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 이용자 경험에 대한 몰입, 물 흐르는 듯한 이동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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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B  

휴가철입니다. 휴가를 앞둔 L이 옆에서 묻습니다. “휴가철에 잘 되는 비즈니스는 뭐지?” 휴가란 단어에도 비즈니스를 떠올리는 L이 신기하긴 한데, 저는 왜 저도 모르게 기사를 검색하고 있는 걸까요.

숙박, 레저는 너무 뻔하고… 아, 쏘카가 2분기에 흑자를 냈네요. 요즘 잘 되나봅니다. 그러고 보니 8월에 상장까지 계획하고 있다네요. 잠깐, 요즘 같은 증시에 상장을 한다고요? 찾아보니 쏘카는 연간 기준으론 한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습니다. 이거… 될까요?

쏘카 얘기를 꺼냈더니 L이 좋아합니다. “그래, 궁금하네. 우리 쏘카 한번 같이 들여다보자.” 그래서 제가 처음으로 기업 분석을 하게 됐습니다. 재무제표 읽을 땐 최정우 회계사의 도움도 받았고요.


최정우 율성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

쏘카가 11년이나 된 기업인 거 알고 계셨나요. 국내 최대 카셰어링car-sharing 서비스입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앱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 회원 800만명. 전국 4300여개 쏘카존에서 1만8000여대의 차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 차가 있다보니 처음부터 쏘카를 눈여겨보진 않았습니다. 쏘카가 흥미롭게 다가온 건 2018년입니다. 그해 4월,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씨가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7월엔 커플용 메신저 ‘비트윈’을 만들던 스타트업 VCNC를 인수하더니, 10월에 ‘타다’를 출시하더군요.

타다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1년 만에 회원 수 170만명, 재탑승률 90%를 기록합니다. 결국 택시 업계의 반발로 서비스를 접었지만, 궁금했습니다. 커플앱을 만들던 팀이 어떻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찰떡같은 서비스를 빚어냈는지요. 그리고 그 실력이 쏘카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지도요.

그 뒷 얘기를 듣기 위해서 롱블랙이 서울 성수동 쏘카 본사를 찾았습니다. 박재욱 쏘카 대표와 핵심 인력들도 만났습니다.


Chapter 1.
비전 : 큰 판을 꿈꾸던 사람들, 모빌리티를 만나다

깃이 달린 남색 티셔츠를 입은 박재욱 쏘카 대표는 언뜻 옆집 청년 같은 인상입니다. 2020년 3월, 자신이 만든 서비스 타다를 접고 그는 쏘카의 다섯번째 대표가 됐습니다.

박 대표가 처음 창업한 건 2011년입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또래 친구 넷과 VCNC를 세웠을 때, 그는 스물 여섯이었습니다. 그해 내놓은 커플용 메신저 비트윈은 누적 다운로드 3500만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합니다. 2018년, 그는 왜 갑자기 핵심 팀원들과 함께 쏘카로 왔을까요.

“창업 판에 이런 말이 있어요.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난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기업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잖아요. 큰 문제를 해결할수록 시장도 커지는 거죠. 모빌리티 쪽은 해결할 문제가 너무 컸어요. 스마트폰 혁명 다음은 모빌리티 혁명이 올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_박재욱 쏘카 대표

모빌리티 시장의 대표적 난제는 차량 소유의 딜레마입니다. 한국엔 개인 소유의 차량이 2000만대나 됩니다. 한국 가구 수*를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모든 집에 차 한대가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차들, 열심히 돌아다니질 않습니다. 차량은 일생의 96%를 주차장에서 보낸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한국 가구 수는 2092만 가구

“주말에 잠깐 타려고 그 비싼 차를 사서 유지비를 낸다는 게 너무 비합리적이잖아요. 이 엄청난 공간이 주차장으로 쓰인다는 것도 아깝고요. 언젠가는 차를 꼭 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 일을 직접 해보고 싶었습니다.”
_박재욱 쏘카 대표

2018년 이후 쏘카의 카셰어링 실적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8년 1580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2889억원으로, 3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더 주목할만한 것은 수익성입니다. 2018년 297억원의 영업 손실(영업이익률 -18.8%)을 본 쏘카는 2021년 손실을 45억원(영업이익률 -1.5%)으로 줄이면서 손익분기점에 바짝 접근했습니다.

