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의 위기 : ‘더 잘 팔자’는 전략은 어떻게 독이 되었나


D-100 프로모션


롱블랙 프렌즈 L 

2026년 9월 21일, 나이키Nike가 18년 만에 S&P100*에서 빠졌어. 2021년 고점 대비 주가는 약 80% 떨어졌고, 2024회계연도 514억 달러(약 70조원)였던 매출은 2026회계연도 464억 달러(약 63조원)로 줄었지.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초대형 우량주 100개로 구성된 주가지수.

S&P 퇴출 사흘 전엔, 프랑스의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Kylian Mbappe까지 나이키를 떠났어. 20년의 인연을 끝내고 후발 브랜드 온ON과 손을 잡았지.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업계인들은 대부분 D2C(Direct to Consumer)* 실패를 원인으로 꼽아. 하지만 정말 D2C 자체가 문제였을까?
*기업이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사몰이나 앱 등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더 본질적인 이유를 찾아봤어. 나이키가 ‘수요를 만드는 회사’에서 ‘수요를 따라가는 회사’로 바뀌어가는 과정이 보였지. 그 변화가 어떻게 1위 기업을 흔들었는지,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와 함께 파헤쳐 볼게!


Chapter 1.
혁신을 앞세워, 선망을 이끌다    

먼저 나이키가 뭘 잘해서 세계 1위가 됐는지 볼까? 이정민 대표는 두 가지를 꼽아. 스포츠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제품 혁신, 그리고 그 혁신을 대중의 선망으로 바꾸는 힘이야. 

제품 혁신부터 보자. 대표적인 게 ‘에어Air’ 기술이야. 들어본 적 있지?

1978년 나이키는 러닝화 테일윈드Tailwind의 밑창에 압축된 공기주머니를 넣었어. 세계 최초로 ‘공기’를 쿠션으로 쓴 러닝화였지. 이듬해 85개 러닝화를 비교한 테스트*에서, 테일윈드는 앞꿈치 쿠셔닝 성능 1위를 기록했어. 시험 판매한 250켤레는 당시 일반적인 러닝화 가격의 두 배인 50달러(약 6만8000원)였는데도 하루 만에 다 팔렸고.
*미국 러닝 전문 매체 「Runner’s World」가 1979년 자체 실험실에서 시행한 러닝화 성능 테스트.

혁신은 이어졌어. 2017년엔 베이퍼플라이Vaporfly를 내놨어. 가볍고 탄성 있는 폼에 탄소 섬유판을 넣은 신발이야. 착지 때 밑창이 에너지를 되돌려줘서, 힘을 덜 들이고 빨리 달릴 수 있게 했지. 세계적인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가 이 신발을 신고 2018년 베를린 마라톤 세계기록을 78초 앞당겼지. 

두 번째 힘은 이 혁신을 갖고 싶게 만드는 능력이야. 대표 사례가 그 유명한 에어 조던Air Jordan이야. 

1984년 나이키는 NBA 데뷔를 앞둔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계약했어. 당시 올림픽에서 미국의 금메달에 기여했고, 또 폭발적인 점프로 주목받던 신인이었지.

나이키는 조던을 모델로만 쓰지 않았어. 그의 이름을 단 신발 ‘에어 조던’과 의류 라인을 만들고, 광고에선 조던의 플레이와 제품을 함께 보여줬지. 예를 들어 1988년 광고에선 스파이크 리Spike Lee*가 조던의 점프를 보며 “저렇게 잘하는 게 신발 때문 아닐까?”라는 농담을 계속 던졌어.
*미국 영화감독이자 배우. 영화 「그녀는 그것을 좋아해」에서 연기한 농구·스니커즈 마니아 ‘마스 블랙몬’ 캐릭터로 에어 조던 광고에 출연했다.

조던이 스타가 될수록 에어 조던도 선망의 대상이 됐어. 1985년 출시 첫 석 달 만에 7000만 달러(약 950억원), 첫해 1억2600만 달러(약 1711억원)어치가 팔렸지. 

이 전략은 다른 종목에서도 반복됐어. 1996년엔 막 프로로 데뷔한 타이거 우즈를 영입했어. 그의 이름을 딴 골프화 ‘에어 줌TWAir Zoom TW’을 선보였지. 2003년엔 18세 르브론 제임스와 첫 시그니처 농구화 ‘에어 줌 제너레이션Air Zoom Generation’을 내놨어. 

