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뗄두스 : 슈톨렌을 만드는 마음으로 오래가는 것을 꿈꾸다


롱블랙 프렌즈 B

하얀 슈가파우더가 소복히 내려앉은 빵덩어리는 눈뭉치를 닮았습니다. 가루가 떨어질세라 조심스레 접시에 담고 가운데 한조각을 썰어내면 단면은 얼마나 풍성한지요. 아몬드가루를 반죽해 만든 마지팬massepain*이 밤알처럼 박혀있고요, 호두와 피칸, 아몬드와 말린 과일이 다채롭게 씹힙니다.
*설탕과 아몬드를 갈아 만든 끈적한 페이스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먹는 이 독일 빵을 정홍연 오뗄두스 대표는 지난 3월부터 만들었습니다. 오렌지와 레몬 콩피confit*를 럼주, 브랜디와 함께 병에 담궈둡니다. 계절이 몇번 바뀌면 술과 과일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집니다. 빵반죽에 과일 콩피와 견과류, 마지팬을 넣고 굽습니다. 구워낸 빵을 녹인 버터에 담갔다 빼고, 오래 가도록 슈가파우더를 도톰히 덮어주면 슈톨렌이 완성됩니다.
*프랑스식 보존 요리. 시럽에 과일을 끓여낸 과일 콩피와 자체 지방으로 고기를 보존하는 고기 콩피가 대표적이다.

정 셰프가 슈톨렌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디저트 전문샵 오뗄두스Hôtel DOUCE를 서래마을에 열면서입니다. 지난 12년 동안 오뗄두스는 매장이 다섯 개로 늘었습니다. 에클레어와 마카롱 등 프랑스 디저트 유행을 앞서서 이끌어왔습니다. 

다섯 개의 테이블이 놓인 오뗄두스 소공점 2층. 그곳에서 세 시간이 넘게 들은 정홍연 셰프의 이야기는 슈톨렌과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향을 찾기 위해서 아주 오래 기다려본 사람이었습니다. 롱블랙 홀리데이위크의 첫번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