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지난 명절, 일곱 살 조카가 제게 다가와 불쑥 물었어요. “삼촌이 사는 집은 몇억원짜리야?” 웃으며 “그런 건 비밀이야”라고 얼버무렸지만, 그 질문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벌써부터 숫자를 따지는구나’ 싶었거든요.
사실 숫자를 따지는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업계 동료가 야심 차게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이야기, 주식에 넣은 돈이 몇 배 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 조급해하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면서요.
제 고민을 들은 정지우 작가가 책 한 권을 건넸어요. “그 조급함이 어디서 오는지 보게끔 도와준다”면서요.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우리가 사는 시대는 ‘불안한 시대’입니다. 거의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불안을 토로하죠. 일을 찾는 청년들은 취업 불안에, 직장인들은 AI가 내 일을 대체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려요. 여기에 중장년층은 노후 불안을 호소하죠.
이 불안의 정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돈’이 보입니다. 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취업도, 일도, 노후도 고민하는 거죠.
오늘은 우리가 돈 때문에 느끼는 불안이 “착각”이라고 외친 책을 만나보려 합니다. 저자는 다우치 마나부田内学. 2003년부터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에서 16년간 트레이딩 업무를 담당했어요. 지금은 일본에서 경제 교육가로 활약 중이죠.
그가 책에 정리한 생각을 읽어보며 우리가 마주할 것이 돈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Chapter 1.
‘지금 사야만 해’에 우리가 흔들리는 이유
우리는 흔히 ‘통장에 돈이 부족해서 불안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돈을 모으고, 투자를 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 언젠가 이 불안의 안개가 걷힐 것이라 믿죠.
하지만 금융 시장에서 오래 일한 저자의 결론은 정반대였습니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사는 한, 우리가 가진 돈에 대한 불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죠.
“그곳에서 본 것은 우리가 ‘좋은 손님’으로 있는 한 돈에 대한 불안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현실이었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는 돈에 대한 불안을 계속해서 부풀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불안을 돈에 대한 불안으로 치환하면서 살고 있다.”_18p
저자는 과거의 기업과 지금 기업의 ‘파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먼저 과거를 볼까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주로 사람들에게 더 편리하고 윤택한 미래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며 물건을 팔았어요.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이 물질적 풍요로움을 얻게 되자, 기업과 금융기관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꺼내 든 건 바로 ‘불안’이었죠.
“‘40대부터 시작하는 스킨케어’라는 말은 뒤집어서 생각하면 ‘40대에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라는 의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불안해지고, 불안은 곧 초조함으로 바뀐다. 그렇게 되면 냉정을 잃고 만다. (…)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프로도 초조함을 느끼면 판단이 흐려진다. 특히 교육이나 미용, 건강, 투자 같은 분야에서는 ‘여기에 돈을 써야 해’라고 느끼기 쉽고 ‘망설였다간 때를 놓칠 거야’라고 믿기 쉽다.”_34p
이 대목에서 저자는 자신의 ‘판단 실수’를 고백합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일할 때였어요. 국채를 입찰하는 날, 그는 원래 관망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국채를 사고 싶어 하는 은행이 많다더라’는 소문이 돌았죠.
저자는 ‘지금 안 사면 이익을 놓친다’는 불안감에 초조해졌어요. 결국 처음에 생각한 500억 엔의 두 배에 달하는 돈으로 국채를 매입했죠. 끝내 손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수천억원을 굴리던 프로도 이렇게 흔들립니다. 하물며 우리는 어떨까요. 매일같이 쏟아지는 공포 마케팅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겁니다.
“불안을 느끼는 우리에게 금융기관이 살며시 다가온다. ‘인플레이션으로 현금 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투자를 시작하지 않으면 때를 놓치게 됩니다’라며 투자를 부추긴다.”_43p
잠시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불안들을 살펴볼까요. 종류는 꽤 다양합니다. 나이 듦에 대한 불안, 고립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막연함 등이 있어요.
자본주의는 이러한 불안을 손쉽게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말로 환원해 버립니다. 그리고 ‘불안을 잠재울 치료제’라며 고위험 금융 상품이나 값비싼 서비스를 내밀죠.
