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K
‘우리는 모두 하나다All one’ ‘모든 것은 건설적이고 도덕적인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The Moral ABC’.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요? 아침마다 쓰는 비누 포장지에 적힌 말이에요. 네, 어떤 브랜드는 메시지를 알리려고 비누를 팝니다. 미국 유기농 비누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DR.BRONNER'S예요.
요즘 많은 기업이 ESG*를 외쳐요. 오늘은 그 원조격인 164년 역사의 물비누 회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SG : 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의 사회적 영향과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요소를 가리킨다.
Chapter 1.
증오 대신, 비누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다
닥터 브로너스는 북미 1위 유기농 비누 브랜드예요. 2020년 기준 물비누가 1.51초마다 한 병씩 팔렸다고요. 한해 동안 숫자로 하면 한해 2000만병 이상, 1억9000만 달러(2478억원) 어치가 팔렸죠. 그러니까 ESG도, 비즈니스도 둘 다 잘하는 회사란 거죠.
이 이야기는 독일에서 시작됩니다. 1908년 독일에서 비누 공장을 하던 유대인 집안에, 에밀 하일브로너Emil Heilbronner라는 아이가 태어났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아이도 비누 제조 학교를 다니며 비누 장인 자격을 땄죠.
당시 독일은 점점 에밀의 가족이 살기에 위험한 곳이 돼 가고 있었어요. 나치 정권 시대였습니다. 아이들은 오줌이 든 양동이를 에밀의 머리에 끼얹기도 했어요. 에밀은 유대인 해방주의자로 자라납니다.
1929년 에밀은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가요. 석유화학 컨설턴트로 일하며, 스스로를 ‘닥터’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실제 박사 학위를 따지는 않았지만, 독일에서 화학을 공부했었다고요.
이름도 바꿨어요. 새 이름은 엠마누엘 브로너Emanuel Bronner. 1942년 브로너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요. 독일에 있던 부모님이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 세상을 떠났단 소식이었죠. 이미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유대인이 희생된 때였어요. 한참을 절망에 빠져있던 브로너는 어느 날 결심한듯 거리로 달려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