사실 모빌리티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유명합니다. 세계적 차량공유 서비스들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미국 최대 카헤일링 서비스 우버Uber는 올해 1분기에만 59억3000만 달러(약 7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인 그랩Grab은 2021년 36억 달러(약 4조720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요.

쏘카 역시 지난 11년 동안 한번도 연간 기준 영업 이익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2분기를 포함해 세 차례, 분기 기준 흑자*를 낸 게 다입니다. 그런데 박재욱 대표는 말하더군요. “올해 반드시 영업 흑자를 낼 자신이 있다”고요.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2020년 4분기, 2021년 3분기

박재욱 쏘카 대표가 서울 성수동 쏘카 본사에서 롱블랙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년 쏘카로 옮겨온 그는 2020년 3월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롱블랙


Chapter 2.
출발과 성장 : 현장 운영에는 늘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쏘카는 2011년 제주에서 출발했습니다. 제주는 가구 당 차량 보유대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그만큼 대중 교통이 불편하니까요.

제주대에서 시작된 쏘카의 시범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차는 없고 스마트폰은 익숙한 20대에게 먹혔던 거죠. 힘을 얻어 쏘카는 서울로 진출합니다. 

서울로 진출한 2013년, 쏘카의 전 직원은 10명 남짓이었습니다. 제주에서 100여대의 차량을 운영해 본 경험이 다였습니다. 이 팀이 2015년까지 전국 차량을 3300대로 늘립니다. 직접 뛰어 쏘카존을 개발하고, 차량을 관리하면서요. 생각만 해도 힘들었을 것 같다고요. 이때의 직원들과 얘기해보니, 울컥하는 순간이 있더군요.

2015년 3월 광주광역시 운영 담당자로 입사한 이경석 CBO스탭팀 팀장. 처음 입사했을 땐 사무실도, 동료도 없었다고 합니다. 

“막 호남 지역을 개척하기 시작할 때였거든요. 첫 임무가 제가 일할 오피스텔을 알아보는 거였어요. 동료가 없으니 대전 운영 담당자랑 매일 한 시간씩 전화를 했어요. 일도 상의하고 힘든 마음도 나누고요. 주차장을 계약하고, 차를 받으면 비닐을 뜯고 쏘카 스티커를 붙이고, 세차와 차량 정비도 혼자 했습니다. 9개월만에 쏘카존이 70곳, 차량이 150대로 늘었고 첫 동료가 생겼죠.”
_이경석 쏘카 CBO스탭팀 팀장

지금 쏘카의 토대는 이런 운영팀이 마련한 셈입니다. 운영팀은 매일 밤늦게까지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차가 더러우면 닦고, 고장난 차를 정비소에 맡겼습니다. 야근이 이어지는 고된 생활을 어떻게 버텼을까요. 2013년, 쏘카의 15번째 직원으로 입사한 구정준 파킹TF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자부심이 있었어요. 반응이 좋았거든요. 새 차가 입고되면 바로 예약 신청이 들어올 정도로요. 그런 걸 보면 힘들어도 신이 났어요. 그때 저 혼자 관리한 주차장이 150곳, 차량이 300대 정도였어요. 힘드니까 동료들하고 술도 많이 마셨어요. 그러면 늘 회사 얘기를 하곤 했어요. ‘꼭 차를 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정말 온다. 우리가 가는 길이 맞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버텼어요.”
_구정준 쏘카 파킹TF 팀장

구정준 씨는 2016년에 경기·인천, 2018년엔 경기 북부와 강원 지역을 맡으며 쏘카를 확장해 왔습니다. 지금 전국의 쏘카존은 4300곳. 파리바게트(3400여개)와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수(1700여개)보다 더 촘촘히 퍼져 있습니다. 

