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 리브랜딩은 설득이다, 23년차 브랜드의 과감한 실험

이 노트는 이니스프리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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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K 

광고 에이전시에 다니는 친구가 영상을 하나 보내줬어요. 울창한 열대의 숲을, 네 명의 모델이 날아다녀요. 마치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요. 물 위를 걷고, 공중에 뜬 채 춤을 추는 역동적인 영상. 와, 이거 무슨 광고지? 하는데, 브랜드 로고가 뜨네요. 이니스프리INNISFREE. 제가 잘못 본 걸까요?

이니스프리라면 저도 친숙한 브랜드예요. 녹차 성분 스킨을 오래 써왔거든요. 그런데 제가 알던 브랜드는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였죠.

낯설고 놀라운 느낌, 저만 그런 게 아니었나 봅니다. 영상에는 “파격적이어서 좋다”는 호평도 있지만, “정체성을 한번에 무너뜨렸다” “맑고 순수한 느낌이 그립다”라는 차가운 반응도 적지 않아요.

이 정도로 변신했을 땐, 호불호가 엇갈릴 거란 각오도 있었을 텐데요. 이 브랜드, 용기 있다고 해야 하나요. 궁금해져서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찾아갔습니다. 최민정 이니스프리 대표와 이혜진 마케팅 상무를 만나 리브랜딩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니스프리 최민정 대표, 이혜진 마케팅 상무

이니스프리는 23년 된 스킨케어 브랜드입니다. 쉽게 브랜드가 탄생하고 사라지는 요즘, 장수 브랜드라 할만하죠. 

이번 리브랜딩, 이를 악물고 진행한 느낌입니다. 20년 넘게 지켜 온 이미지를 본질만 남기고 다 바꾸겠다는 각오였다고 해요.

실제로 이니스프리는 로고부터 키 컬러, 용기 디자인, 제품 라인업, 광고 모델과 매장의 경험 설계까지 모두 바꿨거나 바꿀 예정입니다. 남긴 건 딱 두 가지. 브랜드 이름과 자연주의란 콘셉트뿐이래요.

아니, 왜 그렇게까지 다 바꾸고 싶었던 걸까요. 자칫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클 수도 있는데, 두렵지는 않았을까요.


Chapter 1.
청정 제주로 뜬 로드샵 1위 브랜드

2000년에 탄생한 이니스프리, 매우 신선한 이미지였습니다. 국내 최초로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했죠. 라벤더·올리브·로즈마리 같은 허브 추출물을 사용했어요. 지금은 많은 브랜드가 ‘자연주의’란 단어를 내세우지만, 2000년만 해도 생소한 단어였대요. 

처음부터 뜬 브랜드는 아니었어요. 2005년 로드샵 시장에 진출할 때만 해도, 매출액 기준 시장 5위에 그쳤죠. 성장 모멘텀은 2010년에 찾아옵니다. 세 가지 승부수가 모두 들어맞았거든요. 

첫 번째 승부수, ‘제주’를 끌어안은 기획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이 40여 년 일궈 온 제주의 녹차밭이 이야기의 출발이었죠. ‘자연주의’란 컨셉은 모호하지만, 제주라는 섬은 구체적이죠. 자연주의의 가치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어요.

두 번째, 제주에서만 나는 원료로 제품을 기획했어요. 제주 녹차로 만든 ‘그린티 씨드 세럼’, 화산 분출물인 화산송이로 만든 ‘화산송이 마스크팩’, 혹한의 겨울을 견디는 한란을 담은 ‘한란 안티에이징 크림’… 원료는 새로웠고, 이야기는 풍성했어요.

마지막 승부수는 광고 모델. 지금도 이니스프리, 하면 많이들 소녀시대 윤아를 떠올립니다. 긴 생머리와 맑고 커다란 눈동자, 화사한 웃음.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는 제주의 배경에 잘 녹아 들어갔어요.