공식은 분명했어. 

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② 최고의 선수가 성능을 증명하면
③ 그 선망을 대중으로 퍼뜨렸지. 

나이키 본사도 이 전략에 집중하는 구조였어. 

“예전엔 나이키를 농담처럼 ‘R&D(연구개발)와 마케팅 센터’라고 불렀어요. 제조는 다 외주고 판매는 리테일러가 가져가니까요. 나이키의 역할은 오직 혁신 상품을 만들고 멋진 마케팅을 해서 소비자에게 열망을 만드는 일이었죠.”
_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즉, 나이키의 핵심 역량은 ‘더 잘 파는 것’보다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것이었지. 그런데 2010년대에 들어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자 새로운 욕망이 생겼어. 

‘제품도 수요도 우리가 잘 만드는데, 판매까지 직접 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 

나이키의 러닝화 ‘테일윈드 79’. 나이키는 세계 최초로 운동화 밑창에 공기를 주입해 쿠션으로 활용한 ‘에어’ 기술을 적용했다. 사진은 1979년 당시 테일윈드 79 신문 광고. ©나이키

Chapter 2.
D2C의 시작 : ‘더 잘 팔기’를 목표로 

나이키는 제품과 수요를 만드는 데서 더 나아가, 판매까지 잘하는 회사가 되고 싶었어. D2C 전략의 시작이었지. 

2017년 나이키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2X Direct’였어. 공식 사이트인 나이키닷컴Nike.com과 앱, 직영점 등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파는 사업을 두 배로 키우겠다는 목표였지. 당시 자사 채널에서 내던 매출액은 91억 달러(약 12조4000억원), 전체 매출의 28% 정도였어.

수익과 고객 데이터를 동시에 가져오겠단 전략이었어. 직접 팔면, 리테일러에 가던 마진을 챙기고, 가격과 할인을 직접 관리할 수 있으니까. 어떤 소비자가 무엇을 언제 사는지 데이터도 쌓을 수 있고. 

2019년 나이키는 이 전략을 밀어붙일 새 CEO로 존 도나호John Donahoe를 영입했어. 이베이eBay와 서비스나우ServiceNow를 이끈 디지털·테크 분야의 경영자였지. 

도나호는 2020년 ‘소비자 직접 연결 가속화(Consumer Direct Acceleration)’ 전략을 내세웠어. 무슨 말이냐고? D2C 사업에 더 집중하겠단 거지. 같은 해 7월엔 제품 기획 조직도 손봤어. 남성Men’s·여성Women’s·어린이Kids라는 구분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각각을 총괄할 책임자를 따로 뒀어.

이정민 대표는 이 조직 개편을 보면 “나이키의 전략 변화가 보인다”고 했어. 

“맨즈, 우먼즈, 키즈로 나눴다는 건 구매하는 소비자를 중심에 두는 세일즈 중심의 조직이 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소비자 세그먼트segment에 집중한 거죠. 농구, 축구, 야구처럼 종목으로 나눌 땐 어떤 혁신 제품을 만들지 더 제품 개발, 즉 R&D에 집중했던 거고요.”
_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즉, 회사가 던지는 질문이 달라진 거야. 스포츠에서 출발하면 ‘러너가 더 잘 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묻게 돼. 소비자에서 출발하면 ‘여성 고객에게 지금 어떤 제품이 필요하고, 무엇이 잘 팔릴까?’를 물으며 제품을 기획하지. 

마침 팬데믹이 D2C에 힘을 실었어.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자, 소비가 온라인 채널로 빠르게 옮겨갔거든. 2020년 9~11월 나이키 브랜드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뛰었지. D2C 전체 매출도 43억 달러(약 5조9000억원)로 32%나 늘었고. 도나호는 당시 이렇게 말했어. 

“우리의 전략은 작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_존 도나호 전 나이키 CEO, 2020년 12월 실적 발표에서

2021회계연도엔 D2C 매출이 나이키 브랜드 매출의 39%까지 커졌어. 디지털 커머스 매출은 전년 55억 달러(약 7조 5000억원)에서 91억 달러(약 12조 4000억원)로 늘었고, 나이키 전체 매출도 19%나 성장했지. 나이키의 D2C 전환은 성공처럼 보였어. 

