시작처럼 말이에요. 자금이 적으니 다양한 타일을 사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경수 창업자의 취향에 맞는 타일들만 들여왔습니다. 기존 시장에 없던 투박한 질감의 타일, 테라코타 소재의 타일, 핸드메이드 타일 등을 소개했습니다. 당시로선 흔히 볼 수 없었던, 예술적 느낌의 타일들이었죠. 덕분에 멋쟁이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다양한 제품을 들이지 못한 덕에 회사의 정체성이 뚜렷해졌습니다. 윤현에 가면 어떤 제품을 찾을 수 있는지를 다들 알게 된 거죠. 

독특한 색감과 질감의 타일이 많지만, 윤현상재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타일은 천연석을 닮은 타일들입니다. 무난한 회색이나 아이보리색 계열이고 패턴이 강하지 않아요. 이 무난함 속의 디테일을 알아보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곱미터에 2만원인 중국 타일과 6만원인 이탈리아 타일도 처음에는 비슷해 보이거든요. 처음엔 분간하지 못하는 분들도 세 번 정도 오시면 차이를 느끼시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