제주를 안은 2010년부터 5년간, 이니스프리의 매출은 무려 10배 가까이 성장합니다. 2015년,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하며 이니스프리는 로드샵 1위 브랜드가 됐어요.

이니스프리는 2000년 스킨케어 브랜드로 출발했다. 자연주의 콘셉트를 제주라는 배경으로 풀어내,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니스프리

Chapter 2.
이름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영원한 인기도, 영원한 1위도 없죠. 2020년. 스무돌을 맞은 이니스프리엔 위기감이 감돌았습니다. 20년 사이 ‘자연주의’를 내세운 화장품 브랜드는 너무 많아졌습니다. 제주라는 콘텐츠도 더는 새롭지 않았고요. 멀티샵이 유행하면서 로드샵의 설 자리도 줄어들었죠.

변해야 한다. 모두 알았다고 해요. 계속 시도도 거듭했대요. 2018년, 로고에서 허브 바구니 그림을 뺍니다. 2021년, 상징과도 같던 광고 모델을 바꿨죠*. 하지만 시장은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어요.
*2021년 아이브의 장원영이 제7대 모델로, 2023년 세븐틴의 민규가 제8대 모델로 선정돼 함께 활동 중이다.

2022년 8월, 이니스프리의 새로운 수장으로 최민정 대표가 합류합니다. 그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기업 전략 컨설턴트 출신의 그는, 앞서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에스쁘아espoir 리브랜딩을 이끈 경험이 있어요.

“이니스프리의 이미지가 너무 단단했어요. 웬만한 변화로는 기존 이미지를 덮을 수가 없었죠. 2022년 여름에 직원들에게 선언했어요. ‘발전advance으론 안 된다. 변신transformation해야 한다’고요. ‘모든 것을 180도 바꾸자. 왜 이렇게 변했지, 싶을 정도로 바꾸자. 이름만 빼고 다 바꾸자’고요.”
_최민정 이니스프리 대표이사

그가 대표로 취임한 8월, 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 태스크포스팀TF이 출범했습니다.

리브랜딩 TF 멤버는 약 20명. 독특한 점은 브랜딩·마케팅 직군으로만 구성되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멤버 중엔 글로벌 영업, 국내 이커머스, 상품 개발 담당자들도 포함돼 있었어요.

“각 부서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아이디어가 많은 직원을 뽑았습니다. 회사의 운명이 걸린 일이었고, 긴장감도 컸습니다. 다만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은 뚜렷했습니다. TF 멤버들이 서로 계속 주고받은 격려가 있었어요. ‘우리 눈치 보면서 아이디어 내지 말자. 너무 나갔나, 싶은 아이디어를 내자. 이니스프리다움이라는 선입견을 아예 던져버리자.’”
_이혜진 이니스프리 마케팅 상무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최민정 대표이사. 2022년 8월 이니스프리에 합류한 그는, 고객의 브랜드 인식 조사를 통해 “발전으론 안 된다, 변신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롱블랙

Chapter 3.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브랜드를 창조하는 것과 기존의 브랜드를 새롭게 바꾸는 것. 무엇이 더 어려울까요. 많은 브랜드 전문가들은 후자를 꼽습니다. 신규 브랜딩은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잖아요. 리브랜딩은 기존의 그림에서 지울 부분과 남길 부분부터 골라내야 합니다.

TF는 원칙을 먼저 정했어요. “자연주의라는 컨셉은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이니스프리라는 이름*과 마찬가지로, 자연이라는 정체성은 브랜드의 본질 그 자체였으니까요.
*이니스프리는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호수섬 이니스프리’에서 따왔다.

나머지는 모두 원점에서 검토했습니다. 제주라는 배경, 맑고 순수한 이미지, 원료 중심의 마케팅 방식… 이 중 무엇을 가져갈 것인지를 치열하게 토론했대요. 최민정 대표는 팔짱을 끼고 계속 들었죠. 