아무리 효율화해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 현장이죠. 11년 간 쏘카의 수많은 이경석과 구정준이 애써온 덕에 거미줄 같은 운영망을 확보한 것입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이게 바로 쏘카의 경쟁력이라고 말합니다. 이 과정이 고되다보니 다른 업체가 카셰어링 시장에 쉽게 진입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쏘카의 국내 카셰어링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이유예요. 업계 2위 그린카를 제외하면 국내에선 경쟁자가 없습니다.
*2021년 기준 시장 점유율 79%

“이만큼 힘들 거란 걸 미리 알았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거예요. IT 솔루션과 현장 운영이 둘 다 최고 난이도로 필요한 사업이니까요. 역설적으로는 이게 저희의 경쟁력입니다. 다른 팀은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진입 장벽이 있는 거죠.”
_박재욱 쏘카 대표

이런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2018년 쏘카의 본격 변신이 가능했습니다.

쏘카의 성장은 발로 뛰어 쏘카존을 개발하고, 직접 차량에 쏘카 스티커를 붙인 운영팀의 공이 컸다. 측면이 전체 랩핑된 초기 쏘카 차량의 모습. ⓒ쏘카


Chapter 3.
데이터 : 이용자를 읽는 것보다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으로 돌아가 반대편에서 질문해볼까요. 그때 쏘카는 왜 VCNC를 샀을까요. 이재웅 당시 대표는 인수를 발표하며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VCNC의 데이터 수집·분석 능력을 높이 샀다”고요. 쏘카의 VCNC 인수는 애퀴하이어acqui-hire*, 즉 인재 영입이 초점이었던 셈입니다.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 인재 영입에 무게를 둔 인수 합병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VCNC는 데이터에 일찍 눈 뜬 회사였습니다. 창업 이듬해인 2012년, 전 직원이 열 명에 불과할 때 직원 한 명에게 데이터 분석을 전담으로 맡겼을 정도입니다. 그 데이터 분석 전담자가 지금 쏘카의 김상우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장입니다.

데이터 분석툴도 열악하고, 돈이 없어 클라우드 서비스도 쓰지 못하던 시절. 그는 데이터 분석을 독학하듯 배웠습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직접 PC 서버를 주문해 조립했습니다. 하드디스크 10여대를 이어서 데이터를 쌓았습니다. 지금은 5분이면 나올 데이터를 뽑는 데 일주일씩 걸렸지만, 그 덕에 VCNC가 컸습니다. 데이터는 이용자가 직접 말해주지 않는 진실을 말해줬거든요.

“비트윈이 막 일본에 진출했을 때였어요. 다운로드는 있는데 SNS에 입소문이 나지 않는 거예요. 안 통하나, 했는데 데이터는 다르더군요. 3일 내 재방문자가 너무 많았어요. 입소문이 안 난 건 일본 사람들의 특성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고, 더 공격적으로 일본에 진출했죠.”
_김상우 쏘카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장

쏘카로 옮겨서도 데이터 분석을 맡게 된 김상우 본부장. 2018년 여름, 처음 쏘카 데이터를 보고선 잠이 오지 않았대요. 

“그때 차량이 7000대였는데, 그 중에 3000대가 수익을 못 내고 있었어요. 그 숫자를 볼 때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어요. 자다가도 일어나서 ‘어떻게 적자를 없애지’ 하고 고민했어요.”
_김상우 쏘카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쏘카 수익성 개선은 이때부터 본격 시작된 셈입니다. 올해 6월 기준, 쏘카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 직원은 40여명. 쏘카의 전 직원이 400명 남짓이니 또 전체 인력의 10% 정도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네요. 만만치 않은 투자인데, 어떤 효과를 냈을까요? 

“2018년 이후에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건 데이터 덕이 가장 큽니다. 일단 가동률이 아주 좋아졌어요. 노는 차가 줄어든 거예요. 이용자가 어디서 차를 빌리고 싶어하는지, 얼마나 오래 빌릴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면 정교한 배차 알고리즘을 짤 수 있어요.”
_박재욱 쏘카 대표

쏘카의 가동률은 2018년 이후 3년 동안 28% 개선됐습니다. 덕분에 차량 한 대가 매달 올리는 매출도 2018년 143만원에서 2021년 159만원으로 늘었다고요.