불안에 쫓겨 조급하게 뭔가를 사들이는 순간,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 선택하지 않게 됩니다. 대신 기업과 금융기관의 매출을 올려주는, 다루기 쉬운 ‘좋은 손님’으로 전락하게 되죠.

Chapter 2.
우리는 ‘가격의 저주’에 걸려 있다
그럼 우리는 왜 이토록 쉽게 돈과 가격에 휘둘리는 걸까요? 저자는 현대인이 강력한 ‘가격의 저주’에 걸려 있다고 진단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격의 저주’에 걸린 게 아닐까? ‘가격이 비싸면 가치 있는 것이고, 이것을 싸게 살 수 있다면 이득이다’라는 믿음 말이다. 이 저주를 풀 열쇠는 자신이 느낀 만족감을 믿는 데 있다.”_43p
저도 편의점에 갔다가 ‘1+1’이 붙은 제품이 있으면 ‘쟁여 두자’는 마음으로 무심코 살 때가 있습니다. 덕분에 굳이 마시지 않아도 될 음료수를 챙기죠. 이때 ‘남들은 정가를 주고 사 마시는 걸 나는 싸게 샀다’는, 왠지 모를 만족감과 우월감을 느낍니다.
사실 이건 가격의 저주에 걸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서 욕망을 새로 만든 거예요. 이게 자본주의의 저주라면 저주이고, 마법이라면 마법이겠죠.
가격의 저주는 SNS 시대와 결합하면서 한층 더 기괴한 양상으로 번져 갔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어떤 물건을 사거나 어떤 식당, 여행지에 갈 때 어떻게 하나요? ‘나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는가’보단, ‘SNS에 공유할 만한가’를 기준으로 보곤 합니다. 저자도 이 점을 지적해요.
“‘사진을 찍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 안 해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것, 즉 스스로에게 가치 있는 것에 돈을 쓰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 사지 않는다’라는 생각은 자신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맡기고 있다는 증거다.”_46p
저 역시 이 관점에 동감합니다. 최근 출간한 책 『환상사회』에서 “우리 시대가 유례없을 정도의 ‘이미지들’에 사로잡혀 있다”고 썼을 정도죠. 저는 거의 무한한 이미지에 노출된 사회가 우리에게 ‘항시적 초조함’을 불러일으킨다고 봤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이미지를 욕망하는 데서 오는 불안’은 남에게 보이는 것에 가치관 전부를 두는 것과 같습니다. 타인이 정한 가치에 따라 소비하는 삶이라고도 말할 수 있죠.
“진정한 가치는 자신의 내부에만 존재한다. 타인의 잣대나 가격표로는 측정할 수 없다. 가격은 어디까지나 시장이 결정한 타인의 평가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가격이 붙는다는 것은 타인의 소유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가 그린 그림이나 첫사랑에게 받은 편지에 가격이 붙지 않는 건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소중한 것의 가치는 자신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다.”_46p
이 부분을 읽으며 제 경험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 아이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멈칫한 적이 있어요. 사슴벌레를 키우던 플라스틱 통을 버리려고 할 때였습니다. 거기엔 아이가 몇 년 전 삐뚤빼뚤한 글씨와 틀린 맞춤법으로 ‘번대기’라고 적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어요.
그걸 한참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포스트잇엔 가격을 붙일 수가 없겠다’고. 제겐 그보다 더 소중한 게 없었으니까요.
자본주의가 매긴 숫자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여기에 있습니다. 시장이 정한 가격표로 내 삶의 가치를 재단하지 않는 것. 누구에게도 팔거나 넘길 수 없는 나의 내밀한 만족감을 기억하는 것이죠.

Chapter 3.
‘투자 신화’에 숨어 있는 함정
요즘 ‘근로소득만으로는 답이 없다’라는 말이 일종의 상식처럼 통용됩니다. 여기에 SNS와 유튜브 알고리즘은 ‘투자로 몇억원을 벌어 배당받으며 조기 은퇴했다’는 극소수 영웅담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죠.
저자는 이런 현상을 ‘인간의 인지적 착각과 확증 편향이 만든 거대한 신기루’로 봤습니다. 그는 ‘노후가 너무 불안하다’며 투자 고민을 털어놓은 대학생을 만난 경험을 들며 이렇게 적었어요.