수개월에 걸친 토론 끝에, TF가 내린 결론은 다소 파격적이었습니다. 

‘제주를 버린다. 대신 섬은 남긴다. 구체적인 지역 대신 이니스프리의 가치를 담은 가상의 섬을 그린다. 그 안에서 뛰어놀 가상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핵심 원료엔 새롭게 창조한 이름을 붙인다.’

한마디로 브랜드의 세계관을 창조하겠다는 거였죠. 그리고 TF 멤버들은 실제로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잠깐,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요? 그건 뭔가 문학 전공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요?

“세계관은 반드시 직원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를 솜씨 있게 쓰는 게 중요하지 않잖아요. 이니스프리의 정신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했죠. 우리 브랜드의 철학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_진선영 이니스프리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팀장 

그렇게 탄생한 세계관, 잠깐 설명해 볼까요. 

“이니스프리의 새로운 섬, 뉴아일THE NEW ISLE. ‘청정 원료’를 상징하는 네 명의 인물이 따로 또 함께 살아갑니다. 

섬의 대부분을 이루는 그린티 우림에선, 수분 포뮬러가 우림을 촉촉하게 물들입니다. 땅에 떨어진 마른 잎은 블랙티로 변해 섬을 비옥하게 만들죠. 빛을 뿜는 엔자임 라이트는 반딧불이 역할을 해요. 섬의 외곽에 숨 쉬는 퓨리파잉 스톤이, 순도 높은 공기를 뿜어내고 있죠. 

섬을 활보하는 인물들은 자연의 에너지와 더불어 살며, 건강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세상의 기준이 아닌 오롯이 나로서 완전해집니다.”

이니스프리는 새로운 섬, ‘THE NEW ISLE'을 제안한다. 원료마다 배경 및 이야기를 더했다. ⓒ이니스프리

Chapter 4.
브랜딩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새로운 세계관은 ‘섬’이라는 핵심 배경도 완전히 다르게 해석했어요. 기존의 이니스프리는 제주를 ‘맑고 순수한 자연의 공간’으로 바라봤죠. 청순한 모델이 깨끗한 자연의 원료를 채취하는 곳으로 말이에요.

TF는 섬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고 제안해요. 세계관은 네 명의 캐릭터를 섬에서 자급자족하며 생존하는 강인한 개척자들로 그려냈어요. 이들은 중력을 제어하고,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어요. 숲을 날아다니고, 물 위를 달리며 자연을 즐겨요. 

더불어 즐기는 자연. 이것이 새로운 세계관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이에요. 기존 이니스프리 브랜드에 있어 자연은 ‘지켜야 할 대상’이었어요. 모델은 그 속에서 수동적인 모습으로 서거나 앉아 있었죠. 새로운 이니스프리에 있어 자연은 ‘마음껏 뛰어노는 놀이터’ 같은 개념이고요. 

“MZ세대에게 자연이란 어떤 의미인지 치열하게 조사하고 고민했어요. 기존의 이니스프리는 정적으로 자연을 대했죠. 그런 태도가 시대적인 지향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어요. 훨씬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가 필요했습니다.”
_이혜진 이니스프리 마케팅 상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해석하는 과정. 최민정 대표는 “결국 브랜딩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의하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니스프리가 2월 28일 공개한 캠페인 영상 'THE NEW ISLE'. 네 명의 모델이 대자연을 자유롭게 누빈다. ⓒ이니스프리

Chapter 5.
눈길을 끄는 디자인이 필요했다

이야기의 틀이 잡혔으니, 새로운 옷을 입혀야겠죠. TF는 로고와 키 컬러key color, 용기를 디자인하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디자인의 키워드는 단순했습니다. 과감성과 선명성, 그리고 역동성. 일단 변화가 한눈에 들어와야 했으니까요. 

로고만 봐도 지향이 보입니다. 이니스프리의 영문 철자를 산세리프체로 볼드하게 제시했어요. 기존의 세리프체 로고는 선이 가늘었거든요. 그에 비하면 단단하고 힘 있는 느낌이죠.