데이터 기술이 좋다는 건 단순히 데이터를 잘 읽어내는 것만은 아니라고, 김상우 본부장은 말합니다. 데이터로 짚어 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까지 속도감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볼까요. 쏘카의 핵심 고민 중 하나는 세차예요. 이용자는 늘 깨끗한 차를 원하고, 그렇다고 매일 세차를 할 순 없죠.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는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책을 내놨습니다. 이용자가 차를 빌릴 때 사진을 찍어 쏘카에 보내잖아요. 이 사진을 딥러닝* 기술로 읽어 더러운 차를 세차장에 보내는 거죠. 이미지 인식부터 세차 권장 알림까지,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직접 개발했습니다.
*Deep-Learning : 인공신경망 기반의 컴퓨터 학습 기술

“많은 회사에서 데이터팀의 분석은 그냥 보고서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실무 부서는 너무 현안이 많잖아요. 데이터로 문제를 읽어내도 바로바로 처리하질 못해요. 데이터 분석부터 문제 해결까지를 한 팀이 맡아야 속도가 납니다.”
_김상우 쏘카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장

최근 선보인 추천 알림 솔루션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이용자가 차를 빌리려 해도 예약이 꽉 차서 못 빌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때 앱 알림으로 알려주는 겁니다. “조금 떨어진 쏘카존에는 차가 있어요”라거나 “1시간만 기다리면 차가 입고될 거예요” 하는 식으로요. 이 역시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가 추천 알고리즘부터 알림 자동 발송 솔루션까지 개발했습니다. 

“왜 이런 일까지 우리가 해야 하냐고 생각할 수 있어요. 팀원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우리가 하자고 주문합니다. 실행까지 해서 진짜 변화를 만드는 게, 데이터의 가치니까요.”
_김상우 쏘카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장

쏘카 데이터 비즈니스 본부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더러운 차를 선별해 세차장에 보내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쏘카


Chapter 4.
감각 : 이용자가 원하는 경험, 본질은 언제나 같다

“내가 만든 가장 자랑스러운 창조물.” 박재욱 대표는 한때 타다를 일컬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용자 경험에 미친듯이 몰입해 다듬어 낸 서비스였다는 겁니다. 저도 기억합니다. 타다 열풍은 아주 미세한 경험의 차이가 모여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첫 이용 때 선물로 받은 자일리톨 사탕이 개운했습니다. 차를 타면 은은하고 상쾌한 향이 났습니다. 좌석 앞에 놓인 휴대전화 충전기는 단자가 다양해서 세심함이 느껴졌습니다. 기사들은 꼭 필요한 말만 건넸는데, 편안하고 조심스러운 말투였습니다. 

이런 이용자 경험은 데이터로 만들어낼 수 없는 거거든요. 당시 타다의 브랜드를 총괄했던, 한서진 쏘카 마케팅 본부장은 이렇게 회상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타다 팀에 택시 헤비 유저들이 많았어요. 어떤 경험을 피하고 싶은지를 하나 하나 꼽으며 떠올렸고, 직접 좌석에 앉아보고, 수십 가지 향을 맡아가며 이용자 경험을 다듬었어요.”
_한서진 쏘카 마케팅 본부장

몰입해서 이용자 경험을 다듬어 본 기억은, 쏘카에 어떤 교훈을 남겼을까요.

