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영역을 거침없이 넓히는 사람을 보면 부럽습니다. 저도 늘 뭐라도 해볼까 싶다가도, “일단 에디터부터 잘하자”는 마음으로 단념하곤 하죠.
이런 고민을 하는 제게,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가 한 사람을 소개했습니다. 이름은 서영희 디렉터.
서 디렉터는 30년 전 패션잡지 스타일리스트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화보 디렉터와 전시 기획자, 제품 제작자로 영역을 넓혔죠. 2020년에는 할머니들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으로 화제를 일으킨, 「보그 코리아」(이하 보그)의 ‘할머니 화보’를 감독했어요.
화보만 만든 게 아닙니다. 2015년 파리 장식미술관의 <코리아 나우Korea Now! : 지금, 한국!>에서는 전시 기획자로, 2018년 루이비통의 ‘함 트렁크’를 만들 때는 제품 디자이너가 됐어요. 최근 파리 올림픽의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도 그가 감독했죠.
1990년부터 지금까지 현역으로 일하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영역을 전방위로 넓혔느냐고요. 겸손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현역이라니 고맙네요. 저는 일을 먼저 제안하는 편이 아니에요. 일이 없으면 놀죠. 그러다가 제안이 오면 그 일을 최대한 즐깁니다. ‘나만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최선을 다하죠. 그러다 보면 행복해지더라고요.”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
저는 서영희 디렉터를 1994년 말 잡지 「Calla」*의 창간 작업 현장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올해로 만난 지 딱 30년이 됐죠.
*중앙일보에서 발행한 잡지로, 지금은 폐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