키 컬러로 선택한 액티브 그린Active Green도 마찬가지예요. 5월의 나뭇잎 색깔을 닮은, 형광 연두가 감도는 쨍한 녹색이죠. 차분한 올리브 그린의 기존 키 컬러와는 비교가 안 되게 강렬합니다.

이니스프리의 새 로고와 키 컬러. 한 단계 높은 채도, 단단한 서체가 눈에 띈다. ⓒ이니스프리

이 모든 변화, 모바일·디지털 속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해요. 고객이 브랜드와 콘텐츠를 가장 많이 접하는 경로죠. 시대는 변했고, 오프라인 매장만큼 이커머스가 이니스프리의 중요한 유통 채널이 됐으니까요.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지향하기로 했으니, 로고와 키 컬러에 이를 담아야 했죠. 모니터를 넘어서도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임팩트를 원했습니다.”
_이혜진 이니스프리 마케팅 상무

용기 디자인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실 리브랜딩 전 이니스프리의 용기 디자인은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어요. 20여 년 동안 다양한 라인업이 소개됐고, 그때마다 조금씩 용기 디자인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니스프리는 핵심 제품 10여 개의 용기를 확 바꾸며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모든 용기가 흰색입니다. 동글동글하고 단순한 선의 용기는 언뜻 낯익은 느낌을 줍니다. 색상이나 모양이 모두 평범해 보이기도 해요. 이런 용기 디자인은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제일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맥락있는 디자인을 골랐습니다. 직원들은 화장대나 욕실에 놓았을 때 용기가 너무 튀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들 하더군요. 눈에 잘 띄면서도 담백하고 조화로운 색상과 모양이 필요했습니다. 또 제품을 모아놨을 때 동글동글한 용기들이 마치 하나의 섬처럼 보이길 바랐어요.”
_최민정 이니스프리 대표

이니스프리의 새로운 제품 디자인엔 ‘스퀘어 로고 플레이’를 적용했다. 로고, 제품명, 원료명 등의 타이포그래피로 창문 모양을 만든 것. ‘새로운 섬으로 떠나는 포털’이란 뜻을 담았다. ⓒ이니스프리

Chapter 6.
공식을 깬 광고… 엇갈린 반응에서 희망을 찾다

이 모든 리브랜딩 작업을 대중에 알릴 일이 남았죠. 바로 캠페인 촬영입니다. TF는 ‘뷰티 업계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광고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일부러 화장품 광고를 한 번도 찍어본 적 없는 프로덕션에 연락했어요.

“기존의 화장품 광고는 공식이 비슷했어요. 모델을 클로즈업하고, 화장품 바르는 모습을 보여주죠. 원재료와 효능을 간략히 소개하고요. 우리는 달라야 했어요.”
_최민정 이니스프리 대표

아이브의 장원영, 세븐틴의 민규를 기용한 건 글로벌 시장을 노린 포석이었어요. MZ세대가 좋아하는, 진취적인 이미지의 모델이 필요했죠.

광고 촬영은 마치 액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모델들은 역동적인 안무를 위해 보깅voguing*을 배우고, ‘와이어 액션’을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제품은 잠시도 등장하지 않는, 화장품 광고보단 액션 영화의 예고편 같은 영상이 2월 28일 공개됐어요.
*보그잡지 모델의 포즈에서 영감을 받은 춤의 장르. 음악에 맞춰 모델 포즈를 취하는 동작에서 출발했다.