“타다의 슬로건은 ‘이동의 기본’이었거든요. 좋은 경험은 거창한 게 아니라 아주 본질적인 거라는 것,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결국 깨끗함, 안전함, 편안함 같은 아주 기본적인 가치라는 걸 확인한 거죠.”
_한서진 쏘카 마케팅 본부장 

깨끗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경험. 그런데 쏘카에서 구현하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타다는 차량 1400여대를 운영할 때까지도 차고지가 20여곳에 불과했어요. 쏘카는 4300여 곳에 주차장이 흩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아이디어가 쏟아집니다. 앞서 소개한, 인공지능으로 세차 타이밍을 읽어내는 솔루션이 그중 하나입니다.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쏘카 이용자에게 이전 이용자가 차를 얼마나 깨끗하게 썼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차를 깨끗하게 쓴 이용자는 다음 이용자의 칭찬과 함께 쏘카 결제 때 쓸 수 있는 크레딧을 적립받게 됩니다. 스스로 자동 세차를 해도 크레딧을 받을 수 있고요.

“매달 쏘카 타운홀 미팅에서 ‘백투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뭘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기본을 굉장히 충실하게 잡아가자고요.”
_박재욱 쏘카 대표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결국 깨끗함, 안전함, 편안함 같은 아주 기본적인 가치라는 것, 쏘카가 타다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쏘카

Chapter 5.
미래 : 물 흐르는 듯한 이동, 스트리밍 모빌리티

쏘카는 최근 모빌리티 서비스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에만 두 건의 인수를 발표했어요. 주차 플랫폼 ‘모두의 주차장’을 운영하는 모두컴퍼니와 공유 전기 자전거 서비스 ‘일레클’을 운영하는 나인투원입니다. 

카셰어링 회사가 왜 주차장, 자전거 서비스를 사들였을까요. 카셰어링을 넘은 모빌리티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쏘카는 차를 꼭 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잖아요. 카셰어링만으로는 여전히 불편함이 남을 거예요. 집을 나서서 주차장에 닿기까지, 때론 킥보드나 자전거를 타야 할 거예요. 차를 대려면 주차장을 검색해야겠죠. 그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이 편안해야 차 없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_박재욱 쏘카 대표

물 흐르듯 편안한 이동. 쏘카는 이 비전을 ‘스트리밍 모빌리티streaming mobility’라고 부르더군요. 스트리밍이란 단어, 절묘하네요. 음악이나 동영상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점은 비슷하잖아요. 지금 내게 맞는 걸 딱 맞춰 추천해주고, 끊김없이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모빌리티에서의 스트리밍이 무엇인지 상상이 됩니다. 

쏘카는 이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서 곧 슈퍼앱super-app을 출시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쏘카의 서비스가 하나의 앱에서 제공되는 거예요.

슈퍼앱이라… 솔직히 말하면 이미 카카오 모빌리티가 구현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택시 서비스를 시작으로 대리운전, 대중교통 예매, 자전거·킥보드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지도 서비스의 강자 T맵도 모빌리티 슈퍼앱을 비전으로 내걸고 있고요.

“결국 누가 더 자유로운 이동을 제공하느냐의 경쟁이 될 겁니다. 완벽히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려면 카셰어링 서비스가 백본back bone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택시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적합하지만, 긴 거리를 가려면 결국 자동차가 필요한 순간이 오니까요.
쏘카는 모빌리티 슈퍼앱을 꿈꾸는 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카셰어링 서비스를 갖고 있는 회사이고, 결국 핵심적인 차별점이 여기서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_박재욱 쏘카 대표

다수의 차량을 직접 운영하는 것. 운영 품도 많이 들고 수익도 쉽게 나지 않는데, 결국은 이것이 쏘카의 핵심 경쟁력이 될 거라고 믿는 거네요.

“비가 오면 침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이용자에게 조심하시라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초보 운전자가 깜빡하고 전조등을 켜지 않으면 전조등을 켜라고 알려드리죠. 차량과 연결돼 있다는 것, 이동의 경험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저희만이 가진 경쟁력입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올수록 이 경쟁력이 더 부각될 거라고 생각해요.”
_박재욱 쏘카 대표

쏘카는 ‘스트리밍 모빌리티’라는 비전을 위해 곧 슈퍼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쏘카의 슈퍼앱 컨셉 화면. ⓒ쏘카

Chapter 6.
다시 처음으로 : 모든 것은 결국 경험이다

전 솔직히 말하면 자율주행이나 모빌리티 슈퍼앱 같은 단어가 조금 어렵습니다. 제게 좋은 서비스란, 그냥 좋은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서비스입니다. 그런 면에서 쏘카는 뭐랄까요, 조금 무색무취한 느낌이 있습니다. 감정보다는 효용이 강조된 브랜드로 느껴진달까요.

