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메쿠 : 폐간 위기의 시니어 잡지, 판매 부수 1위 달성 역전극을 쓰다


롱블랙 프렌즈 B 

일본은 한때 ‘잡지 왕국’이라 불렸습니다. 1970년대부터 무려 40년 동안 책 매출을 뛰어넘었죠.

흐름이 꺾인 건 2016년부터예요. 그해 7339억엔(약 6조6000억원)이던 잡지 판매액은 7년 뒤인 2023년 4148억엔(약 4조원)*까지 떨어졌죠. 101년 역사의 시사지 ‘주간아사히週刊朝日’는 2023년을 마지막으로 폐간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일본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 2024년 조사 결과.

어려운 상황에서, 홀로 U자 커브를 그리며 성장한 일본 잡지가 있습니다. 바로 하루메쿠ハルメク예요. 2017년 폐간 위기를 딛고 5년 만에 판매 부수가 무려 3배나 뛰었죠. 2023년 정기 구독자는 50만 명. 일본 잡지 중 만화책을 제외하고 판매 부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일본ABC협회에 등록된 잡지사 기준. ABC협회는 신문, 잡지 등의 매체사에서 공급한 부수 및 이용자를 확인해 공개하는 기관이다.

하루메쿠의 독자는, 다름 아닌 시니어 여성입니다. 이들은 콘텐츠 업계의 핵심 소비자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하루메쿠는 어떻게 시니어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 역전극을 보여준 걸까요. 


Chapter 1.
할머니와의 추억에서, 시니어 여성 잡지 편집장까지

하루메쿠는 1996년 ‘이키이키いきいき’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시니어 여성 잡지예요. 2016년 ‘봄다워지다’라는 뜻의 ‘하루메쿠’로 이름을 바꾼 후 명맥을 이어갔죠. 주로 60~70대 중장년의 패션이나 건강, 요리법을 다룹니다. 2006년 판매 부수 43만 부를 기록할 정도로 잘나갔어요. 하지만 잡지 시장이 휘청이면서 2017년엔 역대 최저치인 14만5000부를 찍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