쏟아진 관심에 안도하는 이유

2월 20일의 BIBrand Identity 공개, 이어진 메인 캠페인 영상 공개.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극과 극으로 갈린 반응이었어요. 격려도 적지 않았지만, “어색하다” “옛날 이미지가 그립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6개월 동안 리브랜딩에 매달린 이니스프리의 직원들, 상처받지 않았을까요? 오히려 안도했다고 합니다. ‘무플보다 악플’이라고들 하잖아요. 너무 오래 ‘무색무취의 브랜드’ 취급을 받아온 이니스프리를, 비로소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오히려 안도했어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니스프리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오래 공들인 변화의 시작을,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게 희망적이었어요. TF 멤버들도 ‘우리 맞게 가고 있다’고 서로 격려했죠.”
_이혜진 이니스프리 마케팅 상무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이혜진 마케팅 상무. 그는 지금이 제일 기쁘다고 말한다. “변화를 알았다는 것, 호응과 지적을 동시에 해준다는 것이 브랜드가 살아있단 증거입니다.” ⓒ롱블랙

Chapter 7.
마치며 : 설득하겠다, 변화를 받아들일 때까지

4월 24일, 이니스프리는 또 한 번 새로운 캠페인을 공개합니다. 새로운 세계관을 더욱 충실히 담은 광고 영상이에요. 모델 장원영이 도플갱어로 등장해 새로운 제품 ‘비타C 그린티 엔자임’을 탄생시키는 이야기를 담아냈죠. 

이번 영상을 미리 살짝 봤습니다. 역시 아직은 많이 낯섭니다. 세계관과 영상이 모두 강렬하고, 여전히 제 기억 속의 ‘이니스프리’와 충돌하고 있어요. 또 한 차례 엇갈린 반응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요?

그런데 이 팀,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요. 연말까지 꾸준히 새로운 캠페인을 공개할 계획이래요. 팝업스토어, 신제품 공개, 매장 리뉴얼 같은 변화도 계속 밀어붙이고요.

“리브랜딩이 성공하려면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객들이 새로운 이니스프리를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 말을 걸 계획입니다. 

희망적인 건, 고객의 반응이 점점 더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새 로고를 공개했을 땐, 비판 일색이었어요. 메인 캠페인을 내놨을 땐 ‘좋은 시도’라는 격려가 늘었죠. 최근 성수동 팝업에선 더 많은 응원을 받았고요.”
_최민정 이니스프리 대표

이니스프리는 이번 시도를 ‘장기전’으로 보고 있군요. 고객이 변화를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 말을 걸겠다는 마음가짐. 문득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If no one hates it, no one really loves it.”라는 유명 디자이너 제시카 월시Jessica Walsh의 말이 떠오릅니다.

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을 주도한 이혜진 마케팅 상무(왼쪽)와 최민정 대표이사(오른쪽). 지금의 반응을 꼼꼼히 살핀다는 그들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브랜딩은 고객이 받아들일 때까지 공감하고, 이해시키는 일이에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K 

이니스프리가 두번째로 공개한 캠페인 영상, 궁금하시다면 여기(클릭)서 확인해 보세요. 대신 예전의 이니스프리가 친숙한 분들이라면 놀랄 준비 하세요!

1. 이니스프리는 2000년에 출발한 스킨케어 브랜드예요. 자연주의 콘셉트에 ‘제주’라는 현실 배경을 더한 브랜딩으로, 존재감을 높였죠.
2. 시간이 흐르면서, 이니스프리는 변화의 기로에 섰어요.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가 많아졌고, 멀티샵이 유행하며 ‘화제성’을 잃었죠. 2022년 8월, 리브랜딩에 들어갑니다.
3. TF를 이끈 최민정 대표, 제주 대신 새로운 섬을 만듭니다. 자연을 ‘재해석’했어요. 지켜야 할 대상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무대’로 바라봤죠.
4. 캠페인 영상 공개 후,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낯설다’는 반응이 적지 않지만, 이니스프리 팀은 다르게 봅니다. ‘사람들이 관심 갖기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죠.

롱블랙 피플, 혹시 좋아하던 브랜드가 리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낯설어진 경험이 있나요? 그 리브랜딩이 결국은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슬랙 커뮤니티에서 경험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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