하지만 반전은 4년 뒤에 일어났어. 2025회계연도 D2C 매출은 13%, 나이키 전체 온라인 매출은 20% 줄었거든.

왜 그랬을까? ‘더 잘 팔기’ 위해 바꾼 기준이, 나이키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었어.


Chapter 3.
잘 팔리는 것과, 잘 팔릴 것은 다르다 

D2C가 커지자 나이키는 소비자가 지금 무엇을 사는지 더 빠르게 볼 수 있게 됐어. 당시 잘 팔리던 건 에어 조던Air Jordan, 덩크Dunk, 에어포스1Air Force 1 같은 ‘클래식 스니커즈’였지. 

농구화로 출발한 수십 년 된 모델이지만, 패션 아이템으로 다시 인기를 끌었어. 팬데믹 때 스니커즈 수집과 리셀 열풍까지 겹치며 수요는 폭발했지. 

나이키는 색상과 버전을 늘려 수요에 대응했지. 2019년 31개 버전을 출시했던 덩크 로우Dunk Low는 2023년엔 무려 116개 버전을 내놓았어. 

데이터만 보면 꽤 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여. 이미 잘 팔리는 제품을 더 만들면 실패 위험은 낮고, 매출은 빠르게 늘릴 수 있으니까. 

이정민 대표는 “함정은 그다음에 있었다”고 봤어. 

“D2C의 속성 중 하나가 ‘팔리는 걸 계속 만들게 된다’는 거예요. 매출이 바로 느는 게 보이니 멈출 수가 없죠. 저는 나이키가 너무 오랫동안 덩크, 에어포스1, 조던에 올인하느라 ‘다음 조던’을 놓쳤다고 생각해요.”
_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제품이 많이 풀릴수록 신선함은 떨어졌어. 2021년 말 리셀 시장에서 정가의 세 배 가까이 거래되던 일부 덩크 로우는 2024년 정가 수준이나 그 아래에서도 살 수 있게 됐지. 매장의 할인 판매도 늘었고.

결국 2024년 나이키는 에어포스1을 비롯한 클래식 제품의 공급을 줄이기 시작했어. 문제는 줄어든 매출을 채울 새 히트 상품이 없었단 거야. 스포츠팀이 우승을 이끈 주전만 계속 내보내다, 세대교체 타이밍을 놓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랄까? 

당시 나이키의 CFO였던 매튜 프렌드Matthew Friend도 “혁신 파이프라인에 공백이 있었다”고 문제를 인정했어.

팔리는 걸 더 만드는 건 언제나 옳아 보여. 문제는 그 선택이 반복될수록, 미래를 준비할 여유가 줄어든다는 거야. ‘아직 세상에 없는 것’에 쓸 시간과 돈까지, 지금 잘 팔리는 것에 몰리게 되니까.

“혁신이 없었던 것도 문제지만 혁신의 방향도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나이키가 아무리 외연을 넓혀도 코어는 ‘스포츠 브랜드’거든요.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스트리트 패션을 강조했고, 그사이 스포츠를 놓쳤어요. 예전엔 기술 혁신 위에 패션을 얹었다면, 이젠 패션만 남게 된 거죠.”
_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나이키는 팬데믹 시기 덩크 로우의 인기에 맞춰 색상과 버전을 다양화해 출시했다. 2019년 31개였던 버전은 2023년 116개까지 늘어났다. ©나이키 홈페이지

Chapter 4.
유통망을 줄이자, 발견될 기회도 줄었다

나이키가 D2C를 키우면서 줄인 건 유통망뿐만이 아니었어. ‘소비자가 나이키를 발견할 기회’도 줄었지. 유통망은 판매처인 동시에, 소비자가 새로운 제품을 발견하는 장소였거든. 

나이키 매장이 아니라, 여러 운동화가 모여 있는 매장을 떠올려 봐. 살 브랜드를 정하지 않은 고객도 여러 신발을 신어 보고 하나를 고르지. 이런 매장에서 빠진다는 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빠지는 일인 거야. 소비자의 눈에 띌 일도 줄어들고 말야. 

2019년 나이키는 아마존Amazon에서 철수했어. 이듬해엔 자포스Zappos를 포함한 미국 대형 유통업체에도 납품을 중단했지. 미국 대표 운동화 유통업체인 풋락커에 공급하는 제품도 줄였어. 풋락커가 사들인 전체 상품 중 나이키 비중은 2020년 75%에서 2021년 68%, 2022년 65%로 훅훅 줄어들었지.