“‘투자는 노동보다 유리하다’라는 안일한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유리한 것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지, 투자라는 수단 자체가 아니다. 그리고 노력이 보상받기 쉽다는 관점에서 더 유리한 쪽은 투자가 아닌 노동이다. 특히 젊을수록 노력의 효과가 크다.
나는 그 대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르바이트나 투자 공부도 의미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해서 돈을 버는 힘을 키우는 편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_96p
자본 시장은 늘 우리가 노동에서 쉽게 해방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줍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거래해 본 적 있는 저자는 다른 이야길 강조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노력이 보상받기 훨씬 쉽다는 주장이죠.
동시에 그는 ‘자본수익률이 높다’는 말은, 막대한 잉여 자본을 가진 극소수에게만 유리한 규칙이라고 봤어요. 반대로 종잣돈이 빈약한 상황에서 시장의 변동성에 함부로 뛰어들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 노력에 정비례하는 수익을 보상받기 어렵습니다.
반면 노동은 다릅니다. 그에게 노동은 지식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며 타인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에요. 이 노력은 성과로 이어질 확률이 투자보다 훨씬 높고 정직하다는 거죠.
그런데도 왜 우리에게는 투자 성공담이 주로 들려오는 걸까요? 저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격이 하락한 기간의 그래프를 굳이 보여 주는 사람은 없다. 그랬다가는 고객이 사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짓말은 하지 않되 자신에게 유리한 타이밍에 유리한 정보만을 보여 준다.”_59p
이와 함께 저자는 스키장의 예를 들어요. 초심자들이 스키장에 가면 ‘스키를 잘 타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느낍니다. 왜 그럴까요? 초보는 1년에 한두 번 스키장을 찾지만, 상급자들은 훨씬 더 자주 찾기 때문이죠.
저자는 투자 세계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수익을 내는 데 성공한 이들의 목소리는 당연히 더 자주 들리기 마련이에요. 반면 실패한 대다수는 침묵하죠.
저는 그런 점에서 종일 요동치는 차트를 보는 데만 귀중한 지적 자원과 집중력을 쓰는 일을 ‘주객전도’라고도 봅니다. 그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의 지식과 역량을 갈고닦아 세상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돈 말고 다른 뭔가’를 쌓는 일을 찾는 겁니다.

Chapter 4.
‘노후 대비’는 정말 나만의 몫일까
저자는 돈에 관한 개인적인 불안을 넘어, 인구절벽 같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까지 짚습니다. 그는 우리가 이토록 자산 증식에 매달리는 가장 밑바닥에 ‘노후에 관한 극심한 공포’가 있다고 지적해요.
그 이유로 인구 감소를 꼽습니다. 사회를 떠받칠 다음 세대가 줄어드니,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미래가 본능적인 공포를 키운다는 거죠. 이는 인구절벽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마주한 일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노후 불안의 본질마저 사회와 금융 시스템이 교묘하게 왜곡했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노후 불안은 개인의 자산 형성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라는 국가 전체가 몰두해야 할 과제였다.
그것이 언제부터인가 ‘돈에 대한 개인의 불안’으로 은근슬쩍 바뀌었다. 저출산과 일손 부족에 대한 대응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자산 운용으로 안정된 노후를 설계하라’라는 메시지만이 사회를 지배한다.”_169p
이 지적과 함께 저자는 잊지 말아야 할 전제를 하나 강조합니다. 30년 뒤 내 통장에 ‘30억원’ 같은 숫자가 찍혀 있다고 한들, 그걸로 살 수 있는 현실의 재화와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숫자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겁니다. 즉, 나를 수술할 의사나 돌봐줄 인력, 쌀을 기를 농부와 고장 난 수도를 고칠 기술자가 없다면 돈이 무의미하다는 거예요.
결국 노후의 안정은 ‘통장 잔고’만으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 사회가 미래에도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죠.
