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사이클 : ‘친환경 넛지’를 만들어 쓰레기 1억톤을 재활용하다


롱블랙 프렌즈 K 

쓰레기로 돈을 버는 회사가 있습니다. 미국의 재활용 컨설팅 스타트업 테라사이클TERRACYCLE이에요. 월마트, 하기스, 코카콜라, 로레알 같은 글로벌 제조기업 500곳이 돈을 주고 쓰레기를 맡깁니다. 테라사이클은 이 쓰레기들로 상품을 만들어요. 카프리썬 봉투로 아동용 가방을, 맥도날드 종이컵으로 감자튀김 열쇠고리를 만들죠.

2021년 매출은 3350만 달러. 한화로 약 439억5000만원입니다. 2001년 설립 이래 20년간 매해 성장했어요. 지금까지 미국 시민 8100만명이 테라사이클 재활용에 참여해, 약 1억8100만 톤의 폐기물이 재활용 됐습니다.

비결은 탁월한 넛지nudge*에 있어요. 테라사이클은 친환경을 강요하지도, 윤리에 호소하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의 소비 생활에 교묘히 침투해, 나도 모르는 사이 친환경을 실천하게 하죠. 오늘 노트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바람직한 선택을 이끌어내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뜻한다.


Chapter 1.
시작 : 지렁이 비료보다 큰 임팩트가 필요하다 

테라사이클*의 시작은 다름 아닌 지렁이였습니다. 2001년 프린스턴 대학에 다니던 톰 재키가 친구한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지렁이 배설물이 비료로 최고”라고요. 특히 붉은줄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빠르게 분해한다고 했죠.
*2001년 미국에서 설립된 테라사이클은 지금까지 21개국에 진출했다. 한국 법인은 2017년 9월에 만들어졌다. 

톰이 곧장 향한 곳은 학교 구내식당. 음식물 쓰레기를 받아다 지렁이 밥으로 준 뒤, 배설물을 모았어요. 천연비료인 셈이죠. 톰은 이 천연비료를 페트병에 담아 동네 마트에 팔아봅니다. 지렁이가 알아서 부지런히 일하는 덕분에 가격경쟁력이 높았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갑니다. 얼마 안 가 홈디포HomeDepot, 월마트Walmart 같은 대형 유통 체인으로부터 입점 문의도 쏟아졌죠.