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 조경 설계자 김영민, “광장을 채우는 건 개인의 기억이다”


롱블랙 프렌즈 B 

8월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이 다시 열렸습니다. 광장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확장 공사를 한 지 1년 9개월 만입니다. 지난주 퇴근길에 잠시 광장에 들렀어요. 이전 광장 면적의 두 배라더니, 아주 넓어졌습니다.

숲길에서 산책하는 노부부, 바닥에 흐르는 물줄기에 발을 담그고 쉬는 연인, 넓은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는 학생, 분수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 서울의 중심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마침 광복절입니다. 광화문 광장을 설계*한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에게 광화문 광장의 의미를 듣기에 딱 좋은 날이죠.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김 교수는 자리에 있던 모두와 눈을 맞추며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마치 재미있는 교양 강의를 듣는 듯했죠.
*광화문 광장의 주 설계사는 씨에이CA 조경기술사사무소이다. 김영민 교수는 공동으로 설계에 참여했다.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광화문 광장의 의미는 모두에게 다를 겁니다. 광장 설계자로서 저는 광화문 광장이 ‘지극히 개인적인 모두의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모순적이라고요? 모순지도矛盾之道, 즉 모순의 디자인이 바로 제 설계 철학입니다. 공공성과 개인성, 역사와 현대, 유교 사상과 민주주의… 광화문 광장을 설계하며 여러 모순을 함께 떠올렸습니다.

모순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여러 경력을 쌓으며 천천히 깨달았습니다. 서울대학교,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과 조경을 전공하고, 청와대 재설계, 세종시중앙공원, 광화문 광장, 목동 파리공원, 용산공원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죠.


Chapter 1.
우리에겐 왜 광장이 필요할까

먼저, 광장은 무엇일까요. 광장은 ‘도시 속 비어있는 공간’입니다. 도시에 왜 빈 공간이 필요하냐고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기능성과 상징성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