물론 나이키가 유통사를 줄인 데는 이유가 있었어.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보이고 팔리는지 직접 관리해, 더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만들려 했지.

자 그럼, 나이키가 빠진 진열대는 비어 있었을까? 당연히 아니지. 유통업체들은 다른 브랜드로 이 자리를 채웠어. 나이키 매출을 메우려 홍보까지 하면서. 신발 디자인 컨설팅사 더 풋솔저스The Footsoldiers의 공동창업자인 톰 아스트렐라Tom Astrella는 당시 유통사들의 반응을 이렇게 설명해. 

“브랜드들이 우리에게 제품을 주지 않겠다면, 우리는 그 진열대를 떠오르는 신생 브랜드로 채우겠다고 했죠.”
_톰 아스트렐라 산업 컨설턴트, 2024년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온과 호카 같은 신생 운동화 브랜드엔 기회였어. 나이키가 자사몰과 직영점에서 ‘나이키를 사러 온 고객’을 맞이하는 동안, 이들은 곳곳에 깔린 유통 매장에서 ‘운동화를 사러 온’ 고객 앞에 놓였지. 

2024년 나이키도 문제를 인정했어. 당시 CFO 매튜 프렌드의 진단을 볼까? 

“지난 1년여 동안 우리는 소비자가 실제 쇼핑하는 곳에서 수요를 충족시키기보다, ‘디지털 40%, 직접 판매 60%’ 같은 채널 비중 목표를 맞추는 데 더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여러 브랜드를 함께 파는 매장에서 쇼핑합니다. 그곳에서도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존재감을 높여야, 우리가 내놓는 혁신 제품이 시장에서 더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_매튜 프렌드 전 나이키 CFO, 2024년 3월 실적 발표에서

2024년을 기점으로 나이키는 다시 유통사와의 관계를 끈끈히 다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지. 

미국 대표 운동화 유통 매장 풋락커. 나이키가 자사몰과 직영점에 집중하자, 기존 유통 채널의 빈자리는 신생 브랜드들이 차지했다. ©Wikimedia Commons

Chapter 5.
큰 수요를 좇다, 수요의 시작점을 놓치다   

유통망을 줄이던 무렵, 나이키는 스포츠 커뮤니티에서도 존재감을 잃고 있었어. 특히 러닝에서 그 변화가 두드러졌지.

이상한 일이야. 나이키는 러닝에 꽤 진심인 회사였거든. 2014년엔 러닝 앱 ‘나이키 런 클럽Nike Run Club’을 출시했어. 일반인과 선수가 함께 달리는 러닝 클럽 ‘바우어만 트랙 클럽Bowerman Track Club’도 후원했고.

그런데 팬데믹 뒤 러닝 시장이 커지자 경쟁자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어. 2021년 미국 퍼포먼스 러닝화 매출은 전년보다 25% 넘게 늘었고, 호카 판매는 두 배, 온은 165% 넘게 성장했지. 반면 같은 해 9월까지 나이키의 미국 러닝화 점유율은 27.9%. 2019년보다 8%p 떨어졌어. 

왜 그랬을까? 당시 나이키는 더 많은 사람을 스포츠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어.  

2021년 ‘플레이 뉴Play New’ 캠페인이 대표적이야. 부담 갖지 말고 새로운 운동을 한번 해보라고 권하는 마케팅이었지. 스냅챗에선 서핑·복싱·댄스·요가를 체험하는 AR 렌즈를 만들었고, 틱톡에선 크리에이터들이 낯선 운동 도전기를 보여줬어. 첫 2주 만에 Z세대 노출이 무려 6억 회를 넘겼어.

이정민 대표는 나이키가 대중에 집중하는 사이, 러닝 커뮤니티와 멀어졌다고 봐. 

“호카와 온은 런칭 초반부터 러닝 커뮤니티를 공략했어요. 그때 나이키는 글로벌 캠페인처럼 큰 시장과 큰 이슈에 훨씬 집중했죠. 그러다 보니 작은 스포츠 커뮤니티엔 덜 신경 쓰게 된 거예요.”
_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그래서 이게 왜 문제가 됐냐고? 러닝화는 기록과 착화감이 중요한 제품이야. 그래서 코어 러너가 무엇을 신고, 러닝 전문점 직원이 어떤 신발을 권하는지가 브랜드의 신뢰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주지. 

