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비즈니스 세계의 관행을 뒤엎은 성공 사례를 가끔 만납니다. 일본의 안경 브랜드 진즈JINS가 그중 하나입니다.
진즈는 2001년에 론칭했습니다. 일본 안경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죠*. 2023년 매출액은 732억엔(약 6608억원). 10년 전(매출액 365억 엔, 약 3295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업계 1위는 1980년에 설립한 메가네탑Megane Top이다.
매출만 주목할 게 아니에요. 진즈는 일본 안경 사업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습니다. 하나에 평균 3만엔(약 27만원)이나 하던 안경 가격을 60% 가까이 내렸습니다. 초경량 안경을 선보이며 대중을 놀라게 했죠.
이런 성과 뒤엔, 진즈의 설립자인 다나카 히토시田中仁가 있습니다.
Chapter 1.
남대문 시장에서, 안경의 불평등을 발견하다
어릴 적의 다나카 히토시는 공부보다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덕분에 일찍 창업으로 진로를 정하죠. 스물넷에 고향인 군마현에서 패션잡화 사업을 시작합니다. 13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안정적인 가게로 키웠습니다.
그의 인생이 변한 건 2000년. 한국을 방문하면서입니다. 남대문 시장의 한 안경점에 들어간 그는 깜짝 놀라죠.
“남대문이라는 번화가에서 안경 하나를 3000엔(약 2만7000원) 정도에 팔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에서 3만엔(약 27만원) 하는 안경이 한국에서는 3000엔. 환율을 감안해도 너무 차이가 났습니다.”
_다나카 히토시, 2014년 동양경제 인터뷰에서
안경을 주문한 그는 또 한 번 놀랍니다. 안경이 15분 만에 나왔거든요. 당시 일본은 그렇지 않았어요. 안경을 한번 주문하면 일주일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했죠.
충격을 받은 다나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조사합니다. 원인은 제조 과정에 있었죠. 당시 일본은 안경 프레임과 렌즈를 각각 도매상에서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중간 마진이 발생하며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죠.
“일본에서는 안경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많은 업체가 개입되어 있어, 가격이 비싸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든 것을 직접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안경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_다나카 히토시, 2022년 라디오 가게 라디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