“생활에 여유가 없어지면 누구나 불안해지고 남들만 이득을 보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경쟁하는 건 침몰하는 배 안에서 서로 의자를 빼앗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본이라는 배의 침몰을 멈추려면 사회 전체의 과제에 주목해야 한다.”_169p
저도 이 문제를 피부로 느낄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문화예술을 도구로 청년의 문제 해결을 돕는 비영리 사단법인 ‘오늘은’의 대표를 맡고 있어요. 이곳에서 청년들을 만나며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사회에서 얻는 기회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경력직 아니면 뽑지 않는 ‘중고 신입’이 대세가 된 것도 한몫했죠.
만약 신입으로 일해야 할 청년들이 계속 자리를 잡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점점 침몰을 향해 갈 겁니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늘리는 건 단순히 생계를 열어주는 걸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도 중요한 일이죠.
결국 ‘30년 뒤의 돈’이라는 가상 숫자에 매몰되면, ‘지금 일하는 사람의 가치’와 ‘사회의 지속성’을 놓치게 됩니다. 그렇게 사회가 침몰하면 늘어난 개인의 자산도 무용지물이 되겠죠.

Chapter 5.
불안을 덜어줄 ‘아군’을 찾을 때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에서 마지막으로 짚고 싶은 주제는 ‘협력’입니다. 저자는 돈 때문에 불안하다면, 돈에 더 몰두할 게 아니라 오히려 동료가 될 사람을 찾으라고 해요. 이렇게 권했죠.
“동료가 없으면 돈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으며, 돈을 좇을수록 고립된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공통의 목표를 찾아내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동료를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전부 자신이 직접 익혀야 하는, 고독하고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_125p
그는 불안과 고립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사람’을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 불안을 고백하고, 또 남의 불안을 들으며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해결책과 태도가 뭔지 알아가자는 거죠.
물론 재테크를 공부하는 시간을 모두 없애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에너지를 안배해 사람에게도 시간을 조금 더 써보자는 거죠. 거기서 ‘불안을 잠재울 아군’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거예요.
“불만을 터트릴 적을 찾기보다는 불안을 공유할 아군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목적도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서로 빼앗기가 아니라 함께 나누기가 시작된다.”_232p
저는 저자가 말한 아군 찾기를 '오아시스 만들기'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세상은 각박하지만, 그 속에서 함께 오아시스를 만들어 간다면 어떨까요. 불안한 삶을 헤쳐나갈 방책을 더 쉽게 찾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오아시스가 모이면, 서로의 위험을 나눠 지는 사회의 안전망이 될 테고요.
나아가 저자는 지금 우리의 처지를 롤플레잉게임Role-Playing Game, 이하 RPG에 빗대기도 합니다. 정체 모를 적과 홀로 맞서 싸우는 용사를 떠올려 보자는 거죠.
“만약 적의 정체도 모르는데 ‘2000만 엔짜리 마법의 지팡이를 사야만 적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만 들었다면? 그리고 ‘빨리 안 사면 가격이 더 오를지도 몰라요’라는 말을 들었다면, 당신은 그런 괴로운 이야기를 계속 읽을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는 바로 그런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돈에 대한 불안은 사실 ‘변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이 아닐까?”_20p
저는 이 대목에 마음이 갔습니다. 저도 RPG를 즐겨 했고, 인생을 RPG처럼 생각하기도 하기 때문이죠.
RPG의 묘미 중 하나는 주인공 혼자서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수많은 위기가 닥쳐도, 주인공은 꿋꿋하게 동료를 모으며 앞으로 나아가죠. 모든 게 돈 때문이라고 느껴질 때, 그 불안이 향할 다른 곳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그곳엔 역시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롱블랙 프렌즈 K
정지우 작가의 글을 정리하면서 혼자 미래의 한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다음 명절에 조카가 “삼촌 집은 몇억원짜리야?”라고 물으면, 그땐 이런 답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글쎄, 값은 잘 모르겠어. 근데 너 같은 손님이 놀러 와주면 그게 제일 좋은 집 아닐까?”
물론 이렇게 말하더라도 저는 종종 숫자를 따질 거예요. 그래도 조급함이 밀려올 때면, 통장보다 먼저 곁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
롱블랙 피플, 오늘은 이런 질문을 남기고 싶어요. 여러분의 ‘불안을 덜어줄 아군’은 누구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