호카는 창업 초기부터 러닝 전문점을 핵심 유통망으로 삼았어. 러닝에 진심인 사람들의 입소문 덕에 대중에게 알려졌지. 

온 역시 스포츠 커뮤니티에 더 집중했어. 2020년엔 아예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프로 러닝팀 ‘온 애슬레틱스 클럽On Athletics Club’을 만들었지. 선수 8명으로 시작했어. 세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러너를 코치로 영입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과거 나이키가 잘하던 방식이야. 스포츠 현장에서 제품을 증명하고, 코어 팬의 신뢰를 얻고, 그 선망을 대중으로 넓히는 것. 후발 브랜드들은 작은 스포츠 현장에서 다음 수요를 만들고 있었던 거야. 

나이키의 ‘플레이 뉴’ 캠페인. 요가·댄스·복싱·서핑 등 다양한 운동을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게 즐겨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이키 코리아 유튜브

Chapter 6.
스포츠맨 CEO는 ‘수요’를 다시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나이키가 당장 무너질 회사는 아니야. 2026회계연도 매출은 464억 달러(약 63조원). 여전히 업계 1위지. 

하지만 글로벌 스포츠 신발 점유율 추세를 보면 좀 불안해. 2022년 25.9%에서 2025년 22.9%로, 3년 연속 떨어지고 있거든. 

이 흐름을 되돌리러 온 사람이 엘리엇 힐Elliott Hill이야. 2024년 10월 나이키 CEO가 됐지. 전임 CEO인 존 도나호는 이베이 출신 경영인이었어. 힐은 달라. 운동학을 공부했고, 나이키에서 32년을 일했지. 그는 취임 직후 나이키의 위기를 이렇게 진단했어.

“우리는 스포츠에 대한 집착을 잃었습니다. 브랜드 수요를 만드는 투자에서 디지털 사업의 기존 수요를 포착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투자를 옮겼었죠. (…) 이제 나이키는 스포츠를 앞세우고, 모든 결정의 중심에 선수를 놓겠습니다.”
_엘리엇 힐 나이키 CEO, 2024년 12월 실적 발표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가 그대로 들어 있지? 힐은 해결책도 ‘스포츠’에서 찾았어.

먼저 조직의 중심을 다시 스포츠로 돌렸어. 러닝·농구·축구처럼 종목별 팀을 꾸리고, 각 팀이 선수의 필요를 깊게 파고들도록 했지. 2025년엔 혁신·디자인·제품 조직도 하나로 합쳤어. 선수에게 필요한 제품을 더 빠르게 만들기 위해서야.

스포츠에서 나온 혁신은 고성능 제품 하나만 팔아주는 게 아니야. ‘나이키는 스포츠를 가장 잘 아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그 힘이 다른 제품까지 갖고 싶게 해.

힐은 이 힘을 ‘후광halo’이라고 불렀어.

“나이키의 정통성을 만드는 건 스포츠 사업입니다. 그리고 그 힘이 스포츠웨어와 조던 스트리트웨어에 후광을 만듭니다.”
_엘리엇 힐 나이키 CEO, 2026년 6월 실적 발표에서

다행히 러닝에선 벌써 성과가 나오고 있어. 2026년 6월까지 나이키 러닝은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했어. 그동안 사업 규모도 약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커졌고. 

하지만 회복이라고 말하기엔 일러. 아직 ‘혁신’의 이미지를 되찾지 못했거든. 경쟁사들이 만만치 않아. 2026년 런던 마라톤에선 사바스티안 사웨가 아디다스의 97g짜리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 3’를 신고 1시간 59분 30초를 기록했어. 공식 대회 최초로 마의 2시간 벽을 돌파한 역사적인 사건이었지. 

스포츠 스타들도 나이키를 떠나고 있어. 2024년 스페인의 축구 선수 라민 야말은 나이키를 떠나 아디다스로, 2026년 9월엔 음바페마저 20년 인연을 끝내고 온으로 옮겼어. 

나이키의 회복은 결국 ‘다음 에어, 다음 베이퍼플라이’를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렸어. 선수를 빛내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그 혁신을 대중의 욕망으로 키우는 것. 다시 ‘수요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 거지. 아무래도 다음 나이키의 신제품을 눈여겨봐야겠지? 