쏘카 내부에서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쏘카의 타깃이 바뀌면서 브랜드 정체성도 변한 게 사실입니다. 2016년만 해도 이용자 넷 중 셋(74.4%)이 20대였거든요. 광고나 커뮤니케이션이 모두 발랄했죠. 2022년 6월 기준으로 쏘카는 20대 이용자가 36%에 불과해요. 30·40대 이용자가 절반이 넘고(53%) 이들의 특성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_김미루 쏘카 브랜드 그룹장

한 카드 회사와 공동 조사를 했더니, 쏘카 이용자들은 소비 패턴이 다르더라고 합니다. 여행이 취미인데 고급 호텔에서 묵는 걸 즐기고, 디지털 콘텐츠 이용과 브랜드 커피숍 방문을 특히 많이 하더라는 겁니다. 실용적이지만 취향을 위한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특성이 두드러지는 거죠. 쏘카는 이들에게 이동 수단을 넘어 숙박과 FnB, 리테일까지 제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IT 회사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IT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거든요. 모든 회사가 소비자 생활을 파고 들어야 하고, 그러면 궁극적으로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돼야 합니다. 쏘카 역시 모빌리티 플랫폼이 아닌 경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요. 이동을 넘어 삶의 방식을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박재욱 쏘카 대표

쏘카에 합류한 지난 4년, 모든 것이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팬덤을 키워놓은 서비스를 접어야 했고, 상장을 앞두고 시장이 출렁입니다. 박재욱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솔직히, 힘들지 않느냐고요.

“그때 힘들지 않았냐, 지금 힘든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는데, 솔직히 그런 감정을 느낄 틈이 없어요. 저희는 꿈이 아주 크잖아요. 그걸 이루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역경이 없을 수가 없겠죠. 언젠가는 그 시간이 온다, 꿈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모든 시련이 넘어가야 할 작은 언덕처럼 보여요. 우리가 도착할 산은 훨씬 높은 곳이니까요.”

쏘카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넘어 경험 플랫폼을 지향한다. 사진은 쏘카가 최근 공개한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의 썸네일. ⓒ쏘카


롱블랙 프렌즈 B

‘데이터는 결국 경험을 위한 것이고, 더 나은 경험은 미션을 완성한다.’ 쏘카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제가 수첩에 적은 말입니다. 

올 2분기 흑자를 냈다고는 하지만, 쏘카의 8월 상장이 순조로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쏘카는 무엇이 수단이고 무엇이 목적인지를 아는 회사였습니다. 수단을 장악하고 본질을 추구하는 회사는 결국 길을 찾는다고 믿습니다.

오늘 노트를 요약해보겠습니다.

1. 쏘카의 박재욱 대표는 2018년, VCNC의 인수와 함께 모빌리티 사업에의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차를 꼭 사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앞당기고 싶었다고요.
2. 2011년 이후 현장을 발로 뛴 직원들이 전국 쏘카존을 4300여개로 키웠습니다. 이 촘촘한 운영망은 후발 주자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진입 장벽이 됩니다.
3. 쏘카의 수익성을 본격 개선한 건, 데이터 기술입니다. 데이터를 읽어내 문제점을 찾는 것만큼이나 그 문제를 속도감있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4. 하지만 결국 더 중요한 건 이용자의 경험입니다. 깨끗함, 안전함, 편안함 같은 아주 기본적인 가치를 잡는 것이죠.
5. 쏘카가 꿈꾸는 미래 모빌리티의 비전은 스트리밍 모빌리티streaming mobility라는 표현으로 요약됩니다. 꼭 필요한 서비스가 끊김없이 구현되어야, 차를 사지 않고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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