나이키 홈페이지에 있는 CEO 엘리엇 힐의 프로필 사진. 정장 대신 나이키 스웻셔츠를 입고 있다. ©나이키 홈페이지


롱블랙 프렌즈 L 

업계 1위 나이키의 위기에서 우리는 뭘 배울 수 있을까? 세 가지를 꼽아봤어. 

1. 지금 잘 팔리는 것과, 다음에 잘 팔릴 것은 다르다. 데이터는 현재 수요를 읽어줘. 하지만 다음 히트작까지 알려주진 않아. 잘 팔리는 상품과 미래 수요를 만들 실험을 함께 키워야 해.

2. 유통망은 판매처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직접 판매로 마진은 늘릴 수 있어도, 제품을 발견하고 시장 반응을 읽는 접점은 줄어들 수 있어. 채널의 가치를 매출만으로 보면 안 돼.

3. 확장할수록 코어가 중요하다. 나이키의 출발점은 스포츠 혁신이었어. 새로운 시장을 좇더라도, ‘우리는 무엇으로 선망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은 놓치지 말아야 해.

롱블랙 피플은 나이키의 변화들을 보며 어떤 점을 배웠어? 궁금하니까 커피챗으로 함께 나눠줘! 

나이키의 성장을 이끈 출발점은 밑창에 공기를 압축해 넣은 러닝화였다. 현재 나이키는 브랜드의 정통성을 되찾기 위해 러닝을 비롯한 스포츠 영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나이키 러닝은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나이키 홈페이지
프랑스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와 나이키 축구화. 오랜 기간 나이키의 대표 선수였던 음바페는 현재 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나이키 인스타그램
2018년 베를린 마라톤 당시 나이키 ‘베이퍼플라이’를 착용한 엘리우드 킵초게(흰 상의). 그는 이 신발과 함께 마라톤 세계기록을 78초 단축했다. ©ESPN 유튜브
베이퍼플라이는 기록 단축을 목표로 한 레이스용 러닝화다. 중창 디자인에서도 필요 없는 부분의 폼을 줄여 무게를 최소화했다. ©나이키 홈페이지
마이클 조던과 ‘에어 조던 1’. 조던이 농구 스타로 성장할수록 에어 조던의 상징성과 가치도 함께 커졌다. ©나이키
존 도나호는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소비자 직접 연결 가속화’ 전략을 내세웠다. 사진은 2011년 웹 2.0 서밋에서 페이팔을 통한 온·오프라인 디지털 결제 생태계의 비전을 설명하는 존 도나호. ©Wikimedia Commons
나이키의 공식 사이트 나이키닷컴 캡처. 나이키는 자사몰을 강화해 판매 수익과 고객 데이터를 함께 확보하고자 했다. ©나이키 홈페이지
2020년 3월부터 2026년 8월까지 나이키의 CFO를 역임한 매튜 프렌드. 그는 “나이키는 자사몰뿐 아니라 기존 유통망에서도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매튜 프렌드 링크드인
풋락커는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한정판 및 인기 운동화를 선보이며 미국 스니커즈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사진은 풋락커 미국 서던 파크 몰 지점. ©Wikimedia Commons
온의 프로 러닝팀 ‘온 애슬레틱스 클럽’. 2020년 미국에서 선수 8명과 올림픽 3회 출전 경력을 가진 코치를 중심으로 팀을 창단했다. ©OAC 홈페이지
2024년 10월 나이키의 CEO가 된 엘리엇 힐. 그는 “나이키는 스포츠를 앞세우고 모든 결정을 선수 중심으로 할 것”이라 말했다. ©엘리엇 힐 링크드인

나이키의 성장을 이끈 출발점은 밑창에 공기를 압축해 넣은 러닝화였다. 현재 나이키는 브랜드의 정통성을 되찾기 위해 러닝을 비롯한 스포츠 영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나이키 러닝은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나이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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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구독자분들은
이렇게 말해요

“쇼츠같은 짧은 콘텐츠만 소비했는데, 하루에 몇 분씩 집중해서 무언갈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_구독자 장*윤님

“롱블랙의 다양한 이야기가 관점을 넓혀줘요.
‘세상에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 이렇게 다양해’라고요. 그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_구독자 오*민님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다뤄요

마케팅브랜딩비즈니스재무생산성
커리어인문철학라이프스타일공간
패션/뷰티커머스창의성테크/과학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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